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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37화 (137/161)

137화 Chapter 136

“흐흐. 은왕림 녀석들. 별것도 아닌 것들이 까불어 대더니.”

“너희에게 남은 건 죽음뿐이니.”

“자, 어서 발버둥 쳐 보아라!”

검은 로브와 황금 가면으로 정체를 감춘 무리.

위대한 일원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력으로 구분되는 황면(黃面)으로 구성된 그들은 거침없이 질주해 나갔다.

“마, 막아라!”

“누구도 신전에 진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으아압!”

하지만 그의 앞을 막는 이들이 있었으니.

이미 형편없이 당하여 피칠갑을 한 그들은 은왕림에 소속된 왕들이었다.

이름만 대도 대륙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강자들.

하지만 대륙의 최강자라 손꼽히는 그들의 저항은, 질주하는 황면의 사내들을 막을 수 없었다.

“끄악!”

“끄으윽…….”

울려 퍼지는 건 비명뿐.

게다가 그 비명의 주인공은 은왕림, 위대한 일원은 잔인한 손속을 손보이며 보이는 왕들을 모두 살해했다.

사실 그 전력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기울 정도는 아니었다.

은왕림의 왕들 또한 인외의 영역에 도달한 이들이었고, 일부 이들은 황면의 사내들보다 훨씬 강력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조금 전 치러진 전투로 인해 모든 기력을 소모했다는 점이었다.

아예 작정하고 나온 위대한 일원은 계속해서 전력을 투입하여 은왕림을 공격했다.

그 공격만 해도 수십 차례.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음에도 위대한 일원은 겁을 상실한 것처럼 계속 병력을 투입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수십 차례나 계속되는 소모전에 이미 대다수가 지친 상태였다.

물론, 그 병력은 위대한 일원에게 아무런 타격이 없는 병력이었다.

수십 차례 공격한 병력 모두가 클론으로 구성된 부대.

계속해서 양산할 수 있는 병력을 아까워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정예 병력으로 이루어진 황면의 사내들은 왕들을 짓밟으며 빠르게 은왕림의 깊숙한 곳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드디어!”

은왕림의 주요 전력을 모조리 박살 낸 황안의 사내들은 마침내 목적한 곳에 도착하였다.

거대한 인간을 형상화한 듯한 건물.

그곳이야말로 그들이 목적이 잠들어 있는 곳, 태초의 신전이었다.

“자, 그럼…….”

모든 장애물을 처리한 마당에 거칠 게 무엇 있겠는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튕겨 나가던 그들. 하지만 처음의 기세와는 달리 곧 멈춰 서야만 했다.

“여기까지다.”

그들의 앞을 막은 하나의 존재가 있었다.

“웬 꼬맹이가?”

“큭. 스스로 왕이라 칭하는 녀석들이 마지막으로 남겨 둔 게 이런 꼬맹이라고?”

“크하하하하.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황면의 사내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 관문처럼 신전 입구를 막아서고 있는 건 십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애송이였다.

하늘하늘한 하늘색 옷과 나이답지 않은 백발을 찰랑이는 소녀.

마치 우주를 담은 듯한 깊은 눈동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발가벗겨진 듯한 신비한 힘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외형이 신비해 보인다 해도 애송이는 애송이.

황면의 사내들은 은왕림이 안배한 마지막 안배에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그만 죽어라!”

선두에 있던 황면의 사내가 손을 휘젓자.

파파파파팟!

엄청난 수의 마법 탄환이 완성되어 소녀를 향해 날아갔다.

가볍게 일으킨 권능 같지만, 실상은 탄환 하나하나에 엄청난 힘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장내의 모두가 그 탄환으로 소녀의 목숨은 끝이라 생각했다.

“본녀가 말하지 않았더냐. 너희의 전진은 여기까지라고.”

외모에 어울리지 않은 말투를 선보인 소녀.

그녀는 소매 속에 감춰 두고 있었던 창을 꺼내어 쥐었다.

2m가 넘어가는 창을 어떻게 옷 속에 숨길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섬전(閃電)」

그녀의 의지가 이어지는 순간.

