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부- (15/40)

-15부-

“그럼 저 먼저 들어 가 볼게요. 기찬씨는 볼 일 보고 오세요.”

“그래, 세미씨...... 택시 타고 갈 거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반지 빼 버리면 안 돼요. 그 반지 빼 버리면 자기 여자 안 할 거니까......”

“음...... 그러면 이 반지가 마법의 반지인 셈인가? 세미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호호...... 그러고 보니 그런 셈이네요? 그러니까 알아서 하세요.”

“오호...... 이거 은근한 협박인데...... 하하......”

“그리고 자기도 애들 앞에서는 비밀 지켜 주셔야 돼요. 알았죠?”

“으응, 그건 세미씨도 마찬가지지. 절대 박상사님도 알아선 안 되니까......”

“네, 알았어요. 사랑해요. 흐읍......으으음......”

다시 한 번 안겨오는 세미를 안고, 가는 허리를 뒤로 꺾어 넘긴다. 샤워를 하고 난 뒤 묻어나는 향기가 비 오는 날의 축축한 공기와 섞여 다시금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당신...... 정말 알 수 없는 여자야. 이렇게 안고 있으니 또 보내기 싫어지는데......”

“핏...... 그렇게 구박하시더니 이제야 제 가치를 알겠던 모양이죠?”

샐쭉거리며 토라진 척하는 세미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애무해 주니 정장치마 밑으로 매끄러운 감촉의 실크가 손길을 겉돌게 한다.

빗속에 마담을 배웅하고, 한껏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그간 미뤄왔던 숙제를 해결한 듯 개운한 마음에 잔뜩 찌푸려 비를 퍼붓는 하늘마저도 상쾌한 날이다.

“여보세요.”

“네, 저...... 최규철입니다. 지금 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만......”

“아! 주인에게 사용방법도 자세히 알려 준 거요?”

“네, 테스트도 모두 마쳤습니다.”

“그럼 메모 좀 하쇼.”

삼각지 여관에 카메라 설치를 맡겼던 사내에게서 연락이 오고, 기찬은 그에게 또 다른 일을 준비시키는 중이었다. 여관에서의 작업을 끝으로 기찬에게서 벗어나기를 희망했겠지만, 미림이와의 일로 올무에 걸린 이 사내는 그저 기찬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 군소리 없이 받아 적는다. 

우산도 없이 무언가에 홀린 듯 달려왔던 길을 되짚어 차에 오르고, 이내 소공동으로 방향을 잡는다. 은진에게도 오늘은 가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송만호의 사채 사무실에 볼 일이라도 떠올랐는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고들 하십니다.”

“어머! 강사장님...... 오늘은 안 오신다더니......”

“아! 강사장님, 어서 오세요.”

은진과 송만호 등이 기찬을 반기고, 한창 전화통화를 하던 사채업자 조상환도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찬을 맞아들인다. 여전히 다른 테이블에 있는 이들의 표정은 무겁기만 해 사채업의 수고로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양이다. 그들의 눈에는 기찬도 조상환이나 송만호에게 속아 머지않아 돈을 날릴 사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기찬을 끌어들여 나름의 손해를 극복하고 있을 송만호를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 이 아가씨는 못 본 것 같은데......”

“아, 어제 오셨을 때는 은행에 심부름을 갔었습니다.”

“네...... 그렇군요? 저는 강민호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이미영입니다.”

“이미영씨요? 하하...... 우리 차영미씨하곤 이름이 순서만 바뀌고 똑같네요?”

여지없이 가짜 이름을 말하는 기찬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지난번 방문에서 볼 수 없었던 아가씨는 보아하니 사채업자 조상환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는 것 같았고, 그로 인해 꾸미고 있는 계획에 뭔가 차질이라도 빚게 되는 모양이었다.

“저...... 오늘 시간들 되시면 회식이라도 한 번 가지면 어떻겠습니까? 저도 내일부터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신고식 삼아 앞으로 신세 질 분들에게 술을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하하...... 아, 그것 좋지요.”

조상환이 반색을 하고 나서고 다른 이들도 반응을 보인다. 기찬은 경리 계집애의 책상 곁으로 다가가 말을 붙인다.

“자, 미영씨도 함께 가시죠? 우리 미쓰차도 갈 거니까...... 이차도 가야지요?”

