< 『해외편 - 147』 >
『해외편 - 147』
《5전 5승! LA 다저스 차지혁! NL 5월의 선수상 수상!》
《11승 무패! 승률 100%의 선발 투수 차지혁!》
《전반기 15승 선발 투수 등장 하는가?》
《LA 다저스 선발 투수 차지혁의 무패는 언제까지?》
《신인 투수 20승의 역사는?》
『메이저리그에서 데뷔 첫해 신인 투수로서 20승의 고지를 밟은 이들은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작 11명뿐이다.
최초의 기록자는 제이크 와이머(시카고 컵스)로 1903년 20승(8패)을 달성했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데뷔 시즌 루키 20승을 달성한 투수는 톰 브라우닝(신시내티 레즈)으로 1984년 데뷔와 동시에 20승(9패)을 올렸다. 만약, 올 시즌 차지혁(LA 다저스)이 20승의 고지를 넘어 선다면 무려 41년만의 대기록이 달성되는 셈이다.
루키 시즌 20승의 고지를 달성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투수는 래리 체니(시카고 컵스)다. 1912년 시카고 컵스의 신인 투수 래리 체니는 26살의 나이로 26승 10패를 기록하며 그해 내셔널리그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래리 체니의 경우 지금과는 비교를 할 수도 없는 많은 게임 수(42게임)와 이닝(303.1)을 소화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지금의 경우 5선발 로테이션으로 등판을 할 경우 32게임이 최고 수준이다. 42게임을 출전했던 래리 체니와는 무려 10게임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차지혁에게 또 하나의 대단한 기록을 기대하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 차지혁에게 남은 선발 등판 기회는 3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6경기가 배정되어 있으며, 7월 IBAF 챔피언스 리그와 올스타전이 끝나고 30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 12경기가 배정되어 있다. 즉, 올 시즌 차지혁에게 남은 선발 등판 기회는 18경기이니 이 중 16승을 거둔다면 올 시즌 차지혁은 27승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신인 최다승 보유자가 될 수 있다.
18경기 중 16승을 올린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3, 4, 5월 3개월 동안 차지혁은 13경기에서 11승을 거두었으니 그에게는 마냥 불가능한 기록만은 아닌 셈이다. 과연 차지혁은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새로운 초대형 기록을 세울 것인지…….』
3월 달에 받았던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5월 달에도 받았다.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상을 받지 못했던 4월 달과 다르게 5월 달에는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었기에 어렵지 않게 수상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많은 언론들은 루키 시즌 20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창 달아올라 있었다.
“2014년하고 비교를 많이 하는데?”
형수의 말대로 대다수의 기자와 전문가들이 2014년도를 들먹였다.
“비슷한 사례로 들기에 적합하니까 그렇겠지.”
“비슷하기는! 내가 보기엔 네가 훨씬 우위에 있는데!”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형수의 반응이었다.
2014년은 28년 만에 루키 시즌 20승을 올릴 것이라는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활약을 했던 시즌이다.
다나카 마사히로는 2014년 6월 18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11승(1패)을 거두면서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오르며 데뷔 시즌을 뜨겁게 달궜다.
확실히 나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엄청난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7월 초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루키 시즌이 끝나고 말았다.
최종 성적은 13승 5패.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2승을 거뒀으니 실질적으로 다나카 마사히로의 시즌 성적은 전반기 성적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나를 통해 다나카 마사히로를 기억해냈고,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말들을 많이 하고 있었다.
“넌 절대 부상당하지 마라. 당당하게 41년 만에 루키 시즌 20승을 달성해버려!”
20승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부상이다.
20승을 거두고 부상을 당하느니, 차라리 부상을 당하지 않고 20승을 올리지 못하는 쪽이 더 나았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역시 부상도 당하지 않고 20승도 올리는 일이겠지만.
문제는 승패가 선발 투수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잘 던져도 승리하지 못하고, 아무리 못 던져도 패배하지 않는 경기가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보직이 바로 선발 투수였으니까.
‘오죽하면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다 있겠어.’
잘 던지고도 승리를 얻지 못하는 선발 투수들을 일컬어 사람들은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당사자는 미칠 노릇이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불운의 아이콘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팀 동료들, 특히 타자들에게 보양식이라도 사주면서 안타나 홈런을 뻥뻥 때리도록 힘을 북돋아 주면 더 좋겠지.
