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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11화 (111/161)

111화 Chapter 110

‘맙소사!’

장내에서 가장 놀란 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대장로 아슈리아였다.

‘예, 예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엘프는 모르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는 고대의 예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기된 힘을 온전히 취한 자. 그가 엘프에게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다.』

기본적으로 예언이라 하면 두루뭉술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고대의 예언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누가 들어도, 누가 해석해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압축된 문장이었다.

그렇기에 아슈리아는 지금의 상황이 오래전, 그러니까 세계수에 예언이 새겨진 예언의 그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느르하가 아니었구나.’

처음에는 느르하가 그 주인공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오늘로서 분명해졌다.

느르하는 결코, 예언을 실행할 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당황한 감정을 모두 갈무리한 채 한 사람을 응시했다.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으나…….’

물론 아직 확신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가능성을 지닌 이.

엘프의 미래를 책임질 예언의 존재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

“네, 네 녀석 어떻게 세계수의 힘을……?”

경악한 느르하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본다.

“왜? 세계수는 모두를 품은 태초의 나무 아냐? 그게 너희만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주 큰 착각이지.”

세계수의 부산물로 태어난 게 엘프는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태초의 나무가 엘프의 소유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가장 가까운 존재일 뿐.

세계수는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게 자연의 기운을 전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 세계에 속한 생명체라면 누구나 그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될 줄은 몰랐네.’

그러한 생각으로 세계수의 기운을 흡수하긴 했는데, 이리 쉽게 될 줄은 몰랐다.

“말도 안 되는! 세계수는 엘프의 터전이자 그늘막과도 같은 것. 감히 너희와 같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콰아아아아!

분노한 느르하 녀석의 기운이 더욱더 거세졌다.

아니, 거세졌다는 표현보다는.

‘더 불쾌해졌네.’

분명 녀석은 세계수의 기운을 흡수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흡수한 것과는 다른, 불완전한 기운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타락’한 느낌이라고 할까?

순수한 세계수의 기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리 말하며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휘오오오!

내 손에서 일어난 바람이, 폭풍과도 같은 거센 바람이 주변을 장악한 느르하의 불쾌한 기운을 날려 버렸다.

“이 기운은!”

“바람의 근원!”

“어찌, 어찌 한낱 인간 따위가…….”

“허허!”

그 광경을 지켜본 하이엘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내가 발현한 건 세계수에서 흡수한 힘 중 ‘바람’의 힘만을 따로 뽑아낸 것.

아마도 그게 녀석들이 말하는 바람의 근원이라는 것인가 보다.

흠. 앞으로 보여 줄 게 꽤 많은데, 이 정도에 놀라면 곤란하지.

“네놈, 네놈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그래? 그거 잘됐네. 나도 네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 줄 생각이었거든.”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니 남은 건 하나.

“놈!”

분노한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기운이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팔이었다.

기세와 의지를 통해 형성된 팔은 그 안에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품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봐 왔던 녀석들과는 수준이 다르네.’

의지의 팔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녀석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정도의 수준이라면 능히 최하급 신격과도 일전을 벌일 수 있으리라.

하지만 녀석은 알까.

나는 최하급 신격이 아니라 최상급, 그리고 모든 신격의 정점에 있는 이들을 아래에 두고 있음을 말이다.

“으아아아!”

비명과도 같은 함성을 내지른 느르하의 기운이, 의지의 팔이 위에서부터 아래를 향해 떨어진다.

후우우웅!

대기를 가르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마 보통의 존재였다면 그 공격에 존재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을 테지만.

“굉장한 힘을 다루는 것처럼 말하더니 별거 없네.”

나는 시시할 뿐이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본신의 힘을 사용할 필요 없이 조금 전 흡수한 세계수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다.

‘어디 네 녀석이 자랑하는 그 세계수의 힘에 굴복해 봐라.’

굳이 심력을 소모해 가면서 본신의 힘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내 몸속을 휘감아 돌고 있는 세계수의 힘만을 발휘하였다.

드드드득-

대지가 요동쳤고, 다음 순간 거대한 바위의 팔이 만들어졌다.

후웅!

내려치는 느르하의 팔에 맞서 아래에서 위로, 크게 팔을 휘두른다.

콰콰콰쾅!

두 팔이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폭음이 울리며 그 충격파가 장내를 휩쓸었다.

“크윽!”

“…….”

승패는 명확했다.

충격으로 인해 비틀대며 물러나는 느르하.

그에 반해 나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세계수의 힘은 엘프만의 것이라며? 그런데 어째 나보다 더 활용을 못하는 것 같은데?”

당황하는 느르하를 향해 비웃음을 날려 주었다.

단순히 놀리려고 한 게 아니라 사실을 기반으로 한 말이었다.

조금 전 사용한 바위의 팔은 대지의 힘만을 따로 뽑아내어 발현한 것.

‘굳건한 힘’을 지닌 대지 속성은 불쾌하기 그지없는 느르하의 기운을 받아내고도 아무런 흠집도 없었다.

그에 반해 녀석이 생성한 의지의 팔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대, 대지의 근원마저……?”

“어떻게 그런 일이…….”

“믿을 수 없구나.”

세계수의 기운을 발현할 때마다 놀라는 하이엘프들.

