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편 - 037』 >
『국내편 - 037』
“이거… 친선경기 맞지?”
키와구치의 말에 차동호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기력에 자신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하나 같이 붕어빵틀에서 찍어낸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친선경기다.
대전 호크스는 일본까지 동계훈련을 와서 그 동안의 훈련 성과가 어떤가 점검하는 것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진 경기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경기를 갖는 중이다.
주니치 드래건즈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일부러 한국 프로 리그에서도 하위권을 맴도는 대전 호크스를 상대로 경기를 잡은 거다.
친선경기에 승패가 무슨 의미가 있냐 싶지만, 한일전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비공식 친선경기라 하더라도 자존심 싸움이 된다.
물론, 오늘의 경기는 충분히 승패가 예상 가능한 경기였다.
일본 프로 리그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주니치 드래건즈에게 대전 호크스는 상대로서의 무게감이 확실히 떨어졌다.
그랬기에 처음 선발 라인업도 1.5군 정도로 꾸렸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대전 호크스를 상대로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오타리와 감독 표정이 정말 궁금하군!”
키와구치가 히죽거렸다.
주니치 드래건즈를 강팀으로 확실하게 만들어 놓은 오타리와 감독은 이미 명장이라 불리고 있었다.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지만, 그들을 다스리며 팀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감독의 능력이니 오타리와 감독은 일본 프로 야구계에서는 충분히 명장으로 대접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오타리와 감독이 왜?”
“오늘 라인업이 갑자기 베스트로 변경된 이유를 생각해봐.”
“이유?”
차동호는 키와구치에게 대답을 구하기보단 스스로 생각을 했다.
스포츠 기자, 그것도 야구 전문 기자로서 이 정도는 혼자 생각해봐야 한다.
1.5군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던 라인업을 베스트로 변경했다.
어째서?
그 원인부터 찾아야 하고 그로 인해 얻을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퍼- 엉!
“스윙! 아웃!”
분한 얼굴로 타석에 서서 마운드 위의 투수를 노려보는 주니치 드래건즈의 3번 타자 신카이 진.
차동호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마운드 위로 옮겨졌다.
아직은 앳된 얼굴의 어린 투수가 태연하게 로진백을 손바닥 위에서 툭툭 던지고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홈런왕 야마구치 타카시에게 밀려 3번을 치고 있지만, 한 때 일본 대표 타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던 신카이 진을 2타석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대전 호크스의 신인 투수 차지혁은 차동호의 가슴까지 뿌듯하게 만들었다.
외국에 나오면 없던 애국심도 발휘하는데, 스포츠까지 결부되니 주니치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마다 환호성이 터지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차지혁 때문이군.”
키와구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인인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오타리와 감독은 대전 호크스의 선발 투수로 차지혁이 마운드에 오른다는 사실에 그를 완전히 찍어 누를 심산이었을 거네. 자네도 알다시피 오타리와 감독의 애국심이 좀 유별난 편 아닌가? 하하하.”
‘유별난 게 아니라 골수까지 극우 성향인 인간이지.’
이걸로 확실해졌다.
오타리와 감독은 아직 어린 차지혁이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 에이스라는 사실을 알기에 이번 기회에 완전히 짓밟아 버릴 생각이었던 거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많은 선수들이 한 번 트라우마에 빠지면 쉽게 벗어나기 힘든데 오타리와 감독은 차지혁에게 일본에 대한 공포증을 심어주려고 작정한 거다.
더불어 주니치 선수들에 대해서도 차기 한국 에이스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신감도 넣고 말이다.
그런데 오타리와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키와구치 말처럼 완전 똥 씹은 표정이겠군! 얼굴 한 번 보고 싶군, 망할 노인네!’
차동호는 주니치의 4번 타자 야마구치 타카시를 상대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공을 던지는 차지혁을 향해 열렬하게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일본인들만 아니라면 분명히 그랬을 거다. 아니, 키와구치의 일행으로 조용히 경기 관람만 하고 가야 하는 입장만 아니었다면 수백, 수천 명의 일본인들이 있다 하더라도 차지혁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을 거다.
이 경기의 결말을 자신의 눈으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인해 차동호는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억지로 의자에 붙이고 있는 상태였다.