핏!

창을 내지르는 아주 작은 소음이 들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 순간.

스스스스슥-

장내를 장식한 마법 탄환이 모두 두동강이 나며 소멸했다.

“뭐, 뭣이?!”

마법 탄환을 발현한 사내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탄환을 가른 것이야 어떻게든 이해해 볼 수 있지만, 이렇게 간단히 소멸하다니.

사실 탄환에는 강력한 폭발의 힘이 내재되어 있어서 조금의 충격만 가해도 엄청난 폭발을 일으켜야만 했다.

하지만 소녀의 창은 그러한 폭발의 힘을 무시하는 것처럼 손쉽게 소멸시켰다.

“다시금 경고하겠다. 본녀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신전에 진입할 수 없다. 그러니 돌아가라.”

분명 은왕림 소속이 분명할 텐데 그녀는 황면의 사내들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전했다.

지금껏 그들이 행한 잔인한 손속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태도.

“…….”

“…….”

그 순간 황면의 사내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일수를 통해 신비의 소녀가 지닌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장내에 있는 그 누구도 조금 전 소녀의 창법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그 경지가 그들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도달해 있다는 것.

“그럴 순 없지.”

“우리는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신전에 잠든 그것을 가져가야만 하거든.”

“우리는 포기할 생각이 없으니…….”

“…네 녀석이 죽어라!”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은 이미 버렸다.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 황면의 사내들이 전력을 발휘하며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그들이 일으킨 기운으로 인해 대기가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분명 수상쩍은 움직임.

하지만 신비한 소녀는 여전히 창을 꼬나쥔 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곳에서 움직이면 죽기라도 하듯, 신전 입구만을 지킨 채 황면의 사내를 노려볼 뿐이었다.

“본녀는 분명히 경고하였으니…….”

“닥쳐라!”

황면의 사내들은 더는 소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연환 마법을 이용하여 강력한 연계기를 발현할 준비를 마쳤다.

「신벌을 받아라!」

「신벌을 받아라!」

그 연환 마법은 의지의 영역에 닿은 것.

그들의 강력한 의지가 무형의 힘을 유형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콰아아아아!

마치 창공에 떠 있는 태양이 녹은 것처럼 거대한 황금빛 폭포가 신비의 소녀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신벌의 권능.

주위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는 그 힘은 가히 초월의 힘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참으로 어리석구나.」

하지만 그 막강한 힘에도 소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떨어재 내리는 신벌의 힘을 바라보고 있을 뿐.

「꿰뚫어라!」

조금 전처럼 일정한 초식을 통하여 발현한 것이 아니다.

인고의 세월이 묻어나는 무결점의 찌르기.

그리고 그러한 소녀의 동작을 기적을 보여 주었다.

촤아아아악!

창공에서 떨어져 내리던 신벌이, 어마어마한 열기를 품은 신의 권능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아니, 단순히 갈라진 게 아니다.

갈라진 신벌의 힘은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린 것처럼 황면의 사내들을 향해 떨어졌다.

치이이익-

“으아악!”

“끄으악!”

어마어마한 열기를 품은 힘을 감당해 내지 못한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리는 육신을 바라만 봐야 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

조금 전까지 은왕림의 왕들을 무참히 살해하던 황면의 사내들은 모두 한 줌의 혈수가 되어 사라졌다.

휘릭-

무심하게 손에 쥔 창을 거두는 소녀.

“살생은… 참으로 허무한 일이로다…….”

신전에 진입하려 했기에 죽였을 뿐, 실상 그녀는 살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은왕림을 위협한 적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녀의 임무는 이곳 태초의 신전을 지키는 것뿐.

사실상 은왕림과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았기에 그들의 죽음을 애석해하지 않았다.

“호오? 거짓 왕들이 이런 비밀 전력을 숨기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키킥. 그러게. 설마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이가 있을 줄은 몰랐는걸.”

분명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그 공간을 찢어 내며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다.

“……!”

지금껏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소녀.

그녀는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을 보곤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안녕?”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이는 처음이지?”

