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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95화 (95/161)

95화 Chapter 94

하지만 동생을 무시한 녀석들을 곧바로 참교육 할 수는 없었다.

“크으으…….”

내 주먹에 맞고 날아간 녀석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호라!”

죽지 않게 힘 조절을 하긴 했지만, 설마 곧바로 일어설 줄은 몰랐다.

‘그 정도 충격을 버텼단 말이지?’

그냥 지나가는 엑스트라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녀석들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

“꽤 매서운 주먹이로군.”

스윽-

입안이 터져 흘러내리는 핏줄기를 닦는다.

“으하하하하! 과연 드레이브 녀석이 거짓을 말하진 않은 모양이야!”

맞는 걸 좋아하는지 통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화르륵!

여전히 손에서 놓지 않은 검에서 강렬한 백색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백화기(白火氣)!”

“벌써 백화기를 발현하신단 말인가?”

“어르신께서 단단히 열이 받으신 모양이로군.”

그것을 본 잡놈들이 저마다 입을 보탠다.

“내게서 백화기를 뿜어내게 한 이상 곱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응. 나도 곱게 끝낼 생각은 없어. 감히 내 동생을 무시하고도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으하하하하하!”

하지만 내 말에 녀석은 웃었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고작해야 소국의 왕 따위가 우리의 예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런데 이 새끼들이 아까부터 소국, 소국 거리네.

듣는 소국의 왕과, 선대 왕 기분 나쁘게 말이야.

“뭐, 너희가 제국의 황제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댄다?”

“황제라. 그보다 더한 위치에 있었으면 있었지, 황제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런데 나는 너희에 대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을 때 네 녀석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테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내가 마계를 방랑하고 다녔을 무렵에 정자도 아니었을 녀석이.

하지만 그 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내 나이가 1,000살이 넘는다고 말하면 당연히 믿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그럼 줘 터지기 전에 그 대단한 이름이나 한번 들어보자.”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을 보니 확실히 한가락 하는 녀석인 건 분명한 것 같다.

“염왕 글리악. 과거에는 그런 이름으로 불렸었지.”

그리고 그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여, 염왕!”

「맙소사!」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봉제인형이었다.

「왜? 아는 녀석이야?」

나는 반응을 보인 1,315호를 향해 의지를 전달했다.

대륙의 온갖 정보를 수집하며 그것을 재미로 삼았던 1,315호라면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 있을 터.

「과거 마족 중 마신들에게 반역을 품고 중간계 정벌을 시도했던 이가 있었습니다.」

그런 녀석이 있었다고?

오랜 시간 마계를 방랑했지만, 그건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다들 쉬쉬하는 터라 그러한 정보가 마신왕 폐하께 들어갈 일은 없었을 겁니다. 어쨌든 그 마족은 스스로 ‘베엘제붑’이라 칭하며 기존 마신의 질서를 거부하던 마족들과 함께 중간계 정벌을 위한 차원 이동을 감행했습니다.」

베엘제붑이라.

확실히 고유의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는 72 마신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인물이긴 하다.

「어떻게 차원 이동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용케 차원을 넘은 그들은 중간계에 도착함과 동시에 피의 축제를 벌이려고 했지만…….」

「했지만?」

「하필 차원 이동으로 넘어온 곳이 저 염왕의 거처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어쩐지 연식(?)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더라니.

저 염왕이라는 자, 보이는 것과는 달리 꽤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수백의 마족과 한 인간의 싸움. 당연히 승자는 베엘제붑과 마족들에게 돌아갔어야 하지만, 예상외로 승리를 거둔 건 한 인간, 바로 저자 염왕이었습니다.」

어쩐지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더라니.

‘확실히 그 정도면 자신감을 가질 만하네.’

나는 새삼 다시 봤다는 눈으로 염왕을 바라봤다.

「당시 베엘제붑의 중간계 정벌을 파악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마족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잿더미가 된 베엘제붑과 마족의 흔적만을 찾을 수 있었지요. 감히 인간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엄청난 불꽃의 힘, 해서 이 사실을 파악한 일부 마족들과 대륙의 몇몇 사람은 그를 염왕이라는 칭호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새삼 다시 봤다는 눈으로 염왕을 응시했다.

