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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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자, 한기주씨...... 잘 들어 봐. 내가 오늘 여기 올 때만 해도 당신 잡아 족쳐서 세희에게서 떼어내고 그저 정보나 얻으려고 했었는데...... 당신 제법 쓸모가 있어 보여. 내가 지금 준비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앞으로 나를 좀 도와줘야 되겠어.”

한기주...... 기찬의 심부름으로 자신이 일하던 사채 사무실에서 각 대출기관의 서류 따위를 들고 와 기찬의 앞에 펼쳐두고 설명을 하다가 기찬이 다시 세희 얘기를 꺼내자 아내 은진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내 은진이야말로 불과 십여 분 전 기찬에게 엎드린 채 강간을 당한 입장이니 아직도 그녀의 몸속에는 기찬의 분신들이 힘차게 헤엄쳐 다니고 있을 터 기찬이든 남편이든 똑바로 고개를 들고 볼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기주는 기찬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떨어질지 몰라 걱정스러운 듯 빨리 이 자리를 모면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의 표정을 본 기찬은 곧 긴장을 풀어주며 말을 이어간다.

“아, 아...... 걱정하지 말고...... 당신 나간 사이에 생각을 해 봤는데 어차피 나도 일손이 필요하고 당신도 정상적인 수입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앞으로 빚도 갚아 나가야 할 텐데 말이야.”

“아! 네......”

“나는 사실 군 수사요원이야. 당신을 체포하지 않고 봐 주는 것도 일선 경찰들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 앞으로 나를 도와서 지역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좀 맡아서 해 봐. 당신 뒤는 내가 봐 줄 테니까......”

“아! 저, 정말이십니까?”

기주는 자기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니 마치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었다. 이 사내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빼먹고 언제 마음을 바꿔 먹을지 모르는 일이니 혹시라도 체포를 당할까 봐 전전긍긍했었는데 일자리는 둘째 치고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래, 월급은 얼마나 주면 되겠어? 아, 아...... 그러지. 내가 받는 돈을 그대로 주도록 하면 되겠군.”

“네?...... 형사님 월급을 제게 주신다고요?”

“어허...... 난 일반 형사가 아니라니까...... 음...... 이렇게 합시다. 앞으로 내가 당신은 한실장이라고 부를 테니까 당신은 나를 강사장이라고 불러요.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그게 좋겠군. 그리고 나는 따로 운영하는 사업체가 있어서 국방부에서 주는 월급은 당신에게 줘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당신 부인도 당분간은 우리와 함께 일하다가 나중에는 내 사업장에 자리를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면 아파트에 깔린 빚도 머지않아 갚을 수 있을 거 아니요?”

“아! 네, 네...... 정말 고맙습니다.”

카이로의 세희에게는 오천만 원의 부채를 대신 갚아 준다고 하고 한 달에 백만 원씩 받기로 했으니 또 기찬은 야비한 방법으로 손도 안 대고 코를 풀어 버린다. 기존의 정보수집 업무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귀찮은 일은 기주에게 맡겨 버리고 본업 아닌 본업에 매진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어서 기찬은 종이 위에 자신의 관할구역을 그려가며 정보수집 요령을 설명하고 있었다. 기주의 아내 은진은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어느덧 세 사람은 서로의 속내를 모른 채 의기투합하는 모습이었다.

“아! 카이로가 그럼 강사장님 은신처였습니까? 아이고...... 전 그것도 모르고 거기서 그랬으니......”

기주는 또 말하다 말고 자신의 실수를 느꼈는지 아내 은진의 기분을 살피고 그 모습에 기찬이 웃으며 분위기를 정리해 주는 척 하며 나선다.

“자, 자...... 이제 그만...... 언제까지 그렇게 서먹서먹하게 지낼 거요? 다 먹고 살다보니 그런 건데...... 은진씨도 한실장 이해해 주고, 한실장도 앞으로 은진씨 하는 일에 많이 협조해 주쇼. 아직 두 사람 아기도 없는 모양이니 이럴 때, 바짝 벌어서 빚 갚아야지.”

네...... 허허...... 그래야죠. 많이 도와주십시오.“

“네, 저도 그럴게요. 사장님만 믿어요.”

