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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53화 (153/161)

153화 Chapter 152

격을 얻은 이후 나는 웬만해선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최근 가장 분노를 느꼈을 때는 누님을 시해한 개새끼와 그에 동조한 녀석들을 봤을 때였다.

하지만 그것도 가족에 대한 마지막 남은 미련이라고 부를 만한, 티끌만 한 감정으로 인한 것이었지 솔직히 그렇게 큰 분노를 끌어내진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나의 분노는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거셌다.

당장에라도 내 모든 것을 삼켜 버릴 정도의 분노가 무심의 끝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쯧, 결국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군.”

완전히 돌아섰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탐구의 말투가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는 존대하며 어떻게든 구슬릴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본성이 나오기 시작한 것.

“위대하신 분이시여, 제가 녀석을 상대해 보겠습니다.”

제일 처음 나선 바 있는 데브론.

녀석이 앞으로 나와 나를 상대할 것처럼 나댔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재롱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조심하십시오. 데브론 저 녀석은…….”

들려오는 쿠린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충고나 설명이 아니라 의지를 행하는 것.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벤다.’

내 의지가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검이었다.

‘아니, 필요 없다.’

내 아공간에는 수많은 명검이 보관되어 있다.

심지어 날 위해 제작된 파멸의 검도.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날붙이가 아니었다.

마음[心].

마음만 품는다면 얼마든지 보이지 않는 검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스륵-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시간이, 멀쩡히 잘 흘러가던 운명의 톱니바퀴가 멈추었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행동할 수 있는 건, 의지를 행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검, 사람을 베는 검.’

그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나는 검의 형상을 떠올렸다.

검은 무엇인가.

사람을 베는 무기다.

몇몇 정신 나간 녀석들은 마음의 수행 도구니 기사도를 위한 물건이니 떠들어 대지만 그런 건 전부 헛소리에 불과하다.

검의 목적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베기 위해 탄생한 것.

그렇기에 나의 검은 사람을 베기 좋은 ‘가장 날카로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웅웅웅!

내가 그려 내는 검의 형상에 따라 눈앞의 허공에 무언가가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칠흑의 검이었다.

보통의 검과는 다르게 모든 빛을 흡수할 듯한, 검게 칠해진 검.

그것이 내 마음의 검이었고, 나의 의지를 행할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베어라.」

의지가 곧 힘이 되니.

휘익!

나의 의지에 의해 날아간 칠흑의 검이 데브론이라 불린 자, 법칙을 비튼 녀석의 육신을 수직으로 갈랐다.

스스스스-

그와 함께 멈춰진 시간이 풀렸다.

“데브론, 네가 나설 자리가…….”

레이안.

그가 막 데브론을 만류할 때였다.

“으음……?”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 듯 데브론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슬며시 만진다.

그리고 그 순간.

쿠웅!

그대로 뒤로 넘어간 데브론이 지면에 쓰러졌다.

“…데브론?”

“데브론!”

“뭐야, 이게 무슨……?!”

급히 다가가 상세를 살펴보는 이들.

“주, 죽었어……?!”

“어째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법칙을 비튼 자들인 데다가 아슬론과의 계약을 통해 불사의 삶을 살아온 이들.

온갖 일을 다 겪었다지만 지금과 같은 일은 처음 겪어 보는 종류일 것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다니.

게다가 뭔가 손을 쓴다거나 혹은 그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을 터.

“아서 님……?”

장내에서 약간의 변화를 눈치챈 건 쿠린 왕과 레이안, 그리고 탐구뿐이었다.

“놀라기는 아직 이를 텐데?”

녀석들에게 한 차례 경고한 후.

스륵-

나는 다시금 눈을 감았다.

“녀, 녀석을 막아!”

“어서 가!”

데브론의 죽음에 내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녀석들이 다급히 나를 향해 달려오려 했지만.

뚝!

이미 시간은 멈췄다.

나는 심상 속에서 다시금 가장 날카로운 검을 만들었고.

서걱, 서걱!

날아간 그것은 달려오는 시사지외 무리를 갈랐다.

그렇게 시간이 풀리고.

“…….”

“…….”

소란스럽던 장내는 정적에 휩싸였다.

“무슨……?”

레이안이 막 말을 꺼내려던 그때.

털썩, 털썩!

당장에라도 나를 향해 달려올 듯한 행동을 취하던 시사지외 무리가 모두 쓰러졌다.

“이런!”

심상치 않은 변화를 느낀 탐구가 재빨리 그들에게 다가가 상세를 살핀다.

“모두… 숨이 끊어졌다.”

“대체 이게 무슨……?”

단지 숨이 끊겼을 뿐 어떠한 외상도 없다.

마력, 그리고 특별한 권능을 발현하여 어떻게든 이상 징후를 찾아내려 해도 찾아내지 못한다.

‘평생을 찾으려 해도 찾지 못할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들은 심검(心劍)에 당했기 때문이다.

심검.

그것은 지금껏 나도 발휘하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

하지만 태초의 영혼을 흡수한 순간부터 나는 이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내 심검이 녀석들의 심상을 베어 버렸고, 마음이 죽은 녀석들은 일어나지 못했다.

“설마 이것은… 심검?!”

그 순간 탐구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응시했다.

“호오, 그걸 알아봐? 역시 아슬론의 인격 중 하나네.”

나는 탐구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심검은 태초의 영혼을 가지기 전까지 나도 몰랐던 영역.

그런데 녀석이 그 영역을 언급한다?

‘적어도 아슬론 녀석도 의형살인(意形殺人)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는 거겠지.’

