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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9 그녀 또 그녀 (29/49)
  • 00029  그녀 또 그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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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홍대앞 거리는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대체 이 늦은 밤에 이렇게 많은 젊은 남녀들이 잠도 안 자고 놀기 시작하는 건지. 아직 나도 이들과 한창인 나이인데, 벌써부터 내가 세대에서 뒤쳐지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예희만 만나고 나면 기분이 멜랑꼬리해졌다. 

    난 성적으론 밝히는 욕구가 있긴 하지만, 여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것 같다. 여러 여자를 동시에 만날 자신도 없고, 바람피는 걸 거짓말할 자신도 없었다. 오늘 선혜를 만나면 나랑 예희의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놔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오늘 또 다시 선혜랑 그렇고 그런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벌받을거 같았다.  

    예희가 아무리 쿨하게 육체적인 놀이만 해준다고 해도, 선혜에게까지 그걸 강요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선혜는 남자친구와 정상적인 연애를 하는 타입이다. 방금 예희랑 짜릿한 화장실 관계를 해서 인지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선혜에게 사죄를 하고 예희와의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을 정리해보고 있었다. 

    [오빠, 어디야?]

    선혜로부터의 문자가 왔다. 

    [나, 9번출구앞]

    [헤에, 나도 앞인데. 오! 오빠 찾았다]

    문자를 보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선혜를 찾기가 힘들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총각마냥 한참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누군가 내 팔짱을 지긋이 끼어왔다. 

    "오빠! 뭐해? 나 찾지두 못하고"

    "하아, 미안 사람이 많아... 오....와..."

    난 선혜를 보고 , 순간적으로 감탄사가 나왔다. 예희랑 그때 처음 만났을때랑 또 느낌이 엄청 달랐다. 며칠이 지난뒤에 본거긴 하지만 힐과 염색이 사람을 이렇게 달라보이게 하는 건가? 지난번에는 운동화는 신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높은 힐을 신고 왔다. 체크무늬에 브이자로 살짝 앞이 갈라진 미니스커트에 흰색 면티와 베이지색 가디건을 입었는데 면티앞섬으로 볼륨은 살면서 가디건 효과인지 굉장히 청순해보였다. 게다가 지난번에는 포니테일 타입으로 머리를 묶었었는데 오늘은 풀고 왔다. 정말이지 지난번의 통통 튀는 20살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예전에 좋아했던 학교 여선배같은 성숙미마저 느껴졌다. 

    "오빠, 왜 입을 다물지는 못 해?"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아니, 오늘 너무 달라보여서"

    "왜? 별루야? 나름 아르바이트 끝나고 미리 챙겨둔 옷 , 허겁지겁 갈아입었는데...힝..."

    "아...니. 너무 예뻐서"

    진심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예희와의 일들을 털어놓고, 우리 이렇게 만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하고 싶던 내 마음이 모두 사라져버릴 지경이었다. 예희의 섹기와 골반,엉덩이는 최고지만 선혜도 만만치 않게 풍만한 가슴과 청순함과 섹시함이 공존하는 얼굴을 갖고 있다. 게다가 키는 예희보다 더 커서 힐빨을 받으면 지금처럼 거의 피팅모델 수준의 몸매가 나온다. 남자는 참 썩은 동물인게, 여자가 이렇게 이뻐보이면 바짝 긴장이 된다. 

    호르몬적으로 치마입은 여자와 바지입은 여자에 대해 다르게 반응하는게 남자일지니. 나도 전에 없이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오빠두 오늘 멋있어. 나 저녁도 못 먹었어! 배고픈데 뭐 먹으러 가자"

    "그래. 뭐 좋아해?"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 선혜는 내게 팔짱을 끼고 거리를 함께 걸었다. 육감적인 가슴이 팔에 닿는 것 뿐만아니라 주위의 남자들도 온통 나와 선혜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비교적 수질이 좋은 홍대거리에서도 선혜는 단연 A급이었다. 

    **

    홍대 놀이터쪽에 있는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타코와 에이드를 마시며 , 선혜는 아르바이트 일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하소연도 하고 수다도 떨었다. 나도 웃으면서 선혜의 이야기들을 받아주고 때로는 맞장구도 쳐주면서 선혜의 비위를 잘 맞춰주었다. 이런 저런 애기를 하다보니 어느 덧 , 시간은 12시가 넘어갔다. 

    "와아, 오빠는 여자 얘기 되게 잘 들어준다. 진짜 친구랑 얘기하는 거 같아"

    "아, 뭐 난 그냥 들어주는 건데 뭘"

    "여자 얘기 들어주는게 얼마나 힘든데. 사실 오빠도 좀 노력하는 티가 나긴 하지만, 그 정도면 수준급이야"

    "그래?"

