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4 두 개의 속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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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희,근우 커플과 두 번째 모텔을 만취해서 갔던 그 날 이후, 며칠이 지나 주말이 되었다.
난 이제 그녀와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
[오빠! 나 오늘 아르바이트 11시에 끝나는데, 그때 봐도 돼요?]
[응, 괜찮아. 나도 학교에서 리포트 정리할게 있어서. 낮에는 계속 도서관에 있을 듯]
[와, 모범생이닷. 나중에 나도 리포트 좀 도와줘요. 맨날 아르바이트 하느라 과제할 시간이 없어요]
[너랑 나랑 전공이 다르잖아. ㅎㅎ 암튼 좀따봐]
[넹, 오늘 나 좀 일하느라 구린데, 좀 봐줘용]
[ㅋㅋㅋ 그게 더 보고 싶네. 암튼 이따봐잉]
[넹]
아직 아침 저녁 일교차가 심한 3월말, 토요일, 오후 3시. 선혜와 나의 문자내역이다. 정호 선배와의 일이후 난 완전히 예희에 대해 마음을 접었다. 벌써 내가 그녀를 처음 본 3주동안에만 나를 빼고도 3명의 남자랑 잠자리를 하는 그런 가벼운 여자랑 나같은 범생 예비역과 어울릴 리가 없다. 물론 남자라면 한번쯤 섹녀와의 에로틱 로맨스를 꿈꾸지만, 나같은 속좁고 물러터진 성격으로 대범한 연애를 할 수가 없다.
어쩌면 잘된 일이다. 덕분에 밀당을 잘 못하는 내가 선혜에게 본의 아니게 밀당을 했다. 예희일로 고민하다보니 그녀에게 문자를 늦게 하거나 전화를 못 받거나 하는 등의 실수를 한 것이다. 정말 나같이 즉답형 5분 대기조형 남자에게 있을수 없는 일이다. 난 예전에도 밀당을 잘 못 해서 좀 노는 여자애들에겐 거진 다 차였다. 그런데 예희에 대해 고민하고 열받아하느라 선혜에게 밀당을 조금 하게 됐고 덕분에 선혜는 내게 무척 적극적이다.
사실 선혜가 가슴도 예희보다 크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섹시하다. 내가 굳이 예희한테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슬슬 내 라이프의 히로인을 선혜로 바꾸고 있었다. 어차피 예희에게 깊이 정이 든 것도 아니고. 근우가 군대를 가고 예희가 정호 선배랑 섹파를 하든 , 그 이상한 돼지같은 클럽 이사와 다시 사귀든 내 알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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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잡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온 문자가 또 내 마음을 흔들어놨다.
[오빠, 뭐해요?]
예희의 문자였다. 그 날이후 2~3일정도 서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나도 하지 않았고, 예희도 하지 않았다. 근우와 예희를 따라 모텔에 간 날은 내가 잠든 사이 예희가 먼저 가버렸다. 근우는 아침 해장국을 먹으면서 3대3 섹스여행을 가자니 어쨋느니 개소리를 해댔고 , 난 한숨만 쉬면서 아침밥을 쳐묵쳐묵했던 기억이 난다. 답장을 안할까도 싶었다. 뭔가 더 이상 이 아이를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서 상큼하게 웃고 있는 예희의 미소를 보니 답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 그냥 혼자 있어]
왠일로 예희에게선 칼답이 왔다.
[와, 선혜 안 만나요? 하긴, 선혜 주말에도 알바하죠.오빠두 심심하겠다]
예희도 내가 선혜와 만나는 걸 계속 신경쓰는 듯 했다.
[넌 뭐해?]
[전 오늘은 옷 뭐 입고 나갈지 서랍 뒤지는 중이요]
[약속있어?]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약속이 없는데 약속 준비해?]
[뭐 나오라고 할 친구들은 많으니까요]
[좋겠다 - - ;;; 친구 많아서]
[오빤, 친구 없어요?]
[뭐 동생들 후배들 많지. 근데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없네. 아직 제대들을 안해서]
[와, 오빠두 놀사람 없겠다]
[그냥 뭐...복학생은 한가지]
선혜와 밤 11시에 보기로 했지만, 그 말을 하기가 웬지 뻘쭘했다. 밤늦게 만난다고 하면 또 무슨짓을 할거냐며 예희가 놀릴꺼 같았다. 잠깐 뭐라고 메시지 못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사진이 두 장이 왔다.
침대에 나란히 놓여 있는 여자애의 브래이지어와 팬티 세트 사진이었다. 하는 검은색 바탕에 약간의 시스루로 된 섹시한 팬티였고, 하나는 분홍색 위 아래 세트로 볼륨이 업되는 브라 팬티 세트였다. 난 이걸 나한테 보낸게 맞나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야?]
[오늘 입을 것들중 하나요, 뭐가 나을지 30분째 고민중]
이걸 왜 나한테 보여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어떤게 좋아요?]
