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24화 (124/161)

124화 Chapter 123

‘새로운 마신왕의 탄생이라. 아무래도 아슬론 녀석이 손을 쓴 거겠지.’

물론 그 방법은 쉬울 것이다.

과거 마신들을 굴복시켰던 솔로몬. 그것이 아슬론의 전생일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레메게톤의 서라는 특별한 아티팩트를 이용한다면 마계를 지배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겠지.

‘이제 서서히 그 이빨을 드러내는군.’

원래는 이렇게 일찍 드러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로 인해, 전에 없었던 강력한 적의 등장으로 인해 시기를 앞당긴 게 아닐까.

‘덕분에 꼭꼭 숨겨 두고 있던 녀석의 실체가 밖으로 나오는 중이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슬론 녀석의 몸통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날. 그날이 녀석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자, 주목.”

나는 주위의 이목을 내게 집중시켰다.

“지금부터 마계로 여행을 떠날 건데, 혹시 가고 싶은 사람?”

마계로의 여정은 생각보다 오랜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계라는 공간은 아무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해도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간을 이용해 수련이 부족한 녀석들을 강도 높게 훈련시킬 요량이었다.

과거 내가 겪었던 것처럼, 그리고 원정대가 겪었던 것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수련을 말이다.

“…….”

“…….”

하지만 아무도 선뜻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아니, 입만 열지 않았을 뿐이지 다들 가기 싫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왜? 마계 좋은 곳이야. 이곳과는 달리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사람도 없어서 여행하기에 얼마나 좋은데.”

“…그건 좀…….”

타일로가 고개를 저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오케이. 타일로, 너는 간다.”

“네, 네?!”

화들짝 놀라는 녀석.

“전 가기 싫은…….”

“설마 가기 싫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나는 녀석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제 고작 6성에 도달한 네 녀석이 이 좋은 수련의 기회를 발로 걷어찰 셈은 아니지? 이야, 그럼 정말 양심 없는 건데. 지금껏 내게 기생하면서 겨우 살아남은 주제에 말이야.”

“…….”

물론 비아냥거리는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을 담았다.

타일로.

녀석은 검의 재능이 있다는 것 말고는 지금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였다.

내가 녀석을 왕성에 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펠리드의 든든한 검이 되어 주기를 원해서였다.

그런데 녀석의 발전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뎠다.

물론 중간에 실력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깨달음의 영역을 얻긴 했지만.

‘실전에 써먹을 수 있어야지.’

아직 경지에 오르지 못해 그 깨달음을 써먹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명심해. 네 녀석의 쓸모는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장난기는 빼고 진지하게 말했다.

꿀꺽!

그리고 녀석은 긴장으로 인해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알겠습니다. 그간 나태했던 제 태도를 반성하며 마계 여행에 자원하겠습니다.”

그래도 아예 눈치가 없는 놈은 아니었기에 나의 옆에 섰다.

“그래, 진즉 그렇게 나왔어야지. 그리고…….”

나는 반드시 데려가야 할 한 사람을 응시했다.

“저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갈린.

“응, 너.”

“저는 그래도 제 몸 하나는 지킬 정도는 된다고 보는데 말입니다.”

“응, 아니야. 그리고 설혹 네 몸 하나 지킬 수 있어도 그 정도로 만족할 순 없지. 적어도 소튼 왕국을 지켜 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지.”

“…제가요?”

“응.”

갈린 또한 내가 찜한 펠리드의 수호자 중 하나.

타일로, 갈린. 이 두 녀석이야말로 펠리드의 오른팔, 왼팔이 되어 줄 인물이었기에 이번 마계 여정에 반드시 함께해야 할 존재들이었다.

“근데 조금…….”

“거절은 거절한다. 맞기 싫으면 얼른 옆에 붙어.”

“…네.”

내가 손을 들어 보이자 체념한 녀석이 옆에 섰다.

“그럼 저도 가도 될까요?”

그러고 나서는 뜻밖의 인물.

“네가?”

뜻밖에 동참의 뜻을 나타낸 건 킬리아였다.

“어차피 얼마 살지 못하는 인생, 많은 곳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요.”

이건 사기다.

아무리 내가 악독한 녀석이라곤 하지만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면 거절할 수가 없다.

‘이제 한 1년 정도 남았나?’

과거에 사용했던 생명 에너지로 인해 생명의 불꽃이 빠르게 타오르고 있다.

그 시기는 대략 1년.

그것도 대략적으로 본 거지, 점점 가속화되는 생명의 불꽃으로 인해 어쩌면 그보다 짧게 남았을 수도 있다.

“그럼 이게 전부지?”

혹시 더 없냐는 뜻을 담아 주변을 둘러봤지만.

“허허허. 저는 대장로의 직에서 바쁜 업무를 봐야 하느라…….”

“형님, 아시다시피 왕국의 업무가 좀 바쁩니까. 특히 최근은 트리안 왕국 문제도 있고 해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습니다.”

「만수의 왕이시여, 안타깝게도 환수는 마계의 공기와 맞지 않아서…….」

“그래, 알았다.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

어차피 필요한 인원은 둘이 전부였다.

뜻하지 않게 하나가 더 딸려 가지만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정도.

“그럼 가 볼까?”

“네에…….”

“가, 가시죠.”

“마계라니, 무척 설레네요.”

단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싫어하는 여행.

그 여행의 시작을 위하여 아공간을 열어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오!”

“생긴 게 마치 심장 같네요?”

황금빛을 띠는 심장을 본 타일로와 갈린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말이 웃길 수밖에 없다.

“심장 같은 게 아니라 심장이야.”

“으헉!”

황금빛을 띠고 있어서 조각상으로 오해한 것 같으나 사실 이건 진짜 심장이다.

