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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07화 (107/161)
  • 107화 Chapter 106

    “죽어? 누가? 샘의 현자가? 왜?”

    웬만한 일에는 당황조차 하지 않겠지만 오로라의 그 발언에는 놀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굴종의 종으로 인해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금 그 내용은 진실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게 말이 되나?’

    지금까지 흑막이라고 생각했던 샘의 현자다.

    억울하게, 아니 참담하게 죽어 간 마계 원정대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찾을 셈이었는데, 갑자기 죽었다니.

    “…분명 아슬론 님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도 오로라는 멍한 눈빛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말했다.

    “…자신의 죽음이 알려지게 되면 대륙에 혼란이 올 것을 우려한 아슬론 님은 자신의 죽음을 대비하여 많은 것을 대비하였습니다. 갈린을… 그를 자신의 대역으로 내세웠습니다.”

    “지, 진짜 그가 죽었다고?”

    “말도 안 되는…….”

    오로라의 말에 갈린과 황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

    그러니까 오로라로 인해 정신이 팔려 있던 황제도 저리 반응하는 거겠지.

    「너, 샘의 현자가 이끄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물었다.

    진짜로 오로라가 진실된 정보만을 알고 있는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현자님께서는 자신이 거둔 다섯 제자와 함께 대륙을 수호하는 가디언이란 세력을 만들었습니다…….”

    “가디언?”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녀석이 만든 게 위대한 일원만 있는 게 아니었어?

    「가디언에 대해서 말해 봐라.」

    비록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정보였다.

    ‘가디언이라. 대체 이 녀석은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지?’

    과연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대한 일원만 해도 충분히 대륙을 뒤엎을 수 있는 세력인데, 거기에 가디언이라는 새로운 세력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신분과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가디언은 현자님의 다섯 제자와 함께 창단한 대륙의 수호자들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전쟁, 자연재해와 같은 재앙으로부터 인간들을 지키는 것. 숭고한 목적을 위하여…….”

    ‘그놈의 숭고한 목적은.’

    숭고한 목적, 대의, 이런 말을 지껄이는 단체치고 제대로 그러한 목적에 충실한 녀석들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샘의 현자가 만든 두 단체도 다르지 않을 터.

    「샘의 현자가 만든 단체는 그게 다인가?」

    그것은 결정적인 질문이었고.

    “…네, 그게 다입니다.”

    ‘역시 그렇군.’

    오로라의 대답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샘의 현자가 지닌 모습 중 아주 일부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숭고한 척하는 건 가디언으로, 그리고 클론이나 다른 실험과 같은 사악한 일은 위대한 일원으로 할 생각이었나 본데.’

    목적은 명확하다.

    지금껏 만난 위대한 일원 대부분이 정상적인 사고의 녀석들은 아니었다.

    지금껏 쌓은 샘의 현자라는 명성에 막대한 흠을 가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에 일원에 속해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결코 자신의 이중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것 같다.

    ‘죽었다는 것도 어떤 목적을 위한 연기겠군.’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오로라가 아는 현자의 죽음은 어떤 목적을 위한 연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네가 알고 있는 현자의 다섯 제자에 대해 말해 봐라.」

    더는 죽음이라는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샘의 현자는 분명 살아 있다.

    아마 어떤 계획을 위해서 죽은 척 연기를 하는 거겠지.

    그래서 정보가 필요했다.

    관찰자인 오로라보다 현자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는 그 다섯 제자에 관한 정보가 말이다.

    “…컥!”

    하지만 오로라는 내 말에 대답하지 못한 채 한 움큼의 피를 토해 냈다.

    ‘쯧.’

    내가 굴종의 종을 쓰기를 꺼려 했던 이유가 이거다.

    이 종은 심령을 제압하여 진실을 털어놓게 만들지만 그 힘이 상당한 강제력을 동반하기에 웬만한 인간은 그 권능을 버티지 못한다.

    나름 실력자라고 하는 오로라도 마찬가지.

    지금 그녀는 죽어 가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심문을 계속 이어 간다면 확실히 그 끝은 죽음에 닿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자, 어서 말해라.」

    하지만 나는 심문을 멈추지 않았다.

    동정?

    그런 싸구려 동정보다 그녀를 통해 정보를 얻어 원정대원들의 복수를 실행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제자… 모두를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중 한 명의 정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고작해야 한 명.

    하지만 괜찮다.

    ‘녀석을 족치면 나머지도 알 수 있겠지.’

    다섯 제자 중 하나만 알아도 녀석이 알아서 정보를 불어 줄 테니까 말이다.

    「말해라.」

    “…그는 정적의 숲 가장 깊숙한 곳에 마련된 엘프들의 성지, 거목의 심장부를 다스리는 가장 위대한 엘프 느르하입니다.”

    “뭐, 뭣?!”

    “맙소사. 그 느르하가 제자 중 하나라고?”

    조금 전부터 나보다 더욱더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두 녀석.

    하지만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설마 그 느르하?’

    나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꽤 놀랐기 때문이다.

    가장 위대한 엘프, 느르하.

    보통 세계수의 잎에서 태어난 엘프를 지칭할 때 ‘위대한 자’라는 뜻의 하이 엘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느르하는 이들 하이 엘프보다 더 고귀한 태생으로, 지금껏 유례없었던 세계수의 열매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대륙이 탄생하고 지금껏 세계수의 열매에서 엘프가 탄생한 적은 처음이었고, 심지어 그곳에서 태어난 느르하의 능력과 지성은 하이 엘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육체면 육체, 정신이면 정신, 느르하는 엘프를 다스릴 수 있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엘프의 신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일족으로 나뉘어 있었던 엘프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금기라 여겼던 세계수 안, 거목의 심장부에 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엘프들 사이에서는 ‘신’이라 불리는 가장 위대한 자 느르하.

