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Chapter 121
“크윽!”
“어떻게 이런 힘이……?!”
아서의 기세를 마주한 클론들은 상당히 놀라야만 했다.
범인은 몰라도 경지에 이른 그들은 알 수 있다. 이 기세가 어느 정도의 영역에 도달했는지를 말이다.
‘인외의 영역에 있는 자다.’
‘놀랍군. 설마 평행세계에서 이런 자를 보게 될 줄이야.’
인외의 영역.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절대의 영역에 도달한 자들.
그렇기에 클론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과 같은 영역에 도달했다 함은 쉬울 거로 생각했던 전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거 너무 신이 나서 일부의 힘을 방출하고 말았네. 애석해서 어쩌나. 부나방같이 덤비는 걸 보고 싶었는데.”
슬쩍 웃음을 흘린 아서가 클론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파팟!
한데 뭉쳐 있던 클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볍게 인사나 할까 했는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서의 말에 클론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웅웅웅웅!
각자가 손에든 레플리카 현자의 지팡이에 마력을 집중하여 엄청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호오? 꽤 값비싸 보이는 지팡이네?”
심상치 않은 지팡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서의 시선이 현자의 지팡이로 향했다.
“원본은 아닌 것 같고. 레플리카인가?”
가치를 꿰뚫은 것만이 아니라 그것이 복사본이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
하지만 클론은 아서의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평행세계의 아서를 제거하는 것이지 한가로이 그와 잡담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응, 안 죽어.”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아서는 그저 태연히 클론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어디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지켜볼까?’
물론 그건 의도된 것.
이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적의 출현에 나름 성심성의껏 대접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지잉-
각 방위를 점한 클론들, 그리고 그들이 손에 든 현자의 지팡이에서 색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몇몇 개는 대지를, 그리고 몇몇 개는 대기를 가로질렀고.
웅웅웅!
곧이어 지면과 허공에 기하학적인 문양을 만들었다.
“여유를 부렸군.”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너의 죽음은 결정되었다.”
“너는 반드시 여기서 죽어야만 한다.”
온갖 악담을 쏟아부은 클론들이 아서의 죽음을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발현한 마법은 단순한 게 아니라 10명의 클론, 그리고 현자의 지팡이를 사용해야만 발현할 수 있는 강력한 결계였기 때문이다.
“흐읍!”
콰아아아아!
각각의 클론이 발산한 기세가 사납게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조금 전 아서가 발현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기세.
그 모든 건 조금 전 발현한 결계의 영향이었다.
“강화 결계로군.”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는 아서.
“흐흐, 그냥 강화 결계가 아니지.”
“이 결계 안에 있는 이상 우리의 힘은 수십 배 증폭된다.”
진화의 결계.
샘의 현자 아슬론이 직접 고안한 초월의 결계로, 그와 같은 기운을 지닌 클론, 그리고 현자의 지팡이의 능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것도 단순히 몇 배가 아니라 수십 배에 달하는 엄청난 능력의 향상.
이곳에 있는 건 10명의 클론에 불과했으나 결계의 효과 덕분에 수백 명이 모여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 것.
“그러니… 죽어라!”
그렇기에 더는 뜸 들이지 않았다.
현자의 지팡이가 가진 효과 중 하나인 분신이 발동.
파파파파팟!
장내를 장식한 건 수천 명에 달하는 클론이었다.
물론 힘의 분산은 있으나 각각이 본체의 30%에 달하는 힘을 가지는 만큼 그 엄청난 수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이야, 별 희한한 재주를 다 부리네.”
실제로 아서는 감탄하고 있었다.
허상이 아니라 모두가 진짜인 분신. 그것은 인외의 영역에 도달한 그도 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었다.
“그런데 이제 뭘 할 생각이지?”
그럼에도 여전히 여유가 흘러넘친다.
그건 뭐랄까.
마치 고양이가 생쥐를 죽이기 전에 가지고 노는 것처럼 할 거 다 해 보라는, 너무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주제도 모르는 녀석!”
“언제까지 허세를 부릴 수 있나 보자.”
그 여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일말의 불안이 클론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피잉-
아주 작은 빛의 알갱이가 클론들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장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광경.
하지만 그 빛의 알갱이 하나하나에 깃든 위력을 깨닫는다면 장관이 아니라 공포로 느껴질 것이다.
산을 날려 버릴, 지형을 바꿔 버릴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알갱이 수만, 수십만이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자신들이 피해를 받더라도 반드시 평행세계의 아서를 제거하겠다는 결심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휘이이!”
물론 그 대상이 된 아서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휘파람을 불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말이다.
으득-
그 여유에 화가 난 클론.
이를 간 그들의 손에서 빛의 알갱이가 쏟아져 나갔다.
파파파파팟!
그리고 그 광경을 빤히 바라보던 아서는.
딱!
돌연 손가락을 튕기며 한 차례의 소음을 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일어난 일은 단순히 손가락을 튕긴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
멈췄다
수천의 클론이 발사한 빛의 알갱이가 허공에 멈춰 있었다.
“뭐, 뭐……?”
“어떻게 이런…….”
당황한 클론들의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고작해야 손가락 하나 튕기는 동작으로 인해 그들의 전력이 멈춰 버린 것이다.
“이익!”
아무리 마력을 발현해도, 아무리 의지를 주입해도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마치 세계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빛의 알갱이는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쯔쯧.”