놀랍게도 모습을 드러낸 이들 또한 약관이 되지 않은 소년들이었다.

입가에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은 두 사람은 각기 적색, 그리고 청색의 머리칼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치 머리칼에 색을 맞추려는 듯 착용한 옷, 무기, 심지어 눈동자마저도 적색과 청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나는 홍로(紅老).”

“그리고 나는 청호(靑老).”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는 그들을 본 소녀의 입술이 달싹인다.

“그대들도 신전에 침입하려 하는가?”

“그야 물론이지.”

“우리의 주인께서 신전에 있는 물건을 원하시거든.”

“주인……? 그대들이 모시고 있는 이가 있는가?”

두 사람의 말에 소녀가 눈을 번뜩였다.

설마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이들을 휘하에 두는 자가 있단 말인가?

“키키킥. 놀랬어? 하긴 놀랄 만도 하지.”

“우리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후에는 감히 누가 우리의 위에 있을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분을 보게 되면 너도 굴복할 수밖에 없을걸?”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절대자. 모든 것의 위에 군림하시는 분이니까.”

“으음…….”

소녀는 탄식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이들마저도 휘하에 부릴 수 있는 절대의 존재.

그가 배후에 있는 이상 신전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게, 아니, 불가능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본녀의 운명도 여기서 끝이구나.’

오랜 시간 동안 태초의 신전을 수호했다.

그 덕분에 신전을 찾은 많은 이가 그녀에게 굴복했고, 실력에 감복한 그들은 은왕림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다.

물론 은왕림의 림주라는 말도 안 되는 역할을 부여한 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은 그녀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고, 그것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태초의 신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

그것을 평생 지고 살아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마도 그것이 오늘로써 끝이 날 것 같다.

“돌아갈 생각은… 없겠지?”

“키킥. 이제 와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냐?”

“하긴. 우리가 왔는데 그 누가 있어서 굴복하지 않을까.”

소녀의 말에 조소를 날리는 소년들.

“그렇다면 본녀도 목숨을 걸 수밖에.”

휘릭!

소녀는 소매에 숨겨 두고 있던 창을 꺼냈다.

그녀가 탄생했을 때부터 손에 쥐어져 있었던 애창이자 유일한 지기.

「울어라, 트라슈카.」

모든 생며체를 파괴하기 위하여 탄생한 파괴의 창 트라슈카.

소녀는 손에 쥔 창에 자신의 모든 힘을, 심지어 무한한 생명의 에너지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그녀의 의지를 읽은 트라슈카는 웅후한 창명을 토하며 그 의지의 힘을 넓게 퍼뜨렸다.

“목숨을 걸 생각인가?”

“독한 계집이로구나!”

그 순간 장난으로만 대하던 홍로와 청로가 돌변했다.

파팟!

양쪽으로 흩어진 그들이 손을 휘젓자.

화르륵!

새빨간 불의 검과.

쩌저적!

얼음의 채찍이 완성되었다.

「얼음과 불과 노래가 울리니.」

「모든 존재가 그 경이로운 힘에 무릎을 꿇으리라!」

얼음과 불의 노래.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힘을 타고난 쌍둥이인 홍로와 청로가 창안한 의지의 권능.

「가라!」

그 힘이 절정에 이른 순간 소녀가 던진 트라슈카가 두 개로 갈라지며 각각의 적을 향해 쇄도했다.

「죽엇!」

물론 홍로와 청로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불과 얼음의 무기를 휘둘렀다.

촤아악!

두 개의 무기, 그리고 두 개의 창이 충돌하여 폭발을 일으키려는 그 찰나의 순간.

「멈춰!」

파괴의 힘을 지닌 트라슈카를, 의지의 힘이 담긴 얼음과 불의 노래는 멈추고 말았다.

“싸우는 중에 미안한데, 내가 여기에 볼일이 좀 있어서 말이야.”

세 사람의 싸움에 끼어든 건 아서.

헐떡거리는 검왕과 함께 마침내 신전 앞에 도착한 그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로 세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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