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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편 - 077』 >

『국내편 - 077』

《선발 투수 차지혁, 무패 전설의 기록을 달성하다!》

『2026년 길고 길었던 페넌트 레이스가 끝이 났다.

10개의 구단이 4월 11일을 시작으로 135게임을 치르는 피 말리는 순위 전쟁을 끝마쳤다.

올 시즌 최고의 구단과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고의 구단은 대전 호크스이며, 최고의 선수는 슈퍼 신인 에이스 차지혁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전 호크스는 으레 그렇듯 약체 그룹으로 평가를 받았다. 매년 하위권에서 벗어나질 못하며, 약체라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버린 대전 호크스는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페넌트 레이스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대전 호크스가 전반기 4위로 휴식월(7월)에 들어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과 기자들은 후반기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전 호크스는 이런 주변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어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본 기자는 대전 호크스 유정학 단장의 과감했던 7월의 트레이드가 결정적인 요인이라 생각한다. 국내 최고의 타자라 불렸던 장태훈(내야수)과 올 시즌 전반기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안주민을 과감하게 트레이드 하며 새롭게 영입을 한 우용탁과 조문석의 활약은 후반기 대전 호크스의 성적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특히, 후반기에만 39개의 홈런을 터트린 우용탁(내야수)은 주전 경쟁에서 밀어낸 수원 드래곤즈의 안목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더불어, 정현우(내야수)와 함께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한 조문석(외야수)의 득점력도 대전 호크스의 승리에 많은 공훈을 세웠다. 그 외에 대수비 요원으로 영입한 강호진(내야수), 고정수(외야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한 백유홍 감독의 용병술은 어째서 그를 명장이라 부르는지 확인시켜주었다.

2026년 프로 야구 최고의 팀이 대전 호크스였다면, 최고의 선수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슈퍼 신인 에이스 차지혁은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코리아 쇼크’라 불릴 정도로 믿어지지 않을 기록을 연달아 세우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고 할 수 있다.

데뷔전과 동시에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으며, 역대 신인 최다승 다승왕, 역대 최연소 탈삼진 신기록, 단일 시즌 최연소 탈삼진 기록, 한국 프로 야구 사상 최다 이닝 무실점 기록, 시즌 최다 완봉승, 신인 최다 연승, 신인 최다 이닝, 역대 최소 평균 자책점 등등 하나하나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각종 기록들을 줄줄이 깨트렸다.

여기에 전설이라 불릴만한 기록이 또 다시 하나 추가되었다.

선발 투수 무패 기록!

차지혁은 29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해서 24승 무패를 기록했다. 실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선발 투수가 무패의 기록을 세운 건 1942년 일본에서 후지모토 히데오(14전 10승 무패, 9완투, 4완봉, 평균 자책점 0.81) 단 한 명뿐이다. 후지모토 히데오 역시 데뷔 년도에 10승 무패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 차지혁이 세운 기록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

차지혁은 후지모토 히데오보다 두 배나 많은 경기를 선발로 등판했다. 이것만으로도 후지모토 히데오보다 훨씬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올 시즌 차지혁의 기록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음과 같다.

G(경기) / GS(선발 경기) : 29 / 29.

W(승리) / L(패배) : 24 / 0.

SHO(완봉) / CG(완투) : 9 / 10.

QS(퀄리티스타트) / QR+(퀄리티스타트 플러스) : 29 / 29.

IP(이닝) : 230.

TBP(상대한 타자수) : 816.

H(피안타) / AVG(피안타율) : 74 / 0.093.

R(실점) : 13.

ER(자책점) / ERA(평균 자책점) : 13 / 0.51.

HR(피홈런) : 1.

BB(볼넷) : 15.

HB(사구) : 1.

SO(삼진) : 277.

WHIP(출루허용율) : 0.386.

NP(총 투구수) : 2,978.

눈을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 기록이다.

현대 야구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록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차지혁은 29경기 선발 출장에 모든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는데, 6이닝이 아닌 7이닝까지 3실점 이하를 기록하는 QR+(퀄리티스타트 플러스)에서도 차지혁은 여전히 선발 모든 경기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차지혁의 24승은 좌완 선발 투수 중 역대 7번째로 20승 이상 투수가 되었고, 무려 12년 만의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차지혁 선수가 고교시절부터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단점이라 지적 받았던 이닝 소화 능력과 시즌 풀타임 체력문제 역시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선수 깎아내리기에 불과했다는 게 증명됐다. 오히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선발 출장을 기록한 선발 투수에 230이닝이라는 엄청난 이닝 소화 능력은 선발 투수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차지혁 선수의 최대 장점이라 부를 만하다.

