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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40화 (140/161)

140화 Chapter 139

「어찌!」

검에 당한 상처보다 공격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것 같다.

「고작해야 불균형의 차원 따위를 베지 못할 것 같았어?」

녀석의 진체는 이 차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그 차원을 넘는 강력한 힘이 필요했는데, 격을 이룬 지금의 내 힘은 그 차원을 간단히 넘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어째서… 어째서 절대자의 씨앗이 둘이나…….」

도주하려던 녀석은 공격을 허용한 순간부터 뭔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

하지만 당황하는 모습에 여류를 부릴 순 없다.

이 건방진 외부자 녀석들은 아주 음흉해서, 당황하는 척하면서 일을 꾸밀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이잉-

그렇기에 곧장 의지의 영역을 펼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녀석이 지배하고 있었던 장내는 나의 의지 그 지배하에 들어갔다.

「흐읍!」

그것을 깨달은 녀석이 신음을 흘렸다.

아마 녀석으로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고작해야 피조물 따위에게 의지의 지배권을 빼앗기는 일이 생길 줄은 말이다.

「도망가고 싶겠지만 이미 늦었어. 너도 이젠 눈치챘겠지만.」

이곳을 내 의지의 영역으로 만들어 모든 이동 수단을 차단했다.

그 말인즉 내 허락 없인 자신이 원래 속해 있는 차원으로 귀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벌써 절대자의 권능을……?」

도주를 포기한 녀석은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절대자의 권능?’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절대자의 권능이라니. 나는 그저 의지를 퍼뜨려 이곳을 나의 지배하에 두었을 뿐이다.

「분명 주시자가 찾아오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자식… 머저리다!’

그건 확신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얼거리듯이 내가 모르는 정보를 마구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일전에 만났던 지배자 녀석은 맹약으로 인해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는데, 이 녀석은 상당히 멍청한 듯 알아서 정보를 나불대는 것.

비록 그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절대자의 권능이라든지, 주시자라든지 생전 듣지 못했던 명칭을 듣지 않았는가.

「그래, 네 말처럼 주시자를 만나진 못했지. 그러나 나는 자력으로 절대자의 권능을 깨우쳤다. 너도 보면 알 수 있겠지.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나의 힘을.」

물론 멋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이다.

이 멍청한 녀석을 잘만 구슬린다면 맹약에 위배되지 않는, 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분명 예언자는 주시자 없이는 절대자의 권능을 깨우칠 수 없다 말했건만…….」

‘나오는구나!’

효과는 굉장했다!

주시자 이후 예언자라는 새로운 존재도 알게 되었다.

역시 이 녀석은 머리를 장식으로 둔 녀석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지.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좀 예외의 존재라서 말이야.」

이렇게 슬쩍 거들어 주기만 하면 계속 정보를 뱉어 내게 될 것이다.

「어떻게…….」

「그만!」

다시금 정보를 뱉어 내려던 가시 녀석.

하지만 그 행위는 느닷없이 등장한 다른 존재로 인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쨍그랑!

요란한 소음과 함께 공간이 깨졌다.

‘어라?’

설마 내 의지의 영역을 뚫고 이동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기에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شٹٸخٸ. 맹약의 위반에 접근하고 있다. 그만 거기서 멈춰라.」

그건 어둠으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어떤 특정한 형상이 없이 기운으로만 이루어진 존재.

놀라운 것은 그것에게서 어떠한 사념이나 혹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단 점이었다.

‘게다가 내 의지의 지배를 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내 의지의 지배를 풀었다는 점이다.

분명 모든 이동, 혹은 간섭을 차단했는데 이를 가볍게 풀어 버리고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적어도 나의 적수가 될 만한 존재라는 점이다.

「가, 감시…….」

「그만!」

뭐라 의지를 전하려던 가시 녀석은 위협적인 외침에 깜짝 놀라 멈췄다.

「شٹٸخٸ. 그 이상의 발설은 맹약 위반으로 판단하고 형벌에 처할 테니 조심하라.」

「아, 알겠다.」

두 존재의 대화가 중간에 끊겼다.

