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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52화 (152/161)

152화 Chapter 151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조나단이 눈앞에 있다.

사지가 찢어지고, 내장이 흘러나와 눈이 붉게 충혈된 모습이 아니라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말이다.

“…….”

그는 자신을 부르는 부인과 딸의 외침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나.

저벅-

나를 똑바로 직시한 그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쿵쿵!

그, 조나단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격하게 요동친다.

원정대원들을 허무하게 잃고 나서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증상이다.

잃을 수밖에 없었던 소중한 누군가를 다시금 보게 되는 경험은 생소했고, 또한 감당하기 힘든 감정의 파도를 몰고 왔다.

털썩.

나를 앞에 둔 조나단이 무릎을 꿇었다.

“마계 원정대의 516번 병사 조나단이 아서 왕자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원정대 넘버.

내 기억에도 희미해진 숫자를 읊은 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진짜… 조나단이로군.”

원정대 넘버, 그것도 조나단의 고유 식별 번호를 알고 있으니 그가 아닐 턱이 없다.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 영혼도 실제로 조나단이 틀림없는 것.

「당연히 진짜지요. 제가 그의 영혼을 복원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아십니까?」

강렬한 의지가 담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조나단에게서 시선을 돌려 음성의 근원지를 바라보자.

쩌저적-

조금 전 갈라졌던 차원의 통로가 더욱더 크게 갈라졌다.

그리고 그곳을 걸어 나오는 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발, 그리고 턱수염, 하얀 로브를 걸친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온갖 지식을 쌓았을 것만 같은 대현자.

“아슬론…….”

비록 지금까지 본모습과는 다르나 나는 그가 아슬론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저를 쉽게 알아보시는군요. 맞습니다. 제가 바로 아슬론입니다.”

“웃기는군.”

하지만 나는 그 소개에 코웃음 쳤다.

“아슬론이 아니라 녀석이 나뉜 인격 중 하나겠지.”

“허허, 눈치채셨습니까?”

“그 음흉한 녀석이 이렇게 쉽게 모습을 나타낼 턱이 있나. 쉽게 모습을 나타낼 거였다면 진즉 우리가 마주쳤겠지.”

“하긴, 그도 그렇군요. 본체, 그자는 탐구인 제가 봐도 좀 엉뚱하고 신비한 면이 있어서 말입니다.”

“탐구라…….”

딱 겉모습에 어울리는 인격이었다.

탐구(探究). 진리나 법칙 등을 깊이 연구한다.

어딜 봐도 지식을 탐구하는 듯한 그 모습과 너무도 어울린다.

“그래서, 선물은 마음에 드십니까?”

탐구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와 조나단을 번갈아 봤다.

“선물이라…….”

녀석의 말에 나는 잠깐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선물이라는 건 즉 조나단이 그의 소유라는 뜻.

그리고 그 선물은 아직 완전히 내 것이 된 게 아니었다.

“목적은?”

“목적이라. 글쎄요, 일단 당장의 목적은 없습니다. 그간 뒤틀려 있었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한 약소한 선물이라고 할까요?”

탐구는 웃었다.

그 웃음은 명백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이미 많은 걸 파악하고 있군.’

애초에 원정대원들의 존재를 안 것부터 이들의 조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뒤틀려 버린 1,000년의 시간.

원정대원들의 존재를 알아챘다는 건 그 시간을 파악했다는 것이고, 이러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겠는가.

“그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제야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나는 대답 대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조나단을 응시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온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조나단은, 원정대원은 나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확실히 거부하기 힘든 선물이로군.’

살아 있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감정이 마구잡이로 요동친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시선을 알아챘는지 조나단이 몸을 일으켰다.

“왕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어째서 시선을 주지 않는 거지?’

여전히 부인과 딸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있다.

마계를 방랑할 때도 늘 부인과 딸 이야기를 먼저 꺼냈던 그.

당연히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싶을 텐데도 여전히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왕자님, 저 때문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흔들리지 말라?”

“그렇습니다. 이래 봬도 제가 눈치가 빠른 편이라 대강의 사정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왕자님의 인질이라는 것도, 그리고 원정대원들 모두가 왕자님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원정대원의 영혼을, 그들을 복원할 수 있는 패를 아슬론이 쥐고 있는 이상 나는 나의 뜻을 발현할 수 없다.

칼자루를 빼앗겼기에 이대로 흘러가게 된다면 아슬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비록 운명을 거슬러 다시금 살아남았다고는 하나, 그것은 모든 것을 비틀어 버린 삶. 저는 이러한 삶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더욱이 왕자님의 짐이 되면서까지 삶을 살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내뱉으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순간에 지은 미소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처연했으며 또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스윽-

품속에 손을 넣는다.

“…….”

제지하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제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떤 결정을 뻔히 내릴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행사를 막지 않았다.

푸욱!

살을 꿰뚫는 섬뜩한 소음과 함께 조나단의 신형이 허물어진다.

품속에서 꺼낸 것은 단검.