이 정도면 내 기운에 반응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존재하는 것 같다.

“아냐, 아니다! 나는 세계수의 인정을 받은 유일한 존재. 오직 나만이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단 말이다.”

절규하는 느르하.

‘기운에 잡아먹히고 있군.’

빠르게 녀석의 내부를 관조한 결과 불쾌한 기운에 의해 녀석의 의식이 잡아먹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자신이 선택받은 존재라 아주 특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만이지.’

단지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순 없는 법이다.

당연히 노력도 수반되어야 하지만, 녀석은 그렇지 못했다.

흔히들 말하는 재능에 잡아먹혔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분명 녀석의 재능은, 그릇의 크기는 내가 본 이들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대단했지만, 정작 그것을 다룰 만한 ‘정신’의 수양이 부족했다.

‘타일로나 갈린에게도 이러한 점에 대해 계속 주의를 줘야겠어.’

문득 떠오르는 건 타일로와 갈린이었다.

녀석들 또한 검과 마법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의 내게도 대단해 보일 정도의 재능.

그 재능의 크기를 감당해 내기 위해선 살과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터.

그것을 감당해 내지 못한다면 재능에 잡아먹힌, 바로 눈앞에 있는 느르하와 같은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나는 세계수의 화신이자 엘프를 지배할 자!”

이제는 거의 정신을 놓은 듯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었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녀석은 기운에 잡아먹혀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쯧. 아슬론 녀석에게 완전히 속아 넘어갔군.”

저 불쾌한 기운의 배후에는 지금까지 늘 그랬듯 아슬론이 있을 터.

지금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니 아마도 녀석은 저 느르하조차도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불완전한 세계수를 만들어 그 기운을 흡수하도록 두지는 않았을 테니까.

“죽어라, 죽어, 죽어!”

마침내 광기가 녀석을 지배하였다.

쿠콰콰콰콰!

사방에서 뿜어져 나온 불쾌한 기운이 화살, 창 등 각종 무기의 형태를 만들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 같지만, 그 모든 것에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파파파파파팟!

잠시 후 장내를 가득히 채운 의지의 무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으헉!”

“느, 느르하 님!”

“이게 무슨!”

의지의 무기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대장로, 그리고 하이엘프,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향해 쇄도했다.

부우웅!

다급히 보호막을 펼쳤으나 다른 것도 아니고 의지의 무기다.

그 권능을 한낱 엘프가 감당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팟!

나는 곧바로 공간을 넘어 대장로와 하이엘프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

「사라져라.」

내 의지가 닿은 순간.

파스스스-

주변을 장식한 모든 의지의 무기가 빛의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으아아아!”

하지만 광기에 침식당한 느르하 녀석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더 많은 의지의 무기를 만들었다.

쩌적!

문제는 녀석의 육신이었다.

불완전한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녀석의 육신에 균열이 일었다.

그건 뭐랄까.

마치 석고상에 충격을 가하여 점차 부서지는 듯한 광경이랄가.

‘저러다 골로 가겠네.’

완성되지 않은, 아직 불완전한 기운을 다루는 대가는 육신의 붕괴였다.

평소라면 발휘할 수 없는 막대한 기운을 사용한 대가.

‘역시 일회용이었군.’

그것으로 아슬론이 녀석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녀석의 죽음이 아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원하는 정보를 뱉을 때까지는 죽을 수 없다.

막 권능을 사용하여 녀석의 자살 행위를 막으려는 찰나.

“이, 인간이여!”

대장로가 다급히 입을 열어 나를 불렀다.

“…….”

나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고.

“혹 보여 주실 수 있다면 세계수에서 흡수한 사대 속성을 하나로 합칠 수는 없겠습니까?”

어느새 말투는 존대로 바뀌어 있다.

“사대 속성을 하나로 합쳐라?”

“그렇습니다. 그 힘이라면 분명 타락한 느르하를 본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터.”

“뭐, 어려운 일은 아니지.”

오랜 세월을 산 대장로가 그리 말했다면 뭔가 방법이 있는 것일 터.

‘하나로 합하라는 거지.’

나는 내부에 깃든 세계수의 힘을 관조했다.

대지, 불, 바람, 물.

세계수의 힘은 이 4개 근원의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4개 속성을 하나로 합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나의 의지는 그 어려운 일을 너무도 간단히 해냈다.

쿠쿠쿠쿠!

나의 앞에는 4개 색으로 빛나는 빛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오오오오!”

갑작스레 나타난 빛의 고리를 본 대장로가 감격에 겨운 듯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을 보고 있을 시간이 없다.

“죽엇!”

파파파파팟!

불완전한 의지의 무기를 완성한 느르하 녀석이 다시금 공격을 가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 어서 속성의 고리를 느르하에게!”

대장로는 소리쳤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나는 완성된 빛의 고리를, 대장로가 속성의 고리로 칭한 그것을 힘껏 느르하에게 던졌다.

콰콰콰콰콰쾅!

전진하는 빛의 고리를 향하여 수많은 의지의 무기가 부딪쳤지만, 그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긴 빛의 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으아아아악!”

검붉은 기운에 휩싸인 느르하를 강타!

화악!

거목의 심장부를 모두 집어삼키는 어마어마한 빛을 발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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