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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55화 (155/161)
  • 155화 Chapter 154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경악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탐구.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너무도 강력한 내 힘에 절망한 것이다.

    “이해해. 세상에는 종종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법이거든.”

    녀석이 어찌 알겠는가.

    뒤틀린 1,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어떠한 과정을 겪었는지.

    인간이라면 미칠 수밖에 없는 그 극한의 환경을 극복한 순간 얻을 수 있었던 미지의 힘을 말이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러. 진짜 놀라운 일은 지금부터 시작할 거거든.”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슬론의 인격 중 하나.

    녀석의 생포는 다른 어떤 인질보다 가치가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지.

    눈을 감았다.

    웅웅!

    마음이 곧 검을 만드니.

    조금 전보다 훨씬 날카로운,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심검이 완성되었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나는 그 검을 하나의 대상에게 달렸다.

    스윽-

    날아간 심검은 쿠린 왕과 열심히 대적하고 있는 레이안의 몸뚱일 갈랐다.

    스으으-

    그와 함께 시간이 다시금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털썩!

    마치 짚단이 허물어지듯 힘없이 쓰러지는 레이안.

    “무, 무슨?!”

    놀란 쿠린 왕은 혹여 레이안이 간계를 꾸미는 게 아닌가 싶어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제가 손 좀 썼습니다.”

    나름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와의 결전을 벌이고 있던 쿠린 왕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아, 아서 님이……?”

    “네, 앞으로 그 사람과 마주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심상을 베어 비틀린 법칙마저도 끊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다.

    심검으로 레이안을 베는 순간 나는 기이하게 꼬인 어떠한 끈을 느꼈고, 그것이 법칙을 비트는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녀석의 심상과 함께 그 비틀린 운명마저도 베어 버렸다.

    즉, 레이안이 지니고 있던 환생의 힘이라는 것도 이제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 말씀은…….”

    “네, 그는 완전히 죽었습니다.”

    레이안은 보통의 인간과도 같이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복잡한 감정이 깃든 눈으로 레이안을 응시한다.

    어찌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 유일한 혈육일 테니까.

    물론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그 남아 있는 정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레이안을 죽이는 것으로 이곳을 찾은 모든 훼방꾼을 처리했다.

    남은 것은 눈앞에 있는 탐구 하나.

    “자, 우리 이제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나눠 볼까?”

    물론 조금은 폭력적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는 경악이라는 감정을 내비치고 있던 녀석이 무표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새 감정을 추슬렀을 수도 있지만 뭔가 다르다.

    ‘이건……?’

    그리고 그 순간.

    화악!

    탐구에게서 뿜어져 나온 빛이 장내를 뒤덮었다.

    몸을 피하거나 보호막을 펼칠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의 강림을 나타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아서인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탐구.

    오직 흰자위만 보이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네 녀석은 아슬론이겠군.”

    “짐작한 대로다. 내가 아슬론. 네가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존재다.”

    단순히 분위기가 변한 게 아니라 녀석의 존재 자체가 변했다.

    그건 뭐랄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그래, 공허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이렇게 보니 무척 반갑군. 그간 네가 한 일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통해서만 전해 들어서 말이야.”

    “나도 반가워. 워낙 쥐새끼처럼 숨어 있어서 그 구멍에서 꺼내는 게 쉽지 않았거든.”

    “하하하하!”

    하지만 나의 도발에도 녀석은 웃었다.

    “내가 워낙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라서. 아, 물론 그렇게 된 데는 과거의 경험이 있어서 그렇지만.”

    “아주 호되게 배신을 당했나 봐?”

    “호된 정도가 아니지. 아주 끔찍한 배신이었지.”

    흰자위 위로 어떤 감정이라는 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건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다.

    “이 자리는 내 과거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게 아니니 집어치우지.”

    이내 공허한 감정으로 돌아온 그는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일단 아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한다.”

    짝-

    한 차례 손뼉을 마주친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그대가 이토록 내 행사를 방해하다니. 이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야.”

    “그런 소리는 지겹게 들었어.”

    마계, 환계 등 내가 거쳐 간 모든 차원에서 들었던 말이라 이제는 식상하기 그지없다.

    “충분히 그렇게 오만할 자격이 있지. 게다가 그 상태는…….”

    나의 몸을 훑던 그의 눈동자에 기광이 스치고 지나간다.

    “…태초의 눈과 영혼을 얻었군.”

    그 순간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내 상태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고작 한 번 훑는 것만으로 내가 태초의 보물을 얻은 사실까지 알아냈다.

    ‘과연!’

    역시라고 해야 할까?

    진짜 아슬론은 분리된 인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 그리고 혜안을 가지고 있다.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텐데?”

    “그렇지. 이 세계에서 그대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태초의 보물을 취할 수 없겠지.”

    “그나저나 서로 안부를 묻는 건 그만하지. 나는 그따위 사소한 질문으로 이 소중한 시간을 버릴 생각이 없거든.”

    “무척 직설적이군. 하긴 묻고 싶은 게 많겠지. 하지만 이거 어떡하지. 지금에 와서 네가 무슨 질문을 하든 대계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이지?”

