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편 - 025』 >
『국내편 - 025』
차지혁 - 좌투수.
[2007년 10월 16일 - 좌투우타] [191cm - 87kg]
2025년 드래프트 신인 등록 선수. 작성자 : 최경환.
Background(배경, 경력).
경진 초등학교, 명성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석 고등학교에 입학, 2026년 졸업 예정 중인 차지혁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완벽한 고교 투수로 확고하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일석 고교 2학년 시절 78회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17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과 함께 퍼펙트를 달성하며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으며, 79회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며 대회 2연속 최우수선수상을 수상. 같은 해 80회 청룡기, 59회 대통령배, 52회 봉황기에서도 모두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며 역대 고교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Scouting Report(스카우트 보고서).
좋은 체격 조건과 더불어 운동 능력이 탁월하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온 훈련으로 인해 고교생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이상적인 신체를 갖추고 있으며, 체력 또한 뛰어난 것으로 판단한다.
2025년 ESPN 유망주 평가에서 해외 선수 3위에 선정되었으며, BA 유망주 평가에서는 전체 선수 15위에 선정되었다. 해외 드래프트 시장에 진출시 1라운드 15~16위로 전망하고 있다.
최고 구속 156Km의 패스트볼과 153Km의 컷 패스트볼, 135Km의 파워 커브는 BA 구종 평가 20-80스케일에서 각각 패스트볼 65점, 컷 패스트볼 55점, 파워 커브 55점을 받음으로써 모든 구종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고 극찬을 받아냈다.
일부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커맨드(command; 운영 능력과 제구력)와 스터프(stuff; 구속을 포함한 구위)가 2025년 신인 드래프트 아시아 선수 중 최고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대 장점으로는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편안한 강속구가 꼽혔으며, 최대 단점으로는 내구성과 이닝 소화 능력이 문제시되고 있다.
최소 1년 이상 마이너 생활로 확실하게 성장을 마친 후, 2년 내에 메이저리그 2선발 내지는 3선발의 한 자리는 무리 없이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배우지 않는 이상 제1선발 에이스로서의 성장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The Future(전망).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강속구와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보기 드문 투수로서 어느 팀에 가더라도 제 몫을 훌륭하게 소화해 낼 것이라 판단한다. 체력적인 부분만 관리를 잘 하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만 무난하게 익힌다면 당장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루키 선수로서의 만족스러운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스카우트 보고서를 확인한 유정학 단장은 앞에 앉아 있는 김태열 팀장을 바라봤다.
“차지혁 선수라면 굳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닙니까?”
말을 하는 유정학 단장의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차지혁에 대한 부분이라면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역대 최고의 슈퍼 루키!
국내 프로 구단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관심을 두고 있는 2025년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
역대급이라는 말은 결코 아무에게나 붙일 수가 없는 말이다.
그러나 차지혁이라면 조금도 거부감이 없었다.
문제는 그런 차지혁이 국내 드래프트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0%라는 사실이다.
“YJ에이전시의 황병익 대표는 아직까지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태열 팀장의 말에 유정학 단장이 픽 웃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여기 보고서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당장 차지혁 선수가 해외 드래프트 시장에 나갈 경우 1라운드 15~16위로 지명을 받는다고 예측하고 있죠? 자그마치 1라운드입니다. 김 팀장님은 지금까지 해외 드래프트 시장에서 1라운드 지명 선수 중 최하 계약금액이 얼마인지 모르십니까?”
“2021년 1라운드 30번으로 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한 에세다 페렐로 선수가 5년 계약으로 계약총액 1천5백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고, 그것이 1라운드 지명 선수 중 최저 계약총액으로 남아 있습니다. 에세다 페렐로 선수가 양키스 골수팬이 아니었다면 2라운드에서 시애틀과 2천만 달러에 근접하는 계약을 할 수 있었겠지만, 결국은 양키스와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럼 차지혁 선수가 해외 드래프트 시장에 나갈 경우 예상 가능한 계약총액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최하 3천만 달러 이상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3천만 달러… 후우.”
