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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8 Hot! 트웬티? (8/49)
  • 00008  Hot! 트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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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좌석에는 예희가 옆에는 선혜가 앉아있다. 참 앞뒤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앞에서는 응큼해보이는 택시기사가 예희의 허벅지를 훑지 않을까 걱정되었고 뒤에서는 가슴을 허옇게 반쯤 드러낸 나시를 입고 있는 선혜에게 뭔가 말을 건네야 했다.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을정도로 얄미운 근우 자식이 이 순간 떠올랐다. 예전에도 근우녀석이 여자애들 2명을 데리고 와서 술마시고 논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석은 완전 여자애들을 가지고 놀았었다. 난 그게 당연하고 쉬운 걸줄 알았는데 난 평범한 대화조차 리드를 못 하고 있다. 그 녀석앞에서야 맨날 쎈척 했지만 난 이토록 고개숙인 남자였던 걸까? 아니면 오랜 군복무생활로 여자에 아직 적응 못 하는 걸까? 

    다행히 예희와 선혜가 조잘조잘 서로 떠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예희는 치마가 상당히 올라갔음에도 그걸 잘 내리려고 하질 않았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자꾸만 눈을 아래쪽으로 흘기며 예희의 섹스런 허벅지와 미니스커트쪽을 훔쳐보는 거 같았다. 내가 뒤에서 살짝 봐도 예희 치마가 너무 올라갔다. 예희가 뒤를 돌아 선혜와 이것저것 얘기를 하는 바람에 허벅지를 틀어서 인지 다리 사이가 살짝 벌어지기도 했다. 

    하여간 20살들이란 몸만 어른이지 , 도무지 자기 관리를 못 하는거 같았다. 어설프지만 나 나름대로 예희의 몸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택시안에 덮네. 예희야 이것 좀 들고 있어줘"

    "네에? 아 오빠. 오빠 자켓을요?"

    "응, 뒷좌석이 좁아서..."

    "아 네..."

    나의 어이없는 멘트에도 예희는 무슨 뜻인지 알거 같다며 자기 무릎위에 내 자켓을 올려서 허벅지를 가렸다. 내심 그녀도 자기 치마가 많이 올라왔다는 걸 이제야 느낀듯 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헛기침을 하며 백미러로 날 째려보는거 같았다. 

    "흠, 선혜는 전공이 뭐야?"

    한건 처리했고 조금 여유를 갖고 옆을 살짝 보며 선혜에게 말을 걸었다. 중형 택시의 뒷좌석이 좀 움푹 들어가서 선혜의 허리가 살짝 구부러져서 가슴이 더 노골적으로 노출되보였다. 대놓고 보기가 참 민망했다. 솔직히 민망보다는 가슴 자꾸 쳐다보면 괜히 흥분될꺼 같아서 참는 중이었다. 

    "와아 오빠 만난지 2시간만에 이제 질문 하나 하시네요"

    선혜의 말에는 뼈가 있어보였다. 사실 처음에 날 봤을때 꽤나 호의적으로 날 대했고 나한테 이것저것 질문을 했는데, 내가 너무 긴장해서 술만 마시다보니 거의 선혜에게 질문을 하지 못 했다. 요새 좀 발정기라서 가뜩이나 여자만 보면 흥분이 자꾸 되고 그러는데 저렇게 대놓고 가슴을 까고 다니는데 선혜를 보니까 시선처리 하기가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아, 그건 아니구. 좀 사실 긴장되서"

    "긴장? 왜요? 나한테요? 오빠 나한테 관심있어요?"

    굉장히 직설적인 아이다. 바로 앞자리에 예희가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바로 치다니.

    "준오 오빠, 선혜같은 스타일 좋아할거 같았는데. 와아 오빠가 아까부터 얼어서 말도 못 하시는거 보니까 선혜한테 확 꽂히신거 아니예요?"

    앞자리에서 예희도 덩달아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게 아닌데. 물론 선혜의 외모가 맘에 안 든다는 건 아니지만 예희한테 그런 얘기를 들으니 조금 섭섭해질려고 했었다. 요즘 들어 예희를 좀 맘에 두고 있었는데, 대놓고 또 저렇게 얘기하니 좀 기분이 언짢았다. 그렇지만 내색은 안 하려고 했다. 

    "하아, 내가 글쎼 그 좀 예쁜 여자앞에서는 좀 내성적이야"

    "아아, 그럼 내가 예쁘다는 얘기네요. 오~~~"

    "그...렇지, 선혜 예쁘지"

    "오빠! 그럼 전 안 예뻐요? 저한테는 막 편하게 대하셔놓구선"

    이거 뭐 앞뒤로 여자애들 두 명을 상대하려니 정신이 없었다. 근우말로는 여자애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잘 삐지고 기분이 상하니 정말 디테일하게 잘 대하던가 아니면 일관성있게 막대해야 한다고 했다. 

    난 참 그런류의 나쁜 남자 토크가 안되다보니 이런 경우 자꾸 말리는 거 같았다. 

    "아니 ,둘 다 이뻐. 그리고 나 예희한테도 아직 긴장하는데..."

    "에이 그짓말. ... 아 다 도착했다. 오빠 놀리다보니 벌써 홍대네..."

