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편 - 100』 >
『해외편 - 100』
초구 홈런으로 시즌 개막과 동시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트라웃의 뒤를 이어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LA 다저스 내에서 그 위치가 가장 애매한 선수인 미치 네이였다.
34살의 미치 네이는 2012년 1라운드 지명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좋은 체격과 그에 걸맞은 파워가 중심타자로서의 잠재력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평균 이하의 3루 수비력으로 인해 빅리그 입성 당시에는 우익수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우익수 수비도 어울리지 않았다.
1루수로 또 한 번 포지션을 변경하자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타격 능력이 만개했다.
2020년에는 49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홈런왕에도 올랐을 정도로 파워 하나는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타자에게도 밀리지 않는 미치 네이다.
그러나 1루수 부문 최악의 수비율은 항상 문제로 여겨졌고, 지명타자제가 존재하는 아메리칸리그의 토론토에서는 미치 네이를 1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활용을 시작했다.
문제는 미치 네이가 수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구단과의 마찰이 일어났고, 그 틈을 노리고 2022년 LA 다저스에서 이적 영입에 성공을 한 거다.
따악!
“백투백!”
형수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흔들렸다.
트라웃에게 1회부터 3점 홈런을 맞았다는 점이 내셔널리그 정상급 투수인 맥스 프리드의 칼 같은 제구력을 흔들어 놨다.
약간 높은 코스의 몰린 슬라이더를 미치 네이는 홈런왕 출신답게 깨끗하게 좌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파워는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네!”
형수의 말처럼 파워는 여전히 막강한 미치 네이다.
문제는 수비력과 큰 스윙으로 인한 타율 저조 현상이다.
2022년 7년 1억 6500만 달러에 LA 다저스와 계약을 한 미치 네이는 연평균 2400만 달러 가까이 받는다.
이적 후에도 매년 30개 이상의 홈런을 터트려주고 있기는 했지만, 타율은 2할 3푼 정도로 저조했고, 출루율도 3할을 넘긴 적이 없었다.
홈런의 질도 결코 좋다고 부르기가 힘들었다.
매년 30개 이상 터트려주고 있지만, 치열한 승부의 추를 돌려놓는 동점이나 역전 홈런, 쐐기를 박는 홈런 등은 손에 꼽힐 정도였고, 대부분이 승부의 추가 확실하게 기울어졌을 때 터졌다.
요란하기만 한 빈수레라고 할까?
상황이 그렇다보니 미치 네이를 포기하자니 그의 자리를 대신할 1루수 거포가 마땅히 없었고, 계속 안고 가자니 해주는 것에 비해 연봉이 너무 높았기에 구단 내에서 가장 애매한 선수가 바로 미치 네이였다.
슬쩍 형수를 바라봤다.
‘1루로 전향을 한다면…….’
경쟁력이 생긴다.
우선 형수는 1루수를 맡기에 미치 네이보다 더 좋은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파워만 따지면 형수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포수를 포기하고 파워를 키우기 시작하면 미치 네이를 능가할 수도 있을 정도로 월등한 체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다.
수비능력도 포수였던 걸 감안하면 미치 네이보다는 훨씬 좋을 수도 있다.
내 생각처럼 다저스 코치들도 형수에게 은근히 포지션 전향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하지만, 형수는 무조건 절대 반대였다.
극단적으로 야구를 포기한다 하더라도 포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코치들의 기대를 과감하게 무너트려버렸다.
이후, 빌 맥카티와 루이스 토렌스가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닝이 종료됐다.
트라웃과 미치 네이의 백투백 홈런으로 인해 순식간에 스코어가 4점으로 차이가 났다.
신인 투수, 거기에 개막전 데뷔 무대치고는 상당히 긴장감이 완화된 경기로 변하고 말았다.
2회 초, 선두 타자로 나온 샌디에이고의 4번 타자는 올스타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
수비 능력, 타격 능력, 장타력, 주루 능력, 송구 능력.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의 유격수였기에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윌리 아다메스가 포지션 특성에 대한 메리트를 유지하기 위해 유격수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을 할 정도였다.
부웅!
