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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60화 (160/161)

160화 Chapter 159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지배자들의 진체를 확인한 순간 타일로, 그리고 일행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그것은 짐작이 아닌 확신.

지배자의 힘은 그들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감히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이곳은 참으로 특이한 별이로군.」

흐릿한 무언가가 앞으로 나서며 의지를 전한다.

「사육되기 위해 탄생한 피조물들이 이 정도의 지성과 무력을 지니고 있다니.」

지배자들에게 있어서 별의 생명체는 탐식을 행하는 데 들어가는 양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의 피조물들은 조금 달랐다.

양념에 불과한 것들이 그들의 권능으로 일으킨 병력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호기심이란 감정이 피어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최상위 병사보다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군.」

그리고 내린 결론은 ‘쓸 만하다.’였다.

과거 수많은 별을 탐식하면서 그들에게 협력한 피조물들을 개조하여 병사로 양성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타일로 일행은 지금까지 마주친 그 어떤 피조물보다 강력한 병사의 재료였다.

그렇기에.

「제안을 하겠다.」

평소 하지 않는 제안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우리에게 복종해라. 그리하면 너희는 영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고오오오-

그리 말하며 기세를 피워 올린다.

기세? 아니, 그건 존재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의지를 발현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장내를, 아니 이 별 전체를 잠식할 정도였다.

찌릿찌릿-

고작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피부가 찌릿한 느낌.

으득!

그것을 이겨 내기 세 사람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얼마나 강하게 다물었는지 부딪힌 이가 갈려 파편이 튀어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건 과한 게 아니었다.

지금 별 전체를 잠식한 존재감에서 버텨 내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너희의 답은?」

무력 시위에 이어서 대답을 촉구한다.

어딜 봐도 제안이 아니라 협박 같은 모양새.

「제안은 개뿔!」

하지만 타일로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게 제안이냐? 협박이지? 하여간 영겁의 시간 동안 살아남은 새끼들은 대가리가 없는 건지, 원.」

그것은 갈린도 마찬가지.

타일로와 마찬가지로 걸쭉한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의지를 확고히 다졌다.

「말해 뭐할까요. 원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 다 그렇죠.」

마지막 킬리아까지 제안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협상은 결렬되었다.

「어리석은 존재들이로구나. 이미 멸망의 길에 들어선 이 별을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는 말이냐?」

「멸망은 누가 멸망해. 내가 여기 멀쩡히 서 있는 이상 어림도 없어!」

웅웅!

타일로의 의지가 벼려진 의지의 검이 나타나 웅후한 검명을 토해 냈다.

그리고 잠시 후.

팟!

전력이 깃든, 지배자를 향한 적의와 살의를 집중시킨 의지의 검이 한 공간을 갈랐다.

‘끝이다!’

전력이 담긴 일격.

기습적으로 가한 그 일격이 성공한 것으로 생각한 타일로는 환호했지만.

「하찮구나.」

스슥-

그의 의지는 마치 모래와도 같이 흩어져 허공에 흩날렸다.

「무, 무슨?!」

그 광경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전심전력을 다한 일격이 어찌 이리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평화적인 방법을 거부했으니 강제력을 행사하는 수밖에.」

여전히 지배자들은 타일로 일행을 욕심내고 있었다.

그들의 육체를 가져가 실험하게 된다면 또 다른, 더 나은 병사를 생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한 무력 행사를 시작했다.

핏!

무언가가 움직였다고 느낀 순간.

「큭!」

격을 이룬 세 사람의 진체에 구멍이 뚫렸다.

육신의 한계를 벗어났기에 피가 나거나 살점이 뚫리는 등의 상처는 없었지만 그 피해로 인해 심력에 상당한 무리가 올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일격도 피해 내지 못하는 하찮은 것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지배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어떤 낌새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공격은 은밀했고, 또한 빨랐다.

격을 이룬 세 사람의 인지를 벗어날 정도의 강력한 공격.

고작해야 일격도 피해 내지 못하기에 수준의 차이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때가 되었으니.」

「이제 모든 피조물을 멸할 때다.」

일행을 공격하던 지배자를 제외한 다른 지배자들이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했다.

스스스스-

마치 안개가 움직이는 것처럼, 희미한 형태의 진체가 이동을 시작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왕성.

별의 탐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 별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흐아압!」

타일로 일행은 어떻게든 그 참혹한 일을 막아내기 위하여 지배자들에게 달려들었지만.

피피핏!

인지할 수 없는 미지의 공격으로 인해 좀처럼 다른 지배자들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제길!’

‘이대로는 당하고 만다.’

상황은 극악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다.

사실 수준의 차이는 명확했다.

지배자, 그것도 단 하나의 지배자만 제대로 손을 쓴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아마 실험을 위한 진체의 보존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진즉 그들은 소멸을 맞이하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지나갈 수 없다!」

「마신왕 폐하를 도와라!」

「별의 존속을 위하여!」

그리고 움직이는 지배자 무리를 향하여 마신, 신수, 그리고 천신들.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맞이한 현실은.