사실 두 개의 속옷 느낌이 전혀 달랐다. 검은 시스루 브라,팬티도 무척 야했지만 핑크색은 청순하면서도 가슴을 모아주는 효과가 있어서 귀여우면서 꼴릿했다. 이런 말을 대놓고 표현해도 될지 망설여졌다.
[아, 솔직히 말해도 돼]
[오, 저 솔직한거 좋아요]
[글세, 뭐가 어울릴지 속옷만 봐서는 모르겠네]
[오, 진짜요? 그럼 잠깐만요]
그 문자이후로 10여분정도 답장이 없었다. 그렇게 10분정도가 지나서 사진이 두 장이 연달아 왔다.
오
마이
갓...
예희가 직업 착의한 사진 2장을 셀카로 찍어서 보낸 것이다. 이 아이의 뇌구조는 ‘섹기’ 그 자체인 것인가?
[헉...]
[어떤게 더 이뻐요?]
검은 색은 예희의 양 가슴의 꼭지가 희미하게 보이고, 팬티의 털도 삼각형 형태로 잘 정리된게 희미하게 보였다. 그 희미함으로 인해 섹시함이 배가 되고, 핑크색은 비교적 아담한 가슴인 예희의 상체를 모아줌으로써 마치 C컵 가슴을 보는듯한 착시를 줬다. 둘중에 뭐를 골라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둘...다. 예쁜데...]
[흠...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ㅠㅠ]
[음... 나라면 검정색]
[왜요?]
[흐...ㅠㅠ 문자로 말하기 좀 그런데...]
[헤헤, 오빠 지금 시간 되요?]
[으...뭐 시간이 없지는 않아]
선혜랑 약속은 밤11시니까 딱히 그 전까지는 바쁜 일이 없었다.
[지금 볼래요?]
**
약속시간은 저녁 6시.
장소는 올림픽 공원쪽이었다. 예희네 집에 그쪽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학교쪽으로 온다는 거 만류하고 내가 직접왔다. 짜증이 나는 건, 오면서 계속 설레였다는 거다. 지하철 유리창을 몇번이나 보면서 머리를 만지고, 오다가 편의점에서 가글을 사서 2번이나 입을 헹구고 왔다. 대체 뭐가 이렇게 설레이는 걸까? 실망할대로 실망한 여자애가 부른다고 잽싸게 튀어나오는 나는 또 뭘까? 이제는 예희가 이해가 안되는게 아니라, 이런 내가 이해가 안되었다.
바보, 이미 한 번 거절당한 주제에. 뭘 바라는 거니? 권.준.오
공원 지하철역 입구쪽 베이커리 카페 야외 테라스에 괜히 봄날의 신사처럼 똥폼 잡고 앉아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오빠? 어디? 아 저깄다! 오빠"
바로 10여미터 떨어진 지하철 입구에서 예희가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난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희가 거의 10cm에 육박하는 킬힐을 신어서가 아니다. 몸에 짝 달라붙는 초미니 분홍 미니원피스를 입었는데, 멀리서 정말이지 개미허리랑 골반밖에 안 보일정도로 어마어마한 잘록한 실루엣을 보여줬다. 웨이브진 긴 갈색머리를 휘날리면서 웃으면서 걸어오는데 그 위풍은 가히 피팅모델같았다.
지금까지 본 모습중에 가장 예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런 아이가 세 남자랑 할정도로 짙은 성벽을 가진 아이라니 새삼 밑겨지지가 않았다. 하이힐을 신어서 그런지 오늘은 거의 170은 되보였다. 아무래도 브래이지어 팬티 세트는 분홍색을 입은듯 했다. 아담한 그녀의 가슴같지 않게 가슴골이 풍만하게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핑크색 백마같은 섹시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그녀가 내게로 또각또각 다가왔다. 오늘따라 유독 글래머러스한 매력이 넘치는 예희였다. 그런데 좀 놀라운 건 가슴이 출렁거린다는 점이었다. 마치 브래이지어를 안한 것처럼 걸음을 걸을때마다 예희의 가슴 부근이 오르락내리락 출렁였다. 아니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오빠,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나도 방금 왔어"
"와아! 오늘 날씨 좋네요"
"그러게"
"헤에, 오빠 저녁은 먹었어요?"
"아니, 뭐 같이 먹으려고 했지"
"저 밥은 별룬데..."
"그럼? 신천가서 술마실래요?"
"술?"
"아, 날씨 좋으니까. 자몽 소주 먹고 싶어요"
"빈속에 술마셔도 돼?"
"괜찮아요. 뭐 자주 마시는데요"
"아, 알았다. 택시 타고 가자"
"와아!! 오빠랑 자몽 소주 마신다"
예희는 내 곁에 바싹 붙어서 따라왔다. 그녀의 상쾌한 향수와 화장품 냄새가 내 코끝을 자극했다. 어쩌면 향수랑 화장품 냄새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