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05화 (105/161)

105화 Chapter 104

「쿠우우우!」

내가 펼친 영상 마법으로 황성의 상황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수백 개의 재앙이, 금기의 마법이라 불리는 운석 소환이 황성을 향하여 떨어지고 있었다.

“…….”

처음에는 동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으으음…….”

이내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목숨에 미련이 없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주변인을, 심지어 많은 이를 책임지는 황제의 제국 자체를 건드린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설마 네가 생각하는 제국이 이걸 막을 수 있을 거로 판단한다면 착오라고 말해 주고 싶네.”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제국이, 황성 안에 있는 인재들이 운석 소환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는 광경이 곧이어 드러났다.

「콰챠챵!」

떨어지는 운석으로부터 황성을 보호하기 위해 펼쳐진 보호막이 간단히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이쿠! 어떻게 운석 하나를 막지도 못하냐.”

나는 그런 녀석들을 비웃었다.

창공에 펼쳐진 녀석들의 보호막은 단 하나의 운석을 감당하지 못한 채 부서져 버렸다.

사실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마력과 마기를 섞은 나의 독창적인 마력 운용에 의해 탄생한 마법은 기존의 마법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파괴.

오직 그 목적 하나만을 위해 탄생한 마법은 아무리 크루노아 제국이라고 해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자,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고. 째깍, 째깍!”

나는 녀석을 압박하기 위해 입으로 소릴 냈다.

“…….”

녀석은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만, 그만!”

결국 참지 못한 채 소릴 질렀고.

“말로만? 나는 입만 터는 녀석을 믿지 못해서 말이야.”

하지만 녀석의 백기 선언에도 나는 운석 소환을 거두지 않았다.

괜한 여지를 남겨 두는 것보다 이참에 확실히 녀석의 반응을, 완전한 항복을 이끌어 내야만 한다.

“말하겠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말할 테니 제발 그만…….”

‘제발’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끝났네.’

끝났다.

녀석은 완전한 항복을 선언했고.

딱!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다시금 마력을 발현했고.

「쿠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과 함께 수백 개의 운석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것은 파멸의 권능을 담은 것. 그렇기에 작은 운석 조각 하나 없이 완전히 소멸했다.

“이, 이럴 수가?!”

“맙소사! 어찌 인간이 이런 힘을…….”

그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황제, 그리고 갈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백 개의 운석 소환만 해도 인간의 경지는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 하나로 모두 파괴(그것도 흔적도 없이)해 버렸으니 놀라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있으니.

“…….”

갈린의 시선이 뜨겁다.

힐끔 녀석을 응시하자 초롱초롱하다 못해 별처럼 반짝이는 녀석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쯧, 아주 단단히 빠져 버렸네.’

누군가 본다면 사랑에 빠진 사내의 눈빛이라고 오해할 정도다.

과연,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녀석은 강함이라는 끊임없는 공부를 위하여 영혼까지도 팔 수 있는 것 같다.

“자, 네가 간절히 바랐던 것을 이루어 줬다. 그럼 이제 보상을 받을 차례지?”

갈린에게서 시선을 거둔 후 황제를 응시했다.

“…그래,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말해 주겠다.”

이제는 ‘짐’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을 내려놨다는 증거.

그와 함께 녀석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뭐야? 별거 없잖아?”

황제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별게 없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이(90% 이상이) 갈린이 발언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너도 나머지 다섯 제자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거지?”

“그렇다…….”

혹시 황제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이 녀석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진 않고.’

심안을 펼쳐 녀석의 의식 깊숙한 곳을 살펴봤지만 이야기하는 내내 거짓이라는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너희 10명의 제자를 관리하는 관찰자가 있다는 말이지?”

그것은 갈린이 모르고 있었던, 오직 황제만이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렇다. 갈린은 모르고 있었던 같지만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는 관찰자가 항상 10명의 제자 주위를 맴돌고 있었지.”

“그자에 대해서는 모르고?”

“나도 언질을 받아서 알게 된 거지, 만약 스승님이 그리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관찰자는 은밀하게 움직였으니까.”

“오호라.”

관찰자라.

이왕이면 녀석을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뭐, 애초에 관찰자라는 존재 자체를 몰랐으니 그것이 가능할 턱이 없지만.

“좋아! 모두 사실을 이야기한 것 같으니 제국의 멸망을 보류해 두도록 하지.”

“보류라……?”

“왜? 떫어? 그래도 어쩔 수 없어. 현자 녀석과 관련된 곳, 그리고 인물들은 계속 내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거든.”

샘의 현자 아슬론.

녀석은 마계 원정대를 꾸리게 한 장본인이며 그리고 그곳에 포함된 용사 일행에게 비밀리에 명령을 전달한, 가장 수상쩍은 녀석이다.

지금까지야 심증만 있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녀석이 위대한 일원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는 방관할 수 없었다.

“그런…….”

“불만 있어? 그럼 알아서 잘 살아. 굳이 내가 끼어들 만한 행동만 자제하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물론 그 말의 숨은 의미는 무엇이냐.

‘현자 녀석과 관련되어 있으면 좋은 꼴 보기는 힘들 거다.’

그러한 의미를 담은 말이다.

나와 원정대원을 지옥의 아가리로 처넣은 현자 녀석을 용서할 수는 없으니까.

“…….”

하지만 녀석은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

‘그래, 지금은 혼란스럽겠지.’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당장 스승과의 인연을 끊고, 그의 흔적을 모두 지워라.

