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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1 두 여자랑 한 방에 (31/49)

00031  두 여자랑 한 방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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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까야에서 넷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왠일인지 정호 형은 선혜에게 농도 걸고 웃기기도 하고 말을 무척 많이 걸었다. 생각보다 바람둥이끼가 다분한 사람이었다. 선혜는 클럽에서 술기운이 꽤 들었는데 조금 졸려보였다. 그럼에도 버티면서 싹싹하게 대응은 잘 해주었다. 

"와아, 진짜 예희 친구들이 이쁜 친구들이 많네."

"원래 예쁜 애들끼리 잘 놀아요"

이런 식이었다. 선혜는 예희의 남자관계를 아는지라, 정호선배도 클럽에서 만난 남자쯤으로 이해하는듯 했다. 근우가 소개를 시켜준 남자라는 것까지는 생각치 않는듯 했다. 그래서인지 조금 조심스럽게 대하면서 대답위주로 이어갔다. 

"담주에 놀러가는 건 확정된거지?"

정호선배는 응큼하게 내게 윙크를 하며, 물어왔다. 아마 근우랑 예희는 간다고 했는데 내가 확답을 안 줘서 답답했던 모양이다. 사실 난 정호 선배와의 여행을 가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저런 앞뒤 안 가리고 여자 휘두르고 다니는 남자랑 내 동기인 은지가 사귄다는게 답답했다. 조만간 은지에게 저 남자의 실상을 좀 털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겨묻은개가 뭐묻은 개 나무란다고 과연 내가 그럴 입장인가 싶기도 했다. 성적으로 문란하고 도덕적으로 말이 안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일테니. 

"나 화장실 좀 다녀올꼐요"

"어? 그래! 다녀와!"

예희가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나버렸다. 그리고 은근 내게 눈짓을 하는거 같아서 나도 한 1~2분 격차로 잠시 자리를 피해서 나왔다. 이자까야 입구쪽으로 가니, 예희가 서있었다. 난 대뜸 다가가서 예희에게 얘기를 했다. 

"저 형 어쩔꺼야?"

"그러게 생각보다 마인드가 별로네. 선혜보자마자 헤벌레하고..."

"질투 하는 거야?"

"아니, 뭐 남자가 똑같지"

예희는 선혜를 보자 태도가 180도 변한 정호형때문에 자존심이 좀 상한듯 했다. 

"선혜 가슴도 크고 예쁘잖아. 오빠도 그래서 선혜랑 이태원까지 왔을꺼고"

"뭐 나야 니 친구니까 잘 지내는 거지"

"뻥치네. 오빠도 오늘 선혜랑 하려고 한거잖아"

"내가 무슨 셍스 머신이니. 밤낮으로 하게"

"호호호, 웃긴다. 셍스 머신. 오빠 진짜 셍스머신같아"

"농담하지말구. 저 형 어떡할꺼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

솔직한 심정이라면 예희가 저 형과 더 이상 엮이지 않았으면 했다. 물론 예희의 남자친구도 아닌데, 명분은 없었지만 왠지 잘난척하는 성격이 맘에 안 드는 형이었다. 예희한테도 함부로 대할거 같았다. 

"그냥 안 했으면 좋겠어. 저 형은 영 아니야"

"흠... 나도 그런거 같아!"

"진짜? 그럼 집에 그냥 갈래?"

"아니, 일단 내가 하는 데로 있어봐"

"에? 뭘 어떻게 할건데?"

**

예희의 계획은 술자리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정호 형은 야한 벌칙이라도 할까봐 좋아했으나 주로 형이 못 하는 369같은 눈치,암기형 게임을 의도해서 예희는 계속 정호형만 술을 멕였다. 선혜도 몇번 걸려서 먹었지만, 정호형이 더 많이 독주를 마시게 되서 1시간정도 지나니 슬슬 테이블에 머리를 꼴아박고 있었다. 

문제는 선혜도 머리를 꼴아박을정도로 취했다는 것. 예희는 자기 핸드백과 지갑,핸드폰을 챙기더니 조용히 내게 선혜를 부축해서 나오라고 했다. 정호형을 술집에 버리고 가자는 거.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으라차차차"

선혜를 부축해서 데리고 나왔고 나는 바로 등에 선혜를 업었다. 

"그래도 친구는 잘 챙기네!?"

"당근이지. 내 베스트 친구인데. 저 모지리 오빠한테 따먹히게 둘 수 없지"

"야아! 내가 가만있었겠냐? 내가 먼저 막았을걸, 형이 선혜한테 손댔으면..."

"용자 나셨네. 나 따먹힐때는 가만있더니만"

"넌 니가 즐긴거 아니었어!?"

"글쎼, 누군가가 말려줬다면 안 했을수도"

"..."

또 헷갈린다. 그녀는 복잡한 남자들과 관계를 스스로 원해서 하는게 아닌가? 참 알 수 없는 스무살이다. 난 선혜를 업고 예희와 이태원의 밤거리를 걷다가 택시를 잡으려 했다. 

"선혜 집이 어디지?"

"오빠는 그것도 몰라?"

