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편 - 005』 >
『국내편 - 005』
“결승이다. 모두 결승까지 올라오느라 수고들 많았다. 이왕에 결승까지 올라왔으니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결승이라고 긴장하고 부담 가질 필요 없다. 평소처럼 연습 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플레이만 확실하게 해주면 된다. 타자는 집중해서 최대한 많은 공을 보고 자기 스윙 확실하게 가져가라. 투수는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자기의 공만 정확하게 던지면 된다. 누누이 말하지만 그 어떤 투수라 하더라도 안타는 맞는다. 그러니 안타를 안 맞겠다고 던지는 건 바보 같은 플레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확실하게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갖고 던져라. 볼넷 주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야수들, 긴장 풀지 마라. 그라운드에서 뻣뻣하게 굳어 있지 말고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 유연성을 유지하면 연습 때 해왔던 것처럼 편안하게 수비를 할 수 있다. 절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포구부터 해라. 그리고 벤치에서도 쉬지 않고 파이팅을 불어 넣어라. 경기에 뛰는 선수들만큼 너희도 힘을 내서 응원을 해줘야 한다. 모두 알겠지?”
“네!”
“지혁아.”
감독의 부름에 앞으로 다가가니 내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평소처럼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네 공만 던져라.”
전국중학야구선수권 대회의 결승전 상대는 전국 투 톱이라 불리는 동학 중학교였다.
동학 중학교는 언제나 결승전 단골 손님이었기에 누구나 예상이 가능했지만, 우리 명성 중학교는 언제나 4강 언저리에만 머물던 팀이라 승부 예측은 당연히 동학 중학교가 우세했다.
만약, 8강에서 백석 중학교가 성암 중학교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4강에서 성암 중학교가 아닌 백석 중학교와 준결승을 해야 했을 테고, 지금처럼 결승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승전 선발로는 당연히 팀 내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내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8강 때부터 선발은 무조건 나였다.
8강 이전까지는 3학년 선배들도 번갈아가며 마운드에 올랐지만, 성적이 좋다고 할 수 없었기에 8강부터는 꾸준히 날 선발로 기용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경기가 치러지고 있었기에 몸에는 전혀 무리가 가질 않아 십 몇 년 전처럼 혹사 논란 따윈 있을 수가 없었다.
이번 전국중학야구선수권 대회를 통해서 내 이름은 전국 중학교, 고등학교에 꽤 알려진 상태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버지는 인터넷 기사와 지역 신문, 잡지 등에 실린 기사를 수집하며 즐거워하셨다.
솔직히 난 얼굴이 화끈해 질 정도로 민망한 기사 내용들로 인해 아버지의 수집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저녁 마다 어머니와 함께 봤던 기사들을 다시 보며 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모습을 보니 딱히 말릴 수가 없었다.
[제69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 대회 최고의 기대주! 명성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차지혁 선수는 만 1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고 구속 135Km의 불 같은 강속구를 던지며 이번 대회 최고의 기대주이자, 장차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 차경석 씨의 말에 따르면 야구광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지혁 군은 돌이 지날 무렵부터 야구공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며 야구 선수로서의 인생을 일찌감치 시작했다고 한다. 만 13세의 나이임에도 벌써 179cm의 76kg으로 중학 2학년생으로는 보기 드문 탄탄한 체격으로 걸음마와 동시에 아버지와 함께 야구 선수로 필요한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다고 한다. 타고난 재능에 유아 시절 때부터 시작한 운동으로 인해 고교 선수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완성하고 있어 향후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하게끔 만들고 있다. 이런 차지혁 선수의 재능과 실력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명성 중학교의 서대호 코치는 5학년에 재학 중이던 차지혁 선수의 집에 찾아가…중략…이로써 명성 중학교는 중학 야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강속구 투수 차지혁 선수를 에이스로 앞세워 사상 첫 전국중학야구선수권 대회 결승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함으로써…중략…명성 중학교가 중학 야구 최강이라 불리는 동학 중학교를 상대로 창단 첫 우승을 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에이스 차지혁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번 결승전은 차지혁이라는 스타 탄생의 확실한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69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 대회 결승전은 2021년 8월 8일 일요일에 열린다.]
