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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03화 (103/161)
  • 103화 Chapter 102

    “일단 너희 둘은 여기 들어가 있어.”

    “자, 잠시만……!”

    갈린과 황제 클리오.

    나는 두 녀석을 속박하여 아공간 안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굳이 녀석들을 답답한 그 공간에 가둬 둔 이유는.

    ‘분명 이쯤 되면 등장할 때가 됐단 말이지.’

    황제가 납치되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지위와는 달리 그리 대단한 녀석은 아닌 것 같지만 위대한 일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많은 정보를 지닌 내부자가 납치된 셈이니 빠르게 반응할 게 틀림없었다.

    스으으으-

    그렇기에 마기를 이용하여 내 모습을 감췄다.

    혹시 몰라서 의지를 이용한 주변의 시간, 그리고 공간마저 차단하였다.

    마기만 사용했다면 모를까, 의지를 통하여 존재 자체를 지웠기 때문에 내 존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이는.

    ‘최상위 신격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그렇기에 안심하며 기다렸다.

    반드시 나타날 배후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서 왕자라. 예상치 못한 존재의 등장이로군.”

    어딜 봐도 수상쩍기 그지없는 흑색 가면을 쓴 녀석이 나타나 중얼대기 시작했다.

    ‘왔구나!’

    본래는 황금 가면 정도를 예상했는데, 특이하게도 검은 가면을 쓴 녀석이 나왔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계급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간 보아 온 황금, 그리고 은빛 가면보다 더 높은 자임이 확실하다.

    “잡았다, 요놈!”

    존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이게 무슨……?!”

    놀라는 녀석.

    하지만 녀석이 놀라건 말건 나는 쉽게 잡은 녀석의 멱살을 통해 속박의 의지를 주입했다.

    “내가 배후가 나대는 걸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씨익- 갓 잡은 먹이를 응시했다.

    하지만.

    “어리석구나.”

    처음의 당황과는 달리 녀석은 태연했다.

    “허세를 부리고 싶은 모양인데, 그렇게는… 응?”

    하지만 이내 의문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스륵- 녀석은 마치 유령처럼 내 손아귀를 벗어나 멀찍이 물러났다.

    “이것 봐라?”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록 마수를 깨워 일체가 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지를 사용하여 속박하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은 마치 그 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유유히 속박에서 벗어난 것이다.

    내 손과 검은 가면 녀석을 번갈아 가며 응시했다.

    “고작해야 그 정도의 권능으로 나를 속박할 수 있을 것 같았나?”

    “어. 솔직히 너희 일원에 속해 있는 웬만한 녀석은 그 정도에도 맥을 못 추더라고.”

    “으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녀석이 웃었다.

    “나를 그따위 실패작과 비교하는 것인가? 나는 녀석들과는 다르다. 완벽한 존재, 우리 일원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향에 가장 가까운 존재이다.”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다.

    “하긴, 지금의 네 녀석은 이해할 수 없을 테지. 깊게 알려 하지 마라. 어차피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 날 테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에는 관심 없다.

    나는 건방진 녀석을 교육하기 위한 의지의 검을 만들었다.

    파파파파팟!

    찰나의 순간 무한히 늘어난 의지의 검이 장내를 뒤덮었다.

    “그래도 좀 치는 것 같으니까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죽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죽을 정도의 고통은 줄 생각이다.

    “어리석은!”

    “어리석은 건 너고.”

    그리 말하며 손을 휘저었다.

    쉭, 쉬이익!

    나의 의지에 반응한 검이 섬전과도 같이 움직이며 검은 가면 녀석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의지의 검이라. 확실히 높은 경지에 이르렀군. 허나.”

    놀랍게도 녀석은 의지의 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뜻은.

    카카카캉!

    단 한 번도 빗나간 적 없던 의지의 검이 허무하게 소멸하고 말았다.

    “의지의 힘을 다룰 수 있어?”

    웬만해선 놀라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진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대륙의 강자라고 하는 것들을 많이 만났다.

