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마일-74화 (74/221)

< 『국내편 - 074』 >

『국내편 - 074』

《대전 호크스!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돌풍을 이어가다!》

《후반기 8연승 질주! 대전 호크스 단숨에 페넌트 레이스 2위 도약!》

《조문석과 우용탁! 대전 호크스 타선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완성!》

《전반기 선발 투수 오주영, 후반기 마무리 투수로 변신 대성공!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4세이브 달성!》

《슈퍼 루키 차지혁! 시즌 13승 달성! 무패 기록은 어디까지?》

많은 이들의 걱정과 우려 속에 시작된 2026년 프로 야구 후반기 페넌트 레이스는 많은 전문가와 기자들의 예상의 깨고 대전 호크스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졌다.

8월 1일, 페넌트 레이스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광주 피닉스와의 경기는 예상외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후반기 첫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데이빗 하이드는 전반기 7승에 평균자책점 2.45의 훌륭한 성적으로 대전 호크스의 선발 투수들 가운데에서는 나를 제외하면 가장 좋은 성적을 자랑했다.

당연히 올스타전 선발 등판으로 인해 휴식을 가져야 하는 나를 대신해 후반기 첫 경기 선발 투수로 일찌감치 낙점되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2.45를 자랑하는 데이빗 하이드가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1회 말부터 2점을 실점하더니, 2회 말에는 무려 4점이나 실점하며 끝내 마운드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선발 투수가 무너지면 그날 경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화력이 좋지 못한 대전 호크스의 타선을 생각하면 2회에 6점을 내줬다는 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스코어였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패색이 짙어진 경기,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시작점은 조문석이었다.

광주 피닉스의 선발 투수, 양동호를 상대로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를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광주 피닉스의 에이스로서 안정적인 투구를 하며 3회까지 대전 호크스의 타선을 봉쇄했던 양동호였지만, 빠른 발을 자랑하는 조문석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1루에서 쉬지 않고 신경을 긁어 대니 집중력이 흩어져선 결국 3번 타자 메이슨 발레타를 또 다시 볼넷으로 출루시켜버리고 말았다.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맞이한 4번 타자 그랜트 커렌에게는 공이 손에서 빠지면서 초구 만에 데드볼이 나왔고, 순식간에 모든 루상에 주자가 가득 채워지고 말았다.

주자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건 조문석과 마찬가지로 7월 트레이드를 통해 새롭게 대전 호크스에 합류를 한 우용탁이었다.

수원 드래곤즈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하지만, 우용탁은 훌륭한 타격 재능과 파워를 갖춘 매력적인 타자였다.

그런 우용탁은 그 동안 주전 경쟁에 밀렸던 서러움을 폭발시키듯 양동호가 던진 153Km의 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넘겨버리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4점을 쫓아간 대전 호크스의 타자들은 집중력이 치솟았고, 3회까지 훌륭하게 마운드를 지켰던 양동호는 4회 1사 상황에서 4실점을 하자 급격하게 무너지며 추가로 1점을 더 헌납하고 나서야 강판을 당하고 말았다.

이후, 대전 호크스와 광주 피닉스의 불펜진이 총 동원 되어야 할 정도로 양 팀의 타선은 매회 점수를 뽑아냈다.

결국, 9회 말이 되자 12:11이라는 피 말리는 한 점차 승부에서 마운드에 오른 전반기 선발 투수였던 오주영 선배는 시즌 첫 번째 세이브를 달성하며 후반기 첫 경기에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렇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대전 호크스는 다음 날에도 광주 피닉스를 상대로 식지 않은 화력을 선보이며 손쉽게 승리를 거뒀고, 이튿날에도 광주 피닉스를 누르며 심상찮은 행보를 예고했다.

그리고 이어진 내 첫 후반기 선발 등판 경기에서도 조문석의 3안타와 우용탁의 2홈런을 지원 받으며 손쉬운 승리를 챙길 수가 있었다.

실질적인 4선발 로테이션을 꾸려 나가는 대전 호크스의 마운드는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막강했다.

데이빗 하이드도 후반기 첫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실망스러운 모습을 두 번째 경기 만에 훌훌 털어내며 승리 투수가 됐고, 특급 마무리였던 안주민 선배의 빈자리도 오주영 선배가 대신하며 새로운 수호신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8연승을 달리는 가운데 후반기 두 번째, 페넌트 레이스 전체 17번째 선발 등판 경기가 벌어졌다.

상대는 전통의 강호 대구 블루윙즈.

현재 1게임 차이로 3위로 밀려나버린 대구 블루윙즈는 앞선 이틀 동안 연속 패배를 당하며 3차전에서의 설욕을 준비했다.

자존심 때문이라도 스윕을 당할 수 없다는 듯, 총력전을 펼쳤다.

에이스인 그렉 알렉산더를 선발로 내세웠고, 타선 또한 대구 블루윙즈의 최정예로만 꾸렸다.

1회 초, 그렉 알렉산더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불이 붙어서 좀처럼 꺼질 줄 모르는 대전 호크스의 방망이를 잠재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지만, 폭발 하듯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우용탁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오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반면, 대전 호크스의 선발로 나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공을 던졌고, 대구 블루윙즈 타선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어진 2회 초, 대전 호크스의 공격에 그렉 알렉산더는 또 다시 1점을 실점했지만, 나는 여전히 철벽처럼 마운드를 자랑했다.

1, 2회 만에 3점을 실점했지만, 그렉 알렉산더는 이후 7회까지 대전 호크스의 불 타는 타선을 억누르며 선발 투수로서의 몫을 다 하고 내려갔다.