하지만 그 단편적인 대화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저 녀석이 위에 있군.’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검은 존재.

모든 것에는 위와 아래가 있듯 지배자 간에도 서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시 녀석보다 저 검댕이 녀석이 확실히 윗선에 있는 건 분명했다.

「절대의 씨앗이여, 너무 긴장하지 말라. 나는 그대와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

가시 녀석에 대한 제재를 마친 검댕이가 의지를 전했다.

「싸우지 않는다? 그건 처음 듣는 말인데. 나를 본 모든 지배자 녀석들이 어떻게든 나를 죽이려고 안간힘을 쓰던데 말이야.」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지배자들이 날 싫어하는 건 사실이었다.

「오해가 있는 모양이로군. 우리 성운(星雲)은 모두가 그대를, 절대의 씨앗을 적대시하는 건 아니다. 물론 적대시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찬양하는 쪽도 있지.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을 지키는 우주의 질서 중 하나다.」

하긴.

만약 가시 녀석이 속한 세력 쪽이었다면 대화도 나누기 전 먼저 손부터 썼겠지.

「그렇다면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뭐지?」

굳이 내 의지의 영역을 풀어 가면서 모습을 나타낸 이유는 무엇인가.

「شٹٸخٸ가 맹약을 위반하려 한다는 사실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맹약이라면?」

「그것은 우주의 법칙 중 가장 절대적인 것. 누구도 위반하여서는 안 되는 금기. 절대자의 계승에 관한 것이다.」

역시 그랬군.

아마도 가시 녀석이 중얼거렸던 내용이 이 절대자의 계승과 어느 정도는 관련된 게 있었던 모양이다.

‘쯧, 아깝네.’

만약 이 검댕이가 간섭하지 않았다면 그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 거였는데.

「아쉽네. 네가 간섭하지만 않았다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어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속내를 털어놨다.

어차피 훼방꾼이 온 이상 이 작전은 물 건너간 셈이니 말이다.

「감히 네놈이……!」

「شٹٸخٸ, 지금은 내가 대화 중이다. 그대는 잠시 자중하도록 해라.」

「…….」

지배자나 되는 녀석이 저렇게 기죽어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저 검댕이 대단한 녀석인 것 같긴 하다.

그러니 내 의지의 영역을 뚫고 들어올 수 있었겠지.

「절대의 씨앗이며 그 가능성이여, 굳이 조급할 필요가 없다. 그대는 우주에서 몇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 중 하나이니 반드시 주시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흠. 아까부터 주시자, 주시자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 녀석이 뭐 하는 놈인지 전혀 모르는데?」

「헙!」

그 순간 잠자코 있던 가시 녀석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아마도 내 말에서 뭔가 놀랄 만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주시자에 대한 그대의 태도 때문이다.」

「태도?」

「주시자는 우주의 탄생과 함께 존재한 가장 근본적인 존재. 그를 ‘녀석’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우리 성운 중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으니.」

아하!

아무래도 그 주시자가 이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높은 지위의 인물인 듯하다.

「나야, 뭐 몰랐으니까.」

「이해한다. 주시자를 알고 있었다면 그대와 같은 말을 감히 할 수 없었을 테니.」

「그럼 그 주시자라는 존재가 절대자와 비슷한 존재인가?」

그래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

원래는 일단 패고 협박하여 정보를 갈취했겠지만 검댕이 녀석은 나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존재.

물론 작정하고 싸운다면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굳이 지금은 싸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중립을 지키는 만큼 어느 정도의 정보는 제공해 줄 마음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래는 이 별에 그리 오래 머물지는 못하지만…….」

아주 잠깐 고민하던 녀석은 이내 결정은 내렸다.

「…모처럼 만의 가능성과 대화하는 것이니 이 정도는 용인할 수 있겠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듯 존재의 시선이 느껴진다.

