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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26화 (126/161)

126화 Chapter 125

아서가 푸른 사신 무리를 학살하고 있을 무렵.

쿵쿵!

“으악!”

“또, 또…….”

공간을 넘어 핏빛 대지의 어딘가에 도착한 타일로와 갈린은 엉덩방아를 찧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요?”

물론 보다 강력한 신성력을 발현할 수 있는 킬리아는 멀쩡했다.

“괜찮지 않습니다…….”

“저기, 가능하면 신성력으로 어떻게 좀…….”

엄살이 아니다.

능력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찧은 엉덩방아로 인해 엉덩이에 뿔이라도 돋아난 것처럼 고통이 찾아오고 있었다.

“네, 한번 해 볼게요.”

그리고 킬리아는 그들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았다.

우우웅!

그녀의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옅은 황금빛 기운이 두 사람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오오오!”

“고통이, 상처가 다 나았다!”

효과는 굉장했다!

놀랍게도 그들을 괴롭히던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진 것.

“효과가 굉장하네요?”

“그러게요. 보통은 이것보다 좀 더 시간이 걸려야 할 텐데…….”

영문을 모르는 건 킬리아도 마찬가지.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권능도 강화됐지만 힘을 쓴 것 같지도 않아.’

본래 치유 계열은 아무리 얕은 상처라고 해도 상당한 신성력을 소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금 전 권능을 발현했는데도 넘치는 그녀의 신성력에 변화는 없었다.

그건 뭐랄까.

마치 바다에서 한 컵을 떠 버린 듯한 상실감 정도?

‘도대체 이게 무슨 변화인지…….’

놀랄 만한 변화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다.

길어야 1년 정도 남은 삶. 혹시 지금의 변화는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과 같은 증상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불행한 것은 설혹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것이 정말 죽기 기전의 에너지라면 최선을 다해 이들을 보호해 줘야 해.’

어차피 죽음은 각오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을 구해 준 아서에게 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키우고자 하는 타일로와 갈린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무사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

“그나저나 이 동네 참 살벌하네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천지라니.”

고통에서 벗어난 타일로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히 대륙의 밤과는 다른, 칠흑과 같은 어둠이었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건 하늘에 떠 있는 푸른 달. 하지만 그마저도 1계층 모든 곳을 비추고 있진 않기에 일정한 부분의 시야만 확보할 수 있었다.

“일단은 움직여 볼까요?”

그리 말한 타일로가 한 걸음 나아가려고 할 때.

“잠깐!”

갈린이 이를 제지했다.

조금 전까지 타일로의 손에 있었던 일기장을 보던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일기장의 한 구절을 읽고 있었다.

“푸른 마력의 밤이 되면 핏빛 대지에 어둠이 내려앉고, 그 무엇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을 거닐게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어둠만이 아니다. 어둠 속의 사신, 푸른 사신들이 곳곳에 함정을 펴놓고 사냥감을 기다리니…….”

그 구절은 푸른 마력의 밤과 이때만 등장하는 푸른 사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마력의 덫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마기를 발휘해야만 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우리 원정대는 마기를 발휘할 수 없었고, 푸른 사신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갈린의 말에 걸음을 멈춘 타일로는 식은땀을 한 방울 흘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그는 사선을 건널 뻔했던 것이다.

“일기장을 자세히 읽어 봐야겠네요.”

나아가던 발을 빼낸 타일로가 얼른 갈린 옆에 붙어서 일기장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으음…….”

“하아…….”

“너무 슬프네요.”

한동안 아서의 일기장을 읽어 나가던 세 사람은 그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삶을 살 수 있지?’

‘이게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인가?’

‘왜 그분이 이런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아.’

인간이라면 당연히 미칠 수밖에 없는 환경.

하지만 아서는 이것을 견뎌 냈고, 그로 인하여 인간을 뛰어넘는 영역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일기장에는 아서의 그러한 행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피와 눈물, 그리고 온갖 격정이 고스란히 묻어난 그 일기장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

“이거, 분발해야겠는데요?”

일기장을 모두 읽은 타일로는 조금 전 자신의 태도를 반성했다.

“그래야겠지.”

“네, 불평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그것은 갈린과 킬리아도 마찬가지.

경악할 만한 일기장의 내용에 감화된 그들은 금방 태도를 달리했다.

“문제는 푸른 사신인데…….”

“아무래도 당장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킬리아가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일기장을 통해 자신들이 있는 지역이 안전지대라는 것을 파악한 상태였던 것.

“일단은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푸른 사신은 과거의 아서 님도 감당해 내지 못한 괴물. 지금의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죠.”

갈린의 말에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괴물 같은 아서도 마계에 있을 땐 감당해 내지 못했던 존재다.

믿을 건 킬리아의 신성력밖에 없는 그들이 감당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도 아서 왕자님이 안전지대로 보내 줘서 다행이네요. 이것도 다 생각이 있어서 보내신 거겠죠?”

“아마 그렇겠지. 이곳에 동행한 목적이 수련이니만큼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을 생각은 없을 거야.”

그래도 아직 상식이 있는 사람이구나.

타일로와 갈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네요…….”

킬리아의 생각은 달랐다.

