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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54화 (154/161)

154화 Chapter 153

‘결국 저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아슬론이 많은 부분을 연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완벽한 인류에 대한 실험을 위해 그 영역을 외부자에게 향했다는 것도.

그런데 설마 지배자의 클론을 만들었을 줄이야.

‘물론 그 재료가 많이 필요한 것 같지만.’

아무리 아슬론이라고 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듯 저 지배자의 클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재료라는 건 오랜 시간을 연마하여 일정 경지에 이른 인간들의 육체였다.

아마도 법칙을 비튼 자들의 경우 일반적인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기 쉬우니 재료로서는 딱 알맞을 수밖에 없다.

“쯔쯧, 그러게 너무 욕심을 부리더라니. 아슬론의 계획에 홀딱 넘어갔군.”

재료가 되는 과정이 일반적일 리 없다.

분명 아슬론과 모종의 계약을 맺었을 테고, 그 계약의 이행이 지배자 클론의 재료가 되는 것일 터.

‘자기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일수록 속이기 쉬운 법이니까.’

아마 허영심이 잔뜩 들어찬 시사지외 녀석들은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아슬론과 손을 잡았을 것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법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녀석에게는 신인류를 제외한 모두가 도구일 뿐.’

그리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저런 처참한 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억겁의 시간 동안 완성한 지배자의 클론. 이제 네 녀석이 살려 달라고 빈다고 해도 이미 늦었…….”

“지랄하고 있네.”

나는 귓구멍을 파는 시늉을 하며 녀석의 말을 끊었다.

“흐흐, 아무리 태연한 척하려고 해도 지배자의 기운에…….”

“응, 안 무서워.”

“네 녀석이 아무리 그렇게 허세를…….”

“응, 허세 아니야.”

“하하하, 목숨이 아깝지 않으…….”

“응, 아까워.”

“이놈!”

결국 폭발한 녀석이 노성을 질렀다.

“아, 미안. 너무 개소릴 지껄이기에 차마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우우우우!」

탐구의 분노에 반응하여 지배자 클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웅.

거대한 눈이 머리에 박힌 거대한 검은 실루엣은 고작 한 걸음을 걸었을 뿐이지만 어느새 나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군.’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녀석은 공간이라는 규칙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우오!」

길쭉한 팔을 휘두른다.

그런데 그 방향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온다!’

익숙한 공간의 뒤틀림과 함께 등 뒤로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곧바로 몸을 돌린 후 팔을 들었다.

콰앙!

분명 허공을 갈랐던 녀석의 공격이 나의 등 뒤를 노리고 있었다.

주르륵-

“호오?”

굳건히 버티고 선 나를 밀어낼 정도의 엄청난 완력.

확실히 완력 하나만큼은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우오오오오!」

쾅, 쾅쾅쾅!

그리고 녀석의 맹공이 시작되었다.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공간을 비틀어 그 공격을 내게 향하게 한다.

심지어 그 모든 공격은 나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있었다.

투웅!

몸에 무리가 가는 맹공에 손으로 녀석의 공격을 튕겨 냈다.

그리고.

슈슉!

공간을 넘어 그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콰아아아!

녀석은 내가 움직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서는 그곳에 공격을 가했다.

콰앙!

미처 방비하지 못한 녀석의 주먹이 내 육신을 정확히 가격했다.

“큭!”

그 충격에 몸이 휘청인다.

1,000년의 시간 동안 단련된 내 육신을 뚫고 타격을 줄 정도로 녀석의 힘은 굉장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읽고 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공격으로도 모자라 녀석은 나의 동작을 예측하고 있었다.

단순히 움직임을 예측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정확한 공격.

‘설마……?’

그 순간 내게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었다.

과거에도 겪어 본 적 있는 능력. 하지만 아직 그 능력과 같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스릉-

그렇기에 파멸을 꺼냈다.

웅웅웅!

의지가 주입된 파멸이 검명을 토해 냈고.

「흩어져라.」

내 의지를 받은 파멸이 허공으로 날아가더니.

파파파파파팟!

수천 개의 검으로 분열해 지배자 클론을 향해 쇄도했다.

그 하나하나에 나의 의지가 깃든, 몰살을 위한 검은 반드시 적을 소멸시켰어야만 했지만.

따당, 따다다다당!

놀라울 정도의 속도, 절정에 이른 녀석의 주먹은 날아오는 모든 검을, 사방을 점한 그 공격을 아주 간단히 튕겨 냈다.

‘미래시(未來示)!’

그 순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날린 검을 막아 내는 도중 녀석의 눈빛에 황금빛이 감도는 것을.

그리고 그건 과거 내가 경험했던 ‘그’의 능력인 미래시가 분명했다.

“으하하하, 이제야 눈치챈 것이냐. 그렇다. 나의 작품은 외부자, 그것도 일부 지배자들만 얻을 수 있다는 미래시를 지니고 있지. 이 절대의 능력이 있는 이상 네 녀석에게 승산은 없다.”

내 당황을 알아챈 탐구 녀석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녀석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충격이었다.

미래시는 아주 오래전 그와의 전투에서 보았던, 아주 신비한 능력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탐구가 알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그것이 지배자의 고유 능력이라니.

마치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그리 오래 이어 갈 수 없었다.

콰앙!

미래시를 적극 활용한 클론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딜!”

다시금 공격이 이어지는 순간 나는 의지의 방어막을 펼쳤다.