부- 웅!
퍼- 엉!
“스윙! 삼진 아웃!”
높은 볼에 방망이를 휘두르며 일본 대표 홈런 타자 야마구치 타카시가 꼴사납게 삼진을 당했다.
화가 나는지 배트로 홈플레이트를 내려쳤고, 배트가 부러졌다.
주심이 비매너적이고, 과격한 행동에 경고를 줬지만, 야마구치 타카시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차지혁의 모습만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차동호는 재빨리 테블릿pc 기록표를 수정했다.
차지혁.
기록일 : 2026년 2월 4일.
상대팀 : 주니치 드래건즈.
IP(이닝) : 4.
H(피안타) : 1.
R(실점) : 0.
ER(자책점) : 0.
HR(피홈런) : 0.
BB(볼넷) : 0.
HB(사구) : 0.
SO(삼진) : 10.
TBP(상대한 타자수) : 13.
NP(총 투구수) : 46.
차동호는 자신이 작성한 기록표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곁에 앉아 있던 키와구치도 슬쩍 기록표를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고졸 신인 루키가 주니치의 베스트 라인업을 상대로 4이닝 1피안타 10탈삼진이라니! 니노마에 류지도 이 정도는 해주겠지.”
“글쎄.”
차동호는 묘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아시아 넘버원 투수라 불리는 니노마에 류지, 일본 차기 에이스가 확실한 괴물 투수로 2025년 해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뉴욕 메츠와 6년 4700만 달러라는 대박 계약을 성사시킨 슈퍼 루키다.
차지혁과 항상 비교를 하면서도 일본 고교 리그가 한국보다 수준 위라는 이유 하나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니노마에 류지는 일본의 자랑이다.
“니노마에 류지도 분명 차지혁만큼은 던졌을 거야. 분명히!”
오타리와 감독에 대해서 말을 때와는 전혀 다른 자부심이 가득한 키와구치였다.
구태여 이런 자리에서 니노마에 류지가 낫다, 차지혁이 낫다 의견 대립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차동호는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니노마에 류지가 뉴욕 메츠와 대박 계약을 맺은 슈퍼 루키라 하더라도 어쨌든 현재 주니치 타선을 처참하게 압살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차기 한국 에이스 차지혁이다.
‘오늘 경기만 봐도 확실해! 대전 호크스는 정말 대박 계약을 맺은 거야!’
계약 총액 42억에 3년 계약을 맺은 대전 호크스다.
350억이라는 바이아웃 조항과 이적료 25%를 선수에게 지급하는 조건이 한국 프로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시키기는 했지만, 차동호는 솔직히 대전 호크스와 차지혁 선수 양쪽이 윈윈하는 계약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생각이 무너졌다.
지금 차지혁이 보여주는 피칭 내용이 국내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면 대전 호크스는 당장 내년에라도 350억에 차지혁을 해외로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대전 호크스가 차지혁에게 실질적으로 지급하게 되는 돈은 계약금 30억에 연봉 2억뿐이다.
물론, 차지혁을 일찍 해외로 보내는 건 대전 호크스 입장에서 적지 않은 손해다.
하지만, 지금 차지혁이 보여주고 있는 피칭은 국내 타자들에게도 언터처블(untouchable)이고 그건 곧 대전 호크스의 승리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건 곧 팀 승률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이고, 당연히 대전 호크스의 승수가 쌓이며 순위가 올라간다.
거기에 차지혁이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는 홈, 원정을 떠나 만원사례가 이어질 것이 뻔했고, 관련 상품은 날개 달린 듯 팔려 나갈 거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영웅을 원하고, 그건 곧 구단 입장에서 수익으로 환산되어 재정을 풍족하게 쌓아준다.
고작 1년 활약한다 하더라도 신인 선수가 압도적인 모습으로 리그를 평정한다면?
‘그 어떤 슈퍼 스타도 그 앞에선 빛을 잃게 되지!’
충분하다.
단 1년만이라도 대전 호크스는 차지혁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충분하다 못해 넘쳐날 것이다.
만약, 이런 모든 걸 대전 호크스에서 계산에 넣어두고 차지혁과 계약을 한 거라면 정말 대단한 거다.