“호호...... 네, 알았습니다.”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기찬의 몸짓에 경리 계집애가 입을 가리고 웃는다. 사무실에는 중년 남성들 뿐 비슷한 또래가 없어 적적하던 차에 은진이나 기찬의 출현은 그녀에겐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잠시 후, 기찬은 송만호와 은진을 불러내 커피 자판기 앞에 서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세 사람은 이미 한 배를 탄 사람이고, 기존의 사채업자들이 보기에는 송만호가 자신의 손해를 줄이기 위해 기찬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고 있으니 이 세 사람의 잦은 회동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형님, 내가 이 사무실에 카메라를 설치할 생각인데...... 저 아가씨가 퇴근을 늦게 하거나 하면 곤란해서 회식을 하자고 한 겁니다.”

“아! 그...... 몰래 카메라라는 거 말씀입니까?”

“네, 그래야 우리 사무실에서도 한 눈에 여기를 볼 수 있지요. 다행히 거리가 가까워서 무선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어머! 사장님, 그럼 나중에 어떻게 들어오게요?”

“그래서 형님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 손님 하나가 대출 문제로 퇴근 후에 늦게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고 하시고, 그 일을 처리한 후에 합류하겠다고 하시면서 사무실 키를 받아 두세요. 이 안에 물건이라곤 컴퓨터하고 전화기뿐이니 무리 없이 주지 않겠습니까?”

“아, 아...... 네......”

“그리고 혹시 아가씨가 끝까지 남아 있다가 같이 오려고 하면 은진이 네가 혼자 가기는 부끄럽다고 하면서 억지로 데리고 나서야 한단 말이지.”

“네, 알았어요.” 

그렇게 일을 배우는 듯 송만호의 책상 근처에서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다른 이들도 일감이라는 게 모두 그만그만한지 채팅사이트에 들어가 있는 이도 있고, 장기니 바둑 따위로 소일하는 이들도 있어 사무실 풍경은 말 그대로 무늬만 사무실인 셈이었다.

그래도 워낙 업자들이 많으니 간혹 손님이 들어 상담실에서는 상담이 이루어지고 그 유효손님 대부분은 마지막에 이미영이라는 아가씨가 처리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기찬이 전화기를 귀에 대고 사무실 밖으로 나선다.

“으응, 그래...... 알았어. 끊어.”

미라의 올케 강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즉시 전화를 끊고 여관 주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넣는다.

“여보세요. 나 강수사관입니다.”

“아! 네, 네......”

“지금 들어가는 남녀가 있을 겁니다.”

“음...... 아! 네, 네...... 지금 탔습니다. 남자가 좀 나이가 있어 보입니다. 안경을 꼈고......”

“네, 바로 그 사람들이니까 부탁한 대로 처리를 좀 해 주세요.”

“네, 네...... 알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연이어 걸음을 옮겨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며 전화번호를 누른다.

“여보세요. 어디쯤 오고 있습니까?”

“네, 지금 남대문 근처 지나고 있습니다. 다 왔습니다.”

“그럼 내가 설명해 준 곳에 와서 보면, 맞은편 이층에 햄버거 가게 창문으로 이 건물이 보이니까 그리로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네, 네...... 바로 가겠습니다.”

시간이 되어 사무실을 나서는 사람들 뒤로 기찬이 따라 나서며 전화를 꺼내든다. 건너 편 이층에서 바라보고 있던 사내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사채업자 조상환의 사무실로 스며들고 기찬이 요구했던 작업은 불과 십여 분만에 끝낼 수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송만호에게 약도를 받아들고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면 후속작업을 위해 기찬의 사무실로 한실장을 찾아 가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었다.

“그래, 손님은 잘 만나셨습니까? 시간이 얼마 안 걸렸는데......”

“아! 네...... 그 사람 알고 보니까 조건이 안 되는 사람이더군요. 결국 다른 데 알아본다고 그냥 가더군요.”

자기들만 알아들을 얘기로 상황을 전달받고,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진다. 조상환에게야 사방에 널린 이들이 죄다 먹잇감에 불과할 뿐이니, 그럼에도 그들에게 접근해 친해 보고자 속없이 돈을 쓰는 기찬이 어이없는 사람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병신 같은 놈...... 어린놈이 어디서 밑천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며칠이나 가겠니?”

서로가 시커먼 속내를 감춘 채, 화기애애한 그 자리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제법 늦은 시간, 기찬은 운전을 하고 있고, 조수석에서 은진이 기찬을 바라본다.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걱정하지 마. 내 면허는 음주면허니까......”

“피......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호호호......”

“어라?...... 못 믿어?...... 보여줄까?......”

기찬은 뒷주머니를 뒤적거려 지갑을 꺼내고 그 속에서 수사관 신분증을 펼쳐 보인다.

“자, 읽어 봐......”

하지만 한참을 이곳저곳 찾아보던 은진은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못 찾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봐도 그런 말은 없는데요?”

