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마일-49화 (49/221)

< 『국내편 - 049』 >

『국내편 - 049』

두 개의 선이 교차했다.

투수 마운드에서 포수의 미트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선 하나.

홈플레이트 위에 공간을 가르며 생겨난 사선 하나.

부- 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뒤늦게 나왔다.

퍼- 어엉!

고요했던 한밭 야구장 전체의 정적을 깨트리는 미트 파열음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포수 미트를 끼고 있는 왼손을 쭉 뻗은 황대훈 선배의 팔이 움찔거렸다.

“스, 스윙! 타자 아아아웃!”

펄펄 뛰는 수산시장의 활어처럼 포수 뒤에서 격렬하게 제스처를 취하는 주심.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귀가 먹먹할 정도의 엄청난 함성이 한밭 야구장을 뒤흔들었다.

이규환은 넋이 나간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헛바람을 툭 내뱉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분한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4번 타자의 자존심마저 버리고 배트를 짧게 쥐고 타석에 섰을 때의 비장감 넘치던 모습을 생각하면 삼진으로 인한 극도의 분노심과 상실감을 느껴야 할 이규환이었지만, 그는 담담하게 더그아웃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팀의 4번 타자로서 삼진을 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

이규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난 후에야 전광판을 확인했다.

오늘 내가 던진 최고의 공.

그 공의 구속이 궁금했다.

전광판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3개의 숫자.

162KM.

오늘 경기 처음으로 던졌던 공과 같은 구속이었다.

힘이 빠진 건가?

분명 더 빠를 거라 여겼기에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내 이런 실망스러움과 다르게 야구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차지혁! 차지혁! 차지혁! 차지혁! 차지혁!

내 이름을 광신도들처럼 외쳐 부르는 관중들의 하나 된 목소리가 8회까지 쌓인 피로감을 녹여내는 것만 같았다.

온 몸에 힘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처럼 상쾌했고, 든든했다.

거센 파도처럼 이어지던 응원의 목소리가 대구 블루윙즈 5번 타자 애덤 코든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거짓말처럼 멈췄다.

고요했다.

물방울이 떨어지면 그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적에 휩싸였다.

관중들도 알고 있다.

지금은 퍼펙트 게임을 진행 중이다.

6회부터 관중들은 내 투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쥐 죽은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방금 열광적인 응원은 오늘 게임에 있어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멋진 정면 승부였고, 8회에 또 한 번 불 같은 강속구를 던졌기에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함성이었다.

이제는 다시 조용히 응원을 시작했다.

관중들 중엔 침 넘어가는 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을까 조심하는 이들도 보였고, 최고의 명장면을 놓칠까 싶어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고 참는 이들도 있을 거다.

아름다운 여성 팬들은 두 손을 꼭 잡고 응원했고, 신나게 맥주를 들이키며 치킨을 먹던 남성 팬들도 맥주 김이 풀풀 날아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마운드 위에 담담하게 서 있는 나만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안다.

여기서 퍼펙트가 깨진다하더라도 어째서 나를 슈퍼 루키라 부르는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왜 수천만 달러의 돈 보따리를 풀면서까지 계약을 하려고 했는지, 백유홍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내세웠는지 확실하게 안다.

타석에 들어선 애덤 코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8회에도 100마일의 공을 던지는 선발 투수.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쉽지 않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그 정도의 선발 투수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애덤 코든은 누구보다 잘 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 스스로의 경험이다.

메이저리그의 무대에 서 봤던 자신의 경험과 마이너리그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화려한 스타들의 이야기.

퍼엉!

“스트라이크!”

몸 쪽 포심 패스트볼.

애덤 코든은 꽉 차게 들어오는 몸 쪽 포심 패스트볼에 한숨을 쉬고는 타석에서 물러났다.

이 승부는 뻔했다.

애덤 코든은 이규환이 삼진을 당하는 순간 위축되고 말았다.