국내 10개 구단 중 가장 막강한 불펜진을 자랑하는 대구 블루윙즈였지만, 이틀 연속 대전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체력을 소모한 대구 블루윙즈의 불펜 투수들은 8회와 9회 동안 3실점을 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나는 9회까지 3개의 피안타만으로 대구 블루윙즈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후반기 첫 완봉승과 동시에 시즌 14승을 올렸다.

9연승.

구단 내부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항상 하위권을 맴돌던 팀이 페넌트 레이스 단독 2위에 오른 것도 대단했고, 9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것 또한 믿기지 않았다.

팬들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유니폼을 비롯한 각종 선수 관련 물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특히, 나와 관련된 상품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귀띔을 할 정도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니폼을 비롯해서 초상권에 대한 수익 배분도 더 요구를 했었어야 했는데, 차지혁 선수에게는 면목이 없습니다.”

황병익 대표의 말에 나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현재 대전 호크스와의 계약 내용만 하더라도 난 충분히 다른 선수들이 꿈도 못 꿀 계약을 했다.

여기서 더 바라는 건 정말 탐욕이다.

신인 선수로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전 지금 계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리고 후반기 선발 등판에 따른 보너스 내용을 추가 삽입하지 않았습니까? 구단에서 이만큼이나 절 생각해주니 저로 인해 구단도 충분히 이익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후반기에 들어가기 직전 황병익 대표는 구단과 추가 옵션 보너스 계약에 합의했다.

180이닝을 돌파할 때마다 1이닝 당 1천만 원, 200이닝 돌파 시 추가 보너스 5억, 200탈삼진 돌파 시 추가 보너스 3억, 250탈삼진 돌파 시 추가 보너스 5억이 구단과의 합의 내용이다.

시즌 중 계약 보너스를 새롭게 갱신하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보너스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만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선발 투수라 하더라도 180이닝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신인이라면 말 할 것도 없다.

여기에 200탈삼진 또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런 조항을 다른 투수들에게 넣는다 하더라도 달성할 수 있는 투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만큼 힘든 일이란 소리다.

구단에서 이런 보너스 계약을 제안한 이유는 내가 한 경기라도 더 많이 출전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즉, 4선발 로테이션을 확실하게 운영하기 위한 미끼인 셈이다.

대전 호크스 구단에서도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올 시즌이 시작이자, 끝이라는 사실을.

내년 시즌에도 내가 국내에 남는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 하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예상보다 빠르지만, 올 시즌만으로도 나는 내가 원하던 국내 프로의 경험과 커리어를 충분히 쌓을 수 있었다.

후반기를 망치지만 않는다면 내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할 생각이 확고한 상태였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대전 호크스에서는 어떻게든 내가 있을 때, 최대한 좋은 성적으로 가을 야구를 할 계획을 잡았고, 그 계획을 위해 보너스 계약을 추진한 거다.

“좋은 자세입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연하다.

대전 호크스에서 나를 통해 얻는 이익금과 메이저리그의 구단에서 얻게 될 이익금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날만큼 엄청나다.

비교 자체가 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것까지 모조리 구단에게 넘긴다?

황병익 대표의 말대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지금은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의 경우 대다수의 선수들이 초상권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 자신의 몫을 확실하게 구단과 분배를 하고 있었다.

옛날이나 일부 특정 선수들이나 이익금 분배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메이저리거는 그 자체가 상품이다.

자신의 상품성에 대한 정당한 요구는 당연한 거다.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가치를 확실하게 주장하는 거였기에 나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물렁하게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중요하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웬만해서는 휴식일에는 연락을 하지 않는 황병익 대표였다.

열흘 중 딱 하루 쉬는 야구 선수였기에 휴식일 만큼은 되도록 나한테 전화도 잘 하려고 하질 않는 황병익 대표였다.

그런 휴식일에 집으로 찾아온 황병익 대표였으니 나와 급하게 상의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아! 맞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 한 곳에서 차지혁 선수와 꼭 만나고 싶다며 수차례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말을 했지만, 이제는 절 찾아와서까지 꼭 좀 부탁한다면서 애원을 하는 통에…….”

황병익 대표의 눈동자엔 미안함과 난처함이 함께 들어가 있었다.

한 편으로는 얼마나 황병익 대표를 물고 늘어졌기에 저렇게까지 내 앞에서 죄인처럼 앉아 있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느 구단입니까?”

“뉴욕 양키스입니다.”

뉴욕 양키스.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단.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뉴욕 양키스라는 팀에 대해서는 들어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스포츠 구단이 바로 뉴욕 양키스다.

아주 오래전부터 뉴욕 양키스를 부를 때엔 이렇게 불렀다.

악의 제국.

최고의 선수들을 돈으로 사들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FA제도가 있던 때부터, 현재까지도 최고의 선수들만 사들이는 뉴욕 양키스의 선수단 전체 몸값은 모든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세계 최고라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오죽했으면, 몸값 500억 이하의 선수는 뉴욕 양키스 40인로스터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이적료 Top10에 올라 있는 선수 중 7명이 모두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이었다.

말 그대로 돈질에 있어서는 그 어떤 구단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가 있는 뉴욕 양키스에서 날 만나기 위해 황병익 대표를 끈질기게 괴롭힌 거다.

“제 생각에 변함은 없습니다.”

시즌 중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접촉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현재는 시즌에만 집중해야 할 때다.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구단과 이적에 대해 논의를 하며 헛된 기대나, 자만심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5년 1억 5천만 달러. 양키스 스카우트가 차지혁 선수에게 제안을 한 금액입니다. 현재 접촉을 해온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 최고 금액입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높은 금액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5년 1억 5천만 달러?

확실히 뉴욕 양키스의 돈 자랑은 나조차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 『국내편 - 074』 > 끝

ⓒ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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