“거기 면허 번호 읽어 봐. 오른 쪽 위에......”

“어머머! 호호호...... 번호 끝자리가 공공칠이네요?”

“하하...... 이제 봤어? 누가 공공칠을 잡겠어? 그러니까 무적 면허지.”

“아유...... 순 엉터리예요. 호호호......”

“그리고 그 앞자리 숫자도 모두 다 읽어야 제대로 읽는 거지.”

“숫자가 공으로 시작하는데 어떻게 다 읽어요?”

“군대에선 다 그렇게 읽어. 공으로 소리 내서 읽어 봐.”

“공...... 일공...... 공공칠...... 이렇게요?”

“에이...... 누가 그걸 그렇게 읽나? 따라해 봐. 공. 씹. 공. 공. 칠......”

“어머! 몰라요...... 난 또 정말인 줄 알고 심각하게 듣고 있었네......”

삼각지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올라선다. 은진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인터폰으로 내용을 묻자 은진때문인지 조심스럽게 대꾸를 해 온다.

“저...... 그 사람들 아직도 안가고 있는 모양인데요.”

주인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 그래요? 아주 진을 뽑는군. 망할 자식...... 그럼 거긴 남편이 가 있습니까?”

“네에......”

“알았습니다.”

잠시 후,문이 열리고 방문을 두드리니 사내가 문을 열어주고, 기찬에게 이것저것 기계에 대한 설명을 해 준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라진다.

화질 좋은 모니터에는 방안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어 그 안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포르노를 연상하게 한다.

“어머! 저게 누구예요?”

“으응, 지금 내가 수사하는 놈 있어. 뒷조사 중이야.”

“어머머! 전 말로만 이런 게 있다는 걸 들었지. 정말 신기하네요?”

기계 근처에서 신기한 듯 바라보는 은진을 뒤로 다가가 살며시 끌어안는다. 이젠 은진도 의례히 짐작하고 있었는지, 앙탈도 없이 엉덩이를 문질러 오고, 그런 은진의 허리를 들어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며 무릎 위에 앉힌다.

“무겁지 않으세요?”

“으음...... 무겁긴...... 자, 이젠 저 자식..... 구경 좀 할까......”

옷 속으로 손을 넣자 단추를 풀어 길을 만들어 주는 은진의 가슴을 주무르며 화면 속으로 빠진다. 어느새 일을 마치고는 씻으러 갔는지 침대엔 강희만이 너부러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시간으로 보아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다시 발기되기를 기다려 재차 안아갔던 모양이었다. 

“하윽...... 사장님, 저 벗을게요.”

“으응...... 그, 그럴래?......”

기찬의 주무름에 몸이 달아오르는지 은진이 일어서 청치마를 풀어 내리고 셔츠도 벗어 버린다. 기찬도 일어서 옷을 모두 벗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자, 은진이 커다란 엉덩이를 뒤로 내밀고 기찬은 그 허리에 손을 얹어 무릎 위로 앉혀준다.

그 사이 영진 사장은 방으로 돌아오고, 강희가 욕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사장님, 어서요......”

“흐음...... 그래, 여기 침대에 엎드려 봐. 강아지처럼......”

“아이, 싫어요...... 강아지가 뭐람......”

싫다고 하면서도 냉큼 엎드리는 은진의 뒤로 붙어 부드러운 엉덩이를 주무르고, 그 사이로 허리를 들이민다. 이미 충분히 젖어버린 은진은 기찬을 인도하고, 단숨에 갈 곳을 찾아 허리를 놀려 댄다.

“후욱...... 후욱......”

“으흠....... 하악...... 아학......”

모니터를 통해 다른 이를 보는 것은 마치 내 모습도 누군가에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갖게 한다. 비록 아무 것도 나오지 않고, 그저 배불뚝이 영진사장만이 보일 뿐인데도 상상이라는 것은 끝없이 나래를 펼쳐 은진의 엉덩이 부드러운 살집을 찔러 대게 한다.

“으흑...... 사장니임...... 으흑......”

“후욱......”

이윽고 강희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천천히 팬티에 발을 꿰고 있었다. 모든 옷을 채 입기도 전에 다시 붙잡아 침대에 주저앉히는 것을 보니 강희가 집을 나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욕구불만에 빠지기라도 한 듯 영진사장의 손길이 거칠기만 하다.