은진의 머쓱한 표정이 마치 남편 때문인 양 말을 몰아가며 분위기를 띄워주니 은진의 입이 비로소 떨어지고 기찬도 만족한 듯 웃어 보인다.

“자, 그럼 한실장이 전문가니까...... 내 계획을 한 번 들어보고 평가를 해 봐요.”

“네, 네...... 말씀하시지요.”

이어서 장황한 기찬의 설명이 나열된다. 미라의 오빠 송만호가 사기를 당한 배경과 그 업자를 골탕 먹이기 위한 기찬의 계획을 모두 들은 한기주는 입을 벌린 채 다물 줄을 모른다.

“아!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글쎄요...... 그렇게 하기까지는 복잡한 일이 좀 남아있기는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 대출기관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서 좀 더 조사를 해봐야 될 것 같습디다. 뭐 아무튼 추진해 봅시다. 불가능한 일만 아니라면......”

“네, 그렇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하하...... 그럼 됐습니다. 자,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했으니까...... 한실장은 종로로 나가서 바로 일을 보시고 늦지 않게 내게 보고를 해 주면 됩니다. 자, 오늘은 이만......” 

주차장으로 내려와 한기주를 먼저 출발시킨 기찬은 운전석에 앉아 은진의 팔을 붙잡고 있다.

“아...... 사람들이 봐요.”

“뭐...... 보면 어때서? 우리가 무슨 사인지 알 게 뭐야? 남매같이 보이지 않아? 하하......”

“......”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은진씨한테 나쁜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알았지?”

“네......”

기찬은 차를 몰아 미아리고개를 되넘어 오면서 문득 미뤄왔던 일이 떠올라 김비서에게 맡겨두었던 일을 확인한다.

“아! 김비서?......”

“네, 안녕하십니까?”

“그 집은 매각됐습니까?”

“네, 지시하신 통장으로 송금을 해 뒀습니다.”

“그리고 가보니 어때요? 적응할 수 있겠어요? 김비서는 그런 현장 일이 낯설었을 텐데......”

“하하......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마침 여기 공장장이 사람이 서글서글해서......”

“그래요. 김비서도 알다시피 내가 현장관리를 직접 할 수 없는 입장이니까 김비서가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결제를 해야 합니다.”

“네, 알았습니다.”

“그럼 돈도 마련됐고...... 그리고...... 김비서 부인 말입니다.”

“네...... 제 집사람 말씀이십니까?”

“네, 어디 종로쯤에다가 우리 가구 직판장을 하나 차렸으면 좋겠는데...... 우리 가구가 고풍스런 분위기라서 김비서 부인하고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더란 말씀입니다. 해서 말인데...... 김비서가 출근할 때 당분간 함께 나가서 회사 분위기를 좀 익혀두면 어떨까 싶어요. 나중에 직판장 홀 매니저를 맡겨보고 싶은데......”

“아! 그러십니까? 허허......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뭐, 홀 매니저야 분위기 메이커 아닙니까? 일이야 직원들이 하는 거고...... 결제나 하고 간혹 손님들에게 설명이나 해 주면 되는 일인데...... 그러면 김비서도 빨리 일어날 거 아닙니까?”

“네,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함께 출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나중에 또 봅시다.”

기찬은 종로에 자신의 할렘을 꾸밀 계획인 모양이다. 남편들과는 각기 다른 생활공간을 만들어 양쪽을 모두 관리하며 카이로의 여자들과는 또 다른 내밀한 사생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파트에 세를 들었던 지영은 레스토랑을, 김비서의 아내 지수는 또 그 근처에 가구 직판장을 만들어 가까이 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음...... 확실히 풋내 나는 아가씨보다는 유부녀들이 자극적이야. 하하하...... 둘 다 롱드레스를 입혀두면 침 흘리는 녀석들이 하나 둘이 아닐 걸......”

무슨 생각인지 기찬은 다시 복덕방을 향해서 차를 몰아가고 있었다. 아침에 만난 사장의 표정은 볼만 했었다. 기찬이 짐작 못할 일이 아니니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형님, 다시 왔습니다.”