    검왕, 심지어 녀석이 어르신이라 말하는 염왕도 의지의 영역에는 닿지 못했는데 눈앞의 검은 가면 녀석은 의지의 힘을 다루고 있었다.

    ‘확실히 내가 알고 있던 대륙은 아니네.’

    그제야 실감이 난다.

    내가 알고 있던 대륙은 9성, 그리고 9써클을 이루면 최강자라 지칭을 받던 곳이었다.

    그런데 웬걸?

    돌아온 대륙은 내가 알고 있었던 것 이상을, 뭔가 어긋나 버린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래서 더 재밌긴 하지만.”

    하지만 이 상황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내가 가진 무력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만약 내가 생각했던 대륙이었다면 내 힘의 10분지 1도 쓰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지의 힘을 다루는 인간이 나왔다?

    그 말뜻은 언젠가는 내 모든 힘을, 아니 백번 양보해서 절반의 힘을 사용할 만한 인간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자, 어디 수준이나 한번 볼까?”

    나는 웃으며 녀석에게 말했지만.

    “하하, 건방지구나. 어디서 그런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네 녀석은 절대 나의 상대가 아니다.”

    녀석의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괜찮다.

    ‘잠시 후면 하늘 밖에 하늘이 있음을 알고 질질 짜고 있을 테니까.’

    내가 예언가는 아니지만 이 부분은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장인의 망치질을 통하여 단련되었으니.」

    “이열?!”

    꿈틀대는 의지의 힘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칼의 노래를?’

    놀랍게도 녀석은 의지를 움직이며 칼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 고유 기술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네.’

    솔직히 말해서 칼의 노래라는 건 내가 만든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당황스럽게도 눈앞의 검은 가면 녀석이 의지를 움직여 칼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심지어.

    콰아아아아!

    매서운 의지의 힘이 나를 옭아맸다.

    칼의 노래가 완성되기 전까지 내 행동을 구속할 셈이었다.

    ‘흐음…….’

    그 의지의 강도가 얼마나 되는지 시험해 보았다.

    그그극-

    꽤 힘을 주었지만 좀처럼 구속이 풀리진 않았다.

    ‘허술하진 않네.’

    구속에 깃든 의지의 힘이 꽤 단단하다.

    이 정도라면 제대로 의지를 다루는 방법을 깨우친 게 분명하다.

    ‘어떻게?’

    하지만 곧장 의문이 든다.

    의지의 힘이라는 건 인간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물론 나도 같은 인간이긴 하지만 사정이 조금 다르지 않은가.

    무한한 삶을 사는 초월체, 혹은 신격들과는 달리 인간은 유한한 삶, 즉 필멸자에 불과하다.

    나와 같이 특수한 환경, 뒤틀린 시간 속에서 머물지 않는다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것.

    ‘그런데 녀석에게서는 그러한 업(業)을 느낄 수 없단 말이지.’

    같은 고행의 길을 걸어왔다면 내가 느끼지 못할 턱이 없다.

    그런데 검은 가면 녀석에게서는 그러한 고행의 흔적이 없었다.

    그건 뭐랄까.

    마치 누군가 속성으로 의지의 영역을 가르친 듯한,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 주입해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칼의 노래가 완성되어 보면 알겠지.’

    그래서 기다렸다.

    녀석이 어떤 의지를 지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만 번, 수천 번 단련된 그 검은 세상에 그 무엇도 벨 수 없는 게 없도다.」

    거창한 끝맺음과 함께 마침내 완성된 것.

    웅웅웅!

    그것은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는 검이었다.

    대단한 크기나, 혹은 거창한 모양새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잘 단련되어 있네.’

    의지가 굉장히 압축된, 아주 단단하고 예리한 검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면.

    ‘자신의 업이 아니라는 것인데.’

    본래 칼의 노래라는 것은 자신이 과거 행한 일, 그 위업을 통하여 완성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빛나는 의지의 검은, 검은 가면 녀석이 뿜어 대는 기운, 의지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는 뜻은 뭐다?

