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편 - 050』 >
『국내편 - 050』
《슈퍼 신인 차지혁! 한국 프로 야구 역대 최고의 데뷔전 노히트노런(no hit no run) 장식!》
『어제, 2026년 4월 11일 국내 프로 야구가 개막했다.
10개 구단이 총 135게임으로 이루어진 장기 페넌트 레이스의 첫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에서 대전 호크스는 작년 시즌 2위의 강팀 대구 블루윙즈를 상대로 2025년 후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슈퍼 고졸 신인 차지혁을 선발로 내세웠다.
고졸 신인이 개막전 선발로 등판하는 건 무려 32년 만의 일. 수많은 사람들의 불신과 걱정을 뒤로하고 개막전 선발로 당당하게 마운드에 오른 차지혁은 1회 초, 대구 블루윙즈의 1번 타자 최태수를 상대로 초구부터 자신이 어째서 개막전 선발 투수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개막전 초구로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무려 162Km를 기록한 것.
경기 시작과 동시에 차지혁 선수가 던진 이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은 국내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으로 기록 되었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고졸 신인 투수의 개막전 선발을 탐탁지 않게 지켜보던 모든 일들에게 자신의 클래스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선전 포고였다.
국내 최고의 강속구를 자랑하며 시작된 차지혁의 이날 투구는 한국 프로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대기록의 첫 걸음이었다.
국내 프로 야구 10개 구단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강팀 대구 블루윙즈를 상대로 차지혁은 8회 2아웃 상황까지 세상 모든 투수들이 꿈을 꾼다는 퍼펙트 게임(perfect game)을 이어갔다.
국내 프로 야구 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퍼펙트 게임을 고졸 신인 투수가 개막전 선발로 등판해서 8회 2아웃 상황까지 이어나간 것이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퍼펙트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4개. 당시 경기를 관람하던 1만 5천 명의 관중들은 숨소리조차 멎은 상태로 차지혁의 투구를 지켜봤다.
퍼펙트 게임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8회 2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6번 타자는 대구 블루윙즈가 사랑하는 프렌차이즈 스타 유경석. 극도로 짧게 쥔 배트로 타석에 들어선 유경석을 상대로 차지혁은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진을 잡아냈지만, 여기서 모두가 탄식을 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차지혁이 던진 컷 패스트볼이 의도치 않게 고속 슬라이더처럼 변해버리는 바람에 8이닝까지 든든하게 공을 잡아주던 황대훈의 포수 미트를 피해 뒤로 빠져버린 것이다. 헛스윙 삼진 낫아웃 상황이 벌어지자 유경석은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고, 뒤늦게 황대훈이 1루로 송구를 했지만, 비디오 판독까지 간 결과는 세이프 판정이 나며 퍼펙트 게임이 끝나고 말았다.
퍼펙트 게임이 끝난 상황에서도 차지혁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담담하게 공을 던져 7번 타자 문재설을 다시 한 번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 이닝 4개의 삼진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9이닝까지 훌륭하게 마무리를 한 차지혁은 퍼펙트 게임 대신,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며 역사에 남을 경이적인 신인 투수 데뷔전을 마쳤다.
본 기자가 직접 관람한 이날의 경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다. 특히, 이날 있었던 최고의 승부처는 8회 초, 대구 블루윙즈의 4번 타자 이규환과의 승부였다.
국내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이규환은 4번 타자라는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배트를 짧게 쥐고 타석에 서며 어떻게든 차지혁의 퍼펙트 게임을 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규환을 상대로 차지혁은 7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는데, 이 승부의 마지막 결정구로 삼은 구종과 코스가 놀라웠다.
한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고졸 신인 투수가 8회까지 퍼펙트 게임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4번 타자를 상대로 한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삼는다는 건 들어본 적도, 본적도 없는 대단한 투구였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부족했다. 마지막 결정구로 던진 공의 구속이 또 한 번 162Km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미 80개가 넘는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던 선발 투수가 이렇게 빠른 강속구를 던질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일이었다.
이날 경기 초구에 기록했던 162Km의 공과 이미 80개가 넘는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던진 162Km의 공은 같은 구속이라 하더라도 비교할 수가 없는 공이다. 세계 최대 프로 리그인 메이저리그의 에이스급 투수들이라 하더라도 보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한 경기만으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최대 약점으로 꼽았던 이닝 소화 능력과 체력적인 문제가 과연 차지혁의 약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해볼 만하다.
혹자들은 말한다. 메이저리그 DNA라는 것이 있어야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차지혁에게는 분명 메이저리그 DNA가 존재했다. 향후 몇 년 후엔 메이저리그 마운드 위에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할 차지혁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차지혁 선수가 이날 세운 기록들*
고졸 신인 투수 개막전 선발 데뷔 노히트노런 달성.