"뭐 자세히 물어보질 않아서..."

"흠... 그냥 오빠집으로 가자"

"뭐어?"

"선혜 너무 취했고, 나도 지금 집에 들어가면 오히려 혼나. 새벽에 가야 엄마 자고 있을꺼야"

"정말 우리집?"

"모텔은 싫어서..."

"괜찮아?"

"아 상관없어. 오빠 저기 택시!"

"응....응"

정호형을 엿멕인거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내 방으로 이 두 아이를 데려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물론 둘 다 자본 여자아이들이지만 내가 며칠사이에 품어본 아이들을 동시에 방안에 들인다니 기분이 묘했다. 설사 포르노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셋이 하는 일따위 생기진 않겠지? 

어쨋든 묘한 긴장을 안고, 택시에 올라탔다. 

** 

원래 난 집이 이천쪽이었고 서울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학교 후문에 있는 자취방으로 온돌형태로 되어있다. 큰 방 하나에 싱크대와 침대가 있었다. 침대는 싱글침대고 종종 친구들이 놀러오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재워주곤 했다. 

"와아, 오빠 생각보다 깔끔하네?"

"뭐 남자는 꼭 더러우란 법있니?"

의외로 남자치곤 정리정돈을 잘해서 내 방은 그렇게 뭐 인테리어가 있거나 세련되진 않았지만 책상과 침대, 옷장이 깔끔히 정리되어있었다. 바쁠때는 여기저기 널부러질때도 있지만 다행히 어제 청소를 한 번 싸악 했었다. 그게 참 신의 한수가였던듯 하다. 이렇게 여자애가 두 명이나 동시에 집에 데려올줄은 몰랐다. 선혜는 완전히 꽐라가 되었고, 난 침대에 선혜를 눕혔다. 

"치이, 나 없었으면 오빠 또 선혜 따먹었겠네"

"아니거든. 합의하에 하거든, 따먹다니"

"오빠가 달라니까 주는 거지. 선혜가 오빨 덮치겠어?"

"나름, 나한테 먼저 안겨오거든!"

"잘났다"

언젠가부터 예희랑 무척 편해졌다. 나도 전처럼 예희를 어려워하고 불편해하지 않았다. 우리는 일종의 동료의식이자 파트너 마인드가 생기는거 같았다. 그만큼 서로를 이제는 조금 이해한다는 뜻이다. 

"오빠 집에 술 없어?"

"냉장고에 저번 MT때 남은 술 가져온거 있지"

"그 새 MT도 갔다왔어? 늙다리 군바리 아저씨가?"

"야아, 나 1학년 2학기 마치고 군대갔다. 요새는 학과 진입하면 OT,MT 또 새로 가"

"늙은 신입생이네"

"어린 신입생 말이 심하구먼"

"술이나 가져와. 갑자기 소주 마시구 싶다"

"그냥 소주만 마시면 배아파, 소맥 타줄께"

"오! 맥주도 있어?"

난 냉장고를 뒤져서 , 소주와 맥주를 꺼냈고 상을 펴서 올려놨다. 안주를 만든답시고 냉장고에 있던 오징어를 몇마리 구워서 꺼내왔고 마침 엊그제 먹던 치즈도 있어서 좀 빼내왔다. 그렇게 한상 차려보니 가볍게 술한잔 먹을 판이 되었다. 

"와아, 제법 남자가 이런거 차릴줄도 아네?"

"자취 3년이면 전업주부도 된다"

"진짜? 오빠랑 결혼하면 맨날 맨날 살림도 해주는 거야?"

"그건 아니지. 나눠서 해야지"

"힝, 나 살림 못하는데"

"아직 못할만 하지. 어리자나. 자연스레 나이들면 하게돼"

"힝, 몰라. 시집이나 갈까 내가?"

"자아! 술이나 마셔. 술 한잔 하고 싶데메"

"응, 오키도키 짠!"

선혜를 옆에 재워놓고, 예희와 난 그렇게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긴 얘기를 나누었다. 1시간쯤 넘어서 슬슬 서로의 상태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예희는 분명 4시정도에는 간다고 했는데,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정도로 취해서 집에 가지도 못할듯 했다. 예희가 벽에 등을 기대고 무릎을 올린체 앉아있었다. 당연히 팬티가 다 보일줄 알았는데, 팬티가 없었다. 노팬티였다. 

"헉...너 아무것도 안 입었어?"

"응, 분홍팬티는 오빠가 가져갔자노"

"검정팬티는?"

"그냥 정호오빠 줘버렸어. 집에 잘가라고. 헤에"

"팬티 아깝게 아무나 주고 그래"

"뭐 어때. 내 팬틴데"

"치이, 난 소중히 챙겨왔는데..."

난 내 뒷주머니에 있던 예희의 분홍팬티를 꺼내서 야릇하게 팬티를 쳐다보며 냄새를 맡았다. 

"아, 오빠. 냄새를 맡꾸 구래?"

"그냥 니 팬티라 좋아..."

"헤에...오빠..."

"응?"

"나도 오빠 팬티 주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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