“어, 어...... 어서 와라. 야...... 요즘 너 잘 나가나 보더라?”

“에이...... 잘 나가기는요. 그저 밥이나 먹고 사는 거지. 하하......”

“야. 그나저나 그 여자는 어떻게 엮은 거냐? 아침에 보니까 네 곁에 찰싹 달라붙어서 색기를 그냥 줄줄 흘리던데......”

“아이고...... 형님도 참...... 그냥 누님으로 사귀는 거예요. 형님은 사업 변함없이 잘 되지요?”

“나야 뭐...... 매일 그저 그렇지.”

“나...... 형수 좀 만나볼까 싶어서 왔는데......”

“네 형수는 왜?”

“으응, 조금 후에 아까 그 누님이 가게 하는 곳에 건물주를 만나기로 했거든. 그 사람이 부동산이 제법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같이 가면 소개도 되고...... 뭐, 좋지 않을까?”

“아! 그래?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 전화해서 오라고 할게...... 그래, 우리 같이 먹고 살자. 자식...... 의리 있네. 하하하......”

복덕방 사장이 헛짚었다는 것과 기찬이 애경을 찾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건 소개를 빌미로 애경을 상대방에게 접근시키면서 지영을 단념하게 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니, 이제 기찬은 애경을 완전히 내돌리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자식들이 일으킨 분란으로 지영과의 관계를 단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 업무를 핑계로 접근하는 애경을 마다할 리 없는 일일 테니 기찬의 잔머리가 또 빛을 발하고 속 모르는 복덕방 사장만 헛물을 켜고 있다.

“어머! 삼촌...... 오랜만이네. 거기가 어딘데?...... 어서 가요.”

“네, 갑시다. 형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기찬의 지프를 본 애경은 눈을 크게 뜨고 기찬을 다시 바라본다. 이내 남편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조용히 올라타 출발을 기다리고 차가 골목을 벗어나자 바로 기찬에게 앙탈을 부려 댄다.

“뭐야? 한 번 전화도 없이...... 이런 차를 타고 다니면서 여자들이나 만나는 거 아냐?”

“후훗...... 바빴어. 그래, 잘 지냈어? 그...... 병국 선배는 그 뒤로 또 만났어?”

“으응? 호호호...... 그 날 아주 죽여줬더니 자꾸 전화가 와서 곤란해 죽겠어.”

“후후...... 곤란할 게 뭐가 있어? 유부녀인줄 알겠다. 결혼하자고 덤빌 것도 아닌데...... 잘 키워 두면 훗날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아?”

“어머! 정말 기찬씨 갈수록 다시 봐야 되겠어...... 호호호...... 그럼 오늘도 단순히 부동산 소개해 주는 게 아닌 것 같은데......”

“하하...... 눈치 빨라서 좋고...... 그 영감, 나도 처음 보는데 일단 얼굴이나 봐 둬. 소개 받아 두면 나중에라도 접근할 수 있잖아? 듣기로는 부인도 상처한 모양인데...... 잘 하면 큰 거래가 될 수도 있는 일이잖아. 몸 푸는 건 젊은 놈들한테 풀고...... 그런 사람한테는 봉사하다가 한 몫 챙기는 거지. 인생 뭐 있나?”

“큭큭...... 그럼 기찬씨하고 나하고는 동업자 관계네? 호호호......”

“그래도 그 구멍 주인은 나야. 분명히 알아 둬.”

“어머! 구멍이 뭐니? 구멍이...... 이그......”

“하하하......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

어느덧 애경도 기찬과의 관계를 그리 설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이미 병국과 잠자리를 한 이후니 아무리 함께 바람을 피우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 대상만 고집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그저 기찬이 요구하는 대로 다리를 벌리며 자신도 즐기기로 작정을 해 버린다.

“어머! 저 여자는 누구야?”

기찬은 애경과 함께 지영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찾아오고, 지영은 멀리 테이블을 가리키며 기찬에게 묻고 있다.

“으응, 누님은 몰라도 돼. 오늘의 바람잡이로 데리고 온 사람이야. 지금 나하고 좀 나갑시다.”

“어디 가려고?......”

