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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45화 (145/161)

145화 Chapter 144

“후, 후작님, 갑자기 무슨 일이신지?”

“그, 그분이 지금 어디 있다고?”

“네? 그분이라면……?”

“패왕, 아니 아서 님 말이다. 그분이 와 계시다며!”

“그분이라뇨? 아서라는 자를…….”

“쉿!”

자라스 후작이자일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

벗어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

자라스 후작은 8성에 도달한 강자.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엔 자일의 경지가 너무도 부족했다.

“그 입 닥쳐라! 혹여 그자에게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꿀꺽!

자라스 후작이 마른 침을 삼켰다.

“아니, 그자가 괴물도 아닌데 여기서 어떻게…….”

“괴물? 차라리 괴물이었으면 내가 말을 안 하지. 너는 패왕에 대한 소문을 들어 보지 못했단 말이냐?”

“전혀 들어 본 바가 없습니다.”

“하긴. 네가 대륙의 정세를 알 리가 없나.”

“대체 그가 누군데 이러시는 겁니까? 패왕이라니.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명입니다.”

“후우. 설명할 시간이 없다. 너는 얼른 폐하에게 소튼 왕국의 패왕이 방문했다 전해라. 나는 얼른 그분을 만나 봐야 하니.”

말을 전한 후작이 뒤돌아섰다.

“폐, 폐하를 말입니까?”

아직 의문이 남은 듯 후작을 부르는 자일.

“시급한 일이니 당장! 패왕이 방문했다는 말을 전하면 폐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

뒷말은 듣지 않았다.

쉬익!

정숙해야 하는 성의 복도를 빠르게 가로지른다.

‘만약 정말 패왕이 방문했다면…….’

얼른 가야만 한다.

그도 그럴 게 패왕이 누구인가.

트리안 왕국, 그리고 저 임펠 제국에 치욕을 안겨 준 폭군.

‘소문에 의하면 드워프와 엘프의 제국마저 발아래 두며 그들을 부린다고 하던데…….’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소문뿐이었다.

하지만 트리안 왕국, 그리고 임펠 제국에 관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기에 나머지 소문도 사실일 확률이 높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오늘 왕국에 사신이 방문할 것일 터.’

그렇기에 1분 1초가 시급했다.

전쟁에서도 그렇게 달려본 적 없던 자라스 후작.

그는 최선을 다하여 마침내 성밖에 도착할 수 있었고.

“오, 왔네!”

마침내 볼 수 있었다.

꿀꺽!

소문으로만 알려진 패왕.

소튼 왕국의 아서를 말이다.

*

“자, 자라스 후작님!”

달려오는 이를 발견한 경비병이 다급히 차렷 자세를 취했다.

후작? 후작이라.

그래도 꽤 높으신 양반이 나온 것 같네.

“자라스 후작님, 이자가…….”

“닥쳐라!”

경비병의 말을 끊은 후작이 다급히 내게 다가왔다.

“소, 소튼 왕국의 아서 님?”

“네, 아서 본인 맞습니다.”

눈치를 보아하니 과연 내 소문이 왕국에 쫙 퍼진 것 같다.

하긴. 소문이 퍼지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내 자랑 같아서 말은 안 하려고 했지만, 트리안 왕국에 임펠 제국에, 드워프, 심지어 엘프 제국도 건드린 전적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내가 은밀히(?) 움직였다고 해도 소식을 들을 양반들은 모두 들었을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란델 왕국 또한 그 소식에 정통한 모양이다.

“그란델 왕국의 자라스 크라일 후작입니다. 소문이 쟁쟁한 패왕… 아니, 아서 님을 뵙게 되어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무릎만 꿇지 않았지, 그보다 더한 공경을 보인다.

“후, 후작님…….”

새삼 놀랐다는 듯 후작을 응시하던 경비병.

“아서 님을 뵙습니다.”

과연 왕궁에서 살아남은 눈치를 증명하듯 곧장 내게 존경을 표했다.

일국의 후작이 이런 공경을 표하는 마당에 고작 경비병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기어야지.

