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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51화 (151/161)

151화 Chapter 150

“건방진!”

조금 전 검의 폭풍을 일으켰던 사내.

2m가 넘는 신장과 딱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강철의 갑옷을 입은 그는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대검을 꺼내 들었다.

다시금 내게 공격을 가하려는 목적이었지만.

“데브론, 검을 거두는 게 좋을 거다.”

나를 대신하여 쿠린 왕이 앞으로 나섰다.

“스승님…….”

쿠린 왕을 본 거구의 사내, 데브론은 잠깐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저자의 스승인가 보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쿠린 왕은 무려 3,000년의 시간을 거스른 존재다.

그 시간 동안 놀고먹지 않았다면 어마어마한 지식과 실력을 쌓았을 터.

누군가의 스승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설령 그것이 같은 법칙을 비튼 자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쿠린!”

쩌렁!

엄청난 고함과 함께 레이안이 강렬한 시선으로 쿠린 왕을 바라본다.

“어째서냐. 어째서 네가 이 아비를 배신하였단 말이냐.”

그의 분노는 거대한 해일과도 같았다.

당장 몰아쳐 마을 사람 모두를 익사시킬 것만 같은 강렬한 분노.

아마 보통의 사람은 그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 테지만.

‘어림없지.’

나의 의지는 그 분노가 마을 사람들에게 닿지 않도록 철저한 방어를 펼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심즉살의 경지에 이른 레이안의 의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하하하하하하!”

레이안의 분노에 쿠린 왕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기쁨, 슬픔과 같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복잡미묘한, 많은 것이 담겨 있는 웃음이었다.

“왜 배신을 했냐고 물으셨습니까?”

“그렇다. 나는 분명 너에게 미래를 제시…….”

“미래? 당신이 보여 준 미래는 내가 바라던 미래가 아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나는 분명 모두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

“그 미래에 왜 이 사람들은 없습니까?”

쿠린 왕이 공포에 몸을 떨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응시했다.

레이안의 계획대로라면 일부를 제외한 모두가 외부자에게 먹혀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

그리고 쿠린 왕의 말을 들은 레이안은 냉소했다.

“값싼 동정심을 말하는 것이냐?”

“값싼 동정이 아닙니다.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은 소수만을 위한 것. 다수를 불행하게 하는, 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는 일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올바르지 않다? 정녕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냐?”

레이안이 물끄러미 시선을 주었고.

“과거에는 그 길이 정당한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고귀한 것. 우리가 그것을 멋대로 짓밟을 권리는 없습니다.”

“멍청한 녀석!”

결국, 레이안이 일갈했다.

“계획의 터전을 만들라고 했더니 그들에게 동화되어 버렸구나! 하긴, 과거에도 그랬었지. 네 녀석의 그 유약함 때문에 나의 제국이 무너지지 않았던가.”

“그것은…….”

“네 녀석은 항상 그것이 문제였다. 우유부단한 모습, 유약함 그리고 정작 필요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

레이안은 신랄한 비판을 던졌고.

“…….”

쿠린 왕은 그것을 인정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도 너는 삶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였구나. 그렇다면 네게 묻겠다. 이 세계에서 누군가의 희생 없이 올릴 수 있는 것이 있더냐? 내가 최초의 제국을 건국하였을 때도 많은 사람들의 피와 그들의 희생 위에 제국의 깃발을 올렸다. 그건 네 녀석도 마찬가지. 지금 네가 건국한 왕국 또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그들의 피 위에 올린 깃발이 있기에 나온 것이 아니더냐.”

레이안은 말하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결과는 있을 수 없다고.

작은 왕국 하나를 건국하는 데도 수많은 이의 피가 동반되어야 하는 게 사실.

“왕국을 건국하여 그 안의 백성들을 돌보는 것.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느냐?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정의이자 올바른 길…….”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더는 못 듣고 있을 것 같아서 나섰다.

“더 나은 미래? 지랄하고 있네. 아닌 말로 이 별을, 대륙의 모든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너희가 원하는 바를 취하려고 하는 거 아냐? 그걸 무슨 정의로 포장해. 너희의 이기심이 낳은 끔찍한 학살이지.”

교묘하게 말을 지어내서 그렇지 그들의 행위는 그냥 학살에 지나지 않다.

“감히 네가 나설 자리가…….”

쿠린 왕의 제자.

거구의 녀석이 다시금 나서려고 했지만.

「넌 닥쳐!」

“흡!”

나의 의지는 녀석의 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쿠린 왕의 길이 잘못되었다고? 아니. 내가 보기엔 그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 약자들을 위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영화마저도 포기한 희생. 이 새끼들아. 이걸 진정한 정의, 그리고 올바른 길이라고 하는 거다. 너희처럼 자기 이득을 취하려고 수많은 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이 아니라 말이다!”

나는 쿠린 왕을 변호하여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레이안의 말처럼 그는 유약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비를 보는 순간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그의 심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마도 아버지였던 레이안은 그러한 점을 알고 있었기에 계속 그런 방식으로 건드렸겠지.

하지만 내가 있는 이상 그렇게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녀석들의 목적은 내 목적에, 원정대원들의 바람에 반하는 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네 녀석은……?”

“너희 두목이 알려 주지 않든?”

“두목?”