    "응, 역시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돼"

    유독 전역한 남자를 좋아하는 선혜였다. 남자답고 오빠같은 스타일은 선호하는 것 같았다. 그녀도 내가 군대를 갔다온 남자라는 거에 호감을 많이 느껴서 예희의 소개를 받기로 했었다고 한다. 

    "아, 이제 다 먹었는데 뭐하고 싶어?"

    선혜의 여성미넘치는 자태때문인지 난 전에 만났을때보다 더 극진히 조심스럽게 대했다. 오늘 처음 소개팅한 여자를 대하듯이 긴장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와아, 오빠 되게 착하거나. 아님 나한테 별로 관심 없나?"

    "응? 무슨 소리야?"

    "다른 남자애들 같으면 진즉에 술집 데리고 가서, 소주 멕이고 해서 DVD방같은데 데리고 갈려고 했을텐데. 지금 시간도 늦었잖아. 오늘 나 별로 안 이뻐요?"

    "아...아니...오히려 지난번보다 너무 이뻐서. 긴장이 되는데..."

    "진짜? 하긴 지난번에 오빠는 예희 신경쓰느라 난 쳐다도 안 보더라구. 그때 엄청 자존심 상해서 오늘 하루종일 알바하는데도 미리 사준 봄옷 세팅해서 갈아입구 왔지"

    선혜의 미모는 학교에서도 인기짱이 될만한 미모였다. 사실 예희를 보지 않고 선혜를 봤다면 오히려 선혜에게 푹 빠졌을지도 모른다. 본의 아니게 난 예희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서 지난 한주동안 선혜의 문자도 늦게 답장하고 전화도 한 두번은 씹기까지 했다. 그런 패턴이 되려 선혜를 밀당하는 상황을 초래했고, 선혜는 나한테 이렇게 적극적인 호감을 갖게 된듯 하다. 아니면, 지난번 밤일을 잘해서인가?

    "혹시, 오빠 오늘 물 빼고 온거야?"

    뜬금없이 선혜는 나보고 물을 뺐냐고 물어봤다. 난 사실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었다. 

    "응? 물? 나 화장실 갔다왔는데..."

    "아니. 집에서 자위하고 왔냐고!"

    "... 자위는 매일 하지"

    "풋...오빠...뭐야. 매일 하지마! 그러니까 이렇게 멍때린 현자가 되잖아"

    "하하하...그런가..."

    사실 예희랑 실컷 하고 왔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선혜와의 관계를 정리할까 했는데 오늘 저 아리따운 자태를 보니 선혜도 계속 만나고 싶어졌다. 아, 나같은 보수적인 놈도 개새끼가 될 수 있겠구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혜는 은근히 나를 유혹하듯 팔짱을 꼈다. 선혜의 풍만한 가슴골이 모이면서 엄청 크게 가슴살들이 뭉쳤다. 마치 시상식의 여배우들이 가슴 아래즈음에 뽕을 넣어서 터질듯이 보이게 하는 것과 비슷한 거였다. 

    "오빤, 나랑 뭐 하고 싶어?"

    "그...같이 있고 싶지"

    "같이 뭐할지, 오빠가 리드를 해야지"

    "그냥 같이 있고, 얘기하는게 좋은데..."

    솔직히 선혜랑 오늘 자고 싶지는 않았다. 선혜가 예쁘고 섹시하긴 했지만, 적어도 오늘 예희의 애액을 잔뜩 묻힌 페니스를 다시 선혜에게 내밀고 싶진 않았다. 최소한의 양심이랄까? 그리고 확실히 초저녁에 예희랑 한 것때문인지 정욕도 부쩍 줄었다. 

    "얘기만 하면 무슨 재미야....흠..."

    혹시 선혜는 오히려 나랑 자고 싶은 걸까? 늬앙스가 그런 느낌이었다. 최소한 다음에 자거나 차라리 내일 다시 만나고 싶은데. 고지식한건지, 이상하게 오늘은 하고 싶지가 않았다. 조금 고민하던 선혜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눈이 커지면서 날 바라보고 얘기했다. 

    "그럼 오빠, 나랑 이태원 갈래요?"

    "이태원?"

    "응! 가고 싶은 라운지 힙합 클럽이 있는데, 거기서 데킬라 먹고 싶어"

    "그래. 나도 음악이 듣고 싶네. 어딘데?"

    조금 때로는 데이트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 날밤은 그렇게 무난하고 순조로운 밤이 될 줄 알았다. 설마 애써 이동한 이태원에서 난처한 일이 생길꺼라곤 상상도 못 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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