“아이고, 타국에서 온 사람에게 이리 예의를 표하시다니.”

“만약 다른 귀족이나 왕족이 왔다면 이런 예를 표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소문이 쟁쟁한 아서 님이 오시니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

혓바닥에 기름칠을 했나.

말이 뭐 저렇게 청산유수여?

“그나저나 성에는 어쩐 일로……?”

조심스레 묻는 그 얼굴에는 의혹과 함께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럴 만도 한 게 내가 움직일 때마다 왕국이나 제국이 거의 박살 났으니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볼일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볼일이라. 혹 그것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혹시 왕국 기사 중에 청명의 기사라는 사람이 있는지?”

“데몰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군요.”

“그런데 데몰린은 어쩐 일로? 혹 그가 아서 님께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는지요?”

하하하.

잘못이라도 했다면 당장 내칠 기세다.

“아뇨, 잘못은 없습니다. 그저 지인 중 한 사람이 그를 보고 싶다고 해서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하하하. 데몰린이라. 확실히 요즘 많은 업적을 올리고 있는 유망한 기사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청명이라는 이명보다는 영웅 기사로 불리고 있다고 하거둔요.”

“영웅 기사라. 그러면 제가 그를 볼 수 있겠습니까?”

굳이 왕을 만나지 않고도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소란을 피울 이유는 없다.

“데몰린만 만나면 볼일은 끝나는 것인지?”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 온다.

그래. 그 불안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기에 확실히 그의 의구심을 씻어 줄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네, 청명의 기사만 만나 대화할 수 있다면 목적은 달성한 것입니다.”

“하하하! 마침 잘됐군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기사 수행을 마친 후 성에 복귀한 상태였습니다. 현재 왕실 근위대장의 직위를 승계 중이니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후작이 안내를 맡았고, 나는 후작의 안내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저벅-

“…….”

처음 걸어가는 중에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후작은 내 눈치를 보기 바빴고(정확히는 내가 성에 방문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지만), 나는 굳이 말을 섞을 마음이 없었기에 그저 이동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어색한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후작은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아서 님의 그 지인이라는 분. 그분께서는 왜 데몰린을 만나려고 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노골적인 물음.

하여간 이 의심 많은 양반 같으니.

“마을에 산적단이 출몰했다고 하더군요.”

“네?”

“그래서 산적단을 물리칠 영웅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네?”

“그 산적단을 물리칠 인물로 청명의 기사를 점찍은 것 같습니다.”

“어… 지금 그 말씀은 데몰린을 통해 산적단을 토벌하시겠다는?”

“네.”

“아서 님이 직접 하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그들이 좀처럼 내 말을 믿질 않아서 말이죠. 그리고 산적단 토벌은 부차적인 것 같고, 그 청명의 기사를 보는 게 목적인 듯해서.”

“아… 그렇군요.”

말이야 바른말이지, 아이니 녀석.

아무리 봐도 산적단 토벌이 아니라 청명의 기사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단 말이지.

보통이라면 그냥 산적단을 토벌하고 끝냈겠지만, 조나단의 특별한 부탁이 있는 만큼 그 소원을 반드시 들어줄 생각이었다.

“다 왔습니다.”

다행히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잘 정돈된 연무장. 그곳의 중앙에 은빛 갑옷을 착용한 한 사람이 보인다.

“하압!”

땀에 젖은 금빛 머리칼을 찰랑이며 수련에 여념이 없는 이.

“데몰린!”

후작의 외침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고.

뚝!

수련에 매진하고 있던 금빛 머리칼의 사내, 어딜 봐도 대단한 미남자인 그가 후작과 나를 응시했다.

“자라스 후작님.”

그 대상이 후작이라는 것을 깨달은 미남자가 얼른 지면을 박차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후작님을 뵙습니다.”

“예는 되었네.”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로?”

“자네를 찾아온 손님이 계서서 말일세.”

“손님… 말입니까?”

미남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인사드리게. 소튼 왕국의 아서 님일세.”