“일단 영감을 혼인빙자 간음으로 쳐 넣는 거야.”

“뭐, 뭐?...... 나하고 결혼하자고 한 적은 없는데...... 증거도 없이 그런 게 되는 거야?”

“큭...... 증거는 자기들이 만들어 줬잖아?”

“무슨 증거?......”

“아! 그 년 놈들이 개떼처럼 쳐들어와서 누님을 폭행한 게 증거 아니면 뭐야? 자기들 아버지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고, 그런 경우 여자 측에서는 얼마든지 할 법한 얘기니까...... 일단 고소장부터 작성하고 나면 내가 처리하기가 용이하단 말이지.”

“아, 알았어. 하여간 자기가 다 알아서 해.”

“오늘, 누가 사과한다고 찾아오거나 연락한 사람도 없었어?”

“으응, 아무도......”

“허헛...... 이것들이 아주 간덩이가 부었군. 그래...... 그 자식들도 아예 집단 폭행으로 고소를 해 버리자고......” 

“진단서도 안 끊었잖아. 병원에 가지도 않았는데......”

“요즘 그런 건 돈만 주면 다 만들어 줘.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기찬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넣는다. 그런 병원에 대한 정보는 오히려 경찰이 잘 알고 있을 터, 종로 서에서 접촉했던 경찰인 모양이다. 잠시 후 미소를 지어 보이는 기찬은 지영을 데리고 차에 오른다.

“그리고 영감한테 전화해서 레스토랑에 손님이 와서 기다린다고 말해.”

“누구?...... 아까 그 여자?......”

“으응, 복덕방에서 손님이 왔다고만 하면 돼. 나머지는 그 여자가 알아서 할 거니까......”

기찬도 휴대폰을 눌러 애경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차를 출발시킨다. 곁에서 지켜보는 지영의 시선에 놀라움이 가득하고 손을 뻗어 기찬의 손을 지긋이 쥐어 본다.

“왜?......”

“그냥...... 고마워서......”

“푸훗...... 고맙긴 뭐가 고마워? 내 마누라 내가 챙기는 건데......”

“어머?...... 마누라?...... 호호호...... 아유, 내가 천벌 받을라...... 말이라도 고마워요. 꼬마 신랑님......”

병원과 경찰서에서 일처리를 모두 마친 기찬과 지영은 다시 레스토랑에서 애경과 마주앉아 다음 진행을 지켜보기로 한다. 이미 경찰서에서 신분을 밝히고 협조를 요청해 두었기 때문에 담당경찰도 쾌히 웃으며 약속을 했었다.

“어머! 그러면 조금 후엔 난리가 아니겠네? 호호호......”

“후후...... 이젠 자기들이 합의 보자고 덤빌 수밖에 없지. 혼자 있는 여자 윽박질러가지고 대강 정리하려다가 큰 코 다치는 거지.”

"나중에 합의 볼 때 누님은 나하고 함께 가고, 형수는 이제 돌아가도 돼. 영감하고 합의 볼 때, 형수 연락처를 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으응, 알았어......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지영과 애경 모두가 서로 간에 기찬과 보통 사이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만 하는 가운데 새침한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한다. 

잠시후, 경찰이 들이닥쳐 영감과 자식, 며느리를 체포해 가고, 이즈음 영감의 딸과 사위도 체포당하고 있을 것이니 조만간 만나서 합의를 보면 이 일도 모두 정리가 되는 것이다.

“어머! 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놀란 얼굴로 뛰어 들어오는 아가씨가 있어 기찬을 놀라게 한다. 지영을 잘 알고 있는 듯 카운터에서 정리를 하던 지영에게 달려가 따져 묻고, 지영은 잠시 난처한 얼굴을 하다가 대답이 궁한 듯 기찬을 바라보고는 슬그머니 기찬에게 떠넘긴다.

“너한테는 미안하게 됐구나. 하지만 나도 억울한 일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니? 새벽에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뛰어 들어서...... 어쨌든 지금 내 동생이 알아서 한 일이니까 내 동생하고 상의할래?”

“......”