과거의 물품들마저도 복원이 됐는지 사냥을 위해 들고 다녔던 단도가 그의 심장을 관통해 있었다.

“여보!”

“아빠!”

쓰러지는 조나단을 확인한 셀렌 부인과 아이니가 달려왔다.

“오지 마라!”

하지만 조나단이 둘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음성에 담긴 강렬한 의지는 셀렌 부인과 아이니의 몸을 멈춰 세웠다.

“나는 이미 죽은 몸. 비록 운명을 거슬러 잠시 이곳에 머물렀다고는 하나 너희와 함께할 수 없다.”

그제야 나는 조나단이 왜 가족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해서였구나.’

가족들과 만나 애절한 모습을, 화목한 모습을 보이면 그 모습을 본 내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것이다.

“왕자님, 저를 비롯한 모든 원정대원은 왕자님이 하시는 일에, 그 뜻에 반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디… 당신의 뜻을 마음껏 펼쳐 보시길…….”

갑작스러운 부활로 인해 모든 것을 기억해 내진 못해도 자신의 처지는 파악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나단은 인질이 되지 않기 위해, 나의 판단을 흐리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끊어 냈다.

마계에서 방랑하던 당시 그토록 이야기하던 가족도,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도 말이다.

“…그것이 저와 원정대원들의 바람입니다…….”

마지막 순간 그는 내게 미소를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처연한 그의 미소는 어느새 밝은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그러도록 하마.”

“…감사…….”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못한 조나단의 목이 꺾였다.

“…….”

나는 생을 마감한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단도가 심장을 관통당한 상태.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을 텐데도 그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끝까지 내게 바람을 전하는구나, 조나단…….”

과거 마계에서 죽을 때도 그는 내게 마지막 바람을 전하였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가장을 대신하여 딸의 생일을 챙겨 달라는 부탁.

물론 그것은 정말 딸의 생일을 챙겨 달라는 것이 아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내가 살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자신이 짐이 될까 두려웠던 그는 죽음의 두려움에도 굴복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절개를 지켰다.

‘그래, 그렇기에 내가 너희를 아낄 수밖에 없었지.’

각기 다른 삶과 시간을 보냈지만 마계를 방랑하며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의지를 읽어 낼 수 있다.

“허어! 모처럼 준비한 선물이 못쓰게 되어 버렸군.”

그리고 내 상념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었다.

스윽-

탐구가 손에 든 수정 지팡이를 휘둘렀고.

츠츠… 츠츠츠츠-

조나단의 몸속에서부터 영롱한 빛을 내는 구슬이 빠져나와 녀석의 수정 지팡이 속으로 흡수되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선물을 복원하는 능력은 꽤 괜찮아서 말입니다. 재료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를 살려 내는 일은 가능하지요, 허허허.”

알고 있다.

어떻게 그들의 영혼을 복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혼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나단을, 그리고 원정대원을 되살리는 게 가능할 것이다.

“자, 어쨌든 선물은 받으셨으니 이제 대화할 마음이 생기셨…….”

“묻겠다. 원정대원들의 영혼을 모두 손에 넣었나?”

나는 탐구의 말을 끊은 채 물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조나단 하나.

그렇기에 나머지 원정대원들의 영혼을 정말로 복원한 것인지 궁금했다.

“물론입니다. 본체가 온갖 노력을 기울여 그들의 영혼 조각을 찾아냈고, 이를 모두 이어붙이는 데 어마어마한 공을 들였지요. 1,000개의 영혼 모두 복원하는 데 성공 하였으니 서로 동맹을 맺게 된다면 그 모든 원정대원이 다시금 살아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그 모든 영혼을 아서 님에게 인도해 드릴 수 있지요.”

원정대원들의 영혼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다면 얼마든지 그들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영원히 그들과 함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그들이 바라는 게 아니다.”

만약 그들이 그러한 것을 바랬다면 내가 이렇게 고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만 한다.

유한한 삶을 살기에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그 법칙을 비틀어 버린다면?

‘그들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원정대원들이 아니지.’

솔직히 흔들렸다.

그들과 다시금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조나단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미혹은 환상일 뿐이니.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나는 제자리걸음을 걸을 뿐이다.

“자,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와 함께 뜻을…….”

“아니. 여기서 선포하는데, 너희와 그리고 아슬론 녀석과 뜻을 함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진심입니까?”

설마 협상이 틀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 탐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심이냐고?”

나는 녀석의 물음에 오히려 되물었다.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원정대원들을 살릴 수 있는데도,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겠다는 겁니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계속해서 원정대원들을 언급한다.

“그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는 대화할 마음이 없다.

스릉-

나는 파멸을 꺼내 들어 녀석을 겨누었다.

“그러니 더는 그들을 모욕하지 말고 덤벼라. 오늘 너희는 여기서 모두 죽을 테니 말이다.”

고오오오오-

결심을 굳힌 이상 망설일 것이 없다.

오늘 나는 이곳에 있는 모든 적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시사지외, 아슬론의 인격 중 하나인 탐구는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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