유정학 단장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현재 프로 야구계는 말 그대로 돈 잔치였다.
FA제도가 사라지고, 자유 이적 시장이 열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선수들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구단은 좋은 선수, 팬들이 원하는 선수를 사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선수 몸값을 지불해야만 했다. 물론, 적자에 허덕이는 현상은 없다.
오히려 프로 야구는 매년 수익이 성장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같은 경우 유럽 축구처럼 세계적인 부자들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전체적인 야구의 질이 향상됐다는 칭찬까지 받고 있을 정도였다. 개선된 구장과 수준 높아진 경기력은 야구를 미국 3대 프로 스포츠에서 제1의 스포츠로 독보적인 위치로 올려버렸다.
여기에는 국제야구연맹 IBAF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국제축구연맹 FIFA와 손을 잡고 야구로 유럽 시장을, 축구로 미국 시장을 활성화 시키자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서로 탄탄한 기반을 잡고 있는 시장에서 야구와 축구를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매일 경기가 열리는 야구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반면, 매주 한 번 경기가 열리는 축구는 FIFA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야구가 유럽 시장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두자 당연히 세계 최고 리그인 메이저리그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그 관심은 곧바로 수익으로 직결됐다.
덩달아 아시아의 프로 야구 시장도 인기가 높아졌지만, 매년 천문학적인 돈이 도는 메이저리그와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신인 계약에 3천만 달러, 즉 300억이라는 거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국내 구단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본이라 하더라도 4, 5개의 구단 밖에 없었으니 고졸 루키인 차지혁이 국내가 아닌 해외 드래프트 시장으로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차지혁 선수의 몸값이 비싼 건 사실이지만, 만약 그가 국내 시장에 나온다면 구단의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라도 계약을 진행해볼 만합니다.”
김태열 팀장의 말에 유정학 단장은 왜 이런 대화를 해야 하나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그렇다고 3천만 달러나 하는 거액을 지불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이면 됩니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면야 유정학 단장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신인이라도 국내 최고, 역대 최고 대우의 가치는 차고도 넘쳤다.
차지혁이 대단한 건 실력도 실력이지만, 고교 선수로서 이미 웬만한 프로 선수보다도 인지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프로 선수에게 인지도는 어마어마한 돈이 된다.
당장 관련 상품만 하더라도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갈 거다.
그뿐인가? 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선발 등판이 확정된 경기는 홈, 원정 따지지 않고 관람 티켓이 매진되고, TV 중계료도 치솟는다.
거기에 진짜 대박이라 할 수 있는 건 이적료다.
차지혁이 고교 리그에서처럼 국내 프로에서도 독보적인 활약을 보인다면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입이 쩍! 벌어질 이적료를 제시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구단이 적자를 본다? 선수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된다면 모를까,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른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차지혁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국내 최고 수준이든, 역대 최고든 차지혁 선수가 국내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일이 없지 않습니까?”
슬슬 짜증이 나는 유정학 단장이었다.
차지혁이 미치지 않고서야 국내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
아니, 만약, 그가 국내 시장에 나온다면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몸에 이상이 있다거나, 뭔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이유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만약, 차지혁 선수가 내일 있을 국내 드래프트 시장에 등록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도대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급하게 상의를 할 일이 있다고 하더니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하자고 면담을 요청한 겁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번 드래프트 시장에서 누굴 뽑아야 할지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노골적으로 김태열 팀장을 못 마땅한 눈으로 노려봤다.
구단 프런트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이 바로 김태열 팀장이라 유정학 단장으로서도 그를 쉽사리 대할 수가 없었다.
당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고를 해버리면 경쟁 구단에서 얼씨구 영입을 해갈 사람이 김태열 팀장이기 때문이다.
구단 프런트에서 김태열 팀장의 능력이 절반 이상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는 뛰어난 인재였다.