내 구위에 기가 질렸고, 대전 호크스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퍼펙트 게임을 바라는 뜨거운 염원에 완전히 기세가 꺾였다.

국내 선수라면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퍼펙트를 깨려고 하겠지만, 용병인 애덤 코든의 입장에서 퍼펙트를 깬다?

‘부담스럽겠지.’

그것도 아주,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거다.

한국 프로 야구사에 한 번도 없었던 퍼펙트 게임인데 그걸 외국 용병이 깨버린다?

한국 생활이 굉장히 괴로워진다.

같은 한국 선수라면 괜찮을지 몰라도 외국인이 퍼펙트 게임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면 일부 극성스런 팬들의 원성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거다.

더 까놓고 말해서 지금은 대구 블루윙즈 팬들을 제외하면 모든 야구팬들이 퍼펙트 게임을 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어차피 타 구단 팬들이야 자신이 응원하는 팀만 아니면 그만이라 여길 테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나를 응원할 거다.

이런 걸 모를 애덤 코든이 아니다.

차라리 삼진을 당하고 물러나는 게 훨씬 마음 편안한 애덤 코든이었다.

부웅!

“스윙! 타자 아웃!”

헛스윙을 하고 물러나면서도 딱히 분한 표정이 아닌 애덤 코든과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내지르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관중들의 모습이 참 재밌게 보였다.

고요함 속에 움직이는 이들이라고는 삼진을 하나 잡을 때마다 정성껏 잔디 위에 플라스틱 판넬을 세우는 이들 뿐이었다.

어느덧 12개.

신인 데뷔전 탈삼진 기록은 이규환 타석에서부터 깼다.

이제는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마다 기록이 새로 경신이 된다.

기록이라는 건 결국 깨지기 위해 생겨나는 것이기에 탈삼진 개수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중요한 건 퍼펙트다.

퍼펙트라는 기록은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이다.

누군가 또 다시 퍼펙트를 한다 하더라도 타이기록으로 남을 뿐,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빛난다.

8회 마지막 언덕이 타석에 들어섰다.

애덤 코든이 스스로 맥없이 물러났다면, 유경석은 정반대다.

반드시 퍼펙트 기록을 깨트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짧게 잡은 배트와 잔뜩 웅크린 자세는 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고 타격에 임하겠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몇 개의 공을 던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대략 90개 정도는 된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손바닥 위에서 로진백을 툭툭 던지고는 바닥에 내려놨다.

백색 가루가 손 전체에 묻어났다.

가볍게 바람을 불어 일부를 털어내곤 야구공을 쥐었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았다.

유경석을 상대로 1구는 포심 패스트볼로 무릎을 지나쳐 들어가는 낮은 쪽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낮은 볼을 제대로 칠 수 없다.

특이하게도 낮은 볼을 잘 치는 타자들도 있지만, 대다수 낮은 볼은 제대로 된 타격이 어렵다.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눈 뜨고 삼진을 당할 처지가 아니고서야 괜히 낮은 볼을 건드려 땅볼이나, 뜬공으로 범타 처리되려고 하질 않는다.

1스트라이크 상태에서 황대훈 선배는 타자의 눈에 쏙 들어오는 높은 볼을 요구했다.

낮게 깔리는 공 다음에 높은 공은 자연스러운 투구 패턴이지만,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장 위험한 공이 바로 어중간한 높이의 공이다.

힘이 없는 타자라도 단번에 펜스를 넘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퍼엉!

배트가 나오다 멈췄다.

황대훈 선배가 재빨리 1루심을 바라봤다.

1루심은 고민 없이 양팔을 옆으로 벌렸다.

배트가 완전히 돌아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건 곧 스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경석은 당연하다는 듯 타석에서 벗어나 세 차례 배트를 허공에 휘둘렀다.

그도 잘 안다.