다시 강희의 입술을 물어뜯듯이 가져가자 비로소 강희가 반발을 하기 시작한다. 기찬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재차 삼차 치근거리는 영진사장이 좋았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허리를 놀려 댔는지 모를 일이다. 이미 은진은 진작부터 시트에 고개를 처박은 채 옹알이를 하고 있었고, 잔뜩 젖어 버린 사타구니에서는 물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철벅거리는 음탕한 소리만으로도 소름이 돋아 오르고, 한 순간 은진의 몸 안으로 분신들을 분출해 버린다.

“으으흑...... 울컥......”

“하악...... 몰라...... 사장니임......”

방에서 빠져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은진의 엉덩이 위로 쓰러져 버린다. 바쁜 호흡으로 뜨거운 숨을 은진의 귓가에 불어주고 잘근거리며 물어 준다.

“하윽, 하아앙...... 싫어......”

움찔거리며 힘이 들어가는 엉덩이에 아직 채 죽지 않은 심벌을 문질러 흔들어 본다. 그런대로 살아있던 물건에 다시 기운이 들어가고, 은진의 두 다리를 붙여 처음 느꼈던 그 조임을 다시 경험한다.

“후욱...... 후욱......”

“엄마야! 아학...... 사장니임......”

“가만히 있어 봐...... 후욱......”

“허억...... 어떻게 또...... 하윽......”

도톰한 엉덩이를 잡아 벌려 들국화를 바라보니,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한다.

“하윽...... 아파...... 벌리지...... 마세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심하게 잡아챘는지 은진이 고통을 호소한다. 정신을 차린 기찬은 그 대로 등위에 엎어져 빠르게 허리를 놀리고, 양 손에는 불룩하게 은진의 젖가슴이 모양을 잃어간다. 그렇게, 그렇게 은진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이건 웬 테이프예요?”

기찬은 카이로에 돌아와 모니터 장비 앞으로 마담을 불러내 부탁을 하고 있었다.

“으응, 누구 뒷조사하는 자료거든...... 이거 좀 시디로 만들어 줘.”

“흥...... 맨 입으로요?”

“에잇! 반지의 마법이다. 받아라......”

기찬은 장난스럽게 마담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마담은 그런 기찬의 허리를 꼬집으며 기기 앞으로 다가선다.

기찬은 오가는 계집애들이 없는 틈을 타 마담의 엉덩이 뒤로 붙으며 허리를 안아간다.

“어머! 애들이 봐요.”

마담은 엉덩이를 흔들어 기찬을 떼어 놓으려 앙탈을 부리고, 기찬은 슬그머니 가슴을 쥐어주고는 방으로 들어선다. 

“이그...... 정말 못 말려....... 저럴 거면서 그동안은 어떻게 참았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정사에 눈앞이 아득하다. 노동으로 보자면 그것만한 중노동이 따로 없을 테니 머리를 바닥에 붙이자마자 꿈길로 접어든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모르지만, 뭔가 분주한 느낌에 눈을 떠 보니 시간은 새벽 세 시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후, 마담이 방으로 들어서고 기찬의 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어머! 깨우려고 했더니 안 잤나 봐요?”

“아니...... 금방 깼어요. 그런데 왜 이리 소란해?”

“으응...... 오늘 소독하는 날이라서 그래요. 기찬씨도 어서 일어나요.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애들도 별로 없고, 나온 애들도 지금은 전부 외박 나가거나 집에 갔어요. 저도 이젠 퇴근할 거예요.”

“아, 아...... 그래? 시디는?......”

“저한테 있어요. 어서 가요.”

“집에 가야 된다면서?...... 나도 가야지. 어서 줘.”

“으흥...... 어서 따라와요. 우리 집에 가서 줄 테니까......”

“마담 집에?...... 내가 거기 가도 돼?”

“어머! 그럼 내 집에 내가 손님 모시고 가는 데 뭐...... 어때서?......”

기찬이 박상사를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테니 연이어서 바로 대꾸를 해 온다.

“피...... 박상사님은 우리 집에 한 번도 안 와 봤어요. 그 양반은 그냥 거래 파트너일 뿐이라니까......”

“그래, 그럼 세미씨 집에 가 봐도 되겠군. 아유...... 졸려...... 아무튼 조심하자고......”

기찬은 지프를 세워두고 마담의 차에 올라탄다.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두르려고 하다가 마담이 타기를 기다려 마담의 무릎 위로 머리를 눕혀 버린다.

“아흠...... 냄새 좋고...... 쿠션 좋고...... 이래서 자동변속 차가 좋다니까......”

“어머머! 아유...... 어리광 부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요. 이래 갖고 어떻게 운전을 해요?”

“아웅...... 몰라. 알아서 해......”

마담도 싫지는 않았는지 천천히 차가 구르고, 기찬은 눈을 감고 다시 마담의 향기와 잠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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