구단 재정, 선수 분석, 홍보, 전략, 선수 이적 등등 실질적으로 구단주가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김태열 팀장이었다.
오죽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올 정도의 능력자였다.
“차지혁 선수의 성향을 분석해본 결과 내일 국내 드래프트 시장에 등록을 할 확률이 50%입니다. 그에 대한 대비를 확실하게 해둬야만 역대 최고라 불리는 슈퍼 신인을 우리 구단에서 영입할 수 있습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지혁이 국내 드래프트 시장에 등록할 확률이 50%라고 말을 하는 김태열 팀장의 모습에 유정학 단장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 예측을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번 봉황기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며 차지혁 선수가 했던 인터뷰가 바로 그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라니요?”
유정학 단장은 분명 자신도 본 것 같은데, 그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별다를 것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 정도? 많은 선수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인터뷰 내용이었기에 기억에 남아 있질 않았다.
“프로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커리어를 완성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 다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또 하는 말들 아닙니까? 그런 말로 무슨…….”
“차지혁 선수가 한 말의 의미는 아마도 국내 성적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세계 최대 리그인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걸 꿈으로 여깁니다. 차지혁 선수라면 무난하게 메이저리그의 마운드에 설 수 있습니다. 스카우트 보고서에 언급되어 있는 BA 평가는 과소평가되어 있지만, 지금의 실력에 꾸준한 성장과 경험이 쌓이면 얼마든지 사이영상도 노려볼 수 있는 스팩을 지니고 있다고 전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제 고교를 졸업한 차지혁 선수가 1, 2년 안에 메이저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엇보다 구단에서 차지혁 선수를 바로 메이저로 올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40인 로스터제라 하더라도 초특급 유망주인 차지혁 선수에게 성장이 아닌 경험부터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빨리 메이저에 올라온다 하더라도 1년은 마이너 생활을 해야 할 테고, 그 이후에도 선수 보호를 위해 이닝 제한이나 투구수 제한을 걸어 둘 테니 여러모로 차지혁 선수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차지혁 선수라면 1, 2년 정도는 국내에서 성장과 경험을 동시에 노릴 겁니다. 더불어 앞서 말한 최고의 커리어 하나를 획득하려고 할 겁니다.”
김태열 팀장의 말에 유정학 단장은 너무 소설을 쓰는 것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보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게 있었다.
“국내 무대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고교 최고의 투수라 하더라도 프로의 세계는 다릅니다. 더욱이 국내 프로의 수준도 월등하게 향상된 걸 잘 아는 김 팀장의 입에서 차지혁 선수가 1, 2년 안에 국내 최고의 투수가 될 거라 말하다니… 좀 과장이 심하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차지혁 선수로서는 국내 무대를 더 선호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마이너에서 아무리 잘 던져봐야 자신의 선수 커리어에는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트리플A 수준이 국내보다 낮다고 여길 수도 없지 않습니까? 단장님이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것 없는 트리플A와 수준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어디서든 자랑할 수 있는 국내 중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유정학 단장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국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세계인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더욱이 국내를 평정하고 메이저로 가서 사이영상을 타면 차지혁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그의 커리어는 누구나 인정하는 화려한 커리어가 완성된다.
트리플A에서 백날 잘해봐야 마이너리그일 뿐이다.
수준이 떨어져도 프로인 국내가 훨씬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선결 조건은 차지혁이 국내 무대에서 압도적인 피칭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차지혁이 국내 무대에서 고교 시절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내 무대를 선택한 것이야 말로 최악의 수가 될 것이다.
최소 3천만 달러라는 계약총액을 포기하고 도전을 선택한다?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다.
“결정적으로 현재 차지혁 선수의 멘토가 누구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지혁 선수의 멘토라면… 최상호.”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냐는 김태열 팀장의 희미한 미소에 유정학 단장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단장님이 생각하는 차지혁 선수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 『국내편 - 02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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