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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31화 (131/161)

131화 Chapter 130

그는 이름이 없었다.

태어날 때 이미 우주의 질서로부터 이름을 부여받는 다른 동족들과는 달리 그는 아무런 이름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름 없는 자’라 불리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행각은 보통의 동족들과는 달랐다.

모두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듯이 별과 피조물을 사육하고 있을 때 그는 끝없는 의문 속에 빠져야만 했다.

‘그들이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어떻게 보면 동족들이 행하는 포식이란 행위는 다른 생명체를 기만하는, 본능에만 의존한 파괴의 행위가 아닐까?

의문에 빠진 그는 억겁의 세월 동안 고뇌하고 또 고뇌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고뇌를 가진 건 그만이 아니었다.

일부 동족들 가운데서는 파괴의 행위만을 추구하는 본능을 억제하며 그것을 ‘옳지 않은 것’으로 규정한 이들이 있었다.

이름 없는 자는 본능에 저항한, 사고를 가진 그들과 은밀히 회동하여 하나의 단체를 설립하게 되니.

그들이 바로 ‘창조의 사고(思考)’였다.

하지만 이들(동족들 가운데서는 돌연변이라 불리는)의 규합은 기존의 동족들에게는 그리 좋게 보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별을 포식하는 건 그들에게 생존, 그리고 진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다.

그런데 이 성스러운 행위에 불만을 품는다?

그것이 종족에 위해를 가할 게 분명했기에 돌연변이들을 추방하기에 이른다.

결국 추방의 죄로 보금자리 ‘성역(聖域)’에서 쫓겨나게 된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방랑의 길을 떠나야만 했다.

처음에는 정처 없이 무너진 별을 떠돌아다니며 겨우 생계를 이어 가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끝없는 방랑으로 인하여 존재를 잊게 된 이들이 생겨난 것.

우주에 어떠한 행위도 남기지 않은 존재는 무로 화하여 소멸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름 없는 자는 결단을 내렸다.

-우리는 포식과 파괴의 행위를 부정한다. 그렇기에 그와 반대되는 행위, 창조를 해야만 한다.

애초에 그들이 모인 이유는 파괴에 의구심을 갖고 그와 반대되는 행위인 창조를 연구하기 위함. 그렇기에 그 목표를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창조를 위한 터전을 만드는 것.

당시 그들이 머물고 있었던 무너진 별. 포식의 행위가 훑고 지나가 그 무엇도 남지 않은 별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물론 그 행위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그렇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재료가 필요했고, 그것은 동족의 희생이었다.

창조를 위하여 동족 중 몇몇이 생명을 터뜨려 그곳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모든 것이 소멸해 버렸던 무너진 별에 다시금 생명이 샘솟기 시작하니 대지와 바다, 그리고 대기가 생겨났다.

마침내 그들이 바라던 창조의 행위가 시작된 것이다.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한 그 광경을 지켜본 이름 없는 자와 동족들은 끝없는 환희를 느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생명이 살아갈 만한 터전은 마련했으나 아직 그곳에 살아갈 생명체가 없었다.

이에 또 몇몇 동족이 자기희생을 하였고, 산과 바위, 초목이 생겨났다.

그리고 창조를 위한 희생이 계속되었다.

아가미로 숨 쉬며 비늘을 가진 새로운 생명체들이 물속을 헤엄치고, 네 발이 달린 육지 동물이 초목과 숲속을 뛰놀았다.

그것은 평소 그들이 상상하고 있었던 생명체.

이 생명체들은 그들이 만든 터전에서 삶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에 이름 없는 자는 탄생 이후 처음으로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렸다.

창조란 이렇게 신비하고도 장엄한 광경이구나.

비록 몇몇을 제외한 모든 동족이 희생되긴 했지만 그것은 결코 의미 없는 희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이름 없는 자를 비롯한 남은 세 명의 존재가 활약할 참이었다.

사실상 창조의 사고를 만든 실질적인 우두머리들.

그들은 기존의 생명체와는 다른, ‘완벽한’ 생명체를 합심하여 창조하기로 했다.

최초로 실력을 발휘한 건 ‘존재하지 않는 자’였다.

그는 자신이 지닌 모든 생명의 힘을 터뜨려 생명체의 ‘육신’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운명을 탓하곤 했던 그였기에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완벽한 육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뒤이어 나선 것은 ‘홀로 빛나는 자’였다.

가장 아름다운 육신을 가졌으나 정작 그 알맹이는 보잘것없던 존재.

그는 가장 아름다운 내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영혼’이라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고뇌한 완성품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그리고 마지막 차례는 이름 없는 자.

그는 육신과 영혼이 머문 창조물에 ‘사고의 눈’을 부여하였다.

단순히 물체는 보는 것만이 아니라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것.

그렇게 아담과 이브라는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였다.

다른 동족들과는 달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이름 없는 자는 사고의 눈을 부여한 뒤에도 여전히 생존해 있었다.

살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는 아직 불완전한 아담과 이브를 지킬,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야 할 이유와 목적을 설명해야만 하는 사명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동안 아담과 이브를 가르치며 그들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의 길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그들을 하나의 존재로 거듭나게 만든 이름 없는 자.