저 말대로라면 이미 100년 전부터 완성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에는 더욱더 강해졌을 게 뻔했다.

“저, 정말 100년 전 그 마왕 베엘제붑을 물리친 염왕 님이…….”

“으하하! 나를 알고 있는 건가? 소국의 왕치고는 제법 식견이 괜찮군.”

펠리드의 말에 염왕이 웃었다.

자신을 알아본 것이 꽤 대견한 것 같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왕의 칭호를 이은 이들.”

염왕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을 보며 말했다.

「그 말이 맞습니다. 낭왕, 혈왕 등 모두가 왕의 칭호를 이은 자들뿐입니다.」

염왕은 모르지만, 뒤에 언급했던 칭호는 나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이들이로군.’

그리고 그들에 대한 공통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이들이라는 점.

원수를 만나 죽었다, 더 위의 경지를 밟기 위해 다른 대륙으로 이동했다는 등 소문만 무성하지 정작 그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그 은왕림이란 조직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제국의 황제도 우리 앞에서 예의를 따질 수 없거늘. 감히 소국의 왕 따위가…….”

“그놈의 소국, 소국. 아주 듣기 지겨워 죽겠네.”

더는 듣기 싫어 염왕의 입을 막았다.

“쯧. 나이를 먹었으면 곱게 먹어야지. 그리고 뭐? 소국의 왕 따위? 남들이 왕이라고 치켜세워 주니까 네가 진짜 왕이라도 된 줄 아는 거 아냐? 원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네 녀석은 어떻게 된 게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은 것 같다?”

“…….”

나의 속사포와 같은 말에 염왕은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놈……!”

뒤늦게야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녀석이 엄청난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검에서 일어나는 그 백화긴가 뭐시긴가 하는 것도 더욱더 강렬하게 변했다.

“왕의 자질을 지닌 자가 있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건만, 아무래도 네 녀석은 가만히 둘 수 없을 것 같구나.”

찌릿-

그것은 명백한 살의였다.

“오호라. 지금 날 죽일 의지를 품었다 이거지?”

“내게 모욕을 주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더냐.”

“그래. 어차피 곱게 넘어갈 생각도 없었는데, 그렇게 나와 준다면 나야 환영이지.”

아무래도 교육의 강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놈!”

팟!

지면을 박찬 것과 동시에 녀석의 육신이 내게 접근한다.

그야말로 순식간, 찰나에 불과한 순간에 벌어진 일.

“죽어라!”

스윽!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기가 부여된 녀석의 검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응, 안 죽어.”

녀석은 전력을 다한 일 검을 펼쳤지만, 내게는 그 의지가 너무도 하찮다.

그렇기에 가볍게 맨손을 앞으로 뻗었다.

텁!

“허업!”

곧이어 일어나는 일에 경악하는 녀석.

“놀랐어?”

내가 한 일이란 건 간단하다,

백화기, 녀석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다고 했던 기운이 깃들여진 검을 맨손으로 붙잡은 것이다.

“뜨뜻하니 좋네.”

나는 그 불길을 온전히 즐겼다.

허세가 아니다. 내 의지로 무장한 손은 녀석이 자랑하는 백화기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건방지구나!”

화륵, 화르륵!

녀석의 분노가, 그 의지가 백화기에 더해지며 강렬한 불꽃을 만들었다.

그러나.

“소용없다니까.”

나는 녀석의 불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냈다.

아무리 녀석이 초월의 한계에, 입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려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내게는 하찮은 경지에 불과했다.

검술 실력도 아니고 권능과 의지의 싸움으로 가고자 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 턱이 없지 않은가.

‘그걸 모르는 것 같으니 교훈을 줘야겠지?’

모르는 녀석에겐 매가 약이다.

꽈악!

손아귀에 힘을 주어 비틀었다.

그 순간.

빠캉!

큰 소리와 함께 염왕이 들고 있던, 아마도 무척 아꼈을 것만 같은 검이 두 동강 나 버리고 말았다.