탬파베이 레이스 유망주 시절부터 볼 카운트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윌리 아다메스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볼 카운트가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관하지 않고 눈에 들어온다 싶은 공에는 여지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그런 성격을 고치고자 탬파베이에서 3볼 이후 배트를 휘두르면 500달러의 벌금을 부여했지만, 소용없었다.
부- 웅!
“스윙! 아웃!”
몸 쪽으로 파고들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한 윌리 아다메스가 침을 뱉고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5번 타자로는 우익수 호마 레예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실질적으로 윌리 아다메스보다 4번 타자에 더 적합한 파워, 정교한 타격 능력을 갖춘 호마 레예스를 상대로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아내곤 파워 커브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가 살짝 닿았지만, 바운드가 되기 전 토렌스가 공을 잡아내면서 파울팁으로 삼진 판정을 받고 말았다.
다섯 타자 연속 삼진.
그리고 두 눈에 불덩어리라도 넣은 듯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
오스틴 헤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선수, 캡틴 헤지스.
2011년 2라운드 지명으로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했고,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며 2015년 메이저리그 데뷔, 2016년부터는 주전 포수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오스틴 헤지스다.
공수에 걸쳐 어느 한 부분도 부족함이 없어 골든 글러브 2회, 실버 슬러거 3회에 빛나는 공수 만능형 포수다.
올스타에도 3차례나 선정이 됐을 정도로 샌디에이고에서는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가 오스틴 헤지스다.
포수답게 탄탄한 체격을 가진 오스틴 헤지스은 타석에 서자 날 녹여버릴 것처럼 타오르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1회부터 신인 투수, 그것도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를 하는 투수에게 4점차 리드를 당하고 있으니 샌디에이고의 주장이자, 포수인 오스틴 헤지스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을 거다.
더군다나 1번부터 5번까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삼진을 당했으니 오죽할까?
4점 차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2회 초 일뿐이다.
벌써부터 추격을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더욱이 상대가 신인 투수인 점을 감안하면 오스틴 헤지스의 노림수가 무엇일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다.
부웅!
나에 대한 자료는 충분히 숙지했을 거다.
너무나도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인데, 4점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리드까지 하고 있다.
거기에 지금까지 모든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 있는 공격적인 투구를 할 것이라는 건 세 살배기 아이라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나 역시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를 리드해주고 있는 토렌스는 아니었다.
철저하게 유인구 승부를 요구해왔다.
결과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유인구에 오스틴 헤지스는 헛스윙을 하다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만약, 유인구 승부가 아닌 정면으로 승부를 벌였다면 안타를 맞았을지도 모를 정도로 공격적인 배트 스윙이었다.
“3회는 쉬는 타이밍이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동안 토렌스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메이저리그라 하더라도 하위 타선은 어쩔 수 없다.
일부 특정 구단만 강력한 하위 타선을 자랑할 뿐이지, 웬만한 구단은 비슷비슷하다.
특히, 지명타자제가 없어 투수가 9번 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샌디에이고의 하위 타선은 토렌스의 말대로 쉬어가는 이닝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다만.
부웅!
“타자 아웃!”
다저스 역시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다.
8번 타자 웨인 스테인의 뒤를 이어 나 역시 타석에서 허무하게 선풍기질을 하고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니 형수가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
“투수가 공만 잘 던지면 됐지. 타격까지 바라는 건 진짜 욕심이다.”
길었던 1회 말 공격과는 다르게 2회 말 공격은 빠르게 지나갔다.
1번 타자, 던컨 카레라스가 투 아웃 상황에서 또 다시 안타를 쳤지만, 2번 타자 크레이그 바렛의 외야 뜬공으로 공격이 마무리되고 3회 초 수비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갔다.
2회까지 너무나도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기 때문인지 홈팬들의 박수 소리가 커다랗게 울렸다.
그 박수 소리에 보답이라도 하듯, 3회 초에도 7, 8, 9번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특히 앞선 타자들과는 다르게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구속과 구위로 찍어 누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지, 마운드를 내려가는 동안 경기장을 찾은 모든 팬들이 우레와도 같은 기립 박수까지 쳐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게레로 감독이 가장 먼저 날 반겨줬다.
절대 반갑지 않은 진한 포옹으로 나를 안아주어 날 당황하게 만들었고, 뒤이어 코치들과 선수들 모두 나에게 찬사를 보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솔직히 당황스러울 정도의 행동들이었다.
