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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17화 (117/161)

117화 Chapter 116

‘무질서의 검이라…….’

모든 법칙을 비틀어 반드시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검이라니.

확실히 예상 못한 것이긴 하다.

“겁먹었어? 겁먹었네! 하긴, 이 검을 본 모든 녀석이 그렇게 잔뜩 겁을 먹더라고. 히히힛.”

히죽 웃는 그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순수하다.

‘순수한 악이라는 것이겠지.’

그 모습은 뭐랄까.

마치 세상에 때가 묻지 않은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순수하기에 잔혹할 수 있는, 하나의 선만 바라보는 그런 어린아이 말이다.

“아버지, 죽여도 돼요?”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은 녀석, 카인이 아슬론을 바라보며 물었다.

“죽일 정도까지는 허락하마. 하지만 죽이지는 말고 목숨은 남겨 두도록 해라.”

“에잉, 죽이고 싶은데.”

쩝, 입맛을 다신 녀석이 다시금 무질서의 검을 흔든다.

“쯧!”

그걸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겪고.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가 얼마나 약하게 보였으면 누구를 죽이네 살리네, 아주 신들이 나셨다.

“흡!”

짧은 기합성과 함께.

화악!

연녹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옅게 흘러나온 그 빛은 내 몸에 새겨진 상처를 말끔하게 치유했다.

“호오? 치유 마법인가? 네 녀석 역시 현자의 경지에 도달한 모양이로군.”

공격, 방어, 치유.

각 분야의 모든 마법을 다루게 되면 ‘현자’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을 한다.

1,000년간 마법을 연마한 나였기에 당연히 그 현자의 경지에 도달한 지 오래.

“현자의 경지뿐일까.”

그리 말하며 검을 들었다.

곧장 끝을 내기 위한 파멸의 검을 말이다.

“이런 것도 할 수 있지.”

스윽.

수직으로 떨어지는 검.

그건 단순히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과거 타일로에게 보여 주었던 무결의 검이었다.

쩌억!

대기를 가르고, 공간을 가르고, 차원을, 그리고 세계의 질서마저 베어 버린다.

건방지게 나를 농락한 카인을 베기 위한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쩌엉!

나는 예상치 못한 광경과 대면해야만 했다.

“허어?!”

무결의 검은 카인을 베지 못했다.

“죄송, 죄송해요. 못난 형이지만 그래도 핏줄이라…….”

무결의 검 앞을 막고 서 있는 건 카인의 동생 아벨이었다.

웅웅!

양손을 앞으로 쭉 뻗어 낸 녀석의 앞에는 거대한 방패 형상의 보호막이 가로막고 있었다.

“무질서의 검에 이어서 이번에는 질서의 방패냐?”

카인의 검이 모든 법칙을 비틀어 적을 반드시 베는 효과가 있다면 아벨의 방패는 그 모든 무질서를 질서로 변환, 반드시 적의 공격을 맞는 효과를 자랑했다.

쉽게 말해서 아벨의 방패는 모든 공격을 막는, 그야말로 ‘절대’라는 말에 어울리는 권능이었다.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선악에 의해 탄생한 나의 아이들. 앞으로 이 세계가 맞이할, 신인류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인 것이다.”

광기가 깃든 아슬론의 눈동자가 카인과 아벨에게 향했다.

“그래, 확실히 부모 입장에서는 자랑할 만한 아이들이긴 하네.”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나를 상처 입힐 수 있는 무질서의 검.

그리고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무결의 검을 막아 낸 질서의 방패.

외부자들, 그중에서도 정점에 있다는 지배자가 아닌 이상 해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다.

그런데 아슬론은 그 불가능의 영역을 창조해 냈고, 그 점은 능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네가 만약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신세계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 늦었다. 네 녀석을 사로잡아 그 육신을 연구할 것이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경지에 도달한 네 녀석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주마.”

“웃기고 있네.”

말하는 걸 들어 보면 내가 제안을 거절해 생긴 일이라고 하지만.

“네 녀석의 그 시커먼 속을 누가 모를 줄 알고. 내가 제안을 수락했어도 기회를 잡아 실험체로 만들 생각이었겠지.”

저 광기게 젖은 미치광이 녀석은 신인류를 위해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녀석이다.

부모, 자식은 물론 자신의 지인 모두를 희생해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계획을 실행시킬 이.

그렇기에 설혹 내가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언젠가는 실험체가 되어 신인류의 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

진실이 간파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특유의 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모든 걸 다 떠나서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녀석과 녀석이 창조한 아들들이 아니다.

“…웬만해선 이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과거 마계에서 대륙으로 넘어오기 전 딱 한 번 발휘한 적이 있는 능력.

“뭐라는 거야. 그냥 죽어!”

스스스슥!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카인이 무질서의 검을 휘둘렀다.

핏, 피피핏!

녀석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내 몸에 그려지는 건 혈선이었다.

물론 언제든 내 공격에 대비한 아벨의 방패도 그들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참으로 어리석군. 나는, 그리고 내 아이들은 결코 희망을 남겨 두지 않아.”

이미 승리를 짐작한 아슬론 또한 의기양양한 채로 말을 이어 간다.

“그래, 계속 짖어라. 어차피 이 싸움은 이미 끝났어.”

내가 그렇게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크허허헝!」

내 안에 자리한 나의 파편들, 6마리의 야수를 모두 깨웠다.

감정은 사라지고, 홀로 다른 세계에 떨어진 듯한 이질감이 나를 감싼다.

“이히히! 소용없다고!”

모든 야수를 깨워 인간이 아닌 신격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지만 카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슥, 스스슥!

