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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18화 (118/161)

118화 Chapter 117

“…….”

자식들의 패배에 아슬론은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나를 응시했다.

「왜 말이 없지? 아까의 그 당당함은 어디 갔을까?」

한 차례 비아냥거리며 녀석을 향해 다가가려던 그때.

짝짝짝!

멍하니 나를 응시하고 있던 녀석이 별안간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아니, 이럴 땐 굉장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겠어.”

본래의 깊은 눈빛을 회복한 녀석은 내 무력을 칭찬하며 감탄사를 토해 낸다.

여유인가?

아니면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허세?

‘일단 허세는… 아니로군.’

녀석의 기세는 평온했다.

그것은 진심을 나타내고 있음을 말하는 것.

“카인과 아벨을 완성한 후 생각했지. 적어도 인간 중에서 이 녀석들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거라고.”

쓰러진 아들들을 응시하던 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하지만 자네와 같은 이가 있을 줄이야. 전혀 예상도 못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녀석의 눈동자에 광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카인과 아벨도 그렇지만 확실히 이 녀석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법칙을 비튼 것도 아니고,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하찮은 인간 주제에 어떻게 그 영역에까지 도달한 거지?”

「하찮다라. 재밌는 말이로군. 네 녀석도 인간이면서 인간을 하찮게 여기다니. 존재에 대한 부정인가?」

“같은 인간이라, 하하하. 나를 전혀 모르니 그런 소릴 할 수 있겠지. 같은 인간이 아니다. 나는 선택받은 이.”

「선택? 누구의? 무슨 이유로 네가 선택을 받았다는 거지?」

“흐, 그걸 네게 설명해 줄 이유는 없지.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해 줄 수 있다. 나는 썩어 빠진 인간들을 정화하고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메시아라는 것이다.”

「그렇군. 아주 잘 알았다.」

이제야 모든 게 확실해졌다.

「네 녀석이 미친 녀석이라는 것을.」

대도 안 한 이유를 들먹이며 선민의식을 지닌 것을 보니 확실히 미친 게 분명하다.

“그래, 누구나 그랬지. 나의 대의를, 그 목표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하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대의라는 게 오랜 시간을 이겨 낸 삶의 이유일 것이다.

그게 무너지게 되면 녀석의 의지 또한 끊어지게 될 터.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주위에서 어떤 말을 해도 녀석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런 녀석을 설득하는 건 무리지.’

신념에 사로잡힌 바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아니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죽음뿐.’

죽음.

녀석의 생명을 끊어 줘야만 그 광기도 멈추게 될 것이다.

“그래, 결국 인외의 경지에 그 굉장한 영역에 도달한 너도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광기만으로 가득한 그의 눈동자에 언뜻 외로움이란 감정이 옅게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내 뜻을 이해해 줄 동지가 생길 수 있다고 여겼건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츠츠츠츠츠-

녀석이 손을 내밀자 차원을 넘어 특정한 무언가가 소환되었다.

그것은 나무 지팡이였다.

다른 어떤 것도 장식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나무 지팡이.

‘이런 무기가 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은 속일 수 없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저 지팡이에 내재된 의지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너라면 알아보겠지. 이 무기의, 현자의 지팡이의 위력을 말이다.”

「이 세계의 물건은 아니군.」

“하하하, 역시 보는 안목이 있군. 그렇다. 이것은 인류의 선조, 고대로부터 존재해 왔던 외부자가 남긴 유물 중 하나이지.”

그것은 뜻밖의 말이었다.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외부자의 물건이었을 줄이야.

“너는 내 뜻에 방해가 될 것 같으니…….”

웅웅웅!

지팡이 위로 모여든 기운.

그것은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강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그만 죽어라!”

녀석이 지팡이를 휘두른 순간, 재앙이 몰아닥쳤다.

콰아아아아!

마치 해일이 일어난 듯한 광경.

엄청난 기운의 파도가 나를, 아니 내가 있는 지역 전체를 덮쳐 오기 시작했다.