‘언제 한 번 날을 잡을까?’
솔직히 나 역시 잘 던지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집으로 초대를 할까?
실행 가능성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혁아! 너 스캔들 터졌다!”
형수가 깜짝 놀라서 외쳤고, 나 역시 무슨 소리인가 싶어 테블릿pc 화면을 바라봤다.
“안젤라 쉴즈?”
“어제 경기장에 왔었던 여자 맞지?”
형수의 물음을 무시하며 사진을 바라봤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다저 스타디움 홈 경기에 응원을 왔던 안젤라 쉴즈의 모습과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있었다.
나와 안젤라 쉴즈가 연인 관계일 거라는 추측성 기사였다.
기사는 제법 집요하게도 안젤라 쉴즈가 랜디 존슨과 처음으로 다저 스타디움을 찾았을 때까지도 거론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저번에 전화 통화를 했던 여자가 안젤라 쉴즈인 거야?”
형수의 물음에 고민하다 핸드폰으로 안젤라 쉴즈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할 때였다.
혹시 봤는지 모르겠지만, 척과 나 사이에 스캔들이 터졌네요.
예상은 했지만, 막상 기사가 나오니 척에게 너무 미안하네요.
척에게는 절대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가 알아서 책임지고 해명을 하도록 할게요.
다시 한 번 미안해요.
안젤라 쉴즈의 문자에서 느껴지는 미안함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우우.”
소파에 앉아서 한숨을 쉬던 내게 형수가 제법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너 그 여자 좋아하는 거냐?”
“무슨 소리야. 나 지금 머릿속이 좀 복잡하니까 혼자 생각 좀 하게 둬라.”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뭐?”
내가 형수를 바라보자 녀석이 가볍게 피식 웃었다.
“내가 널 모르냐? 차지혁이 스캔들 기사 하나 떴다고 한숨을 쉬면서 고민을 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차지혁이라는 인간은 스캔들 기사 하나에 한숨을 쉬면서까지 고민을 하는 놈은 아니다. 이런 기사에 눈도 하나 깜빡이지 않으면서 신경조차 쓰지 않을 인간이라고. 안 그래?”
“…….”
“네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다는 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겠지. 정말 스캔들이 터질 정도로 연인 사이거나,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거나. 어느 쪽이야?”
형수의 말에 나는 뭐라고 변명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전화를 해야겠어.”
안젤라 쉴즈에게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안젤라 쉴즈와의 스캔들 기사는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내가 워낙 유명한 야구 선수인 것도 한 몫을 했지만, 모델로서의 안젤라 쉴즈의 인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덤으로 안젤라 쉴즈의 아름다운 외모가 좀처럼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면서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증폭되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호기심들이 다시 스캔들로 전환이 되면서 끊임없는 추측과 소문들을 양산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 말로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정말 이대로 아무런 해명 기사도 내놓지 않을 생각입니까?”
황병익 대표의 물음에 나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직까지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이미지에 타격이 큽니다.”
메이저리그에 갓 데뷔를 한 신인 투수의 스캔들 기사는 확실히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나를 깎아 내리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던 일부 언론들은 벌써부터 성적 하락이 예상된다며 신이 나서 기사를 쏟아냈고, 한 편에서는 야구 실력보다 연애 실력이 더 뛰어나다며 비꼬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씁쓸한 사실은 미국보다 한국의 반응이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대체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이고, 성적 하락 등의 뚜렷한 자료가 없기에 지켜보자는 식이었지만, 한국의 야구팬들은 어린놈이 야구 좀 한다고 연애질이냐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더 많았다.
물론, 미국에서도 부정적으로 욕설까지 섞어가며 신랄하게 비난하는 팬들도 있고, 한국에서도 옹호하는 팬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반응은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보다는 한국 쪽이 훨씬 더 부정적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차지혁 선수의 경우에는 광고 계약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구단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니까 괜찮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의 이미지가 나날이 실추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빠른 시간 내에 어떤 식으로든 입장 정리를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부러워서 떠들어대는 놈들 말을 그렇게 무서워 할 필요가 있습니까?”
형수가 못 마땅하다는 듯 그렇게 황병익 대표에게 말했다.
