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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61화 (완결) (161/161)

161화 (완결) chapter 160

「어리석구나.」

건방진 지배자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유독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는 녀석이 아마 별을 침공한 지배자의 우두머리인 것 같다.

「이미 절대자의 계승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너의 저항은 그저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

“발악이라. 글쎄, 너희는 이걸 발악이라고 부르나 보지.”

살(殺).

그 의지를 품었을 뿐이지만.

「허업!」

「무, 무슨?!」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놈들이 경악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

파스스-

바로 눈앞에서 동료 하나가 소멸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으니까.

「…이건 도대체…….」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더 믿을 수 없는 걸 보여 줄까?”

의지를 여러 갈래로 나누었다.

물론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그것은 나의 심상을 대변한 것.

웅웅웅!

붉은 빛에 휩싸인 수십 개의 무기가 완성되었다.

“맙소사!”

“이, 이건……?!”

그 안에 내재된 힘을 감지한 타일로, 그리고 갈린이 감탄사를 내뱉는다.

‘녀석들, 많이 성장했네.’

내심 흐뭇하다.

유형화한 심검의 힘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니.

물론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는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을 생각해 보면 정말 놀랄 만한 성장이다.

「네놈……!」

마찬가지로 그 위력을 감지한 지배자 대표가 감정을 표출하려던 그때.

“응, 죽어.”

나의 의지가 녀석들의 죽음을 원했다.

그리고.

파파파파파팟!

인지의 영역을 벗어난 유형화된 심검이 지배자들의 진체를 관통했다.

「어…….」

「크윽…….」

본래 아무리 진체에 타격을 받아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이들.

하지만 나의 심상을 담은 무기는 진체가 아니라 그들의 근원을 타격했다.

그 말인즉.

파스스스-

나의 무기에 관통당한 녀석들에게 주어지는 건 영멸(永滅)이었다.

힘만 있다면 다시금 소생할 수 있는 녀석들의 근원이 파괴되었기에 완전한 소멸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자, 말해 봐. 아직도 이게 발악으로 보여?”

지배자 대표 단 하나만을 제외한 모든 녀석을 소멸시켰다.

「…….」

과연 이것을 발악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인정하겠다. 너는… 그대는 이미 절대자의 영역에 들어선 가공할 만한 존재로구나.」

“응, 네 인정 필요 없어.”

「하지만 자만하지 마라. 계승식이 끝난 절대자는 그대라도, 그 누구라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존재이니.」

“과연 그럴까?”

아마 얼마 전이었다면 녀석의 말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을 인정할 수가 없다.

‘나 또한 절대적 존재가 되었다.’

태초의 눈, 영혼, 그리고 육신.

이 3개를 모두 흡수한 이후 나는 우주의 근원, 태초의 질서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깨달음을 얻은 것만이 아니다.

육체와 영혼, 그리고 심안이 결합하여 일체를 이룰 수 있었다.

그렇다.

지금 나는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완전체.

아슬론이 그토록 꿈꾸었던 완벽한 인류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완전하기에 그 어떤 법칙, 어떤 질서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인 해방자.

그것이 지금 나를 대표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우릴 소멸시킨다고 해도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소멸을 앞둔 상태에서도 녀석은 확고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고오오오오-

대기를 타고 퍼지는 굉음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히 장식하고 있는 것.

그것은 거대한 유성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유성이 발하는 빛이었다.

찬란한 황금색 빛을 발산하는 거대한 유성이 대륙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이 절대자……?”

“미친! 이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실로 어마어마한 존재로군요.”

나름 성장한 녀석들도 미지의 힘에 몸을 떤다.

다시금 아침이 찾아왔다고 느낄 정도의 환한 빛. 그 속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힘을 감지한 탓이다.

「마침내 절대자께서 강림하시니!」

“네가 그리 기뻐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치이익-

절대자가 된 아슬론의 존재로 인해 지배자 녀석의 진체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소멸에 이르게 하는 그 힘이 지배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지배자만이 아니라 타일로, 갈린, 그리고 킬리아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진즉 소멸했어야 하겠지만.

‘내가 있는 이상 그렇게는 안 되지.’

나의 의지하에 있는, 내 보호를 받는 이들은 멀쩡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절대자가 탄생한 이상 모든 우주의 질서는 다시 쓰여지게 된다. 비록 나는 허무로 돌아가나 그것은 완전한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이리라.」

“쯧, 이건 무슨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뭘 그렇게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거야. 새로운 탄생? 지랄하고, 자빠졌네. 소멸이면 그게 끝이지 무슨 새로운 탄생 어쩌고저쩌고. 정신 차려. 너희 다 속고 있는 거야. 결국 이대로 내버려 두면 저 새끼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게 될걸.”