미래시를 통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녀석에겐 그 어떤 회피나 방어도 소용이 없다.

방법이 있다면 보호막을 통해 아예 공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콰챠챵!

“뭐?!”

내 의지의 보호막이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력으로 이룬 것도 아니고, 지고한 영역에 이른 내 의지가 이렇게 허무하게 부서지다니.

퍽!

보호막을 부순 녀석의 주먹이 그대로 강타했고.

“크윽!”

나는 형편없이 허공을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아아아아!」

하지만 날아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쾅, 콰콰콰쾅!

날아갈 지점을 알고 있기에 그곳을 향해 공격을 이어 간다.

클론의 공격은 사각지대에서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그 한 방 한 방은 모든 것을 부숴 버릴 듯한 거력을 담고 있었다.

‘이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의 순간에도 나는 그 공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기이한 힘이 깃든 돌이로군.’

클론의 주먹에 기이한 광택을 내는 돌, 아니 보석과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나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돌로 인해 내 의지가 무효화됐음을 말이다.

‘의지의 힘을 무력화하는 기술까지 개발했군.’

확실히 탐구의 기술력이 무섭다.

지배자의 클론을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가장 강력한 힘이라 할 수 있는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장치까지 개발하다니.

확실히 이 정도 준비성이라면 웬만한 지배자라고 해도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다.

“으하하, 으하하하하하!”

승리를 확신한 탐구가 광기에 젖은 웃음을 터뜨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한 학자인 척 연기를 하더니 결국 본성이 나와 버린 것이다.

어찌 좋지 않겠는가.

본체가 나서지 못하는 마당에서 가장 걸림돌인 나를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하지만.

“미안, 내가 할 일이 많아서 말이야.”

여기서 죽을 생각은 없다.

특히 원정대의 영혼을 가지고 장난질을 친 녀석에게 더는 기쁨의 순간을 안겨 줄 이유가 없다.

콰앙!

끝장을 내기 위해 쇄도하는 클론의 주먹을 쳐 냈다.

「우우-」

그 순간 비틀대며 물러나는 녀석.

“음?!”

그 모습에 탐구는 적지 않게 당황하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미래시, 게다가 의지의 힘을 무력화하는 도구까지 가지고 있건만 공격에서 밀려난 것이다.

“어떻게?!”

당황한 녀석의 시선이 잠깐 내게 머물렀다.

씨익- 그리고 나는 모처럼 미소를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말이야, 가끔 착각하곤 해.”

그리고 녀석에게 어느 정도 정답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지닌 힘의 대부분이 의지, 그리고 심상의 영역이라고 여기는데 말이야.”

아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지, 그리고 심상의 힘이라는 것은 육신의 경지를 벗어난, 지고한 경지기 때문이다.

이 지고한 경지에 이른 이들은 손도 대지 않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할 수 있으며 조금 전 내가 했던 심검처럼 인지하지도 못하게 목숨을 끊어 놓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당연히 이 힘을, 그 영역의 힘이 전부라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거든.”

내가 지닌 저력은 의지나 심상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뒤틀린 1,000년의 시간 동안 내가 집중적으로 연마한 것은 육신의 단련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고작해야 피와 살, 그리고 뼈로 이루어진 인간의 육신을 단련해 봐야 얼마나 단련할 수 있냐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단련하고 또 단련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수십, 수백 번이 넘는 한계를 넘어 차원이 다른 육신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미래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그 미래를 틀어 버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 그만.’

그 순간.

팟!

나는 허공을 날았다.

퍽!

「우우!」

뻗은 주먹은 그대로 클론의 머리를 강타했다.

비틀비틀.

충격이 컸던지 녀석의 몸이 휘청인다.

「우오!」

분노한 녀석이 다시금 주먹을 뻗는다.

쉬익!

하지만 이미 그곳에 나는 없다.

인지의 영역을 벗어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녀석의 뒤를 잡았다.

‘미래시? 그 미래를 뒤틀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면 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뒤엎을 정도의 움직임.

전력을 발휘한 내 육신은 녀석의 미래가 볼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녀석의 미래를 한발 앞선다.

그러기 위해 나의 육신은 한계를 넘은 고속 운동을 시작했다.

휙, 휙휙!

찰나의 순간에도 공간이 수십, 수백 번 바뀐다.

녀석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그려 내기 위한 나의 움직임은 시간과 공간마저도 구애받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서걱!

「우오오!」

녀석이 예측할 수 없는 궤적을 그린 파멸이 정확히 녀석의 가슴을 베었다.

아니, 한 번이 아니다.

서걱, 서걱!

내 손속에 의해 녀석의 육신은 난도질되기 시작했다.

“어, 어찌 이런……?!”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한 탐구가 눈을 부릅뜬다.

녀석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시, 그리고 의지의 힘을 무력화하는 힘을 지닌 지배자의 클론이 형편없이 당하는 그 광경을 말이다.

하지만 이제 받아들여야만 한다.

푸욱!

내 검이 녀석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눈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으오, 우우우우!」

쿠웅!

결국 그 충격을 견뎌 내지 못한 클론이 지면에 허물어졌다.

그리고 일어나는 변화.

흐물흐물.

완전한 육신이 아니었던지 흐물거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불신의 눈빛을 보내며 비틀비틀 뒷걸음질 치는 탐구.

슉-

그리고 나는 곧장 녀석에게 따라붙어 살포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그치?”

“…….”

녀석은 광기에 젖은 내 눈동자에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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