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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13화 (113/161)
  • 113화 Chapter 112

    “위대한 일원, 사시지외의 수장이 모두 아슬론이다?”

    “음… 정확히는 그렇지 않습니다. 위대한 일원과 사시지외의 수장은 그의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제자입니다.”

    “아하!”

    그건 몰랐네.

    하지만 제자에 불과한 이들이 수장이라면 사실상 두 세력 모두 아슬론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세 번째와 네 번째 제자는…….”

    “세 번째 제자는 대륙의 북단 칼리오 화산의 지배자인 오크 투락크이며 네 번째 제자는 지하 깊숙한 곳에 거대한 제국을 마련한 다크 엘프의 유일왕 아우리안입니다.”

    “…….”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제국의 황제는 물론 모든 이종족의 왕을 제자로 두었고,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두 세력 또한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미 대륙은 아슬론의 손아귀에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이미 대륙을 다 가졌다고도 볼 수 있겠네. 그런데 도대체 녀석의 목적이 뭐지?”

    물론 관리자, 그리고 지배자라는 외부의 존재로부터 대륙을 지키려는 목적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외적으로 공표한 목표.

    어쩌면 녀석의 심중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심중을 알고 있는 건 그의 최측근에 있던 다섯 제자일 확률이 높고 말이다.

    “일부 부하들이나 대외적인 목표로 알려진 건 외부자들에게 맞서 대륙의 힘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것입니다.”

    “외부자?”

    “차원을 넘어 저 머나먼 우주에 존재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거대한 별을 삼켜 그곳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아! 그 관리자인지 지배자인지 하는 것들?”

    “그렇습니다.”

    ‘오호라. 그 녀석들을 외부자로 부르는군.’

    새로운 명칭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대외적인 목표라는 건 녀석의 심중에 다른 계획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네. 샘의 현자는 저를 완전히 세뇌시켰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심중을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과연 묻기를 잘했다.

    확실히 세계수의 힘을 이용한 정화의 힘이 아니었다면 녀석은 절대 제정신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완전한 세뇌가 되었다고 믿은 아슬론은 느르하를 비롯하여 다섯 제자에게는 자신의 많은 비밀을 밝혔던 것 같다.

    “그래서, 녀석의 심중이 뭐지?”

    “샘의 현자, 그의 진정한 목적은 외부자들로부터 대륙을 지키고 더 나아가 정체된 모든 피조물을 말살하고 신인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허!”

    “그런!”

    느르하의 말에 반응한 것은 대장로와 하이 엘프들이었다.

    “샘의 현자는 억겁의 세월 동안 인간, 그리고 대륙의 모든 종족을 겪으면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대륙은 정화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썩었다는 것.”

    음, 그건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다.

    과거 망나니 왕자일 때는 몰랐지만 원정대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대륙이 얼마나 부조리한 톱니바퀴로 돌아가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실히 지금의 대륙은 상당히 삐뚤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고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킨다?

    ‘단단히 미친 거지.’

    막 나가는 나도 떠올릴 수 없는 발상이다.

    ‘아마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며 반쯤 광기에 물든 게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하나.

    1,000년이라는 긴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온 아슬론.

    아마 그는 그 세월을 겪으며 반쯤 미쳐 버렸을 것이다.

    하긴, 나도 원정대원들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나 자신을 놔 버리고 미망 속을 걸어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마냥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나보다 족히 오랜 시간 동안 방랑했을 그 고독한 길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녀석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물론 지금의 이 미친 계획에 동조할 생각은 없다.

    녀석이 그 뜻을 이루고자 한다면 반드시 나의 방해를 뚫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외부자들의 침입에 대비하고, 또한 썩어 버린 대륙을 정화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이미 ‘인간’의 상식을 넘어선 것들이었다.

    인간으로선 행하지 말아야 할 각종 금기, 인체 실험, 이종 교배, 그리고 창조의 영역까지.

    “어찌 그런 사악한!”

    “으음. 샘의 현자, 완전히 선을 넘어 버렸구나.”

    물론 클론을 비롯한 각종 실험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것에 대해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 진척은 어느 정도나 된 거지?”

    다만 궁금한 건 신인류 창조가 얼마만큼 진척이 됐냐는 점이다.

    “그것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섯 제자들에게도 신인류 창조에 관한 사실은 비밀로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단서를 통해 유추해 보자면… 대략 80% 이상의 진척이 됐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80%라…….”

    80%라면 거의 완성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그런데 궁금하긴 하네. 과연 신인류라는 게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말이야.’

    궁금증이 생기긴 한다.

    억겁의 세월 동안 방황하며 마침내 확고한 의지를 다지게 된 신인류 창조.

    과연 그가 바라는 이상향의 인류는 어떠한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의 계획을 반드시 막아야만 합니다.”

    내 생각을 엿본 것일까.

    느르하는 갑자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방관하진 않을 생각이야. 다만 그 신인류인지 뭣인지 완성된 걸 보고 싶긴 하네.”