여전히 녀석의 검은, 모든 질서를 꿰뚫는 그 검은 내 육신에 혈선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쩌적.

육신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

“뭐야?!”

검을 휘둘렀는데 육신에 균열이 일어나다니.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본 녀석들이 당황한다.

하지만 나는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볼 수 없었다.

지잉, 지이잉-

내 존재와 세계를 분리하려는 기이한 힘.

과거 나는 그 힘을 막기 위해 몇 개의 장치를 마련해 뒀었다.

그그극!

그것이 바로 내면에 자리한 3개의 줄이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그것은 내 존재를 세계에 묶어 두는, 강력한 힘이 깃든 것이었다.

‘이러기는 싫은데 어쩔 수 없지.’

카인과 아벨, 그리고 아슬론.

녀석들은 내 예상을 상회하는 강적들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순 없었다.

펠리드의 행사에 내 염원을 이루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녀석들을 제거해야만 한다.

뚝!

그렇기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3개의 줄 중 하나를 끊었다.

그리고 그 순간.

쩌저저적!

균열이 일던 내 육신은 완전히 갈라져 버렸고.

콰챠챵!

마치 유리가 깨어지듯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으로 말하는 육신의 붕괴가 아니었다.

화악!

회색빛, 모든 것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강렬한 빛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육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 무슨?!”

“어찌… 이런 힘이……?”

육신의 붕괴로 당황하던 녀석들은 이내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이 모습은 내가 이룬 진정한 경지의 일부분.

물론 모든 것이 아니라 ‘육신’의 제한을 푼 힘이었다.

「육신의 봉인을 해제한 건 오랜만이네.」

조금 전 끊은 줄은 육신의 봉인을 해제하는 줄이었다.

그 줄을 끊어 진정한 경지에 도달한 나의 육신이 나타난 것.

본래는 당연히 내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이지만 이 세계에 남아 있기 위해, 법칙에 얽매여 있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봉인한 힘.

“흥! 고작해야 육신을 탈피했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역시 애송이는 애송이.

카인 녀석은 내 힘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해 여전히 기고만장해 있었고.

“카인, 안 돼!”

그나마 상황 파악이 된 아슬론이 이를 만류하기 위해 손을 쓰려 했지만 늦었다.

스윽!

무질서의 검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물론 조금 전과 같이 내 육신에 그 검격이 파고드는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맙소사!”

당황한 카인이 비명을 지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절대 막히지 않는 검이, 질서마저도 거부한 검이 내 손짓에 의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녀석의 핏빛 검은 나의 손짓에, 나의 의지로 인해 가로막힌 채 무질서를 행하지 못하였다.

「역시 완성품이 아니라 반푼이였군.」

검이 가로막혀 당황하는 녀석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녀석은 무질서의 검을 다룰 수 있는 것 말고는 별다른 힘이 없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물론 무질서의 검을 다루는 것 자체가 워낙 사기적인 능력이었기에 다른 능력을 발휘할 이유도 없었겠지만 나와 만나 그 약점이 드러났다.

“혀, 형!”

그리고 위기에 빠진 카인을 구하기 위해 아벨이 나섰다.

“하압!”

우우웅!

형을 지키기 위한 방패의 발현.

「아직도 힘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나 보군.」

조금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녀석들의 행동이 그저 발악으로 보일 뿐이었다.

과한 자신감이 아니다.

격에 맞는 육신을 깨운 순간,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나는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것은 무질서, 질서 등 법칙을 깨뜨리는 힘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라져라.」

거창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카인을 보호하기 위한 질서의 방패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고.

쩌적!

모든 공격을, 모든 충격을 흡수한다고 단언했던 방패에 금이 갔다.

「힘 조절을 너무 약하게 한 모양이네.」

녀석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살려 둘 요량이었다.

그래서 힘 조절을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약하게 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면…….」

콰챠챠챵!

“크윽!”

조금 더 힘을 주어 방패를 가격하자 질서의 방패는 형편없이 깨지고 말았다.

“아벨!”

질서의 방패에 담긴 힘은 아벨 녀석의 영혼.

그렇기에 방패가 박살 난 순간 녀석도 무사하지 못했다.

형제의 우애가 깊은지 쓰러지는 아벨을 부축하여 일으키는 카인.

“이익!”

분노한 카인의 눈빛이 붉게 물들자 이마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문양이 나타났다.

‘이건……?’

분명 낯설지만 처음 본 게 아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것을 어디서 봤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관리자의 방!’

천계의 일을 마무리하던 중 가게 된 관리자의 방.

그곳 벽면에 그려져 있던 문양과 너무도 흡사했다.

“으아아아!”

분노한 녀석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슈슈슈슈슉!

내 주변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핏빛 검, 무질서의 검이 나타났다.

“죽어!”

아마도 분노가 녀석이 지닌 힘의 근원인 듯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했군.」

그 막강한 힘에 대항하기 위해 내가 한 일이란 건.

스윽-

그저 가볍게 손을 휘젓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손짓이 낳은 현상은 별거 아닌 게 아니었다.

팟!

마치 조금 전 발현했던 모든 게 거짓이었던 것처럼 단숨에 사라지고 말았다.

“어, 어어……?!”

한계 이상을 발현하였으나 그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리자 당황하는 카인.

「어른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너희는 그만 자고 있어라.」

퍽!

흉폭한 기운을 발산하는 카인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우웩!”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강화 육신을 자랑하는 카인.

하지만 녀석은 나의 움직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

남은 것은 뒤에서 관전만 하고 있던 아슬론과 나.

「우리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당황하는 아슬론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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