“아슬론. 샘의 현자 그 새끼 말이야.”

“…그렇군. 그렇다면 네가…….”

“아서다. 너희 두목이 그렇게 죽이고 싶어 하는, 그리고 너희가 그토록 찾던 사람이지.”

그 순간 레이안을 제외한 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소문이 시사지외에 널리 퍼져 있는 모양이다.

어찌 그렇지 않을까.

사사건건 녀석들의 일을 방해했으니 이제는 내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 녀석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렇군. 결국, 네 녀석은 이자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였던 것이로군.”

웅성대는 이들과 다르게 줄곧 침착함을 유지한 레이안.

그는 나와 쿠린 왕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섬뜩한 미소를 그렸다.

“법칙을 비틀지 않은 이 중 우리를 위협할 만한 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몹시 궁금하였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이 정도의 의지, 그 무거운 업을 짊어질 수 있는 자가 있다니.”

녀석은 내 상태를 꽤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업이 보통이 아니거든.’

지금까지 내가 본 인간 중 레이안이 최고로 강하다.

물론 그 무력은 법칙을 비튼 자의 특권으로 인해 쌓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래도 인간 중에서는 녀석이 제일 강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제안하겠다. 아서, 운명의 법칙을 따르는 자여. 그대는 우리와 뜻을 함께하지 않겠는가?”

“별 병신 같은 소리를 다 하네. 너희와 뜻을 함께할 거였으면 진즉 했겠지. 지금까지 이렇게 맞서고 있었을까?”

제안을 받는 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졌는데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게 말이 안되지 않는가.

“그들은 네게 매력적인 제안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호오?”

하지만 내 말에도 레이안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너는 내게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 있다?”

“물론. 아마 그대라면 나의 뜻에 동조할 수 있을 것이다.”

“글쎄.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말해 봐. 매력적인 제안이라면 한번 생각을 해 보지.”

물론 그럴 마음은 전혀 없다.

이 세상에서 내게 매력적인 제안을 해 줄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원정대원.”

“……!”

그 단어가 끝나는 순간 나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지금 뭐라고……?”

“원정대원. 과거 그대가 마계에서 함께하였던 전우. 그들을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푸하하하하!”

하지만 나는 녀석의 제안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나를 주목하더니 쓸 만한 정보를 얻은 것 같네.”

원정대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이 비틀려 버린 내 과거의 시간을, 그리고 그 안에 속해 있었던 원정대원들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으나 그 제안은 내게 매력적일 수 없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불가능해. 나 또한 어떻게든 그들을 살려 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다 소용이 없었거든.”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이 힘이라면 허무하게 죽어 버린 원정대원들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의 영혼이 이미 사라진 뒤였으니까.’

육신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영혼은 다르다.

그들의 영혼은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푸른 사신, 그리고 마계의 괴수들에게 먹힌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전한 영혼이 아닌 이상 그들을 되살린다고 해도 껍데기만 남은 원정대원일 뿐.

내 기억 속에 있는 진정한 동료들이 아니었다.

“물론 알고 있다. 그대 정도의 힘을 가졌다면 충분히 시도를 해 봤겠지. 하지만 그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

무슨 개소리를 지껄일지 나는 그냥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슬론. 그는 태초부터 삶을 살아온 자로써 그의 지식은 무한하며 또한 방대하다. 그대가 놓친 영혼을 찾는, 그리고 그 영혼을 온전히 복원할 방법을 알고 있었지.”

“마치 이미 영혼을 복원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렇다. 아슬론은 그대조차 불가능한 영혼의 복원을 성공적으로 이뤄 냈다. 그리고 복원된 영혼 1,000개를 가지고 있지.”

그 순간 거대한 망치가 머리를 때린 기분이었다.

‘아슬론이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불가능했기에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슬론이라면, 태초부터 존재해 왔던 방대한 지식을 쌓은 그라면 어쩌면 영혼의 복원이 진짜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시금 묻겠다. 우리와 뜻을 함께하지 않겠는가? 그 대가는 그대가 그토록 바라던 원정대원들의 부활. 유일한 그대의 지기를 다시금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눈은, 그리고 기세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원정대원들의 부활……?”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레이안의 말처럼 너무도 매력적인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셀렌 부인과 아이니를 응시했다.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니, 그리고 불안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셀렌 부인.

두 사람은 아직 남편이, 아버지가 죽은 줄 모르고 있다.

만약 저들의 말이 사실이고 실제로 원정대원들이 부활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슬픈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흔들리지 마라. 저들의 말을 온전히 신용할 순 없다.’

하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수습했다.

그건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해야만 한다.

어쩌면 나를 흔들기 위한 흔해 빠진 수작인지도 모르는 것.

적어도 확실한 증거를…….

“증거를 원하는가? 마침 잘됐군. 마침 아슬론이 내게 보내온 것이 있어서 말이야.”

흔들리는 내 마음을 간파한 레이안,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마력을 발휘하였다.

쩌어억-

차원의 문이 열리고.

저벅-

그곳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 여보?”

“아빠!”

그 존재를 확인한 셀렌 부인과 아이니가 뾰족한 비명을 터뜨렸다.

“조나단…….”

차원의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덮수룩한 수염을 기른 중년의 사내.

오래 전 죽음을 맞이하였던 원정대원 조나단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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