감독부터 코치, 선수들까지의 강도 높은 환대의 이유는 형수에게 들었다.
“메이저리그 최초라고?”
“그래! 넌 도대체 어떻게 된 인간 아니, 괴물이기에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이런 말 같지 않은 기록을 세우는 거야!”
9타자 연속 삼진 기록.
연속 타자 삼진 기록으로 따지면 10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야만 하지만, 내가 세운 기록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연속 타자 삼진 기록이라는 점이다.
종전 기록은 2014년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과 1986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짐 드샤이스가 기록한 8타자 연속 삼진이다.
나중에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제이콥 디그롬은 그해 신인 투수였고, 짐 드샤이스는 상대팀이 LA 다저스였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말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한 명만 더 삼진으로 잡으면 10연속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의 공동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10연속 탈삼진의 기록이 무려 1970년(톰 시버)의 기록이라 오늘 내가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면 57년만의 기록이라는 사실이었다.
“반세기만의 신기록이라니.”
차라리 듣지 못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자, 타자들의 타격 모습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코리 시거와 트라웃의 연속 안타와 미치 네이와 빌 맥카티의 연속 삼진, 마지막으로 토렌스가 내야 땅볼을 침으로써 득점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버렸음에도 아쉬운 마음 따윈 하나도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기록에 대한 욕심이 솔직히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달랐다.
메이저리그라서 그런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의 프로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반세기만에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심장을 진정시키려 해도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후우우우.”
마운드에 서서 크게 호흡을 내뱉었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천둥처럼 고막을 파고들자, 가까스로 진정 시켰던 심장 박동이 다시금 맹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채 마음을 다스리지도 못한 상황에서 샌디에이고 1번 타자 마누엘 마고가 타석에 들어섰다.
토렌스의 미트질에 완전히 농락을 당했던 마누엘 마고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역시 알고 있다.
내가 엄청난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마누엘 마고는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타이기록의 종점이다.
타자의 입장에서 절대 기분 좋을 리가 없다.
이건 치욕스러운 일이다.
타석에 선 마누엘 마고는 홈 플레이트에 바짝 붙어 섰다.
몸 쪽 공에 대한 견제의 의지다.
삼진을 당하느니 차라리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를 하고 말겠다는 뜻이고, 투수인 나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지금은 타자만큼이나 투수 역시 긴장하고 있을 때라는 걸 떠올리면 아주 훌륭한 작전이었다.
다른 때라면 몸 쪽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공을 던졌을 텐데.
지금은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다.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낮은 코스다.
딱!
마누엘 마고의 배트가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나왔다.
타구가 1루 라인을 크게 벗어나며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삼진은 안 된다.
차라리 범타를 당하더라도 어떻게든 타구를 만들어 낸다.
마누엘 마고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볼!”
토렌스의 신들린 미트질로도 커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파워 커브에 마누엘 마고는 꼼작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잡고 있다 하더라도 완전히 벗어나는 볼에 배트를 휘두를 정도로 흥분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3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컷 패스트볼.
토렌스가 요구한 코스는 살짝 걸치는 스트라이크 판정의 공이었지만, 제구가 되질 않았다.
정말 절묘하게 걸려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된 건지, 기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오늘 던진 공 중 처음으로 내 컨트롤을 벗어난 공이 되고 말았다.
“후우우.”
털어내자, 털어내야 한다.
기록에 대한 미련을 털어내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을 한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추스르기 위해 천천히 로진백을 손에 묻히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피처 플레이트에 발을 올려놓으면 여지없이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어디 그뿐인가?
스트라이크 존이 굉장히 좁게 느껴졌다.
심리적인 압박감이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볼!”
또 다시 볼이 나왔다.
토렌스의 미트질이 나왔다.
코스도 좋았고, 미트질도 훌륭했다.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심판의 눈이 매의 눈이라도 된 것처럼 칼 같은 판정을 내놓았다.
당연한 판정임에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3볼이다.
초구에 파울 타구가 나온 것을 더하면 1스트라이크 3볼 상황이다.
마누엘 마고의 표정이 처음보다 한결 풀려 보였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 또한 확실하게 여유로워져 있었다.