차지혁 선수는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로의 이적이 확실시 되고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차지혁 선수 본인 스스로 내년 시즌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할 것이라고 선언을 했고, 이미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차지혁 선수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은 야구계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고교 야구를 평정하고 국내 프로 야구 데뷔 년도에 리그를 완전히 평정한 차지혁 선수는 내년이면 세계 최대 프로 리그이자,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메이저리그에 서게 된다. 차지혁 선수 본인 스스로 했던 말처럼, 국내 최고의 투수가 세계 최고의 투수라는 걸 증명하는 날이 조만간 올 거라 믿는다.』

◎ CBC 인터넷 스포츠 차동호 기자. 작성일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 나도 저 정도 기록 만들어봤다. 비디오게임으로. ㅋㅋㅋ

┗ 루키 모드만 했네. 한 단계만 올려도 평자 1점대도 유지하기 힘들다.

- 우리는 전설의 투수를 직접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머리털 나고 선발 투수가 무패로 시즌 마감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모든 경기 퀄리티 끊은 것도 믿기지 않는다. 평균 자책점 봐라, 저게 선발이라고? 특급 마무리 투수도 저런 평자책은 힘들다.

- 한 마디로 미친 기록! 저런 기록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국내에서 던져도 절대 못 만든다! 한 마디로 올 시즌 차지혁은 언터처블 모드로 모든 타자들을 안드로메다로 관광시켜버린 거다!

- 2026년 프로 야구는 오직 차지혁 한 사람으로 끝! 신인왕과 MVP 동시 석권이고, 올스타전에서도 MVP 먹었으니 이제 코시에서만 MVP 먹으면 전설의 완성! 절대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이다!

┗ 생각 만해도 지릴 것 같네요. 지금까지 홀로 모든 상 싹쓸이 한 선수는 없죠. 무엇보다 차지혁이 올 시즌 데뷔 신인이라는 게 더 경악스러운 사실이죠.

┗ 내가 차지혁 데뷔 전부터 항상 말하고 다녔음. 차지혁은 국내 프로 리그 아작아작 씹어 먹는다고.

┗ 아직 수상한 것도 아닌데 설레발 그만 칩시다.

┗ 넌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 차지혁 말고 누구한테 상을 줄까?

┗ 아직도 차지혁 까려고 하는 머저리들이 있다니.

- 얼른 차지혁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모습 보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신인왕과 사이영상, MVP까지 휩쓰는 모습 보고 싶다!

┗ 아무리 차지혁이 국내에서 무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도 무적일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요? 님 말처럼 메이저리그에서도 모든 상 싹쓸이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듯 하네요.

┗ 지금 차지혁 기록은 뭐 현실이냐? 어차피 얘는 신계에서 놀고 있는 선수임. 인간계 타자들은 상대가 되지 않음.

┗ ㅋㅋㅋㅋ한국 야구에서도 드디어 신계 선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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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에게 있어 1년 농사라 할 수 있는 페넌트 레이스가 끝났다.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는 데뷔 시즌이었다.

목표로 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흔한 말로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은 없었다.

특히, 선발 투수로서의 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 등판을 할 수 있는 체력도 확실하게 증명을 했고, 선발 투수로서의 몸도 적응이 됐다 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안심을 할 순 없다.

국내 프로 야구는 135경기를 치르지만, 미국 메이저리그는 162경기를 치른다.

단순한 27경기가 아니라 무려 27경기인 것이다.

5선발 로테인션으로 따지면 적게는 5번에서 많게는 6번을 더 선발 등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9번 경기 후, 1일 휴식이라는 고정적인 휴식일이 정해져 있는 국내 프로 야구와는 다르게 메이저리그에는 고정적인 휴식일이 없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의 스케줄을 보면 진짜 헉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말 많아야 한 달에 3번 휴식일이 있고, 적을 때는 고작 하루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2~3주는 쉬질 않고 경기를 하는데 정말 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동양인 선수들의 체력을 문제로 삼는지 알겠더라. 정말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틸 수가 없어. 거리도 좀 멀어야지. 그나마 메이저리그에서는 전용기로 이동하지만, 몇 시간씩 비행을 하고 시합에 들어가면 진짜 몸이 축축 늘어진다니까.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 자부했는데, 풀 타임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정말 올 겨울에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고작 2주 정도 메이저리그 생활을 한 장형수가 했던 말이다.

