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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58화 (158/161)

158화 Chapter 157

“하하하, 부끄럽게. 오자마자 이런 환영 행사라니.”

“환영 행사치고는 너무 화려하잖아. 이런 불꽃놀이를 준비하다니. 감동.”

타일로와 갈린이 코를 쓰윽 문지르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쯔쯔쯔, 너무 오래 마계에 갇혀 있었나 봐.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하지만 킬리아는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

“…….”

킬리아와 샬롯의 눈이 마주쳤다.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서로를 파악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적, 아니면 아군?”

킬리아의 몸에서 황금빛 기운이 일렁였다.

그 순간 샬롯은 깨달을 수 있었다.

‘강자!’

피부가 따끔한 기운.

분명 발현된 것은 신성한 기운일진대 샬롯은 피부가 따끔할 정도의 강렬한 살의를 느껴야만 했다.

“빨리 신분을 밝히는 게 좋을 거예요. 이제 곧 무차별 학살이 시작될 테니.”

킬리아의 말에 샬롯은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펠리드 님을 지키며 위대하신 분, 아서 님의 명령을…….”

“네, 됐어요. 반가워요.”

처음의 기운을 회수한 킬리아는 어느새 샬롯의 근처에 도달해 있었다.

그녀만이 아니다.

조금 전까지 환영 행사니 뭐니 웃고 떠들고 있던 타일로와 갈린도 옆에 있다.

“아서 님은 무사하신가요?”

킬리아의 질문에.

“킬리아, 제정신이야?”

“마계를 방랑하더니 드디어 네가 미쳤구나!”

펄쩍 뛰는 건 샬롯이 아닌 두 사람이었다.

“그 양반의 안부를 묻다니.”

“미쳤어.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

“에라이. 그냥 안부지, 안부.”

“그러니까 안부를 묻는 게 말이 돼?”

“그 양반이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사람, 아니 괴물이냐고.”

비록 오랜 시간 동안 마계를 방랑하였지만 여전히 아서는 그들에게 있어서 절대자였다.

누군가에게 맞는다거나 그가 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아서 님은 현재 실종 상태입니다.”

그리고 샬롯은 그들에게 믿기지 않는 내용을 전달했다.

“…실종?”

“내가 마계에 간 사이 실종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바뀌었나……?”

“어… 음…….”

“농담이 아닙니다. 시초자들이 남긴 최후의 힘을 찾기 위해 떠난 아서 님께서는 행적이 묘연해진 상태입니다.”

샬롯은 최대한 간단히 현재 상황을 말했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하겠지만…….”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이 먼저지.”

의외의 상황.

하지만 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아서 님을 해할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없다.’

그러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건 아서의 행방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스릉-

타일로는 마계에서 단련된 마검 하운드를 뽑았다.

지옥의 불길에서 제련된 이 검은 소름 끼치도록 강렬한 녹색 불꽃을 발휘하는 불꽃의 검.

그리고 갈린.

그 또한 마계에서 제련된 검을 뽑았는데, 그것은 하얀 서리를 발산하는 하운드의 형제 검인 아크릴이었다.

그것은 왕의 표식.

그들이 마계를 정복했다는 증거.

72마신을 정복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검이었다.

뒤틀린 시간 속에서 500년.

그 긴 시간 동안 타일로, 갈린, 킬리아는 마침내 마계를 정벌하여 세 번째 마신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만약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 대륙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동안 세 사람은 나란히 성장했다.

과거의 그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다!”

“말해 뭐해.”

“가요!”

팟-

세 사람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한 순간.

「우어어어!」

「끼이익!」

왕성을 향해 다가오던 외부자의 부하들.

이 강력한 외계의 생명체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타일로의 검 하운드가 맹렬한 불꽃을 일으키며 접근하는 모든 적을 한 줌의 액체로 녹여 버린다.

쩌저저적-

갈린의 아크릴은 이와는 반대로 모든 것을 얼려 버렸다.

두 번은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렬한 한기가 괴물들의 몸을 그야말로 얼음 과자로 만들었다.

‘맙소사!’

그 광경을 지켜보던 샬롯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그녀 혼자서 기생자 한 부대를 처치한 전력이 있으나 이번에는 급이 달랐다.

기생자를 포함한 상급, 그리고 최상급의 병력이 도착하지 않았던가.

그들이라면 능히 하나의 별을 초토화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병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병기라고도 불러도 될 괴물들이 허무하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니고 고작해야 인간의 손에 말이다.

‘이것이 그분이 품었던 가능성이라는 건가?’

처음 외부자의 병력이 들이닥칠 때만 해도 그녀는 모든 희망을 잃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벌써 며칠간 행방불명이 된 아서.

사실상 대륙은 그를 제외하면 외부자의 병력을 맞이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서가 아니면 이 대륙은 끝이다.

설혹 아서가 온다고 해도 이제 곧 다가올 지배자의 그림자는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서가 뿌려 놓은 씨앗이, 그 가능성이 자라나 외부자의 병력을 상대로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다.

‘절망에 침식되어 있었던 건 나였구나!’

가능성을 보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꽈악.

그녀는 자신의 창을 꽉 쥐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들과 함께라면, 어쩌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도 있을 터.

“저도 돕겠습니다!”

성창 그랑을 손에 쥔 그녀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세 명에게 합류했고, 더욱더 강력한 전력을 발휘하며 외부자 병력을 쓸어 나갔다.

*

쾅, 콰쾅!

성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단단한 성벽을 넘어 백색의 성을 허물고 있는 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괴생명체.

“결국, 결국… 이리되는구나.”