“무서워하는 게 아닙니다. 괜한 추측성 기사를 양성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또한, 지금까지 무결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깨끗했던 차지혁 선수의 사생활이 어긋난 방향으로 더렵혀지는 부분들이 많기에 하루라도 빨리 입장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만약 저와 안젤라 쉴즈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발전적인 관계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물음에 황병익 대표가 가만히 날 바라보다 대답했다.
“약간은 귀찮은 소문과 일부 추측성 기사가 계속해서 차지혁 선수와 안젤라 쉴즈 양의 주변을 맴돌게 될 겁니다. 하지만, 떳떳하게 두 사람의 관계를 밝히면 최소한 지금처럼 지저분한 추문은 상당부분 사라질 겁니다. 무엇보다 에이전시 측에서 확실하게 법적 대응에 나설 수가 있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문들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는 걸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대부분 대응할 가치도 없는 소문들이었지만,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이미지를 실추 시키는 소문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가장 어이없었던 비난들은 연애와 성적 하락을 동일 선상에 두는 추측들이었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연애질을 시작해서 야구 선수로서의 성장이 끝났네, 어쩌네 하는 글들을 볼 때면 도대체 연애와 야구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따져 묻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연애를 하면서 성적이 하락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거다.
이 세상의 모든 야구 선수들이 연애를 해서 성적이 하락한다면 메이저리그에는 노총각들만 모여서 야구를 해야 한다는 말 아닌가?
운동 선수가 운동에 전념해야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는 것에는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장 가까운 LA 다저스의 에이스였던 클레이튼 커쇼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때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 그 외에 스캔들 메이커로 유명한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도 현역 시절 무수히 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렸지만, 마지막까지 뉴욕 양키스에서 모든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은퇴를 했다.
반대로 연애와 동시에 성적이 곤두박질을 치거나, 서서히 하락을 한 선수들도 많다는 걸 안다.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비난부터 하는 이들을 제외한 진심으로 날 생각해서 아직은 연애보다는 야구에 더 집중을 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충고하는 팬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내 감정에도 충실해지고 싶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입장 정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황병익 대표에게 해줄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아직 연락은 없는 거야?”
형수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아직.”
“안젤라 쉴즈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문제니까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한 걸 거다. 내가 볼 때 먼저 접근한 쪽도 그녀니까 분명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거야. 그러니까 이럴 때는 남자인 네가 진득하게 기다려줘.”
형수의 말에 나는 고맙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시간은 계속 지났고,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6월 3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가 시작됐다.
“괜찮은 거야?”
“…그냥 그래.”
“얼굴은 영 아닌 것 같은데? 괜히 무리하지 말고 쉬는 게 어때? 게레로 감독도 계속해서 네 상태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
형수의 말에 나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던질 수 있으니까 걱정마.”
약간의 피곤함과 컨디션 하락이 몸 전체를 무겁게 만들고 있긴 했지만, 선발 등판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6이닝만. 그 정도만 막고 내려오자.’
오늘 몸 상태로 그 이상은 확실히 무리였다.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점인 6이닝만 확실하게 막고 내려오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척! 얼굴이 평소보다 좋지 않은데? 컨디션이 안 좋은 거야?”
“척! 어디 아프기라도 해? 표정이 너무 어둡잖아?”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기사 때문인 거야? 그딴 놈들 말은 신경 쓰지 말라고!”
여기저기서 동료들이 걱정스럽게 날 향해 말을 했다.
모두에게 괜찮다고 일일이 대답을 하고는 더그아웃에 앉아서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그렇게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경기장 전체가 웅성웅성 거리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1회 초 공격을 준비하던 동료들과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동료들까지도 모두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저거 뭐야?”
“와우!”
“이야~ 대단한데!”
“휘유~! 진짜 로맨틱하잖아!”
갑작스런 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전광판의 대형 스크린이었다.
Would you like to have dinner with me?
I need you.
그녀가 새하얀 스케치북에 선명하게 쓰여 있는 글을 카메라를 향해 들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곧바로 더그아웃을 뛰어 나와 그녀가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안젤라!”
“이 정도면 내 대답으로 충분하겠죠?”
예쁘게 웃는 안젤라 쉴즈를 보는 순간 가슴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충분해요!”
“부탁이 있어요. 오늘 경기 날 위해 던져 줄 수 있어요?”
안젤라 쉴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안젤라를 위해 최고의 공을 던질게요!”
< 『해외편 - 14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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