「재밌네.」

하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었다.

과거 지배자의 파편을 만났을 때와 같은 약간의 호기심, 그 이상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조금 전이었다면 모를까 육신을 탈피한 내 힘은 나조차도 측정이 불가능한 정도.

「하압!」

쇄도하는 재앙을, 기운의 파도를 향해 일갈했다.

그리고.

스아아아-

마치 대륙을 박살 낼 것만 같이 거칠게 쇄도하던 파도는 소멸하였다.

“뭣이?!”

깜짝 놀라는 아슬론.

막을 것은 예상했어도 고작 기합성 하나만으로 소멸시킬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마 고작 그게 다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무척 실망할 것 같다.

“이놈!”

얕보였다는 감정 때문일까.

지금까지 줄곧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녀석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감히 네까짓 게 나를 능멸하려 하느냐!”

녀석의 분노는 거대했고, 그것은 곧 힘으로 이어졌다.

슈슉, 슈슈슉!

현자의 지팡이에서 한 차례의 빛이 뿜어져 나온 순간 장내를 장식한 것은.

「분신?」

셀 수 없이 많은 아슬론의 육신이었다.

그건 단순한 분신, 흔히 말하는 잔상이 아니었다.

눈에 의지를 주입하여 살펴본 결과 그 모든 게 진상이었다.

“선택받지 못한 자여.”

“선택받지 못한 자여.”

“그 하찮은 목숨을 여기서 거두어 가 주마.”

“그 하찮은 목숨을 여기서 거두어 가 주마.”

사방을 모두 장악한 아슬론. 진상과 분신을 구분할 수 없는 녀석들이 현자의 지팡이에 기운을 주입하자.

우우웅!

현자의 지팡이로 빛의 입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금 전 발현했던 기운의 파도와는 달리 거대한 힘을 생산하지는 않았다.

각각의 아슬론이 완성한 것은 아주 작은 빛의 구체였다.

‘놀랍도록 힘을 압축시켜 놓았군.’

그 작은 구체에 압축된 힘은 놀라울 정도다.

하나하나가 대륙을 초토화할 수 있을 만큼의 기운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찮은 존재여, 이제 소멸하라!”

“하찮은 존재여, 이제 소멸하라!”

현자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순간.

쐐애애액!

빛의 구체는 인지하기 힘든 속도로 나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도 둘도 아니고 수백, 아니 수천 개가 넘는 빛의 구체가 나를 압박한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같이 가지고 놀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기에 의지를 움직였다.

꿈틀.

나의 의지에 반응하여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그것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웅웅!

힘찬 울음을 토하고 있는 그건 회색빛을 발산하는 창.

물론 그건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의지의 무기를 뛰어넘는 강력한 힘을 품은 ‘신념의 창’.

과거 광기에 잠식된 루시퍼를 소멸시키기 위해 발현했던 적이 있는 바로 그 창이었다.

척.

손에 쥐는 순간 세상 그 어떤 금속으로도 전할 수 없는 촉감을 느낄 수 있다.

「합!」

창을 손에 쥐며 힘찬 기합성을 터뜨렸다.

스팟!

그리고 이어지는 무결의 찌르기.

인간의 육신을 탈피한, 신격에 맞는 육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찌르기는 과거에 시전했던 무결의 동작 따위와는 달랐다.

공간을, 시간을 잡아먹은 찌르기는 순식간에 나를 향해 쇄도하는 빛의 구체를 찔렀다.

핏!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륙도 붕괴시킬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빛의 구체는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내 신념의 창이 품은 위력이 그 구체의 위력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빛의 구체는 수천 개였고, 그 모든 것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동요할 필요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조금 전보다 더 빠르게.

팟!

그리고 지금보다 더 빠르게.

파팟!

더욱더 빠르게 찌르는 일이었다.

파파파파팟!

그 찌르기는 모든 것을 초월하였다.

시간도 쫓아올 수 없는 속도였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오는 모든 구체를 찌를 수 있었다.