자신이 여기서 아웃 당하면 9회 7, 8, 9번 타자들이 살아나갈 확률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유경석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퍼펙트 게임을 막고 싶을 거다.

1스트라이크 1볼 상황에서 황대훈 선배와 내가 선택한 공은 오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준 바깥쪽 컷 패스트볼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상당히 많이 던진 공이지만, 타자 한 명 당 2~3개 이상 던지지 않았기에 관중들 입장에서는 또 바깥쪽 컷 패스트볼인가 싶지만,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치기 까다로운 공으로 공포를 선사한다.

퍼엉!

“스트라이크!”

유경석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카운트가 불리해졌다.

아마 오늘 경기가 끝나면 모두가 놀랄 거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스트라이크를 쑤셔 넣는 게 아니라 스트라이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스타일이라는 걸 깨달으면 경악을 하겠지.

매 게임 이런 말도 안 되는 제구력과 구위를 선보일 순 없다.

오늘은 최상의 컨디션이고, 소위 투수들에게 1년에 몇 번 없다는 제대로 긁히는 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건 최상의 컨디션과 긁히는 날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의 피칭을 보인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스팩이 따라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2스트라이크 1볼 상황.

무엇을 던질 것인가?

황대훈 선배는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 존을 공 하나 정도 빼는 포심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타자의 눈에 들어오는 높은 볼에 바깥쪽 코스는 확실히 유인구로서 훌륭하다.

사인 그대로 포수 미트가 머문 자리를 향해 힘껏 던졌다.

틱!

배트를 끌어내는 건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끝에 살짝 걸리며 파울이 되고 말았다.

5구로 선택한 구종은 파워 커브, 홈플레이트 앞에서 원만하게 휘어지는 공을 유경석은 이번에도 커트를 해냈다.

8회를 막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또 다시 악력에서 차이가 났다.

1회, 2회 초만 하더라도 파워 커브의 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휘어졌었다.

악력과 손목 힘이 빠졌다는 게 방금 공으로 증명이 됐다.

6구는 몸 쪽을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이었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살짝 아래로 떨어지면서 제구가 흔들렸다.

“볼!”

포수가 던져주는 공을 받아들고 다시 로진백을 만지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턱선을 타고 흘러내는 땀방울을 글러브로 훔쳐내고는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섰다.

7구로 다시 한 번 파워 커브를 던졌는데, 조금 전 휘어지던 각이 너무 적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 홈플레이트 생각보다 너무 아래로 떨어지며 바운드 되는 볼이 되고 말았다.

2스트라이크 3볼.

풀 카운트까지 왔다.

다시 한 번 한 가운데 온 힘을 다한 포심 패스트볼?

그럴 수 없다.

힘이 너무 떨어졌고, 무엇보다 제구가 완전히 어긋나버리면 그대로 포볼이 된다.

퍼펙트가 깨질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갖고 공을 던질 순 없다.

유도해야 한다.

어떻게든 땅볼이든, 뜬공을 유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 구종 밖에 없다.

컷 패스트볼이다.

포심 패스트볼, 파워 커브, 컷 패스트볼.

고작 한 경기 뿐인데, 3가지 구종만으로는 힘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체인지업과 투심 패스트볼을 가다듬어야 할 이유와 의욕이 샘솟았다.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황대훈 선배에게 사인을 보냈다.

컷 패스트볼을 던지겠다는 사인을 보냈고, 포수 마스크가 위 아래로 작게 움직였다.

볼은 안 된다.

무조건 스트라이크 존에 넣어야 한다.

유경석의 배트가 움직이지 않아도 아웃 처리가 될 수 있는 공.

그러면서도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코스.

몸 쪽이 가장 효과적이다.

쇄애애액.

‘아!’

손 끝에 채인 공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게 느껴졌다.

위험하다.

머릿속에 경고등이 요란하게 울렸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공을 향해 유경석의 배트가 움직였다.

짐작했겠지.