여기서 볼넷을 준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가장 최악이 상황이다.
기록을 의식한 소극적인 피칭!
부끄러운 투구다.
하지만, 여기서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는 건 마누엘 마고에게 원하는 공을 던져주는 짓이다.
안타를 맞을 확률이 엄청나게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유인구를 던지자니 컨트롤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어쩌지?’
내가 고민하는 사이, 토렌스가 사인을 보내왔다.
포수 미트 밑으로 살짝 보이는 검지 손가락 하나.
포심 패스트볼이다.
코스는?
없다.
사인이 없다는 건 한 가운데라는 뜻이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한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라?
왼발을 뒤로 빼고 다시 로진백을 손으로 주물렀다.
그러는 사이 타임 요청과 함께 토렌스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겁나는 거야?”
“뭐라고요?”
“왜 안타를 맞을까봐 겁나? 대기록 앞에 서니까 새가슴이라도 된 모양이지?”
토렌스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기록을 의식해서 집중하는 건 좋지만, 기록에 연연하는 건 절대 좋지 않아. 코쇼, 네 구위를 믿고 던져. 네가 가진 가장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로 타자를 찍어 누르란 말이야.”
코쇼. 몇 몇 선수들이 나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코리아 쇼크의 앞 글자만 따서 부르는 말인데, 얼핏 들으면 커쇼라고 들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몇몇 나를 고깝게 여기는 투수들은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가장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달라는 토렌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받아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던질 테니까.”
내 말에 토렌스가 걱정말라는 듯 내 어깨를 툭 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관중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구단 측에서 마련해 준 좋은 위치에 부모님과 지아, 황병익 대표, 최상호 코치가 일어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먼 미국 땅까지 와서 응원을 해준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이게 무슨 부끄러운 모습인가.
‘기록에 연연을 했다고?’
그런 것 같다.
메이저리그라고 기록에 대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이제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는데 벌써부터 기록이라니.
기록 따윈 열심히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다보면 언제든 달성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안타를 맞든, 홈런은 맞든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하는 게 투수다.
피처 플레이트에 발을 올려놓고 토렌스의 미트만 바라봤다.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던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공,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는다.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며 힘을 모은 후, 체중 이동을 하며 힘껏 공을 던졌다.
아니, 손끝에서 쏘아 보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쇄애애애애애액!
퍼- 어어엉!
부웅!
바람을 가르는 공, 포수 미트를 뚫어 놓을 것 같은 포구음, 허무하게 돌아가는 배트.
-우와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재빨리 뒤를 돌아 전광판을 바라본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102MPH
102마일. 164km.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내가 던졌던 가장 빠른 구속이 나왔다.
타석에 서 있는 마누엘 마고의 표정이 타석에 들어설 때보다도 더욱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여유롭던 그의 표정이 한 순간에 변한 걸 확인하니 괜히 기분이 즐거워졌다.
이제 서로의 상황이 바뀌었다.
쫓기던 입장에서 쫓아가는 입장으로 바뀐 거다.
타석에 선 마누엘 마고의 모습이 무척 작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 번 더 불 같은 강속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몸 쪽을 예리하고 파고 들어간 98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에 마누엘 마고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마누엘 마고는 가장 높은 경계의 산이었다.
2번 타자 산티노 벨은 이미 102마일의 강속구에 잔뜩 위축되어서 이렇다 할 타격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체인지업에 헛방망이질을 하며 어깨를 늘어트리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57년 만에 새롭게 작성된 11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대단한 기록이 작성되었다.
이어진 도미닉 스미스까지 삼진을 당하며 기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해외편 - 100』 > 끝
ⓒ 독고진
작가의 말
100회~ 고작 100회에 이벤트라니..... 소박한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넘겨봅니다.
대신, 평소보다 분량을 좀 더 많이 담아봤습니다. ^^
지금 문피아 이벤트 중인거 아시죠?
1000원 결재하면 추가로 1000원(코인) 더 줍니다.
한도는 1천원인 것 같고, 역시 한 번 적용이 끝인 것 같습니다.
이미 골드 충전을 넉넉하게 마쳤지만, 오늘 1천원 더 추가로 결재했네요.
아! 추가로 주어지는 코인은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 것 같으니 골드보다는 코인부터 먼저 사용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