    ‘전수를 받았다는 것.’

    그 업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무나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의지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다면 충분히 타인이 지닌 업을 계승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담로! 세상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위대한 검의 의지니라!”

    칼의 노래를 완성한 녀석이 의기양양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자기 것도 아니면서 잘난 척 으스대기는.”

    “뭣이?!”

    비록 가면에 가려져 표정은 볼 수 없으나 순간적으로 놀라는 감정이 깃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 좋은 스승을 만나서 칼의 노래를 이어받은 것 같은데.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녀석을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아무리 네가 노력해서 칼의 노래를 완성했다 한들, 자신의 업이 아니라면, 자신이 이룩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위력이 반의반도 안 된다는 것을.”

    “닥쳐라!”

    믿을 수 없는지, 아니면 그것을 부정하는지 일갈한 녀석이 담로를 움직였다.

    쐐애애액!

    그 움직임은 보통의 것이 아니다.

    세계의 운명을 거스르는, 움직이는 순간 반드시 적을 꿰뚫을 수밖에 없는 영역의 빠르기.

    아마 나를 제외한 다른 보통의 상대였다면 그 움직임을 읽지도 못한 채 쓰러졌겠지만.

    지이잉-

    의지의 힘을 발휘하여 시간마저 멈춰 버린 내게는 너무도 느리게 보일 뿐이었다.

    그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날아오는 담로를 빤히 응시했다.

    나와 같이 정점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힘을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녀석의 것은 아냐. 뭔가 장인의 힘이 느껴지는데.’

    담로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장인(匠人), 대장장이의 업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검을 만드는 장인의 업이 깃든 담로는 확실히 세상의 그 무엇도 벨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기를 뽐내고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에서 나는 예외지만.”

    희미한 미소를 띠며 검을 잡았다.

    웅웅!

    그것은 파멸.

    녀석은 내 손을 타는 게 기분이 좋은지 낮은 검명을 토했다.

    “어디 한번 맛이나 보자.”

    파멸에 마기를 주입하여 검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스윽!

    다가오는 담로를 보며 수직으로 베는, 아주 간단한 동작을 선보였고.

    “으하하하! 멍청한 녀석. 의지의 검을 한낱 쇳덩이 따위로 벨 수 있다고…….”

    하지만 녀석은 말을 잇질 못했다.

    스팟!

    녀석이 구현한 담로가 내 파멸에 닿음과 동시에 소멸해 버렸기 때문이다.

    뭐 대단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다른 사람의 업을 계승한 의지는 반의반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녀석의 말처럼 고작 쇳덩이로 의지의 검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하지 않은 것이라면, 특히 다른 이의 업을 계승한 것이라면 베지 못할 것도 없다.

    “…….”

    고작 한 번.

    하지만 전력을 다한 의지의 검이 소멸한 순간 녀석의 전의는 꺾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수준의 차이를 조금은 알고 있나 보네?”

    “너, 너는… 대체 누구지?”

    익숙한 반응이다.

    항상 힘의 일부를 보일 때마다 내가 누군지 묻는다.

    그리고 다음 반응은.

    “서, 설마 시, 신격이십니까?”

    빙고!

    이럴 줄 알았다.

    “아니, 나 토종 대륙 인간인데?”

    그리고 내 대답은 언제나 그렇듯 이것이다.

    그리고.

    퍼억!

    “컥!”

    혹여 딴마음을 품지 못하게 검은 가면 녀석의 명치에다가 의지가 잔뜩 실린 주먹을 꽂아 넣었다.

    털썩!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던 것과는 다르게 녀석은 그 묵직한 한 방에 의식을 잃었다.

    “황제, 현자의 제자, 그리고 의지의 힘을 다루는 녀석까지.”

    철저하게 자신의 몸뚱일 감추고 있었던 위대한 일원.

    아마 이 녀석들을 통하여 정보를 얻는다면 그 거대한 몸뚱어리를 발견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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