“뭐야? 그날 왔던 사람들 말고 딸이 또 있는 모양이네......”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찬 곁으로 아가씨가 다가와 자리에 앉는다. 기찬은 짐짓 모른 척하며 시선을 피해 버리고 아가씨는 몸이 달아 기찬의 주의를 끈다.

“여, 여보세요.”

“얘기하슈......”

일부러 빈정거리는 기찬에게 막상 말 붙이기가 쉽지 않은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간다.

“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뭘 말입니까?”

“아시잖아요? 저희 아버지하고 언니, 형부, 오빠, 새언니까지 전부 잡혀갔단 말이에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잘못이 있으면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민주사회 아닙니까?”

“왜 이러세요? 제발......”

“보아하니 합의라도 보자는 말씀인 모양인데, 그건 나중에 생각해 봅시다. 내가 지금은 화가 가라앉지를 않아서 당장 그 사람들 꺼내주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하지만......”

“안 그래도 경찰에서 들어오라고 연락 받았습니다. 봐서 나중에 들어갈 겁니다. 뭐...... 그 안에 있으면 밥 주겠다. 재워주겠다. 뭐가 걱정입니까? 하하......”

옵션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그저 아파트 전세금이나 닦아 먹고, 추가로 그 자식들에게서 돈이나 조금 더 우려낸 뒤 정리하려던 일이 영감의 막내 정도로 보이는 아가씨의 출현으로 기찬의 컬렉션을 자극한다. 아가씨의 뒤로 보이는 지영은 이미 기찬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하얗게 눈을 뒤집고 흘겨보며 입을 가린 채 웃고 있다.

“그나저나 아가씬 누구요?”

“딸인데요.”

“그나마 다행이군 그래...... 아가씨도 그 날 같이 왔더라면 지금 쯤......허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댁의 형제들은 초범이면 몇 달 후에 나오니까...... 아버지는 좀 힘 들 것이고......”

“네에?...... 안 돼요. 흐흑...... 제발......”

“글쎄요. 되는지 안 되는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고...... 댁의 형제들도 재판은 받아야 할 테니 그 기간이 몇 달은 걸린다는 말입니다. 댁의 아버지한곤 아예 합의도 안 볼 생각이었고...... 생각해 봐요. 아가씨도...... 보아하니 우리 누님이 댁의 아버지에게 몸도 망친 모양인데, 뒤늦게 돈을 받고 합의를 봐 준다면 그건 날 보고 우리 누님을 창녀취급 하라는 말밖에 안 되잖아요.”

“......”

기찬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서 나오며 지영에게 윙크를 한다. 지영은 입을 가리고 웃다가 아가씨가 뒤따라 나오자 얼른 몸을 돌린다.

“누님, 나 나가요. 나중에 집에서 봅시다.”

“으응, 그, 그래......”

지영도 눈치 빠르게 대답을 하며, 아가씨에게 기찬을 쫓아가 사정을 하라는 몸짓으로 바람을 잡는다. 

출입문을 벗어나 밖으로 나온 기찬을 아가씨가 달려와 팔을 붙잡는다.

“아, 아저씨...... 제발......”

“허...... 아가씨, 내가 금방 말했잖아. 아가씨 같으면 그런 일을 당해도 그저 돈만 주면 금방 화해가 되나? 어디...... 말해 봐. 아가씨가 된다면 내가 합의를 봐 주지.”

“세, 세상에...... 지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상관없는 아가씨가 나설 일이 아니라니까......”

“......”

“좋잖아? 보아하니 우리 누님을 재산이나 노리고 영감한테 접근한 것으로 몰아서 떼어 내려고 했던 모양인데...... 영감이 교도소 가 있는 동안 사이좋게 재산이나 잘 지키면 될 일이지.”

말을 끝으로 기찬은 차에 오르고 당황한 아가씨는 차를 가로막는다.

“아, 아저씨...... 제발...... 흐흑...... 그러지 말고...... 어떻게 하면 돼요? 제발......”

“차에 타. 그럼......”

“그럼 합의 봐 주실 거예요?”