신인 투수 데뷔전 9이닝 최다 탈삼진(15개).
한 이닝 4개의 탈삼진.
국내 투수 최고 구속(162Km) 기록.
*차지혁 선수 경기 기록*
IP(이닝) : 9.
H(피안타) : 0.
R(실점) : 0.
ER(자책점) : 0.
HR(피홈런) : 0.
BB(볼넷) : 0.
HB(사구) : 0.
SO(삼진) : 15.
TBP(상대한 타자수) : 28.
NP(총 투구수) : 112.
◎ CBC 인터넷 스포츠 차동호 기자. 작성일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 나 이날 경기 TV로 봤는데, 정말 지리는 줄 알았음. 차지혁은 확실히 국내 클래스가 아님. 국내 리그에서 학살하고 다닐 놈임. 처음부터 그냥 믈브로 직행했어야 했음. 왜 국내 남아서 불쌍한 애들 괴롭히려고 하는지. ㅋ
┗ 야구에서도 양민학살자가 나올 줄이야. ㅎㄷㄷ!
┗ 야구판 호날두네 ㅋㅋㅋ
- 고졸 신인 퍼펙트 게임이었음 진짜 절대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았을 텐데!
┗ 황대훈 이 새끼는 X잡고 존나 반성해야함.
┗ 그걸로 부족하죠. 차지혁만 보면 삼보일배는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함.
┗ 차지혁 인터뷰 못 봤나요? 차지혁 스스로 컨트롤이 어긋나서 포수가 잡을 수가 없는 공이었다고 했어요. 황대훈 너무 까지 말아요.
┗ 백번 양보해서 차지혁이 컨트롤 미스났다 하더라도 베테랑 포수라면 그 정도는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평범한 경기도 아니고 퍼펙트가 눈 앞에 있었는데 말이야.
┗ 격하게 공감! 공이 두 개로 분리된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막았어야 한다고 생각!
┗ 황대훈 죽을 때까지 까이겠네. 졸 불쌍하다. ㅋㅋ
- 어제 친구놈이랑 경기장 갔다가 경기 끝나고 밤새도록 술 마셨음! 우리 대전 호크스에 이런 엄청난 에이스가 들어올 줄이야! 유혁선의 재림임!
┗ 유혁선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능력칠 봤을 때는 차지혁이 한 단계 위라고 봅니다.
┗ 고작 한 경기로 너무 성급한 거 아님? 유혁선 재림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차지혁에게는 영광일 거임.
┗ 지랄 작작 하쇼. 구속, 구위, 제구력 모두 차지혁이 훨씬 윗줄이다. 100마일 못 봤냐? 유혁선 팔 빠지게 던져도 96마일도 못 던져봤는데, 100마일하고 어따 비교를 하는 건지. 유혁선 진짜 인정하는 부분이 제구력하고 강철멘탈인데, 이것도 차지혁이 윗줄이라 생각한다. 제구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어제 8회 이규환 상대로 한복판 던지는 거 보면 진짜 차지혁 정신은 강철이 아니라 다이아멘탈이다. 결과적으로 차지혁>>>>>>>유혁선. 클래스 자체가 다르다!
┗ 제발 설레발 좀 떨지 마라. 이번 시즌 신인왕 MVP 먹으면 그때 다시 말해라.
┗ 야구 좆도 모르는 새끼가 타이틀 드립하고 있네. 내가 말하는 건 기본 스팩이 틀리다는 거잖아. BA 20-80스케일 평가 점수 찾아보고 댓글 싸질러라! ㅂㅅ아!
┗ 전문가 코스프레 작작하고 타이틀부터 따면 그때 다시 말해. 이 ㄱㅅㄲ야!
- 어제 유경석 뛰는 거 본 사람? ㅆㅂㄴ 죽기 살기로 뛰는데 달려가서 발 걸고 싶더라.
┗ 뛰는 동안 넘어지라고 기도했음 ㅠㅠ
┗ 그렇게 발바닥에 불 난 것처럼 뛸 거면 처음부터 육상 선수를 할 것이지 왜 야구를 해서는 불멸의 기록을 가로 막았는지. 어제 세이프 되는 거 보면 진짜 짜증나서 욕이 절로 나왔지.
┗ 염병할 낫아웃! 이 ㅂㅅ같은 룰은 왜 있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 낫아웃 좀 삭제하자! 기록으로도 엄연히 삼진으로 기록되는데 왜 출루를 하는 거야! 진짜 거지 같은 룰!
- 앞으로 차지혁 선발 나오는 경기는 무조건 치맥부터 시켜놓고 본다.