    그런데 그가 현자의 다섯 제자 중 하나라니.

    ‘살아온 세월을 보면 오히려 반대여야 하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느르하의 나이 이미 1,000살을 넘겼기 때문이다.

    엘프 사회에서야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라곤 하지만 인간의 수명으로 치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뻘 되는 존재였다.

    샘의 현자가 나타난 시기라고 해 봐야 고작해야 50년 전.

    살아온 세월, 그리고 그 세월로 인한 지성의 축적, 그 어떤 점을 보더라도 느르하가 제자가 될 구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저도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한 번, 기회가 되어 느르하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위대한 엘프는 현자님에게 스승으로서의 예우를 다했고, 그것은 마치 숭배와도 같았습니다.”

    만약 지금 상황이 굴종의 종으로 인한 진실의 심문이 아니었다면 저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실체가 드러나고 있네.’

    그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나는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현상.

    어쩌면 샘의 현자 그 녀석도 ‘그들’에 속해 있는 게 아닐까?

    “아아악!”

    마지막 말을 내뱉은 오로라는 머리를 움켜쥐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제 그만 되었다.」

    딸랑-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었기에 굴종의 종을 한 번 흔들어 그녀의 심령을 풀어 주었다.

    “오로…….”

    쓰러지는 그녀를 본 황제가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

    이내 그 행동을 멈췄다.

    이미 모든 진실이 나타났지만.

    ‘믿을 수 없겠지.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는 지금 현재의 상황을 부정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진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부정하고 있는 것.

    본래 충격이 크면 회피를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지라 그 마음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뭐, 대충 내가 알아야 할 정보는 다 들은 것 같으니…….”

    나는 갈린과 황제를 번갈아 응시했다.

    “갈린.”

    “네.”

    “너도 필요한 걸 전부 들었을 테니 이제 확실히 답해야지?”

    “제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솔직하게 말하면 네게 재능이라는 게 보이거든. 그래서 확고한 결심만 보여 준다면 너를 거둘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재능이 탐난다.

    검에서는 타일로, 그리고 마법에선 갈린.

    이 두 녀석이 성장하여 펠리드를 받쳐 준다면 정말 환상의 듀오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혹 내가 사라진다 해도 펠리드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

    조금 전에는 티를 내진 않았지만 이제 거취를 확실히 해야 하는 순간이니만큼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받아만 주신다면 아서 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갈린은 곧장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호오, 현자에 대한 여러 정보를 들었을 텐데도?”

    확고한 그 말이 조금은 의외였다.

    샘의 현자가 어떤 존재인지를 지금까지 전해 들었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망설이지 않고 나를 선택할 수 있다니.

    대체 저 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감입니다.”

    “엉?”

    “솔직히 말해서 이게 말이 안 되는 걸 알지만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서 님을 따르라고.”

    “마법사는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게 아니었던가?”

    “하하하, 그래서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는 이 감을 믿고 실패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슬론의 제자에 관한 것도 감은 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왔는데, 제가 그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그만…….”

    감이라.

    하긴, 유독 감이 뛰어난 부류가 있다.

    어딜 봐도 좋아 보이는 현자의 제자가 되는 제안에 불안함을 느꼈을 정도면 정말 타고난 감이라고 말할 수밖에.

    “좋아. 그 확실한 결정, 아주 마음에 든다.”

    언제든 상황이 되면 배반할 수 있는 녀석이지만 아마 녀석이 나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함이라는 그 목적을 따르기만 한다면 나를 배신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럼 나머지는…….”

    갈린의 거취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나머지 처리가 남았다.

    고뇌에 휩싸인 황제와 오로라 황비에 관한 것.

    “본래 내게 칼을 들이댄 녀석 중 살아 돌아간 녀석은 없지만 특별히 네 녀석은 살려 주마.”

    나는 녀석을 살려 주기로 했다.

    비록 내게 덤빈 게 괘씸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황성에 침입한 이를 공격한 것이니 어느 정도 정당방위를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무척 혼란에 휩싸여 있는 것 같은데, 어차피 황성에 돌아가게 되면 모든 비밀이 밝혀지게 될 터.”

    과연 지금까지 오로라로 짐작되는 관찰자가 말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 그건 곧 밝혀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딱!

    마법을 발현하여 황제와 황비를 황성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두 사람.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내게 다가온 갈린이 행보를 물었다.

    “어쩌긴. 당장 거목의 심장부로 쳐들어가야지.”

    현자의 다섯 제자 중 하나인 가장 위대한 자 느르하.

    녀석이 있는 거목의 심장부를 방문한 셈이다.

    “하지만 그곳은…….”

    갈린이 눈치를 보며 말을 흐린다.

    물론 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고 있다.

    “알아. 거목의 심장부 안에서는 그곳에서 태어난 엘프가 아닌 이상 어떠한 힘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대륙의 보물로 통하는 세계수의 잎, 열매, 그리고 이슬 등 온갖 불사의 영약이 가득한 거목의 심장부가 지금까지 멀쩡한 이유.

    그것은 그 안은 모든 힘과 마력, 그리고 권능을 발현할 수 없는 ‘침묵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지. 내 힘이 센지, 아니면 그것을 막을 세계수의 힘이 센지는 직접 겨뤄 봐야 알 수 있을 테니까.”

    “…….”

    내 말에 표정을 구기는 갈린.

    아마 녀석은 지금 미친개에게 잘못 걸린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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