그리고 아서.
그는 클론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뭐, 굉장한 녀석이 올 것처럼 말하더니. 고작 온다는 게 이런 송사리들이었어?”
그는 매우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과거 그를 방문한 평행세계의 아서가 단단히 주의를 줬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네 녀석의 목숨을 위협할 존재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에 대비하기 위해 네 녀석을 훈련시킬 생각이다.
평행세계의 존재도 몰랐을 때 찾아온 다른 아서.
그는 후일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고강도의 훈련을 강요했었다.
그것도 ‘시간의 방’이라는 멈춰진 시간 속의 공간에서 말이다.
차라리 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훈련을 소화해야만 했다.
중간에 좌절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다른 세계의 아서들과는 달리 ‘천재’의 영역에 있었던 그는 그 훈련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고, 마침내 인외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 나는 더 강해졌다.’
다른 세계의 아서가 돌아가고 난 뒤에도 그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인외의 영역을 깨달은 순간 더 높은 경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그 경지를 정복하고자 단련했다.
다른 세계의 아서가 말했던 것처럼 언젠가 찾아올 적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나약한 상대라니.’
다가올 위협에 대해 걱정을 했던 시간이 아까울 지경이다.
처음에는 약간의 흥미를 보였으나 그건 정말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운명을 거스르며 나타난 적은 형편없는 수준의 애송이들이었다.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하네.”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던 그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지금까지의 얼굴은 가면이었던 것처럼 사납게 일그러졌다.
‘내가 그 고생을 한 게 이따위 녀석들 때문이라고?’
시간의 방에서 행해졌던 끔찍했던 훈련을 새삼 떠올린 아서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녀석은 하나…….”
퍼억!
시간의 정지로 인해 당황하는 클론들을 진정시키려던 클론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지금 기분이 좋지 않거든. 그러니까 좀 닥쳐 줄래?”
물론 그러한 광경을 만들어 낸 건 아서였다.
“어, 어떻게……?”
“언제 손을 쓴 거지?”
순식간에 터져 나간 클론의 머리를 본 다른 클론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클론을 죽였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의 공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곧 그 화살이 자신에게 향했을 때 방비할 수 없다는 말과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설마… 너희가 끝은 아니지? 그렇지?”
“무슨 말도 안 되는…….”
퍼억!
입을 떼던 클론의 머리가 다시금 터져 나갔다.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만 해. 너희 말고 다른 동료들이 있냐?”
“…어, 없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한 클론.
물론 그로 인해 다른 클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의 아서는 조금 전과 그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 있었으니 말이다.
“제길!”
한 차례 욕설을 내뱉는 아서.
‘내가 기대했던 건 이게 아닌데.’
사실 다른 세계의 아서가 워낙 신신당부했기에 강렬한 전투를 기대했었다.
지금 세계에서의 그는 이미 적수가 없는 상태였기에 그러한,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손꼽아 기다렸건만.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아서.
악귀 같았던 얼굴도 다시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숨을 죽인 클론들이 그의 행동을 지켜봤다.
감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죽음의 순간을 기다린다.
어떻게 보면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지금 아서가 뿌려 대는 기운은 강력했고, 그들은 그것에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이리된 거 화풀이나 좀 하자.”
결정을 내린 아서.
그렇게 그가 전력을 다하여 기세를 방출한 순간.
뚝!
주위의 시간이 멈췄다.
아니, 정확히는 세계 전체의 시간이 멈췄다는 게 맞을 것이다.
“…….”
그 정적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아서 하나뿐이었다.
「나는 시간을 다루는 자. 어찌 너희와 같은 하찮은 존재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혹독한 수행을 통하여 마침내 ‘시간’의 격을 얻은 아서.
그는 자신은 물론 대상, 그리고 세계의 시간마저도 빼앗을 수 있는 막강한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퍽, 퍼퍼퍽!
그리고 그의 주먹이 클론들을 향해 쇄도했고, 잘 익은 수박이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 클론들이 사망했다.
조금 전 클론들이 아서의 공격을 인지하지 못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시간을 멈춰 버리고 공격을 하는데, 어떻게 그것을 인지하겠는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멀쩡하던 머리가 갑자기 터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
퍼퍼퍼퍼퍽!
멈춰진 시간 속에서 머리를 부수는 행위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아…….”
털썩.
마지막 하나 남은 클론은 두려움에 젖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너는 특별히 살려 둘 생각이니까.”
마지막 남은 클론을 향하여 말을 건네는 아서.
“혹시 여기로 더 보낼 녀석 있으면 보내라고. 너희만으로는 그간 내가 당한 게 너무 억울해서 말이야.”
적을 남겨 두면 또 다른 적이 오겠지.
단순한 생각의 발상이었지만 그가 예측하지 못한 게 있었다.
“저, 저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응?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니?”
“그게, 평행세계로 오는 수단은 있으나 다시금 돌아가는 수단은 없어서…….”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딱!
아서가 손가락을 튕긴 순간.
휘오오오오!
공간이 무너지고, 그곳에서부터 흡입력을 발생하는 홀이 생성되었다.
“좌표는 맞을 거야. 녀석이 갔던 곳을 역추적해서 열었으니까.”
씨익 웃는 아서.
놀랍게도 그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평행세계를 넘어가는 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얼른 다녀와.”
손을 휘휘 젓는 그 행동에 넋이 빠진 클론은 아무런 말도, 그리고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