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40 솔직하지 못한 (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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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으로 이동하면서 한 30분정도 지나자, 아침일찍부터 준비하고 나온 예희와 선혜는 뒷좌석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은지는 졸지 않고 , 카오디오의 음악을 바꾸거나 스마트폰 톡을 하거나 했다. 이윽고, 그녀는 내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해대기 시작했다. 

    "애들 귀엽네, 저중에 너랑 잔애는 누구야?"

    "뭐...무슨 소리야?"

    "아님 둘 다 잤나?"

    "나원참, 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하니?"

    "오, 농담이었는데 엄청 욱하네,진짠가봐?"

    "야, 내가 저런 애들 어떻게 만나. 쟤들 눈이 삐었냐?"

    굳이 만난다고 하면 선혜랑 만난다고 할 수 있었으나, 예전에 여자친구가 될뻔했던 첫사랑에 가까운 여자애인 은지에게 예희와 선혜의 관계를 얘기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솔직하지 못한건 여전하구나, 고추만 굵은 주제에"

    "너 참 못하는 소리가 없다. 자기도 엉덩이만 큰 주제에"

    "야아! 가슴도 B+컵이거든"

    은지는 앞가슴을 내밀며 흔들어댔다. 생각보다 풍만한 곡선이 움직이는 걸 보고 시선을 잠시 빼앗겼다. 

    "운전중에 그러지마 ,정신 사나워"

    "어쭈? 어린 애들 몇몇 따먹다보니 우리 꼬맹이 꼬추 남자됐나보네?"

    "나 원래 남자였거든"

    "그럼 어디 한 번 볼까?"

    갑자기 은지는 운전중인 내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왔다. 그녀의 손이 내 바지 지퍼 내리는 부위위로 사뿐히 앉아서 기둥을 움켜쥐었다. 

    "야아! 그러지마! 사고나!"

    난 괜스레 예희와 선혜의 눈치가 보였으나 다행히 둘은 누가 납치를 당해도 모를 정도로 골아떨어졌다. 

    "호오, 이젠 튕기기까지? 나한테 맨날 딸쳐달라고 빌때는 언제고?"

    "그거 옛날 얘기잖아"

    "그래, 너한테는 옛날 이겠지"

    "너야말로 그 발정난 곰같은 정호형이랑 실컷 떡치니까 좋았겠다?"

    "야아! 오오, 이제 말 제대로 하는데... 그래서 부러웠냐?"

    "부럽기는, 니 보X 너덜너덜해졌을텐데 뭐가 부럽냐?"

    "야! 이 개새끼가! 차세워"

    갑자기 은지가 욕을 해대고 나도 짜증이 솟구쳐서 , 차를 졸음쉼터에 잠시 세웠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먼저 내리는 은지를 따라갔다. 은지는 팔짱을 끼고 씩씩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야아! 내 보X 안 너덜너덜 하거든!"

    "..."

    결국 한다는 얘기가 그런 말이라니. 당황스러우면서 괜히 성희롱적인 얘기를 한거 같아 미안했다. 왜 나도 별 얘기 아닌데 욱했는지 모르겠다. 

    "미안해. 나도 왜 갑자기 흥분했는지 모르겠어"

    "나쁜 새끼, 제대하고 연락도 없고..."

    "좀 정신이 없었어"

    "뭐 고작 너랑 나랑 그런 사이이긴 하지 뭐"

    "너랑 정호형이랑 사귄다는 소식듣고 내가 너한테 어떻게 연락하냐?"

    "왜 못해? 친구잖아"

    "그래....그냥 친구지"

    "물론, 좀 썸타던 친구긴 하지만...그냥 남들이 볼땐 친구잖아. 너랑 나랑 떡친거 누가 아는 것도 아니고"

    은지는 지금 외모는 무척이나 여성스러워졌지만, 예전부터 워낙 말이 와일드하고 음담패설도 직설적으로 해대었다. 정호형이 그런 은지의 음란한 대화법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물론 나도 그런 대화법을 좋아했던거 같다. 

    "세상일은 모르는거야. 정호형도 알수도 있고"

    "그 사람은 어차피 상관없이 내가 누구랑 자든"

    "뭔소리야?"

    "뭔소리긴, 그냥 그런 사이라는거지"

    "정호형이랑은 안 좋은 거야?"