“무슨!”

경악하는 녀석.

애초에 명성이 있는 녀석이 지닌 검이니 꽤 명검인데다가 기로 보호까지 하고 있었는데 부서졌으니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 걱정할 처지가 아닐 텐데?”

나는 웃음을 흘리며 주먹을 뻗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조금은 힘을 주어서, 녀석이 아주 하찮은 존재에서 하찮은 존재 정도로 생각한 범주의 힘을 주입한 채 말이다.

퍼억!

“커헉!”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내 주먹은 녀석의 명치를 가격했고.

쿠탕탕탕!

녀석은 그 힘에 의해 지면을 형편없이 구르며 조금 전 부딪쳤던 벽과 충돌했다.

“크으…….”

그런데 일어난다.

이 정도 힘이라면 기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부들거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다시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뚱이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겠네.’

확실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몸뚱이는 단단한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내 강함의 문제이기도 하다.

죽이는 건 쉽다. 하지만 기절할 정도로 힘 조절 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마계에서는 애초에 살려 보내는 행위 자체를 한 적이 없으니.’

하지만 중간계, 여기 대륙에선 무자비한 살생을 할 순 없으니.

아무래도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조금은 배울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으아아아아!”

잘난 체하다가 자존심이 구겨졌는지 악을 쓴다.

뭐 대단한 권능도 아니고 고작해야 가볍게 내지른 주먹질에 당한 게 수치스러웠겠지.

그런데 녀석은 알까.

이 가벼워 보이는 주먹에 녀석이 그토록 닿고 싶어 하는 신격들도 허무하게 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모르니까 저러겠지.’

하지만 그 사실을 알려 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어 줄 필요성이 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으니까 조금 더 맞을까?”

그리 말한 후.

팟!

나의 몸은 이미 염왕에게 당도해 있었다.

“놈!”

비틀대던 녀석은 그래도 본능이 남아 있었던지 반토막 난 검에 불꽃의 힘을 실어 날을 만들었다.

스으으-

분명 녀석은 전력을 다해 펼친 일격이리라.

그러나 내게는 그 일 검이 너무 느리고,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휘익.

가볍게 상체를 뒤로 빼며 간단히 공격을 피한 후.

퍽!

녀석의 인중에다가 주먹을 꽂았다.

“크헉!”

신음과 함께 고개가 젖혀진 녀석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줄줄 흐른다.

“어, 어르신!”

“네 녀석, 무례하구나!”

“감히!”

그리고 자칭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행동하는 숨은 왕들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여간 정의로운 척하는 것들이 정작 정의로운 걸 본 적이 없다니까.”

조금 전까지는 자신들이 무슨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대단한 사람들인 것처럼 떠들더니 불리한 상황이 오자 다 같이 무기를 빼 들고 연합 공격을 시작한다.

“오냐. 너희도 매가 그리웠지? 오늘 좀 맞자.”

내가 녀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건 아주 간단하다.

파파파파파팟!

허공에 그려지는 무수히 많은 주먹의 그림자.

세상을 장악한 것처럼 무한히 늘어나는 그 주먹은 염왕을 비롯한 자칭 왕이라 칭하는 녀석들의 육신을 강타했다.

“컥!”

“큭!”

“끄윽!”

들리는 것이라곤 녀석들이 내지른 비명뿐.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

칼춤을 춘 녀석들 중 서 있을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이었다.

“으으으…….”

마치 송충이가 된 것처럼 저마다 땅바닥을 기기 시작하는 우리의 왕님들.

“쯧. 아까의 그 기세는 다 어디가고, 다들 바닥을 기고 계실까?”

“…….”

조금 전의 그 주먹질로 인해 의지가 꺾여 버린 녀석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내 동생에게 무례하게 대한 것에 대한…….”

굳이 녀석들의 의식을 날려 버리지 않은 건 펠리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말을 막 내뱉으려는 찰나.

「드디어, 드디어 찾았다, 염왕. 오늘 너의 목숨을 거두어 갈 것이다.」

내 행사를 방해하는 훼방꾼의 등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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