「끄악!」

「으윽!」

소멸이었다.

지배자들은 작은 의지를 품는 것만으로도 덤벼드는 존재들을 간단히 소멸시켰다.

「으아아아!」

하지만 소멸하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덤벼들었다.

그것은 마치 불인 줄 알면서 달려드는 불나방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건 고결한 희생이었다.

비록 어떠한 타격도, 피해도 주지 못했지만 죽을 줄 알면서도 별의 운명을 지켜 내기 위한 희생.

그들의 희생으로 인해 지배자들의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지연시킬 수 있었다.

‘500년간 그토록 노력했건만.’

‘아서 님은 영영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었구나…….’

타일로 일행 또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희생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그렇기에 좌절했다.

500년의 수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아서에 비견되는 힘을 얻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자 자만이었다.

과거 아서가 상대했던 지배자들.

그들과 마주한 순간 자신들의 힘은 그저 나약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단을 사용해야 할 것 같네요.」

지금껏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킬리아가 단호한 의지를 다졌다.

「마지막 수단이라니?」

「뭔가 방법이 있는 거야?」

500년 동안 함께 마계를 방랑하였던 그들이지만 킬리아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것은 오직 킬리아만이 간직하고 있었던 비밀이기 때문이다.

「과거 끝났어야 할 삶. 가치 있게 쓰인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죠.」

「너… 설마……?」

「이제 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왔네요.」

무언가를 짐작한 타일로가 말하려 했지만 킬리아는 그 틈을 주지 않았다.

사아아아아-

그녀는 자신이 품은 신성력을, 탄생의 힘을 다른 힘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음?!」

「이 힘은……?!」

지금껏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던 지배자들이 당황한 의지를 전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킬리아가 발휘하고 있는 힘은 일개 피조물이 발휘할 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탄생과 죽음. 탄생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새로운 탄생이 있다. 둘은 다르지만 또한 같은 것.’

오랜 마계 여정으로 킬리아는 자신의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자신에게 신성력이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마기를 통하여 다시금 생명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는지.

그것은 그녀에게 깃든 힘이 탄생과 죽음이기 때문이었다.

신성력과 마기.

빛과 어둠.

그리고 탄생과 죽음.

그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었고, 500년의 수련을 통하여 그녀는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는 데 성공했다.

빛, 신성력, 그리고 탄생의 힘을 죽음의 힘으로 전환한다.

그것은 이 별을 창조한 시초자도 알지 못한, 별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감히 도달하지 영역.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이 창조주에 근접한, 아니 그 이상의 영역에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

「막아야 한다!」

불길하게 흔들리는 기운에 지배자들이 동요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이 발휘한 힘이 뻗어 나갔지만.

티티티팅!

그 모든 공격은 킬리아를 감싼 보호막을 뚫지 못한 채 튕겨져 나갔다.

「나의 모든 생명을 불사르니.」

그것은 그녀의 생명을 통해 펼쳐진 것이기 때문이다.

마계에서 쌓은 힘, 그리고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불태워 마지막 공격을 준비한다.

「킬리아…….」

「너…….」

뒤늦게야 그것이 생명의 불꽃이라는 것을 깨달은 일행.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동료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별을 위협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마침내 그녀가 폭발시킨 힘이, 죽음의 의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려는 순간.

스으으-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힘의 폭발이 멈췄다.

「무슨……?」

놀란 그녀가 주위를 둘러봤고.

“에이, 아니지.”

등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음성.

「…….」

그녀의, 그리고 장내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음성의 근원지를 향해 돌아갔다.

“네 목숨이 고작 이딴 녀석들하고 비교가 되나.”

그곳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모두가 격을, 그리고 진체를 가지고 있을 때 유일하게 인간의 육신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자.

「아서 님!」

그간 행방이 묘연했던 아서가 마침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네 녀석이 절대자의 씨앗인가?」

아서라는 말이 들리기 무섭게 반응하는 지배자들.

그도 그럴 게 지배자들 사이에서도 아서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절대자의 씨앗.

주시자를 만나지 않은 이레귤러.

그리고 지금은 절대자에 오른 ‘그분’에 의해 소멸의 형을 받은 대상.

“절대자의 씨앗이라. 이미 절대자가 나온 마당에 그런 게 의미가 있어?”

아서는 웃었다.

아슬론이 이미 절대자의 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더는 절대자의 씨앗이라는 게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는 절대자의 씨앗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그 모든 속박으로 벗어난 자. 그래, 해방자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시초자들이 감춰 놓은 태초의 보물을 모두 얻은 순간 아서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더는 운명의, 우주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

그 어떤 법칙에도 얽매이지 않기에 자유로운 자.

해방자.

마침내 그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고.

“그리고 건방진 너희 새끼들을 박살 내 줄 징벌의 존재기도 하고.”

아서는 씨익 미소 지었다.

비록 조금 늦긴 했으나 이제 대륙에 찾아온 벌레를 청소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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