    "그냥 니가 생각하는데로야. 떡치고 퍽치는 관계인거지"

    "그런걸로만도 관계가 유지가 돼?"

    "뭐 나도 좋아하니까"

    "정호형을?"

    "아니 ,섹스를..."

    '히이이잉'

    그 말이 들리는 동시에 엄청 큰 트럭이 우리 옆을 지나쳤고, 난 놀라서 순간적으로 은지를 끌어안아버렸다. 은지의 풍만한 가슴이 내 앞섬에 가득 느껴졌고, 은지도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 씨발, 놀래라. 은지야 괜찮아?"

    난 내 품에서 은지를 떨어뜨려보니 살짝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씹새끼, 여전히 가슴은 넓구나"

    "너도 가슴 여전히 크네"

    "아까 걔가 더 큰거 같은데. 뭐냐? 가슴 큰애가 너 더 좋아하는 거 같은데. 엉덩이 큰애가 너랑 몇번은 더 떡친거 같고"

    예전부터 은지의 육감은 상당히 예리했다. 은지는 아마도 정호형이 바람피고 다른 여자랑 놀아나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거 같았다. 

    "진짜 저 두 여자애랑 다 그렇고 그런거야?"

    "휴우, 자세한 건 저녁에 술마시면서 얘기하자"

    "치이, 잘났다. 잘났어. 능력좋네. 예전에 딸쳐달라고 무릎꿇던 주제에..."

    "지는...꽂아달라고 품에 안겨서 펑펑 울던 주제에..."

    "닥쳐, 옛날 얘기 하지마"

    "넌 그런 정호형은 왜 계속 사귀는 거야?"

    "저녁에 얘기해. 귀찮다"

    "에휴, 알았따 그만 가자. 애들 잠 깼겠다"

    생각보다 은지는 나와의 과거 있었던 일들을 여전히 기억을 많이 하고 있고 그 기억들에 메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분명 내 20살 시절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자 첫사랑이었다. 지난 2년간 잊고 지냈지만, 다시 가슴속에는 예전의 아픈 감정들이 샘솟았다. 

    참 어리숙했던 20살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왜 그렇게 어리숙했을까? 왜 그렇게 용기가 없었을까? 후회가 들곤 한다. 

    (은지와의 20살적 스토리는 특별 회상편에서 다룹니다)

    **

    우리가 가기로 한 가평 펜션은 독채로 인근에 계곡이 흐르고 있는 별장같은 곳이었다. 본격적인 피서철은 아닌지라 계곡에 사람들은 많지는 않았다. 다만, 봄이라는 계절 특성상 인근 산으로 등산하는 등반객들은 많이들 보였다. 

    "짐은 내가 옮길테니까, 방에 올라가봐"

    "아니예요. 오빠 저희두 하나씩 들께요"

    선혜와 예희는 싹싹하게 내 옆에 바짝 붙어있었다. 그런 여자애 둘의 모습이 아니꼬운지 은지는 틱틱거리며 말했다. 

    "언니들은 큰 오빠 잘 도와주구요. 난 프론트 가서 체크인 하고 올께"

    "네에! 언니, 저희가 오빠 잘 돕고 있을께요"

    난 분명 은지의 말에 날카로움을 느꼈는데, 선혜와 예희는 해맑게도 그것에 대한 눈총을 전혀 느끼지 않고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펜션으로 올라가보니 복층형 구조에 1.5층에 침대가 하나 있었고 아래층에 온돌형 큰방과 침대형 작은방 1개가 있었다. 분명 근우와 정호형은 유도는 하겠지만, 만약 건전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남자들이 온돌형 큰방을 쓰고, 은지가 복층 침대. 선혜와 예희가 침대형 작은방 침대에서 자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찍 온 김에 예희와 선혜의 짐은 침대방에 풀게 하고 난 온돌형 큰방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은지는 아무 생각없이 자기 짐을 온돌형 큰방에 던져났다. 

    "은지야, 너 위에 복층 침대 써. 거기 전망도 좋던데"

    "귀찮아. 놀다가 아무데나 자면 되지"

    역시 그녀는 시한폭탄이었다. 그녀의 도발과 광기가 이 펜션에서의 밤들을 어떻게 만들지 사못 걱정되었다. 암튼 열심히 저녁준비를 했고 바베큐를 할 늦은 오후무렵에야 정호형과 근우가 도착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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