스스스스-

놀랍게도 안전지대에 펼쳐져 있었던 결계의 힘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느끼지 못했지만 기이할 정도의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던 킬리아는 그러한 사실을 정확히 인지했다.

하아아-

그리고 들려오는 사신의 숨결.

“갑자기 냉기가……?”

“미친! 일기장에 적힌 내용과는 다르잖아!”

경악하는 두 사람.

분명 일기장의 내용대로라면 안전지대를 찾은 이상 푸른 마력의 밤이 끝날 때까지는 안전해야만 했다.

그런데 안전지대의 결계가 강제로 철거된 것은 물론 낙인이 없음에도 푸른 사신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아서 님이 차원을 넘은 후 1,000년이 지났으니 그들도 진화한 게 틀림없어요.”

짧은 순간 킬리아는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시간의 축이 뒤틀린 마계는 아서가 떠난 지 1,000년이 지난 상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무려 100번의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지난 것.

당연히 그사이 마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을 테고, 푸른 사신 또한 과거와는 다른 능력을 지닌 존재로 진화한 게 틀림없었다.

하아아-

사신의 숨결이 좀 더 가까이서 들려온다.

물론 그들의 눈에는 그 미지의 존재가 보이진 않았다.

다만.

펄럭!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람에 나부끼는 망토의 펄럭임.

그 소리를 통하여 푸른 사신이 가까이 접근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행은 각자의 무기를 꽉 쥐었다.

“제기랄, 이거 첫 등장부터 죽어 나가게 생겼네.”

타일로의 불길한 소리에 남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죽음이, 푸른 사신이 그들을 향하여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쉬이익!

날카로운 바람이 뺨 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온통 칠흑으로 뒤덮인 세계. 하지만 그 어둠은 내 시야를 가리지 못했다.

‘과거에 이런 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원정대원들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과거의 잔재에 불과할 거로 생각했던 마계에 오게 되니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쯧. 그러면 뭐 하나, 이미 다 지나간 일인 것을. 현재에나 집중하자.”

만약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그 감정에 파묻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과거의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

이미 미련을 버리고, 모든 것을 비웠다.

단지 조금 남아 있는 잔재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 것일 뿐, 그것에 휘둘리는 일은 없다.

“키이익!”

“키르르륵!”

상념에 빠진 나를 가로막은 것은 푸른 마력의 달로 더욱더 강력해진 마수들이었다.

거대한 아가리를 들이밀어 단숨에 나를 삼키려는 퀘이크.

그리고 거대한 잠자리 형태로 엄청난 이동 속도를 자랑하는 벡크.

수십 마리의 마수들이 이동하는 나를 둘러싸고 공격하려 했지만.

“꺼져!”

스스스슥!

내 의지가 움직인 순간 녀석들의 몸뚱이는 산산조각 난 채로 지면에 흩어졌다.

“이거 은근 귀찮네.”

길을 막는데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괜한 시간을 지체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찰나의 순간 의지를 움직여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탐색했다.

곧바로 의지의 그물에 잡히는 것들은 이질적인 기운을 지닌, 마계의 존재들이었다.

‘녀석들과는 거리가 있으니 수련에 방해가 되진 않겠지.’

대량의 마수들을 제거할 속셈이었고, 최대한 녀석들의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적정선을 지켜야만 했다.

다행히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기에 여기에 있는 모든 마수를 죽인다고 해도 별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죽어라!」

어떠한 권능을 발휘하거나 특별한 능력을 사용한 게 아니다.

그냥 내 기감에 잡힌 마수에게 나의 강력한 의지를, 죽음의 의지를 부여했을 뿐.

그리고 잠시 후.

“…….”

일대는 침묵에 잠겼다.

죽음의 의지를 견뎌 내지 못한 그 모든 마수가 죽어 버렸기 때문.

“진즉 이렇게 할걸.”

이렇게 편한 것을 왜 이제야 생각했을까.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곧장 지면을 박찼다.

주변에 있는 모든 마수를 제거했기 때문에 목적지로 이동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저벅-

공중에서 내려와 지면을 걷는다.

마침내 목적지 승천의 계단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정면 그곳에 보이는 건 하늘 끝까지 이어진 공중 계단이었다.

저것이 바로 내가 수백 년 걸려 겨우 도착할 수 있었던 곳, 71계층으로 가는 계단이었다.

‘과거에는 온갖 기를 써서 겨우 올라갈 수 있었는데…….’

승천의 계단을 지키는 72마신 안드로말리우스와의 전투.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아주 긴박한 승부였다.

만약 조금의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노예가 되어 평생을 마계에서 썩고 말았을 것이다.

짧은 회상을 뒤로한 채 천천히 승천의 계단을 향해 나아갔다.

72마신이 아직 공석에 있으니 이곳을 지키는 이는 없을 터.

이제 이 계단을 오르기만 하면…….

「멈춰라!」

하지만 나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분명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승천의 계단, 그곳을 지키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위대한 마신왕, 솔로몬 폐하의 명령으로 모든 존재의 접근이 금지되었다.」

솔로몬을 들먹이며 모습을 드러낸 존재.

“엉?”

그리고 나는 그 존재를 본 순간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1,315호?!”

덩치가 거대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봉제 인형의 모습을 한 1,315호가 그곳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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