‘김태열 팀장이라면… 어쩌면 이런 계산까지 머릿속에 넣었을지 모르겠군.’
재밌는 상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대전 호크스의 공격이 무기력하게 끝나버렸다.
“마츠 타카야도 대단하군.”
“당연하지. 대전 호크스 타선으로는 솔직히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지.”
키와구치의 음성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차동호도 마츠 타카야에 대해서는 딱히 반발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우선 보여주는 투구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국내 무대에서도 물방망이로 유명한 대전 호크스의 타선이 일본 에이스라 불리는 마츠 타카야를 공략한다?
‘쉽지 않지.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마츠 타카야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낸 타자는… 장태훈 한 사람 뿐이군.’
5이닝 동안 1피안타, 10탈삼진.
삼진수가 차지혁에 비해 적을 뿐, 투구 내용은 아주 훌륭했다.
투구수도 52개로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완투 가능성이 컸다.
“오늘 경기가 이렇게 숨 막히는 투수전이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키와구치의 말대로다.
마츠 타카야가 선발로 나온 이상 대전 호크스의 타선을 완전히 봉쇄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 일었지만, 차지혁이 주니치 드래건즈의 타선을 꽁꽁 묶어 버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베스트 라인업을 내세운 오타리와 감독이나, 백유홍 감독이나 마찬가지일 거다.
5회 말 주니치 드래건즈의 타선은 5번 카자마 유야, 6번 사와타리 준타, 7번 미우라 순스케로 이어졌다.
3구, 5구, 4구.
차지혁은 5회 말 12개의 공만으로 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특히, 5번 타자 카자마 유야에게 스트라이크 존 위, 아래를 넘나들며 파워 커브만으로 루킹 삼진 시켜버린 차지혁의 공격적인 피칭 내용은 실력 뿐만 아니라 배짱에 있어서도 고졸 신인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오늘 경기 투구 내용만 본다면 정말… 멋진 투수군.”
“완벽하지.”
키와구치의 말에 차동호가 말을 이었다.
단순히 멋지기만 한 게 아니라, 완벽하다.
지금의 모습은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최고의 투수였다.
구위, 제구력, 배짱까지 부족하다 싶은 부분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온 몸이 흥분됐다.
‘당장이라도 이런 완벽한 투구 내용을 기사로 쓰고 싶다!’
손이 근질거렸다.
머릿속에선 오랜만에 쓰고 싶은 말들이 쉬지 않고 흘러 다녔다.
하지만, 오늘 경기 내용을 기사로 쓸 순 없었다.
주니치 드래건즈에서 기사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경기 관람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비공식이라 하더라도 이런 멋진 기사가 알려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차동호는 너무나 아쉬웠다.
따- 악!
하늘 높이 떠올라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타구에 키와구치가 제 머리카락을 부여잡았다.
“아아…!”
불끈!
차동호는 오른손 주먹을 꽉 쥐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타구는 순식간에 펜스를 넘겨버렸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마츠 타카야는 오른손을 쥐락펴락하며 고개를 흔들었고, 홈런을 때린 대전 호크스의 타자는 여유롭게 베이스를 돌았다.
‘장태훈! 차지혁에 장태훈까지 살아난다면… 올 시즌 대전 호크스는 예측 불허다!’
먹튀 소리를 듣고 있는 장태훈이지만, 이적 이전까지의 기록은 무시무시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군침을 흘릴 정도의 타격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메이저리그가 아닌 대전 호크스로 이적했는지, 성적은 왜 바닥으로까지 떨어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지만, 차동호는 알고 있었다.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건가?’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고속 슬라이더를 제대로 밀어 친 장태훈이었다.
이적 이후, 밀어치는 타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장태훈이 예전 전성기 때처럼 타구를 완벽하게 밀어쳤다는 건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로 봐도 좋았다.
고작 한 타석뿐이라 섣부르게 판단을 내릴 순 없겠지만, 이전 타석에서도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어 냈으니 좋은 징조라 여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장태훈에게 의외의 홈런을 맞은 마츠 타카야였지만, 이후 타자들을 땅볼과 뜬공, 삼진으로 잡아내며 6회 초를 마무리했다.
“마츠 타카야는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않겠군.”