-헛스윙! 삼진입니다! 차지혁 선수 다시 한 번 불 같은 강속구로 동학 중학교 2번 타자 주효준 선수의 몸 쪽을 날카롭게 찌르며 헛스윙을 이끌어 냅니다. 이걸로 벌써 탈삼진 8개를 기록합니다! 어떻게 저런 어린 선수가 이토록 대단한 공을 던지는지 참 놀랍습니다! 박민선 해설위원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말 놀랍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 차지혁 선수입니다. 이제 고작 중학 2학년 선수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선수들을 봐왔지만 그 중에서도 차지혁 선수는 야구를 위해 태어난 선수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 재능과 실력을 모두 갖췄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공식 기록으로 최고 구속이 135Km이질 않습니까? 사실, 최고 구속만 따지고 본다면야 기록상으로는 140Km 이상을 던진 경우도 있기에 압도적인 구속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차지혁 선수의 구속은 결코 평범한 수준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좌완이라는 점에서 그 메리트는 더욱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관계자들이 차지혁 선수를 대단하게 여기는 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편안하게 투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리해서 구속을 끌어 올리지 않으니 중학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잘 잡혀 있는 제구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차지혁 선수는 그 어떤 선수들보다 편안하게 투구를 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민선 해설위원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제구력 또한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차지혁 선수에게 더욱더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만, 차지혁 선수처럼 구속이 빠른 투수는 제구력에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아무래도 무리해서 빠른 공을 던지다보니 제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차지혁 선수는 편안한 투구로 제구력을 확실하게 잡고 가니 대단하다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저런 선수는 아주 보기 드문 케이스로 만약, 이대로 꾸준히 성장을 해주기만 한다면 대한민국 에이스라는 자리를 넘보기에 충분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런 선수가 이번 대회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말씀하시는 사이 동학 중학교 3번 타자 강주민 선수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칩니다. 전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어 냈던 강주민 선수에게 확실하게 복수를 하며 마운드를 내려오는 차지혁 선수입니다. 이제 4회 초 명성 중학교 공격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투수가 되길 원하셨고, 나 역시 항상 야구를 볼 때마다 언제나 경기의 중심이자, 주인공처럼 비춰지는 투수가 최고의 포지션이라고 여겼다.
단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치기 어린 생각으로 시작된 투수였다.
“투수는 타고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공은 누구나 던질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강심장을 지녀야만 투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공을 던지라는 게 아니다. 투수의 재능이 강심장이라면, 자질은 제구력이다.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투수는 절대 좋은 투구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 던지질 못하면 결코 마운드에 올라서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던 레슨 코치 최태식의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제구력은 투수의 기본 자질이다.
나 역시 제구력도 없는 투수가 던지는 공은 단순한 폭력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도 못하면서 투수를 하겠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한심했다.
그건 이기적인 욕심일 뿐이다.
“스윙! 삼진 아웃!”
주심은 성난 사람처럼 땅을 향해 주먹을 힘껏 내리치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라운드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수비를 하던 3학년 선배들이 글러브를 내던지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벤치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던 야구 부원들이 꽥꽥 소리를 지르며 마운드로 돌진을 해왔다.
우승이었다.
결승전이라고 딱히 긴장이 되거나, 떨리는 감정은 없었다.
감독과 코치는 이런 날 철의 심장이라고, 타고난 투수라고 칭찬을 했다.
그렇게 결승전 마운드에 선발로 올라가 묵묵하게 내 공만 던졌다.
5이닝을 던져서 안타를 5개나 맞고, 2루수 실책으로 1명의 주자를 살려 보내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실점은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볼넷을 줬다는 점이다.
1회초 1번 타자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라 생각하고 붙였던 몸 쪽 공을 주심이 볼로 판정 내려 본의 아니게 첫 번째 타자부터 볼넷을 주고 말았다.
감독이 주심에게 항의를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후부터는 내 예상대로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져서 더 이상의 볼넷은 없었다.
그렇게 5이닝 5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 15탈삼진이라는 기록으로 사상 처음으로 명성 중학교를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대회 최우수선수상에 선정되며 차지혁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전국을 강타했다.
제69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 대회 우승 : 명성 중학교.
대회 최우수선수상 : 차지혁 (명성중, 투수)
대회 성적 : [승패 : 5승0패] [이닝 : 24], [평균자책점 : 1.5], [피안타 : 23], [볼넷 : 1], [삼진 : 47]
< 『국내편 - 00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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