이건 나라고 해도 쉽게 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지켜볼 생각이다.

과연 녀석이, 그리고 제국이 현자 녀석과 어떻게 인연을 끊는지, 그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지.

“자, 그럼…….”

갈린과 황제와의 볼일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 검은 가면을 쓴 수상쩍기 그지없는 녀석.

짝!

나는 의지를 담아 녀석의 뺨을 세게 쳤다.

“으아악!”

그와 동시에 발작하듯 의식을 차린다.

하하하, 너무 과하게 의지를 부여했나?

이 정도로 돌발적인 행동을 예상했던 건 아닌데.

“이, 이곳은……?”

“내 방.”

“…허억!”

그제야 나를 확인한 녀석이 경악하며 급급히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턱!

이 좁은 방 안에서 녀석이 도망갈 공간은 없었다.

“왜? 아까처럼 반항이라도 하게? 그러지 않는 게 좋을걸. 내가 다른 곳은 몰라도 방 안이 어지럽혀지는 건 못 참거든.”

진짜다.

만약 녀석이 여기서 반항할라치면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사지를 잘라 버릴 것이다.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소국의 전왕 따위가 어떻게 이런 무력을…….”

“그 끝나지 않을 논쟁거리는 집어치우고.”

이제 이 반응은 지겹다.

더는 답해 줄 이유가 없기에 성큼 녀석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날도 더운데 그 가면부터 벗자.”

쉬익-

녀석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인 손을 이용하여 녀석이 쓰고 있는 가면을 벗겼다.

“아, 안…….”

녀석이 반항하여 소리치려 했지만 이미 가면은 벗겨지고 난 뒤였다.

“엇?!”

“으음…….”

“…….”

나뿐만 아니라 갈린과 황제도 놀라며 경악성을 터뜨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가면이 벗겨지면서 드러난 녀석의 얼굴이 아주 끔찍했기 때문이다.

“제, 제길……!”

황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게 가려질 턱이 있나.

녀석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망가뜨린 것처럼 붉은색 살점이 드러나 있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눈동자와 코, 귀, 그리고 입뿐. 나머지는 모두 붉게 물들어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것.

“잘 봤지? 네 녀석의 스승이라는 녀석이 하는 행동이라는 게 참 대단하기 그지없네. 하나는 정신을 지배하질 않나, 또 다른 누군가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아예 뭉그러뜨렸으니.”

아무리 비밀을 위한 것이라지만 이리 악독할 줄이야.

확실히 샘의 현자는 대륙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닌 것 같다.

“네놈!”

얼굴이 공개된 것에 분노한 녀석이 다시금 발작하려고 했지만.

「꿇어!」

애초에 녀석의 모든 수단을 차단하기 위하여 의지를 발현했다.

쿵!

항거할 수 없는 의지로 인해 녀석은 쿵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었다.

본인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 녀석은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했으니까.

“너.”

나는 녀석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정체가 뭐냐?”

갈린과 황제의 신분은 명확했다.

하지만 녀석, 얼굴이 망가진 검은 녀석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렇기에 노골적으로 물었다.

“…흥!”

물론 대답해 줄 턱이 없었지만.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그 반응은 예상한 바였다.

왜냐하면 녀석은 관찰자다.

내부의 인사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니 당연히 아슬론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정도의 점조직을 운영하는 아슬론이 평범한 이를 감시 인원으로 쓸 리는 없을 테니까.

“아마 네게는 어떤 고문도, 어떠한 협박도 통하지 않겠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주변인을 유추하기도 힘들다.

고문이나 기타 무력 수단이 통하느냐? 그것도 힘들 거로 단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게 뭐냐?

“그래서 준비했지.”

딸랑-

녀석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종이었다.

울부짖는 인간의 얼굴이 덕지덕지 붙은, 끔찍한 형상의 종은 과거 12권좌의 마신 시트리를 쓰러뜨리고 얻은 ‘굴종의 종’이다.

‘이걸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워낙 악독한 물품이라 지금까지 이것을 사용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원정대의, 어쩌면 마계 원정대가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진 결정적인 흉수라 할 수 있는 현자의 음모를 알기 위한 것.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부터 나의 목적을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하겠다. 그러니 내게 인정이라는 것을 바라지 마라.”

“…….”

하지만 내 협박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입을 꾹 다문 채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어디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두고 보자.’

딸랑-

그렇기에 곧바로 종을 흔들었다.

“…….”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딸랑딸랑-

계속해서 종을 흔들며 마기를 주입하자.

스으으으-

검은 안개와 같은 기운이 일어났다.

물론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오직 굴종의 종을 가진 주인에게만 보이는 특별한 기운.

스스스스-

그 기운은 느릿하게 퍼지기 시작해 마침내 검은 가면 녀석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번뜩!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상.

녀석의 눈동자가 검에 물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먹혔다!’

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굴종의 종이 지닌 권능이 제대로 먹혔음을.

「종의 주인이 명한다. 네 이름을 말해라.」

그것은 의지가 아니라 마기를 실은 음성.

“으으으…….”

처음에는 반항하는 듯 몸을 떨던 검은 가면.

하지만 굴종의 종이 지닌 권능은 한낱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 저는 오로라 페이스민……. 크루노아 제국의 황비, 황제의 아내입니다…….”

“뭐, 뭐라고?!”

그 순간 검은 가면은 내가, 아니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을 내놓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