“허허...... 일단 타 봐. 아가씨 각오를 보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싫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아가씨는 천천히 옆으로 돌아 좌석으로 오르고, 기찬은 차를 출발시킨다. 아가씨는 집에서 입고 있던 대로 놀라서 뛰어나왔는지 티셔츠에 반바지로 된 청바지를 입고 있어 시원스런 허벅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지금, 학생인가?”

“그런 건 왜 물어 보세요?”

“슷......”

“네, 네...... 2학년이에요.”

기찬은 기분이 상했다는 표시를 해 즉시 아가씨의 대답을 유도해 낸다.

“이름은......”

“조...... 유정이요.”

“그럼 오빠라고 해. 나도 학교를 계속 다녔으면 지금 4학년이니까......”

“네......”

기찬은 차를 몰아 삼각지로 향한다. 이미 그곳은 기찬의 비밀 아지트나 다름없는 곳이니 매우 적절한 장소일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늘어서 있는 입구 옆으로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고 그 앞은 안이 보이지 않도록 천막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늘어진 천막이 차 앞 유리에 쓸려 뒤로 넘어가자 유정이 당황한다.

“어, 어머! 왜 이런 데를...... 싫어요.”

“그래?...... 그럼 돌아 가. 잡지 않을 테니까......”

“......”

“왜?...... 교통비가 없나? 택시비라도 줄까?”

“......”

“잘 생각해. 나는 네가 처녀일 것이라고 믿지도 않지만, 처녀라고 해도 나에겐 아무 의미도 없어. 내가 지금 너하고 사귀자고 이러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네가 남자 친구가 있든 없든...... 그것도 중요하지 않고...... 서로가 다시는 볼 필요 없는 사람들 아니야? 다만 네가 너희 식구들한테 합의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기 전에 서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거야.”

“조건이라니요?”

“아까 말했잖아. 우리 누님이 창녀가 아니지만 너희 아버지와 몸을 섞었듯이...... 그러기 위해선 너도 내게 그 조건을 만족시켜 줘야 합의를 하든 말든 하지.”

“......”

“자, 내려...... 네가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상관 안 해.”

기찬은 차에서 내려 유정을 채근하고, 유정은 마지못해 차에서 내린다.

“차비 줘?......”

“아, 아니요.”

“따라 와. 그럼......”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고개를 숙인 유정도 따라 오르고 이내 알아서 엘리베이터가 흔들린다.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오니 금방 곁에 있는 유정의 체향이 느껴지고, 잠시 후의 기대로 기찬의 혈관이 팽창한다.

“너, 너무해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억울하게 생각 하지 마. 강제하는 건 아니니까......”

방으로 들어 선 기찬은 바로 허리띠를 풀어 버리고 욕실로 들어선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고는, 비누를 주워들어 온 몸에 거품을 먹인다.

잔뜩 일어서 기찬을 노려보는 놈이 거울 속에 있었다. 

“어, 엄마야!”

건들건들 고개를 쳐든 채 흔들리는 그대로 욕실을 나서는 기찬을 보고 유정이 기겁을 한다. 고개를 돌리고 주저앉는 유정의 뒷모습이 귀여워 허리를 굽혀 엉덩이를 세게 때려준다.

“아야!......”

“어서 가서 씻어. 시원하다. 나도 바빠. 어서 가서 너희 아버지하고 식구들 꺼내 줘야지.”

유정은 잠시 잊고 있던 일이었는지 후다닥 일어서 기찬으로부터 얼굴을 돌린 채 욕실로 들어선다.

물소리를 들으며 손을 뻗어 몇 차례 흔들어 준다. 

“후훗......”

기찬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선다. 

“어...... 엄마......”

유정은 뒷걸음질을 치다가 이내 포기했는지 가슴을 가리고 주저앉아 채 가리지 못하는 알몸을 그대로 노출한다. 눈앞에는 낯 설은 물건이 시야를 흐리니 고개를 들 수도 없는 모양이다.

“자, 일어서......”

유정을 일으켜 세면대에 손을 이끌어 둔다. 허리에 손을 얹어 뒤로 잡아 빼니 어색한 자세로 엉덩이를 내민다.

“더, 더 나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냥 가 버릴지도 몰라.”

“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키잉......”

“그러니까 똑바로 해. 시키는 대로......”