차동호도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마츠 타카야가 아이싱을 하는 걸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숨 막히던 투수전에서 먼저 실점을 한 마츠 타카야를 더 이상 마운드에 올릴 이유가 없었다.
정식 경기도 아닌 고작 친선 경기에 에이스 무리하게 마운드에 올린다면 감독으로서의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 봐도 좋았으니까.
“차지혁도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겠군.”
“그렇겠지.”
차지혁은 6회 말 주니치 드래건즈의 타선을 상대로 8번 타자 토모히 켄지를 삼진으로 잡고, 9번 타자 우츠이 코타의 기습 번트를 안정적인 수비로 잡아내고, 1번 타자 키타카와 토나메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차지혁 역시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아이싱을 시작했다.
차지혁.
기록일 : 2026년 2월 4일.
상대팀 : 주니치 드래건즈.
IP(이닝) : 6.
H(피안타) : 1.
R(실점) : 0.
ER(자책점) : 0.
HR(피홈런) : 0.
BB(볼넷) : 0.
HB(사구) : 0.
SO(삼진) : 15.
TBP(상대한 타자수) : 19.
NP(총 투구수) : 71.
“휴우~ 정말 대단하군!”
차동호는 차지혁의 기록을 확인하며 웃음을 흘렸다.
“아!”
기록을 확인하던 차동호는 기록표 아래에 짤막하게 메모를 했다.
당일 최고 구속 161Km.
20살.
미국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따지면 18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가 정확하게 100마일의 공을 던졌다. 무엇보다 포수 미트에서 들렸던 파열음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똑똑히 들려주고 있었다.
100마일의 공을 던질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그 투수는 엄청난 관심을 받는다.
심지어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좌완투수다.
국내 역사에 남을 정통 좌완 파이어볼러가 나타났다.
“난리가 나겠군.”
입단부터 시끄러운 소란을 만들어 낸 차지혁이 대전 호크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날, 대한민국이 들썩일 거라고 장담하는 차동호였다.
“차지혁의 바이아웃 금액이 얼마라고 했었지?”
키와구치의 물음에 차동호가 피식 웃었다.
“350억.”
“하… 내가 요미우리 단장이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당장 차지혁 이적에 뛰어들 텐데!”
“아무리 요미우리가 돈이 많아도 스팩만으로 한 선수에게 350억을 쉽게 쓸 수는 없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차지혁의 리그 성적을 확인하고 이적에 뛰어들겠지. 문제는 요미우리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제안해도 차지혁이 일본으로 올 가능성이 없다는 거 아니겠나?”
요미우리라면 350억 정도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가 지갑을 열 시점이라면 미국 메이저리그의 많은 구단들도 동시에 지갑을 열게 되니 차지혁이 미국이 아닌 일본으로 갈 가능성은 사실상 0%라고 해도 틀린 예측이 아닐 거다.
“남들보다 먼저 발견해야 보물을 차지할 수 있는 건데!”
키와구치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오늘 경기를 각 구단 관계자들이 지켜봤다 하더라도 당장 대전 호크스에 350억을 제시하며 차지혁 이적을 협상하려고 하는 구단은 없을 거다.
고작 한 경기일 뿐이다.
이미 차지혁의 스팩 자체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경기력에 대해서는 한 경기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비시즌 기간이다.
주니치 타자들이 제 기량을 발휘했다고 판단하기 힘들다.
비시즌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타자보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조금 더 우위에 선다.
다시 말해 차지혁의 경기력은 본격적으로 시즌이 시작돼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쨌든 올해 한국 경기 아니, 차지혁 선수의 경기는 꼭 챙겨봐야겠군. 정말 멋진 투수야.”
솔직한 키와구치의 감탄에 차동호의 어깨가 괜히 으쓱해졌다.
“한국의 에이스지!”
오늘 경기만 본다면야, 차지혁은 국내 그 어떤 투수들보다 뛰어났다.
경기의 내용을 기사로 쓸 수 없어 회사로 돌아가면 부장에게 엄청나게 깨지겠지만, 차동호는 그래도 좋았다.
이런 멋진 경기를 자신의 두 눈으로 관람했으니 말이다.
< 『국내편 - 03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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