그들은 맹목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근원에 다다른 나는 알 수 있다.

아슬론의 진정한 목적을 말이다.

「…그렇다 해도 늦었다. 대계는 이미 시작되었으니…」

결국 지배자 녀석의 진체는 완전히 녹아 영멸에 이르고 말았다.

분명 무언갈 아는 눈치였다.

하긴, 제놈들도 눈치라는 게 있으면 모를 리가 없지.

저 음흉한 아슬론 녀석이 무엇을 꾸미는지.

녀석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말이다.

“너희들.”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셋을 불렀다.

나를 향하는 시선.

오랜 시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념을 간직한 맑은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간 고생 많았다.”

그렇기에 그 노력을 치하했다.

하지만.

“잉? 뭐 잘못 드셨습니까?”

“잘못 먹어도 단단히 잘못 먹은 것 같은데?”

“혹시 죽을병에라도 걸린 거 아닌가요?”

처음으로 받는 칭찬에 적응이 되지 않은 탓인지 오히려 의문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농담 아니야. 그간 수고 많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펠리드, 그 녀석을 잘 부탁한다.”

“아서 님…….”

타일로가 말을 걸어오려고 했지만.

딱!

손가락을 튕겨 의지를 발현.

슈슈슉!

그들을 비롯해 장내에 있는 모든 이들을 왕성 안으로 이동시켰다.

「그 누구도 왕성의 생명을 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내 생명을 담보로 한 절대의 결계.

내가 소멸하지 않는 이상 모든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

멀찍이 떨어진 곳.

왕궁의 창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펠리드와 눈을 마주쳤다.

분명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나는 녀석의 눈빛에 담긴 감정의 편린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답은.

끄덕-

안심하라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이었다.

그제야 안심한 듯 녀석은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것으로 평온을 얻을 수 있었다.

“와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지배자들의 진체와는 달리 황금색 유성은, 아슬론의 진체는 빠른 속도로 대륙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화악!

황금 유성이 지면과 충돌하면서 폭음이나 굉음이 아닌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닌 공간을, 아니 아예 차원을 단절시켜 버리는, 아주 강력한 힘의 결계였다.

눈을 떴을 때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무한히 뻗은 백색의 공간이었다.

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정말 무한한 세계였다.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군.”

기척도 없이 나타난 존재.

그는 바로 ‘나’였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이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그는.

“아슬론.”

아슬론.

모든 일의 배후에 있었던 그 존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 모습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는군.”

“놀라야 할 이유가 있나?”

“보통은 놀라겠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깟 장난에 넘어갈 만큼 내 심상이 얇지는 않아서 말이야.”

“흠, 그렇군.”

“시시한 장난은 그만두도록 하지. 피차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을 테니까.”

“해야 할 일이라. 마치 내 목적을 알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완전한 파괴, 그리고 혼돈. 네 목적은 모든 것을 태초로 돌리는 것 아닌가?”

“…….”

내 말에 한동안 녀석은 말이 없었다.

“놀랍군. 어떻게 나의 뜻을 알고 있지?”

“근원에 닿았으니까.”

“근원에……?”

“혹시 근원에 닿을 수 있는 게 너만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보통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근원에 닿을 수 있는 건 절대자의 계승식을 치른 존재밖에 없으니.”

“응, 아니야. 미안하지만 나도 근원에 닿았고, 네 녀석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거든.”

절대자는 태초부터 존재해 온 모든 것이 채워져 만든 존재.

하지만 나는 완전한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비워 버린 존재.

둘은 같지만 전혀 다른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말뜻은.

“이 우주에서 오직 나만이 너를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지.”

“…….”

그 순간 평온을 유지하던 녀석의 심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너의 존재를 대가로 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건가?”

역시.

흔들리다 못해 동요하고 있군.

“물론 알고 있지.”

“그런데도 네 존재를 소멸시켜 가며 내 뜻을 막겠다는 거냐?”

“응, 그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생각해 봐라. 과연 네 존재를 희생할 만큼 이들이 지킬 가치가 있는지를.”

상당히 동요한 듯 혓바닥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모든 게 끝날 순간이 눈앞에 왔기에 일단은 녀석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했다.