「행동에 신경 쓰게. 그는 패왕이라 불리는 자. 트리안 왕국과 임펠 제국에서 소동을 일으킨 폭군이니까. 괜한 일로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야.」

다 들린다고 이 양반아.

그들은 나 몰래 대화하는 줄 알고 있겠지만,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음파는 내 귀를 벗어날 수 없다.

“으하하하하하!”

후작의 경고에 녀석은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대가 바로 소문의 그 패왕인가? 들리는 바에 의하면 구척장신에 팔이 4개나 달려 있다고 하더니.”

씨바, 아니 어떤 새끼가 그런 소문을?

이렇게 잘생긴 사람에게 구척장신에 팔이 4개가 말이나 되나.

“자네…….”

“후작님,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나 봅니다. 하긴. 아무리 소문이어도 그렇지. 그런 허황된 말이 떠돌아다니니 누군들 믿을 수 있나.”

녀석은 이미 퍼져 있는 내 소문은 거짓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그 내용을 알고도 저렇게 당당히 고개를 들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최근 마땅한 상대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잘됐군. 소튼 왕국의 아서여. 나의 결투를 받아 주겠는가?”

그리 말한 녀석이 품속에 넣어 두고 있던 하얀 장갑을 던졌다.

그것은 목숨을 걸고 결투하겠다는 기사의 맹약과도 같은 것.

“아니, 이 사람이!”

놀란 후작이 대경하였지만.

「후작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소문을 들었으나 그것은 과장된 것입니다. 애초에 일개 한 사람이 왕국과 제국을 뒤집어엎는다는 게 가능할 거로 생각하십니까?」

「아니, 그래도 소문이 도는 데에는 마땅히 그 이유가…….」

「하하하. 후작님, 제 능력을 잊으셨습니까? 저는 상대의 힘을 파악할 수 있는 용안(龍眼)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자에게서는 그 어떤 힘도 느낄 수 없습니다.」

「뭐라?」

「용안에 잡히는 게 없습니다. 그 말인즉, 이자는 허풍을 떨고 있다는 것입니다.」

용안이라.

나도 들어본 적은 있다.

상대를 보는 순간 마치 전투력을 측정하듯 느낌을 받는 특별한 눈이 있다고.

아마도 데몰린 녀석은 그러한 특수한 눈을 타고난 것 같다.

“…….”

“설마 겁이 나서 결투를 피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멍하니 있는 나를 바라보던 녀석이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흐음…….”

후작 또한 어느새 녀석의 말에 넘어갔는지 흥미롭다는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쯧.

오늘은 그냥 좋게 넘어가려고 부단히도 애썼건만, 일이 또 이렇게 돌아가네.

“어…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하하하.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이오? 혹 과장된 소문이 들통날까 봐 그런 것 아니오?”

망설이는 날 보며 확신을 얻은 듯 점차 대담해지기 시작한다.

“아니, 이게 다 너와 그란델 왕국을 생각해서…….”

“내 걱정일랑은 추호도 할 필요 없소. 설혹 이 결투에서 목숨을 잃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목숨을 잃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

“그렇소.”

녀석의 눈이 야심으로 가득찼다.

아무리 봐도 패왕이라 불리는 내 명성을 다 빼앗고, 대륙의 중심에 우뚝 서려는 모양새가 분명하다.

“그래. 그렇게 죽고 싶어서 사정을 하는데 못 들어줄 것도 없지.”

쿠쿠쿠쿠쿠!

그 순간 의지를 뿜어내며 장내를, 왕국 전체를 내 의지의 지배하에 놓았다.

“흐읍!”

“이, 이건……?”

뿜어져 나오는 의지에 경악하며 물러서는 두 사람.

“걱정하진 마. 네 녀석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좀 맞자. 내가 기분이 좀 더러우니까.”

물론 녀석을 죽일 생각은 없다.

아이니의 목적을 들어줘야 하는 만큼 멀쩡히 살려서 동행할 것이다.

하지만 한창 좋았던 내 기분을 망친 그 대가는 치러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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