    “간단하다. 이미 대계는 완성되었고, 이제 곧 이 별은 지배자들에게 먹힐 거란 사실이다.”

    “…뭐?!”

    그 순간이었다.

    쿠쿠쿠쿠쿠쿵!

    대지가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니, 대지만이 아니었다.

    휘오오오!

    평범하던 바람이 갑자기 혹한의 바람으로 바뀌었다.

    “태, 태양이?!”

    레이안을 바라보고 있던 쿠린 왕.

    그가 놀란 듯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급히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일식(日蝕)?!’

    태양이 어둠에 먹히고 있었다.

    일식이라 불리는 현상.

    하지만 보통 일식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것에 비해 지금의 일식은 순식간에 어둠을 만들었다.

    스으으-

    해가 완전히 가려지고, 세계는 어둠에 물들었다.

    그리고 칠흑을 품은 어두운 하늘에 붉은빛이 번쩍이고 있다.

    반짝이는 별이 아니다.

    긴 꼬리를 남기는 붉은빛은 유성이었다.

    수백 개의 유성이 대륙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네 녀석, 무슨 짓을 꾸미고 있지?”

    이 상황에는 나도 당황한 채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었나?”

    “그래.”

    “흐음, 원한다면 진실을 알려 주지. 조금 전 나는 성운의 회의를 통해 과반수의 선택을 받아 절대자로 간택되었다.”

    “뭐?!”

    그 내용은 아무리 나라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전해 듣기로는 절대자는 쉽게 계승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녀석이 절대자를 계승한단 말인가.

    “내가 왜 네 녀석의 방해에도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답은 간단하지 않나. 너의 방해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배자들의 표를 얻기 위함이었나?”

    “표를 얻기 위함이라.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겠지. 나는 절대자를 계승하기 위하여 그들과 소통했고, 오랜 시간 노력한 덕분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절대자의 계승을 원하지 않는 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물론 그가 끈질기게 방해했지. 그러나 소멸한 자는 말이 없는 법이지.”

    그 말이 맞다.

    절대자의 계승을 원하지 않는 자가 있다고 해도 녀석이 죽는다면 소멸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분명 지배자에게 전해 듣기로 현재 우주의 무질서를 주장하는 그자는 무척 강하다고 했었다.

    지배자들 또한 감히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그도 그럴 게 과거 절대자와 함께 우주의 질서를 만든 이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런데 아슬론은 그자를 제거하고, 지배자들의 동의를 얻어 절대자에 올랐다.

    그러한 사실이 뜻하는 것은.

    ‘나보다 강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공허를 느낀 그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아슬론은, 진정한 그 본체는 나보다 훨씬 위의 영역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나? 나는 모든 것의 위에 있는 존재. 아무리 네가 도달하기 힘든 영역에 발을 들였다고 해도 나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나는 물었다.

    분명 나보다 강한 녀석이 지금 대화를 이끌고 있다는 건 내게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아주 좋게 보고 있다.”

    “그거 고마운 말이네. 설마 네 녀석이 나를 좋게 봐주고 있을 줄이야.”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 나는 네 녀석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무슨 가능성?”

    “너야말로 내가 꿈꾸는 신인류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가능성 말이다.”

    “뭐?!”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지금껏 수많은 개소리를 들었지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개소리는 처음이다.

    “지금껏 나는 완벽한 인간, 신인류를 만들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완성된 모든 것은 좀처럼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 왜 그런지 아느냐?”

    “그야 모르지.”

    “그것이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오직 나에 의해서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눠 받은 것들. 그렇기에 발전할 수가 없다.”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룩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남이 이룩한 것이라 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너는 어떻지?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몸으로 닿을 수 없는 영역에 도달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쟁취한 자의 표본이 아니겠는가.”

    녀석의 눈빛은 진심을 말하고 있다.

    진짜로 나를 신인류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

    “내가 할 말은 알고 있겠지?”

    “물론 거절하겠지.”

    “그걸 알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지?”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네 녀석이 죽으면 너의 육신과 그 영혼을 복원할 테니.”

    “그게 가능할 거라 보냐?”

    “충분히 가능하다. 네 녀석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으로 나의 추종자들이 모여들고 있으니 말이다.”

    추종자라면 아마도 지배자를 말하는 것일 터.

    ‘한둘이 아니겠군.’

    아무리 내가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수십의 지배자를 상대로 승리할 순 없다.

    “어디 한번 발악해 보아라. 과연 네가 종말을 향해 가는 이 별을 구할 수 있을까?”

    서걱!

    하지만 나는 녀석의 말을 듣지 않은 채 그대로 목을 베어 버렸다.

    “후후후, 마음껏 발악해 보아라. 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볼 테니. 으하하하하하하!”

    목이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말을 이어 간다.

    퍼억!

    그리고 나는 지껄이는 녀석의 머리를 그대로 밟아 버렸다.

    “씨발!”

    화풀이는 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다.

    슈우우우웅-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유성우를 바라봤다.

    마치 이 세계의 종말을 보여 주는 것처럼 붉게 빛나는 유성우가 칠흑에 물든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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