퍼펙트 게임 중인 투수가 풀 카운트 접전에서 볼을 던진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차라리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꽉 채우는 공이 낫다.

더욱이 나처럼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랜 경험으로 유경석은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부- 웅!

컷 패스트볼의 각이 지금까지와 다르게 훨씬 더 꺾여 들어갔다.

배트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유경석의 몸 쪽으로 확 꺾여 들어갔다.

컷 패스트볼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구종이 되어버렸다.

슬라이더? 굳이 맞는 구종을 끼워 넣자면 고속 슬라이더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컷 패스트볼에서 고속 슬라이더로 변한 공이 유경석의 배트를 피하고, 덤으로 황대훈 선배의 포수 미트까지도 피해서 뒤로 빠졌다는 사실이다.

“낫아웃! 뛰어!”

대구 블루윙즈 더그아웃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유경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1루를 향해서 내달렸다.

황대훈 선배가 마스크를 집어 던지며 공을 줍기 위해 몸을 돌렸다.

유경석이 절반 쯤 달려왔을 때, 황대훈 선배가 공을 집어 들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를 악물고 1루수 장태훈 선배를 향해 있는 힘껏 송구를 하는 황대훈 선배의 표정이 안쓰럽게까지 느껴졌다.

펑!

유경석이 베이스를 밟고, 장태훈 선배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오는 게 동시에 이뤄졌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모든 선수, 관중들의 시선이 1루심에게 집중됐다.

1루심은 굳은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한 단어.

퍼펙트.

“아, 아웃!”

1루심의 판정에 대구 블루윙즈의 박태인 감독이 성난 들소처럼 달려 나왔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심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미안하다.”

황대훈 선배가 나에게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잘 못 던졌습니다.”

컷 패스트볼이었다면 황대훈 선배가 놓칠 일이 없었을 거다.

물론, 그 전에 유경석의 배트에 맞아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났을 테고, 황대훈 선배는 이 문제에 있어서 완전하게 논외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컷 패스트볼이 고속 슬라이더처럼 변해버렸고, 타자의 헛스윙과 맞물려 몸 쪽으로 깊이 파고들어 포수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내 말에 황대훈 선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심판진만 간절한 얼굴로 바라봤다.

아웃이냐, 세이프냐.

이 판정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시간은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 지루하다는 표정 따윈 없었다.

보통 비디오 판독을 할 때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고, 판정이 나왔다.

“세이프.”

1루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서 있던 유경석이 양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대구 블루윙즈 더그아웃과 3루 쪽 원정팬들도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반면, 대전 호크스 더그아웃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고, 관중석의 팬들이 심판의 판정에 야유를 내지르며 항의를 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까지 마친 이상 오심이 나올 수가 없었다.

결과에 승복을 해야만 한다.

“…미안하다.”

황대훈 선배는 곧 죽을 사람처럼 날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잘 못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퍼펙트는 깨졌지만, 노히트가 남았으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모자를 벗어 살짝 고개를 숙이자 황대훈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어떻게든 노히트만큼은 지킬 수 있도록 온 몸을 다해서 네 공을 받아 줄 테니 마음껏 던져라.”

퍼펙트는 깨졌지만, 노히트가 남았다.

그리고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악!

높이 뜬 공.

중견수 김추곤 선배가 양팔을 좌우로 휘저으며 자신의 볼이라고 소리쳤다.

공은 그대로 천천히 떨어지며 글러브 속으로 안정적으로 들어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하늘과 땅을 흔들어 놓을 것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내외야 수비수들과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올 준비를 마친 모든 선수들과 코치들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백유홍 감독은 쉬지 않고 박수를 쳐주었다.

고졸 신인 선수의 선발 등판 개막 데뷔전.

노히트 노런 달성.

강렬한 데뷔전이 그렇게 끝이 났다.

< 『국내편 - 049』 > 끝

ⓒ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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