본인이 도달하지 못했으니 누군가 그 영역에 발을 들인 자를 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슬론일 확률이 100%였다.

그가 아니라면 이 대륙의 그 누구도 그 영역에 발을 들일 자격이 없으니 말이다.

“어떻게 네 녀석이. 분명 보고를 받기로는 아직 그 영역에 도달하지 못해야 할 텐데?”

“어떻게 조사를 했는진 모르겠지만 잘 알고 있네. 그런데 어쩌지. 내 성장 속도가 네 녀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서 말이야.”

“…레이안, 녀석을 공격해라!”

예상치 못한 정보를 확보한 탓일까.

다급해진 탐구가 레이안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팟!

레이안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압!”

어느새 정면에 나타난 그의 백색, 그리고 흑색 검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그것을 막아 낼 필요는 없었다.

카캉!

어느새 나의 앞을 막은 쿠린 왕이 검격을 대신해서 받았기 때문이다.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아서 님은 어서!”

눈치가 빠른 쿠린 왕이었기에 탐구가 무언갈 꾸민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키르옌, 네놈이 정녕!”

분노한 레이안의 음성이 장내에 쩌렁하게 울렸다.

아들을 향한 아비의 분노.

“아버지.”

대검을 수직으로 세운 채 레이안을 노려보는 쿠린 왕.

“이것이 제가 당신에게 부르는 마지막 호명입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와 남. 올바르지 못한, 사악한 길로 빠져든 아비를 배제하겠습니다.”

“놈!”

아비와 아들의 골육상잔이 시작되었다.

쾅, 콰콰쾅!

과거에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

게다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그 무력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두 사람이 내뿜는 검기와 충격파가 무섭게 사방을 휩쓸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건 그 둘의 싸움이 아니라 탐구였다.

웅웅웅!

녀석이 수작을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곧바로 심검을 발현하였다.

내 의지를 담은 흑색의 검이 탐구에게 다가가.

스윽-

곧바로 그 육신을 베려고 했지만.

투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무슨?’

그 순간.

쩌저적!

멈춰 있었던 시간이, 운명의 톱니바퀴가 정상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허억!”

수상하게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던 탐구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녀석.

“네 그 알량한 재주가 내게 통할 것 같으냐? 이제 막 의형살의 영역에 발을 들인 너의 검은 나를 벨 정도로 날카롭게 단련되지 못하였으니!”

‘과연 그렇군.’

아무래도 녀석은 어떠한 방법을 통해 심상을 보호하는, 심검에 대한 저항을 갖춘 것 같다.

‘역시 아슬론. 철저하군.’

물론 그 배후에는 아슬론이 있을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라면 의형살인의 영역에 다른 공격을 방어할 만한 준비를 해 놨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말뜻은.

‘녀석이 나의 위에 있다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아슬론의 힘은 지금의 나보다 더 강력하다.

아마 녀석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면 나는 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자 의문이 든다.

‘왜 녀석은 직접 나타나지 않는 거지?’

녀석의 본체는 지금껏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물론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훼방을 받고, 또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왜 직접 나서지 않는 걸까?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거겠지.’

파리가 귓가에 왱왱대다 못해 피까지 빨 정도라면 마땅히 물리치는 게 맞다.

그런데 그것을 지켜본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날뛰어 줘야지.’

녀석이 나서지 못하는 사이 그 계획을 철저히 짓밟으면 된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그리고 지금은 녀석의 인격 중 하나인 탐구를 처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슈슉!

의지를 품은 순간 공간을 압축하여 그곳을 뛰어넘었다.

“으하하! 늦었다. 나는 이미 술법을 완성하였으니!”

아무래도 내가 너무 늦은 모양이다.

드드드득-

갑자기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대지가 요동치는 게 아니라 내 심검에 의해 죽어 버린 녀석들이 발생시키는 진동이었다.

“이제, 너희의 계약을 이행해라!”

탐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퍽, 퍼퍽!

가만히 누워 있던 시체가 한데 뭉쳐지기 시작했다.

놀라운 사실은 한데 모이기 시작한 시체들이 마치 찰흙과도 같이 서로 뭉쳐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계약의 주체인 널 죽이면 간단한 것을!”

기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저 모든 일의 원흉인 탐구를 제거하면 그것으로 끝 아니겠는가.

츠츠츠츠-

곧장 파멸을 손에 쥔 채로 최대한의 힘을 부여했다.

그리고.

스윽-

무결의 동작을 선보이며 수직으로 그었지만.

카앙!

“…….”

놀랍게도 내 검은 탐구의 주위에 펼쳐진 보호막에 의해 가로막혔다.

“멍청한 녀석. 계약이 진행되는 동안은 그 누구도 나를 해할 수 없다!”

아무래도 빈말이 아닌 것 같다.

내 무결의 검을 막아 낼 정도면 저 보호막을 부술 방법은 요원하다는 이야기.

결국 보호막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녀석을 제거하는 대신 시선을 돌려 뭉쳐지고 있는 시체를 바라봤다

철퍽, 철퍽.

시체가 모여, 거대한 형상을 이룬다.

그리고 그 변화가 모두 완성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오오오오!」

마침내 완성된 형상.

그것은 칠흑의 육신을 가진 거인이었다.

“이건……?”

그리고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오랜 실험을 통해 완성한 지배자의 클론이다!”

칠흑의 형상.

그리고 얼굴로 짐작되는 부분에 보이는 하나의 눈.

그것은 일전에도 마주친 적 있는 지배자, 그 독특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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