「주시자는 절대자의 계승식을 주관하는… 그래, 너희의 언어로 말하자면 심사 위원과 같은 존재다. 모든 절대자의 씨앗과 대면하여 그들의 가능성을 시험하지. 어떠한 적의도, 호의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의 중심에서 그 중도(中道)를 지키는 가장 큰 질서라 볼 수 있는 존재다.」

「그래? 그런데 나는 왜 못 만났지? 모든 절대자의 가능성과 대면한다며.」

「그래서 의외라는 것이다. 분명 이 별에는 정해진 절대자의 씨앗이 나타났건만, 어째서 또 다른 가능성이…….」

의지를 전하는 도중 존재의 시선이 더욱더 날카롭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검댕이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로군. 그대는 이미 주시자와 대면했다.」

「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주시자와 대면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내가 그만한 존재를 봤는데 모를 턱이 있을까.」

대륙의 20년, 그리고 마계에서의 1,000년. 그 시간을 모두 떠올려 봐도 주시자와 같은 존재를 만난 기억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애초에 내가 외부자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마계에서의 지독한 생활이 끝난 뒤였다.

그리고 만난 대부분의 외부자 녀석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 안달이었다.

만약 내가 주시자를 만났다면 외부자들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말이 되는가.

아니, 애초에 대면을 했다면 이리 한가하게 넋 놓고 있지는 않았겠지.

「아니, 그대는 분명 주시자와 대면하였다. 물론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주시자가 그 사실을 숨겼을 뿐.」

「어엉?」

「다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질서 중 하나인 나는 보았다. 그대 안에 감춰진 주시자의 표식을.」

「주시자가 내게?」

「그렇다. 그것은 이 우주에서도, 모든 성운 가운데서도 오직 주시자만이 남길 수 있는 것. 그대는 그 자격을 얻기 위한 시련을 넘었고, 그로 인하여 가능성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더 묻고 싶었지만 관뒀다.

그 이상 따져 봐야 영양가 있는 대화가 될 수 없다.

녀석은 무슨 이유에선지 내가 주시자를 만났다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말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한 가지만 확실히 말해 두겠다.」

대화의 끝을 위한 마지막 의지의 전달.

「그대는 지금껏 등장한 그 어떤 가능성들보다 가장 ‘예외’적인 존재다.」

조금 애매한 말이다.

예외적이라는 게 좋은 뜻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의미도 많이 사용하는 단어니 말이다.

「그게…….」

「이제 그만!」

하지만 녀석은 더는 말해 줄 생각이 없는 듯 단호하게 의지를 끊었다.

「더는 그대와 대화할 수 없다. 지금까지 말한 것도 나의 지위를 이용한 편법적인 것. 그것만 해도 그대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니.」

아쉽지만 그 말이 맞다.

녀석의 정보를 통해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얻었으니 말이다.

「شٹٸخٸ.」

나에게서 시선을 거둔 검댕이가 알 수 없는 이름의 가시를 응시했다.

「비록 의도는 없었다고 하나 그대는 맹약에 위배되는 여러 가지 위반 항목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없다.」

「알겠다. 그렇다면 심문을 위한 절차가 있을 테니 순순히 따르도록.」

「…….」

조금 전과는 달리 완전히 풀이 죽은 가시 녀석은 순순히 검댕이의 말에 따랐다.

그렇게 검댕이가 의지를 발현한 순간.

스윽-

장내를 차지하고 있던 두 거대한 존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역시 위험한 녀석이네.’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혹시 몰라서 더욱더 겹겹이 의지의 영역을 펼쳤는데도 검댕이 녀석은 손쉽게 그 의지를 파하여 이동했다.

“뭐, 별수 없나.”

갑작스레 일어난 일련의 상황.

하지만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예언자, 감시자, 그리고 질서의 존재들이라.’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절대자의 계승이라는 것에 관한 많은 규칙, 그리고 내용이 존재하는 것 같다.

“도대체 이게 무슨…….”

그리고 상념을 깨는 목소리.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일로 인하여 넋이 나간 림주. 녀석이 황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별일 아니야.”

물론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없다.

당황하다 못해 넋이 나간 그녀에게 설명을 해 주는 것보다 급한 일이 남아 있었다.

저벅-

신전 안.

태초의 보물이 잠들어 있는 그곳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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