끝내 유정은 울먹이고, 그런 유정의 엉덩이 밑으로 계곡을 쓰다듬어 비누거품을 먹인다.

부드러운 살집이 기찬의 손에 이리저리 쓸리고, 그 손길을 막지 못해 일그러지는 유정의 표정이 애처롭다.

기찬은 유정의 뒤로 붙어 잔뜩 성이 난 물건을 슬쩍 갖다 대고 살집이 벌어진 사이로 미끄러지도록 몇 차례 허리를 왕복시킨다. 

“엄마야...... 흐으흑......”

낯 선 촉감은 충분히 두려운 것이다. 징그러운 무언가가 예민하고도 소중한, 그 은밀한 곳을 지나쳐 가며 감각을 일깨운다.

이 징그러운 놈에게 손으로 쥐어 위치를 알려주니 허리 짓 한 번에 좁은 그곳을 밀고 들어간다.

“하아아악...... 아파......”

“후욱.......”

기찬이 허리를 흔들 때마다 따라 흔들리는 유정의 입에서도 알 수 없는 흐느낌이 흘러나오고, 세면대에 고개를 박고 흐느끼는 소리는 곧 울림이 되어 실내를 울린다.

유정의 귀여운 엉덩이는 탄력 있는 흔들림을 기찬에게 전해주고 기찬이 들이칠 때마다 파문을 일으키며 허리를 밀어 올린다.

“허억...... 헉......”

숨이 찬지 잠시 쉬던 기찬은 비누질을 해서 손에 거품을 일으킨다.

잔뜩 먹인 거품을 유정의 엉덩이에 문지르면서도 허리 짓을 계속해 주의를 분산시키고, 한 순간 엄지손가락으로 국화모양의 주름을 공략한다.

“하악....... 아니에요...... 오, 오빠......”

“알아. 가만히 있어...... 후욱...... 후욱......”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엄지손가락에 맞닿은 느낌이 전해진다. 당황한 유정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지만 계속되는 기찬의 허리놀림에 어쩔 줄을 모른다.

“후욱...... 후욱,.....”

허리를 놀리며 손가락을 뺐다가 다시 집어넣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니 이젠 유정도 포기한 듯 그저 세면대를 붙들고 바쁜 호흡만 일으킨다.

“하앙...... 하앙......”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즈음, 엉덩이에 한 번 더 비누를 먹이니 다소 익숙해진 감촉에 유정의 엉덩이가 딱딱하게 굳어 온다. 거품을 충분히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애무를 이어주고 어느덧 크게 아가리를 벌린 동굴이 기찬의 눈을 가득 채운다.

한 순간, 동작을 멈춘 기찬은 용사에게 출병을 명령한다. 골반을 쥔 손에 힘을 실어가며 한 손으로는 동굴을 겨냥해 밀어 넣는다.

“쑤...... 우욱......”

“하아아악...... 오빠...... 안 돼...... 아파...... 아니란 말이야......”

비누거품과 미리 어느 정도 크기를 키워 둔 덕인지 다소 힘들었지만 뿌리 끝까지 삽입을 성공한다. 그대로 유정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아 엉덩이에 밀착시킨 뿌리를 고정한다.

“가, 가만...... 나도, 나도 처음이야...... 가만히 있어 봐.”

움찔거리며 전해오는 자극을 기찬도 그대로 느끼는 모양이다. 힘주어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그 느낌이 감미롭다. 조심스럽게 왕복을 몇 차례 한 후 조이는 느낌이 몰려오며 한 순간 폭발이 일어난다. 

“흐으...... 으윽...... 울컥...... 울컥......”

전혀 예감하지 못한 순간 강한 조임에 순간적인 쾌감에 빠져 유정의 허리를 감아쥔 채 진저리를 일으킨다. 

“아...... 씨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어쩐지 만족을 못한 기찬의 표정이었다. 운전을 하고 있는 기찬의 옆 조수석에는 유정이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창밖을 보고 있었고, 기찬은 뭔지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유, 유정아......”

“......”

“유정아.”

“몰라요. 거기다 그럴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이제 어서 우리 식구들이나 꺼내 주세요.”

“아, 알았다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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