    "그러네, 오빠 저 전공은 일본어예요. 또 가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세요"

    "응응, 일본어? 오호... 신기하네"

    선혜란 아이 대화만 잘 이어나가면 남자얘기를 잘 들어줄 타입같았다. 다만, 예희가 같이 있다보니 예희의 눈치를 자꾸 보게 되어서 선혜에게만 뭔가 묻기가 부담스러웠다. 

    택시비는 내가 굳이 낸다고 했는데, 예희가 내버렸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마지막까지 내리는 예희의 엉덩이 뒤테까지 감상하는  거 같았다. 확, 성추행으로 신고해버릴까 하다가도 딱히 만진건 아니니 도리가 없었다. 에휴 나같이 보수적인 남자가 예희같은 딸이 생긴다면 매일밤 잠을 이루지 못할거 같았다. 

    **

    홍대는 오랜만에 와봤는데, 역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거리는 활기가 있었다. 예전만큼 이색적이고 독특한 복장을 한 패셔니스트들은 다소 많이 줄었고 전형적인 쇼핑타운화되는 느낌이다. 간판마다 일본어, 중국어도 많은 걸보니 마치 또 하나의 명동이 되가는 거 같았다. 우린 홍대 클럽들이 여전히 밀집해있는 사거리쪽에 내려서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있는 'Mama'라는 클럽앞으로 이동했다. 

    "헤이요! 예스티니, 마이 운명 오랜만이야!"

    클럽 입구에서 덩치가 꽤나 큰 기도같은 남자가 예희를 보자마자 품에 안으며 인사를 했다. 바로 예희의 허리를 잡고 안는데, 저 새끼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켠 오빠. 길거리에서 이러지마! 민망해"

    민망해라는 말 또 듣게 되는구나. 예희가 민망하다는 건 싫다는 얘기가 아니다. 흠, 저 켠이라는 레게머리의 클럽 문지기 같은 남자애랑 예희는 무슨 사이지?

    "왜 이렇게 요새 뜸했어? 주로 강남으로 다닌거야?"

    "클럽 좀 끊었었지"

    "유 구라요? 왓더 헬? 연애 좀 하는 거야? 어떤 놈이야? 설마 저 헬쑥한 보이?"

    어설프게 영어로 씨부리는데 입을 진짜 찢어놓고 싶었지만, 난 착하니까 상상만 하면서 웃는 척 했다. 괜히 시비붙어봐야 좋을게 없었다. 

    "아, 나랑 친한 오빠야."

    "오 왓썹맨! 안녕하쇼!?"

    이 뚱뚱한 자식이 다행히 나한테는 포옹을 안하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도 그냥 하이파이브를 해줬는데, 굉장히 세게 치다보니 손뼉이 아팠다. 

    "오마이갓! 왓더 뷰티풀! 이 섹쉬한 걸은 누규?"

    "헤이 요맨! 오빠 발음이 너무 홍대스러운데요. 안녕하세요. 예희 친구 선혜예요"

    "오 선혜! 완전 선혜! 유쏘 섹시해"

    "땡큐 땡큐 베리마치"

    "오! 반가워요"

    이 뚱땡이 기도자식은 선혜는 또 포옹을 했다. 예희는 그렇다치고 나시티 하나로 젖가슴을 거의 드러내놓고 있는 선혜를 저렇게 깊숙히 끌어안다니 순간 욱했다. 그런데 선혜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저 기도녀석과 가슴을 뭉갰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자아! 들어가요. 오늘 멋진 새 친구들도 왔으니 오빠가 술 시원하게 쏠께"

    "오오! 좋아좋아!"

    뭔가 말려드는 기분이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뚱땡이 기도녀석은 여전히 예희의 잘록한 허리를 케어하고 클럽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선혜도 클럽안에서 밖으로 들여오는 음악비트를 흥겨워하며 벌써부터 춤을 출 기세였다. 나 혼자만 이 분위기가 머쓱하고 적응이 안되었다. 클럽 입구에서 밴드를 하고 들어가는데, 키크고 덩치큰 남자들도 엄청 많고, 이런데서 예희와 선혜를 잘 보호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나 보디가드 역활인가?'

    내 입으로 말하긴 했지만, 예희는 오늘 선혜랑 둘이 신나게 춤을 추고 싶었고 그 보디가드를 위해 날 데려온 셈인데 이미 저 기도새끼한테 두 여자가 모두 털리고 있다. 중앙 스테이지앞 Bar로 우릴 데려가는데 제법 이곳에서 힘있는 놈인지 바로 바텐더가 술을 6잔이나 타기 시작했다. 뭔 술이지 모르겠는데, 이미 선혜나 예희가 제법 술을 먹었는데 저것마저 먹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되었다. 

    "오빠 멀뚱히 있지말구 가까이 와요"

    선혜가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바앞으로 당겨왔다. 내가 좀 어색해서 떨어져 있으니 날 챙기는듯 했다. 순간 선혜의 풍만한 가슴이 팔에 닿는데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큰 가슴, 특히나 맨살이 팔에 닿는 느낌은 진짜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되었다. 

    슬슬 밤이 깊어가면서 우리는 우리만한 핫한 스테이지를 시작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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