“72 마신 중 제1위의 권좌에 앉은 바알의 심장이지.”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건 모든 마신의 정점에 섰던 존재.

황금의 마신, 검의 지배자 등 다양한 칭호로 불렸던 마신 바알의 심장이었다.

마계에서의 가장 격렬했던 전투 끝에 녀석을 처치했고, 녀석의 마기가 담긴 심장은 고스란히 아공간 안에 보관되었다.

왜?

그것은 바알의 마기가 담긴 심장이 마계로의 통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혹 언젠가 마계에 돌아갈 일이 있을 수도 있기에 바알의 심장을 챙겨 뒀었다.

그리고 마침 지금 그것을 사용할 때가 온 것이다.

꽈악!

바알의 심장을 쥐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드드드드드-

그러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왕성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마기와 바알의 심장에 축적된 마기가 만나 충돌하는 현상.

그그극-

내 마기에 저항한 바알의 마기가 점차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어딜!’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 나의 마기는 그 모든 것을 압도한다.

콰앙!

마기와 마기의 충돌.

그로 인하여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폭발은 주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공간에 커다란 구멍을 내었다.

휘오오오!

흡입력을 발하는 그 공간이야말로 마계로 통하는 문.

“가자.”

나는 양옆에 서 있는 타일로, 갈린, 그리고 킬리아를 이끈 채 마계로 통하는 문을 넘었다.

*

마계의 1계층 황금의 탑 안.

과거 1마신 바알이 거주했던 탑 안에는 무수히 많은 마족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모여 있는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현재 가장 강력한 마족 중 하나로 제1 권좌에 도전 중이던 바알 후보 1호를 비롯하여 각 마신의 최상위 후보들만이 자리해 있다.

「내 순위가 언제 이렇게 올라 있었지?」

그리고 그곳에 1,315호도 있었다.

아니, 이제 그는 1,315호가 아니었다.

「2위라니…….」

어느새 그의 순위는 부쩍 성장하여 안드로말리우스 후보 2위가 되어 있었던 것.

사실 그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아서와 동행하면서 그의 마기에 영향을 받은 건 물론 마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세계를 경험하여 부쩍 실력이 향상한 것.

그 실력의 상승은 놀라운 것이어서, 어느새 후보 2위에까지 들어 이렇게 마계로 소환될 수 있었다.

「모두 고개를 조아려라. 과거 마계를 평정하신 솔로몬 폐하시다!」

쩌렁하게 울리는 의지.

‘이건 대행자?’

대행자.

아서에 의해 마신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 이후 마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이.

하지만 300년 전 마계의 운명을 건 일을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했던 그는 그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철컹-

그의 뒤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황금빛으로 장식된 갑옷을 착용한 그는 느릿한 속도로 걸어가며 장내에 모인 마족들을 주시했다.

「오오!」

「마신왕이시여!」

「진정한 지배자를 뵙습니다!」

「솔로몬 만세!」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마신왕을, 솔로몬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기 시작했다.

‘이건……?’

그 순간 1,315호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간질이는 기이한 그 느낌은 ‘경외’였다.

당장 그에게 부복하여 경외감을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그를 지배했다.

‘어림도 없는 일!’

하지만 그는 저항했다.

그의 심장에 그의 뇌리에 남아 있는 진정한 절대자는 아서 이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뚝!

마치 무언가가 끊어진 듯한 느낌과 함께 기이한 경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오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명백히 1,315호보다 훨씬 더 나은 실력, 그리고 힘을 가진 그들은 솔로몬이 내뿜는 기이한 기세에 저항하지 못한 채 그를 찬양하였다.

‘마신왕 폐하가 아니었다면 나도 저들처럼 현혹되고 말았겠지.’

1,315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솔로몬이 내뿜는 기세가 마족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서라는 절대적인 존재의 그림자가 없었다면 넘어가 버릴 수밖에 없는, 아주 강력한 현혹의 술법이었다.

「들어라, 나의 백성들아.」

탑 안에 마련된 단상 위로 올라간 솔로몬이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나는 과거 마계를 평정하였던 마신왕 솔로몬. 유일무이한 마계의 지배자이다.」

그것은 일종의 세뇌였다.

두 번째 마신왕인 아서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

그렇기에 유일무이한 마신왕이라는 것을 들먹이며 자신만이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입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만이 너희를 진화된 존재로 이끌 수 있으니.」

일장 연설을 이어 가던 솔로몬이 번쩍 손을 치켜올렸다.

‘저건……?’

1,315호를 비롯한 모든 마족은 두꺼운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오오오-

마족들을 현혹하고 있던 기이한 기운, 그 근원지는 솔로몬이 아니라 그 책이었다.

「레메게톤이다!」

「지배자의 서!」

「우리를 구원할 약속의 증표!」

모두가 그것이 레메게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과거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전설.

‘레메게톤이 펼쳐지는 날, 모두가 구원을 받으리라.’는 문구는 모든 마족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오늘 레메게톤의 봉인을 풀어 너희를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리니.」

잠시 말을 끊은 솔로몬이 좌중을 응시했고.

「모두 나를 따라 낙원의 땅으로 갈 준비가 되었느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오오오!」

「마신왕 폐하를 따르겠습니다!」

「기꺼이 당신에게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솔로몬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거 난리 나겠는데?’

단 한 하나의 존재, 1,315호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허락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신왕 폐하, 부디 빠르게 움직여 주시기를…….’

시간을 지체하면 뭔가 큰일이 생길 것만 같다.

그렇기에 1,315호는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자신이 믿고 따르는 아서가 어서 빨리 이곳으로 와 저 간악한 솔로몬을 없애 주기를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