“이럴 수가……?!”

경악한 아슬론이 비명을 지른다.

비단 녀석이 발현한 빛의 구체가 소멸했기 때문이 아니다.

스스, 스스슥-

조금 전까지 주변을 모두 장악하고 있던 녀석의 분신이 사라졌다.

신념의 창이 꿰뚫은 건 빛의 구체만이 아니었다.

공간을 꿰뚫어 빛의 구체 너머에 있는 모든 분신에 타격을 준 것.

1타 2피.

한 번의 찌르기로 빛의 구체는 물론 그것을 발현한 모든 분신을 소멸시켰다.

“웩!”

물론 하나 남은 아슬론 녀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울컥 피를 토한 녀석이 가슴을 부여잡은 채 무릎을 꿇는다.

「들어야 할 정보가 있어서 목숨은 살려 뒀다.」

마지막 순간 신념의 창을 빗겨 나가게 했다.

그것이 녀석이 아직 살아 있는 이유였다.

마침내 무너진 아슬론. 나는 절망에 빠져 있을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하하하…….”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었나 보다.

「웃어?」

아무리 생각해도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아직도 녀석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걸까?

“웃음이 나올 수밖에. 하찮다고 생각한 인간 따위에게 이런 모욕을 당할 줄이야.”

「이제야 주제를 좀 깨달았나 보군.」

“하하, 허나 착각하지 말지어다. 네 녀석은 고작해야 나의 클론 따위를 상대한 것이니까.”

「뭐?」

믿을 수 없는 말에 녀석의 내부를 관조했다.

‘이게 클론이라고?’

하지만 어디를 살펴봐도 인위로 조작된 흔적은 없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클론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흔적이 남아 있었건만 현재 살펴보는 아슬론은 전혀 그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살펴본다 해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완성형 클론이기 때문이지.”

「완성형 클론이라…….」

그제야 녀석이 줄곧 가지고 있었던 여유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카인과 아벨도…….」

“눈치가 빠르군. 그렇다. 녀석들도 완성형 클론을 통하여 복제된 작품에 불과하지.”

어쩐지.

최후 흑막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 너무 쉽게 모습을 드러낸다 싶었다.

‘그 조심성 많은 녀석이 이렇게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낼 턱이 없지.’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클론이라고 해도 네 녀석은 다른 녀석에 비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차피 내가 필요한 건 정보.

특히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눈앞의 클론을 심문한다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흐흐, 이 내가 그렇게 쉽게 정보를 줄 것 같으냐.”

딸칵!

그 순간 예민한 내 청력에 잡히는 아주 작은 소음이 있었다.

그리고.

콰콰콰콰콰쾅!

아슬론의 육신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엄청난 기운이 주변을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자폭.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클론 내부에 자폭 장치를 심어 둔 것이었다.

「쯧!」

하지만 그 엄청난 폭발도 내게는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증거를 소멸시키려 한다?」

폭발에 휘말린 아슬론과 카인, 그리고 아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모든 상황을 계산에 넣어 둔 자폭이었지만 녀석은 한 가지를 계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걸 어쩌나.」

보통 때라면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이번에는 나도 작정을 했거든.

웅웅웅!

내 안의 기운을 끌어냄과 동시에.

딱!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리고 잠시 후.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와 함께 시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시간은 폭발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았다.

“흐흐, 이 내가 그렇게 쉽게 정보를 줄 것 같…….”

막 자폭을 시도하려는 아슬론의 클론.

「응, 안 돼.」

퍼석!

나는 조금 전 확인했던 녀석의 자폭 장치, 그 근원을 끊어 버렸다.

“이, 이 무슨……?”

자폭 장치의 소멸에 당황한 음성을 토해 내는 클론.

퍽!

그리고 당황한 녀석을 향하여 강력한 주먹 한 방을 날려 주었다.

「들어올 때는 네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내가 이 힘을 발휘한 순간, 그 누구도 내 손아귀를 빠져나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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