그란델 왕국의 왕 쿠린은 무너져 가는 성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모든 힘, 그리고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막아 보려고 했지만 강력하기 그지없는 외부의 병력을 상대하는 건 법칙을 비튼 자인 그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폐하…….”

하지만 모든 걸 잃은 건 아니다.

그의 주위에는 수백 명의 백성이 함께해 있었다.

비록 왕성은 구하지 못했으나 이들 백성의 목숨은 지킬 수 있었다.

물론 구하지 못한 많은 백성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죽음에 슬퍼할 순 없다.

‘살아야 한다. 백성의 어버이로서 이들의 목숨을 반드시 지켜 내야만 한다.’

가장 위에 있는 이의 책임감.

쿠린은 그러한 책임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았고, 마침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곧장 소튼 왕국으로 갈 것이다. 비록 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니…….”

대륙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왕국, 제국, 그리고 영지가 파괴되었다.

끝까지 저항하던 그란델 왕국도 파괴되었으니 사실상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성벽을 가진 곳은 단 한 곳.

바로 소튼 왕국이었다.

유일하게 왕국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도 외부 병력을 물리쳐 영토를 굳건히 하고 있는 유일한 장소.

“모두 이동한다. 험난한 길이 될 테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해라.”

소튼 왕국이 있는 남부까지 가기 위해서는 꽤 긴 길을 걸어야만 한다.

‘이럴 때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쿠린 왕이 아무리 대마도사에 이른 마법사라 해도 마력이 사라진 이상 그것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외부자 병력이 대륙에 침입한 순간 모든 마력이 봉쇄되었다.

그것은 결계. 그것도 대륙 전체, 아니 별 전체를 감싸는 아주 강력한 결계였다.

그렇기에 대륙의 모든 마력이 동결되었고, 마법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에 부지런히 걸어서, 뛰어서 소튼 왕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과연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일렬로 줄을 지어 도주하기 시작한 백성들을 본 쿠린 왕은 피눈물을 흘렸다.

가는 험난한 여정뿐만 아니라 외부자 병력의 추격도 있을 터.

희생은 어쩔 수 없이 생겨날 것이고,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쿠린 왕도 짐작할 수 없었다.

‘이럴 때 아서 님이 계셨다면…….’

얼마 전 종적이 사라진 아서.

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 봤으나 그래 봐야 남는 건 없다.

그저 기약 없는 여정, 그 불안한 시작을 재촉할 뿐.

*

소튼 왕국의 왕성 내.

평소라면 한적한 왕성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북적거리고 있었다.

“부디 조금만 더 주십시오. 처와 자식이 있어서…….”

“어허! 누구는 가족 없나. 정량을 지켜!”

“차례를 지키시오. 만약 새치기를 했다간 식량을 나누어 주지 않을 것이니!”

특히 소란이 일고 있는 건 왕성의 중앙, 수많은 이가 일렬로 줄을 선 장소였다.

그곳에는 은빛 갑옷을 착용한 기사가 식량을 배분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것이 턱도 없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도 준비성이 철저한 펠리드 덕분에 많은 식량이 왕국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계속해서 몰려드는 난민으로 인해 그것도 슬슬 한계를 보이는 중이었다.

외부자들의 습격에 의해 갈 곳을 잃은 난민들이 사방에서 쏟아 들어왔다.

처음 왕성에 있는 인원이 5,000명을 넘지 않았는데 지금은 훌쩍 100,000명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아무리 식량이 대비되어 있다고 해도 100,000명의 인원을 먹여 살리는 건 상당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고사해서 죽겠구나…….”

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펠리드는 한탄을 금치 못했다.

다른 왕국과는 다르게 외부의 병력을 상대로 굳건히 왕국을 지키는 중이었지만 문제는 내부에서 먼저 일어났다.

이대로 식량이 바닥난다면 혼란이 올 테고, 그것은 곧 죽음으로 이어질 게 빤했다.

‘식량으로 삼을 수 있는 동식물도 모두 감염되어 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기생자라는 외부 병력에 의해 모든 동식물이 감염되어 기존의 모습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소튼 왕국을 향한 외부 병력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문제도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쪽은 피폐해지는데 반해 외부의 병력은 점차 합세하여 거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대륙의 멸망은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다.

“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있는 한 저 건방진 괴물 녀석들이 왕성을 침범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식량 또한 어떻게든 수를 마련해 볼 테니 심려는 거두십시오.”

그 옆을 지키던 타일로와 갈린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그대들의 노력을 통해 겨우 왕국을 안정시켰으면서도 왕이라는 작자가 이리 불안에 떨어서야…….”

“아니에요. 폐하의 걱정은 백성들을 위한 것, 어찌 그것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잠자코 있던 킬리아가 끼어들며 말했다.

펠리드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위한 마음, 즉 성정이었다.

“…….”

“…….”

그리고 일련의 대화 이후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다들 그렇지 않다며 서로를 위하고 있었지만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저항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칠흑과도 같은 어둠을 품은 하늘.

슈우우우-

그곳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불길한 게 있었다.

외부자 병력이 붉은 유성의 형태를 띠었다면 그것은 하얀색을 띠고 있다.

마치 자신은 악이 아닌 선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듯한 유성.

‘지배자가 오고 있다.’

대륙을 향하여 다가오는 지배자의 별.

그것이 떨어지는 순간 지금껏 버티고 있던 희망은 좌절과 절망이 될 테고, 대륙은 순식간에 외부자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 것이다.

‘형님…….’

‘아서 님…….’

그 불길한 백색의 별을 본 이들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아서.

그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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