    “아닙니다. 그의 신인류 창조는 반드시 막아야만 합니다.”

    “왜? 어쩌면 녀석이 계획했던 대로 조금 더 완벽에 가까운 생명이 탄생할 수도 있잖아.”

    만약 평범한 이가 그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장에 막았을 것이다.

    애초에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 따위가 신인류, 완벽한 생명을 창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슬론이라면?

    법칙을 비틀어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그라면?

    어쩌면 정말 그는 완벽한 신인류를 창조할지 모른다.

    물론 내게는 펠리드와 원정대원들의 가족, 지인들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남아 있었지만.

    ‘어차피 그들의 삶도 유한하니까.’

    언젠가는 그들도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는?

    만약 아슬론의 신인류가 정말 완벽한 생명체라면 그들이 새로운 대륙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창조한 신인류라는 게 외부자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응? 갑자기 여기서 외부자가 왜 나와?”

    뜬금없이 외부자가 왜 나올까.

    녀석도 이야기했지만 아슬론의 목적 중 일부는 외부자들을 막는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신인류가 외부자에 가까운 존재라니.

    “샘의 현자는 완벽한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인류의 기원, 그러니까 최초의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완벽한 생명체를 창조하기 위하여 인류의 기원을 파헤치는 것. 그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는 연구를 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충격적인 결과?”

    “네, 대륙에 싹을 틔운 생명체의 기원이 사실은 외부자 중 하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뭐?!”

    그 말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외부자라니. 대륙을, 아니 우주에 있는 별을 먹어 치우려는 탐식가들이 어떻게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태초의 생명체, 샘의 현자가 명명한 아담과 이브는 분명 외부자와 흡사한 외형, 그리고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대륙을 먹어 치우려는 외부자 녀석들이 인류의, 아니 생명체의 기원이라는 거지?”

    “고도의 마도 공학을 통하여 밝혀진 사실이니 아마도 틀림없을 겁니다.”

    “음…….”

    확실히 클론을 만들 정도의 공학을 통하여 알아낸 사실이라면 믿을 만한 정보긴 하다.

    그런데 의아하긴 하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외부자들의 목적은 별을 삼켜 그들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있지?

    “어째서 별을 먹어 치우는 그들이 생명의 기원이 됐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단서를 통해 유추해 보자면 외부자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파벌이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파벌?”

    “네, 짐작일 뿐이지만 외부자들 모두가 별을 먹어 치우는 탐식의 행위를 추구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인간들도 그렇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 있으니.”

    “아마도 대륙 생명의 기원이 됐던 건 탐식을 행하는 파벌과는 달리 생명을 창조하려는 이들이 아닐까 예측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다.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샘의 현자는 생명의 기원, 즉 외부자들의 세포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그것을 통하여 기원의 존재를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응? 창조를 성공했다고?”

    조금 전에는 80% 정도 진척이 됐다고 하지 않았나?

    “네, 하지만 그건 불완전한 창조였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육신을 창조하기 위하여 탐식을 행하는 외부자들의 껍데기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미친 녀석이다.

    아무리 생명의 기원에 접근하기 위해서라지만 별을 집어삼키는 녀석들의 껍데기를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결과는 보나 마나네.”

    “그렇습니다. 최초의 아담과 이브는 너무도 불완전한 존재였습니다. 샘의 현자의 명령을 따르기는 하지만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려는 뜻을 지닌, 어쩌면 별을 집어삼키는 외부자들보다 더욱더 위험한 존재들이 되었지요.”

    “가만? 통제가 가능하다고?”

    “적어도 샘의 현자가 하는 말은 충실히 따랐습니다.”

    “그렇다는 뜻은…….”

    “예상하긴 그대로입니다. 그들이 바로 샘의 현자의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제자입니다.”

    어쩐지.

    엄청난 강자들이 그 밑에 들어갔다고 했더니 아담과 이브라는 녀석들이 수장으로 있어서 그렇군.

    “그리고 그들은…….”

    “잠깐!”

    느르하가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했지만 나는 그 행동을 제지할 수밖에 없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

    하지만 의문 섞인 말에 답할 수 없었다.

    고오오오오!

    엄청난 기운을 담은 어떤 존재가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운은?”

    낯선 기운은 아니다.

    언젠가 한 번 느껴 봤던 독특하고 이질적인 기운.

    ‘지배자!’

    비록 아바타와 대면한 것이지만 분명 느껴지는 기운은 지배자라 불리는 외부자와 흡사했다.

    “온다!”

    그리고 잠시 후.

    「느르하. 감히 아버지를 배신하다니, 너에게 소멸의 형을 내리겠노라!」

    쩌렁한 의지가 한 차례 울려 퍼졌고.

    콰콰콰콰콰!

    일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강렬한 기운을 품은 거대한 구체가 세계수를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너와 관계된 모든 생명은 파멸을 맞이할 것이다!」

    다시금 울려 퍼진 의지.

    그리고.

    콰콰콰콰콰콰콰쾅!

    대륙을 들썩이게 할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세계수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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