┗ 차지혁 선발 나오는 날 치킨집 바쁘겠네. ㅋㅋ
- 차지혁 선발 경기 흠. 잘 보긴 했는데 글쎄? 앞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야구는 투수가 유리한 스포츠고, 차지혁처럼 완전 생짜가 등판하면 타자들은 불리한 싸움을 해야만 합니다. 신인 투수들 반짝 하다가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 시즌 전반기는 두고 봐야 진짜 클래스가 다른 투수인지, 그냥 스팩 좀 뛰어난 투수인지 알 수 있습니다.
┗ 여기 또 전문가 한 분 오셨네. 방 구석에서 이러지 말고 취직부터 하시죠?
┗ 불 났는데 그게 꺼질까? 번질까? 두고 봐야 아는 건가? 스팩이 곧 클래스라는 걸 모르네. 차지혁 올해 신인상은 예약 걸어 뒀고, MVP는 대전 호크스 타자들이 얼마나 잘 해주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력한 후보인 건 분명한 사실.
“하하하하! 역시 차지혁 선수는 해낼 줄 알았습니다!”
황병익 대표의 얼굴이 밝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에서도 내 자료를 요구하는 요청이 엄청나게 쇄도했기 때문이다.
이적 협상의 첫 번째 단계라 보면 된다.
바이아웃 금액이 350억이니 메이저리그 구단이라면 그렇게 부담스러운 액수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너도나도 찔러볼 수 있는 돈이란 뜻이고, 자연히 경쟁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황병익 대표로서는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으니 그만큼 좋은 계약 조건을 성사시키며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한 경기 했을 뿐입니다.”
아버지의 말에 나 역시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한 경기했을 뿐이다.
기록적인 프로 데뷔전을 만들긴 했지만, 한 경기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들을 생각하면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프로 경기를 통해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첫 번째로 단조로운 구종이 약점으로 드러났다.
포심 패스트볼, 파워 커브, 컷 패스트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다.
데뷔전은 말 그대로 최상의 컨디션이었기에 노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일 뿐, 평소의 컨디션이었다면 절대 가능하지 못했을 일이다.
최소한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체인지업이라도 먼저 다듬어야만 했다.
두 번째로 제구력을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데뷔전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인해 손가락 끝에서 제대로 긁히는 공으로 인해 평소보다 정교하게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런 날은 절대 흔하지 않다.
칼날 같은 제구력을 갖춰야 진짜 언제든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
세 번째로 체력이 부족했다.
확실히 70구가 넘어가면서부터 힘이 빠졌다.
체력을 더 기르지 않으면 선발 투수로서의 가치가 하락 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타자와의 수 싸움이 미숙했다.
데뷔전에서는 말 그대로 구위로 타자를 상대했을 뿐, 허를 찌르는 영리한 투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신인 투수로서 팀 베테랑 포수의 리드를 따르는 건 당연하지만,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타자와의 심리적 대결에서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반대로 말하면 그 동안 너무 구위로만 타자를 상대했다는 단점이 언제고 내 발목을 단단하게 붙잡고 늘어질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힘이 펄펄 나는 젊은 시절에야 지금이 구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구위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진다. 그때가서 타자와의 수 싸움을 해봐야 이미 늦은 상황이라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조금도 쉽게 투구를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미리미리 대비해야만 했다.
“참 한결 같으십니다.”
황병익 대표의 말에 아버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광고 계약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의뢰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차지혁 선수가 프로에서도 확실하게 통한다는 생각이 확고부동해졌는지 미리 CF 계약을 선점해두려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대다수의 방송사와 스포츠 신문, 잡지사에서도 밀착 취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버지는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결정권을 넘겼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되도록 간섭을 하지 않으려는 아버지였다.
“광고는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취재는… 여러 가지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실, 광고 단가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에 당장 하는 건 저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취재는 협의를 해서 훈련이나 게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맞춰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다 사인 좀 해주십시오.”
황병익 대표가 내미는 깨끗한 야구공을 바라보니 그가 빙긋 웃었다.
“생각해보니 차지혁 선수의 사인볼 하나도 없더군요. 하나 정도는 저도 집에 장식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하며 황병익 대표는 거실 한 켠을 바라봤다.
통 유리로 만들어진 제법 고급스러운 실내 장식장에는 몇 개의 공과 트로피 등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하나, 둘 아버지가 소중히 모아놓고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 공들은 하나 같이 개인 유리 케이스에 잘 담겨져 있었다.
첫 승리 기념구, 퍼펙트 게임구, 노히트노런구까지 매일 같이 아버지는 트로피와 공이 담겨 있는 유리 케이스를 꺼내 깨끗하게 닦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중 특히 조금 더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담겨 있는 야구공이 하나 있었다.
프로 데뷔전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터를 잡았던 공이다.
2026년 4월 11일 프로 데뷔 개막전 노히트노런 달성.
생에 두 번 다시 가질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기념구다.
< 『국내편 - 050』 > 끝
ⓒ 독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