괜찮은 체력을 가진 장형수가 저렇게 말을 했을 정도면 나 역시 내년을 대비해서라도 체력 훈련을 더 준비해둘 필요가 있었다.

“오빠!”

집 마당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개인 훈련장으로 지아가 들어섰다.

평소에는 쾌쾌한 땀 냄새가 진동한다고 절대 들어오지 않았던 지아였기에 그 의도가 심히 걱정스러웠다.

내게서 뭔가를 바라지 않는다면 절대 개인 훈련장까지 들어올 지아가 아니었으니까.

“여긴 웬일이야?”

“운동 다 끝났어?”

“아직 남았어. 왜?”

“적당히 끝내.”

“뭐?”

“내 친구들이 오빠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어찌나 귀찮게 구는지 몰라. 지금 집에 온다고 하니까 샤워 좀 하고 옷도 좀 깔끔하게 입고 사인이랑 사진이나 몇 번 찍어줘.”

당당한 지아의 요구에 나는 헛웃음을 터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15분이면 마무리 운동이 끝나니까 그때 나갈게.”

“알았어! 고마워!”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는 지아의 모습을 바라보곤 웃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없는 지아였다.

그것이 시즌 중이기에 날 배려해서 한 행동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동생의 부탁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페넌트 레이스를 1위로 마친 대전 호크스였기에 한국 시리즈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 정도 서비스로 비싸게 굴 이유도 없었다.

마무리 운동을 마치고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나오자 지아가 하얀 색과 붉은 색이 잘 어우러진 트레이닝복을 내게 건넸다.

“이걸로 입어. 오빠 옷 중에서 난 이게 젤 마음에 들더라.”

“코디까지 하려고?”

“애들이 사진 찍으면 인터넷에 쫙 퍼질텐데, 신경 좀 써야지.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봐. 내가 머리도 좀 만져 줄 테니까.”

지아는 내 손을 잡아끌고는 거실 바닥에 날 앉혔다.

머리를 손질할 왁스를 손에 듬뿍 발라서 내 머리를 정성스럽게 다듬는 지아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내년이면 지아도 중학교 3학년이다.

그리고 지아와는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

“지아야.”

“걱정마. 내가 오빠가 태어난 이래 가장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미국엔 정말 가기 싫은 거야?”

내 물음에 바쁘게 움직이던 지아의 손이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다듬기 시작했다.

“나 내년에 중3이거든. 아직 영어도 부족하고, 우선은 과학고에 입학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때 미국에 갈 거야.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곧바로 MIT에 입학을 할 거니까 그 전까지 오빠는 미국에서 자리 잘 잡고 날 데리러 올 준비나 해둬.”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갑자기 지아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되겠다고 했다.

공상과학 영화를 보고 난 이후였기에 그냥 치기 어린 생각이라고만 여겼는데, 아직까지도 지아는 자신의 꿈을 과학자로 삼고 있었다.

어린 지아 때문이라도 부모님 역시 한국에 남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국, 미국에 가는 건 나 혼자였다.

가족의 품을 벗어난다는 것이 걱정되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기 위한 길이니 당당하게 맞설 준비는 되어 있었다.

“어디 봐봐.”

지아는 내 머리스타일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사람은 꾸며야 티가 난다니까.”

거울을 보니 훤칠하게 생긴 체격 좋은 남자가 최신 유행하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평소 모자만 눌러쓰고 다니던 때와는 확실하게 달라 보였다.

“미국은 한국이랑 틀려서 여자들이 엄청 적극적이라고 하니까 조심해! 외롭다고 괜히 아무 여자나 만나서 엉뚱한 짓해서 인생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알겠어? 꼭 명심해! 차라리 지금처럼 둔탱이로 살아. 알겠지?”

언제나처럼 마지막은 지아의 잔소리로 끝이 났다.

< 『국내편 - 077』 > 끝

ⓒ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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