이후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일이라는 건 언젠가 찾아올 외부자들, 과거 그들의 동족이었던 이들의 침입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직전 먼 미래를 보게 된 그는 과거의 동족들, 외부자들이 애써 창조한 별을 먹어 치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태초의 눈, 그리고 태초의 육신, 마지막으로 태초의 영혼을 각 장소에 봉인하여 후에 뜻을 품은 존재가 이것을 찾을 수 있도록 안배하였다.

그리고 태초의 눈을 지키고 있는 건 과거 이름 없는 자라 불렸던 시초자의 존재 파편 중 하나.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지금 그는 무척 당황한 상태였다.

태초의 눈을 찾아올 정도면 상당히 강력한, 그러니까 웬만한 존재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그들이 창조한 이들의 후세 아닌가?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니까 종이 퍼져 ‘순혈’을 잃을수록 약화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존재는 무엇인가.

찌릿찌릿.

비록 존재의 파편에 불과하나 시초자인 그의 존재를 떨리게 할 정도의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과거의 나보다, 아니 지배자를 상회하는 기운이다.’

외부자들 가운데서도 선택받은 소수의 이들인 지배자.

그들은 모든 것을 지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

그렇기에 그 힘은 우주의 법칙을 뒤흔들 정로도 강력하다.

창조의 사고에 속한 이들이 쫓겨나게 된 것도 이러한 지배자의 힘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창조물의 후손은 지배자와 맞먹는, 오히려 일정 부분은 그것을 압도하는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너는… 내가 창조한 피조물이 맞는 건가?」

존재의 파편은 의문을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존재의 크기는 말이 안 된다.

그가 안배한 것은 부족한 피조물에게 보다 완벽한 권능의 ‘신체’를 부여함으로써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라는 것.

만약 그들이 창조한 피조물의 후손이 아니라면 절대 태초의 눈을 넘겨줄 수는 없었다.

「쯧, 이제는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에게도 의심을 다 받네.」

그 말에 아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만나는 모든 이들이 그의 존재를 의심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창조주라 불리는 이까지 의심을 하게 될 줄이야.

「분명히 말하는데, 저는 당신이 창조한 피조물이 맞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돌연변이가 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죠.」

격의 육신과 영혼, 그 모든 것을 발현하였으니 사실상 그들이 창조한 피조물의 영역을 벗어난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근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는 시초자라 불리는 이들이 탄생시킨 피조물의 후손이었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참으로 놀랍구나. 유한한 삶과 한정된 능력으로 그 영역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니.」

물론 존재의 파편도 그러한 점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분명 눈앞의 존재는 그가 창조한 피조물이 맞다.

다만 너무도 강력한 힘에 의구심이 들었을 뿐.

놀랍게도 이 피조물은 수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지배자와 같은, 그 놀라운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다.

「본래는 네게 합당한 시련을 내려 그것을 통과하면 태초의 눈을 내려 주려고 했으나 이제 그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구나.」

괜히 시련을 내린답시고 싸웠다간 저 기세 하나만으로 존재가 사라질 판국이다.

존재의 파편이 아서를 시험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

「그래, 그대라면 그 누구보다 태초의 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렇게 시험은 생략되었다.

대신.

스으으-

존재의 파편은 기운을 흘려보내 허공에 떠 있던 태초의 눈을 아서에게 보냈다.

“이게 태초의 눈?”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히 시험을 통과한 아서.

그는 이루고 있었던 격을 풀어내며 태초의 눈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그 힘은 길게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무리해서 계속 유지했다간 인간으로서의 아서를 잃어버릴 수 있기에 무척 조심히 다뤄야만 했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나와 동족들이 남긴 태초의 힘 중 하나. 비록 그대의 힘이 시초자들을 상회한다곤 하나 그 힘을 담은 그릇은 불안정할 터. 지금의 그대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리라.」

지배자를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있으나 본연의 육신은 한없이 나약하다.

아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읽은 존재의 파편은 그것이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호오? 내 문제를 들여다봤다고?’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 본질적인 문제.

그것을 꿰뚫어 본 이의 말이니만큼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초의 눈 하나만으로는 그대의 온전한 그릇이 될 수 없다. 나머지 두 개의 힘, 태초의 육신과 태초의 영혼을 찾아라. 그것을 찾게 된다면 그대를 옭아매고 있던 운명의 법칙을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지니.」

할 말을 마쳤기 때문일까.

사사사사-

존재의 파편,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힘이 먼지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명심하라. 지금 외부자를 이끄는 지배자들이 호시탐탐 이 별을 노리고 있으니. 그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해서는 태초의 힘을 모두 흡수하여 온전한 그릇을 만들어야만 한다.」

본래의 목적은 태초의 힘을 이용하여 외부자들을 떨쳐 내고, 그들의 이목을 숨기는 것이었으나 아서의 존재를 본 존재의 파편은 계획을 바꾸었다.

‘이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라면 지배자들과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망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헛된 희망일지라도 가능성이란 것에 기대고 싶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그대를 만나서 반가웠다. 부디 파괴의 행위만을 반복하는 거대한 악의 운명을 종식시키길…….」

마지막 당부를 끝으로 존재의 파편이 완전히 소멸하였다.

“…….”

그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던 아서는 이내 시선을 돌려 손에 쥔 태초의 눈을 응시했다.

우우우우!

뭔가 강렬한 염원을 담은 그 눈을 바라보던 아서는 본능적으로 태초의 눈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갔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엄청난 빛이, 강렬한 힘을 품은 찬란한 빛이 장내를 밝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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