“나는 억겁이라고 해도 모자를 시간 동안 인간들, 그리고 많은 생명과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얻은 결론이 무엇인지 아느냐?”

“모르겠는데.”

“지금의 질서는 상당히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 별뿐만 아니라 모든 우주의 질서가 삐뚤어져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에는 동의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세계가, 우주의 질서가 상당히 어긋났다고 느끼긴 했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의 존재라는 것들이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한 식탐을 행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근본부터 어긋난 이 질서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 그래서 나는 대계를 실행하였다.”

“완전한 파괴에 이은 창조를 말인가?”

“그렇다. 모든 것을 공허로 돌리고 나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 것이다. 그리해야만 삐뚤어진 이 질서를 제대로 돌릴 수 있을 테니까.”

아슬론.

녀석은 나름의 정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의는 근원에 닿은 내게도 설득력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뭐? 봐 달라고?”

“봐 달라는 게 아니다. 나와 같이 우주의 질서를 새롭게 창조하자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나와 뜻을 함께할 수 없으나 너라면, 근원에 닿은 너라면 함께할 가치가 있을 테니.”

“싫어.”

하지만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질서의 재창조? 좋지. 네 뜻이 상당히 좋다는 건 알아. 그런데 말이야, 내가 무척 편협한 인간이거든. 나는 내 동생이, 그리고 내가 아는 이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말이야.”

“고작 그깟 정에…….”

“응, 그깟 정에 이끌려서 대계를 그르칠 생각이야. 적어도 나는 그들이 이 세계를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거든.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갈 자격이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고.”

“그렇지 않다. 지금의 인류는 실패작. 살아갈 가치가 없는 실패작에 불과하다.”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말이야…….”

분노하는 그를 빤히 응시하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위에 있는 녀석의 역할은 폭압만이 아니야. 누군가를 믿고, 그들이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도 위에 있는 자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라는 거.”

나는 펠리드를 믿는다.

그리고 타일로도 믿는다.

갈린도 믿고.

킬리아도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가며 이 고결한 전쟁에 참여한 모든 이를 믿는다.

그렇기에 망설이지 않을 수 있다.

“불필요하게 강력한 너, 그리고 나. 이제 이런 존재는 무대에서 퇴장해야 하지 않겠어?”

부우웅-

나는 내 안에 남은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그, 그만! 네 녀석, 지금 무슨 짓을…….”

“박수 칠 때 떠나라. 지금 너와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무대에서 퇴장하는 거야.”

콰콰콰콰콰콰-

힘의 폭발은 점차 아슬론 녀석이 발현한 공간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이익!”

녀석 또한 그 존재의 힘을 지우기 위해 자신의 권능을 발현하였지만.

“그래, 그렇게 해. 내 존재를 지우기 위해서는 네 존재를 모두 사용해야 할 테니까.”

그건 내가 노리는 바였다.

침식하고 있는 내 존재를 지우기 위해서는 녀석 또한 모든 생명과 존재를 바쳐야만 할 것이다.

똑같은 존재가 모든 존재의 힘을 발휘하게 되면 남은 결과는?

소멸.

“그만둬. 지금이라도 멈춰라. 그래, 그냥 내가 떠나겠다. 이 별은 존속시키도록 할 테니…….”

“늦었어.”

그 말을 들어 줄 생각도 없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내 모든 힘을, 존재를 폭발시켰고, 이제 곧 모든 것이 끝난다.

‘새로운 세계를 잘 부탁한다.’

마지막 의념을 전하는 그 순간.

콰콰콰콰콰쾅!

내 안에 남아 있는 모든 존재의 힘이 폭발하며 아슬론이 만든 공간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그만!”

존재가 희미해지는 마지막 순간, 녀석의 비명이 들렸지만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나의 모든 것은 폭발과 함께 소멸을 맞이했으니까.

*

슈우우우-

“저, 저길 보세요!”

왕성에 모인 수많은 이.

그들은 비명처럼 외치는 음성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오!”

“오오오!”

희미한 빛을 발하는 별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뭔가 아늑한 기운을 품은 별.

무수히 많은 별이 밤하늘을 장식하기 시작하자.

스아아아-

칠흑으로 물들어 있던 어둠이 물러나고 있었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펠리드는.

「새로운 세계를 잘 부탁한다.」

별에게서 전해지는 마지막 의념을 들을 수 있었다.

환청과도 같은 그 음성에.

주르륵-

“형님…….”

펠리드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아서가 전한 마지막 당부라는 것을 직감한 그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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