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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85화 (85/161)

85화 Chapter 84

“뭐야!”

그건 허무한 결말이었다.

자존심 강한 전쟁, 신격의 존재를 마구 짓밟은 후 정보를 발설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웬걸?

녀석은 높디높은 자존심을 지닌 신격이라곤 생각할 수 없이 ‘자살’했다.

‘이게 말이 돼?’

조금이라도 예상하였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마 신격을 이룬 녀석이, 그것도 전쟁이라는 상위의 격을 이룬 녀석이 이토록 허무하게 자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기에 방비를 하지 못했고, 결과는 허무하게 인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쯧!”

가볍게 혀를 차며 파멸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저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륙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검이었기에 필요할 때 이외에는 들고 있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

파멸을 넣은 후 주위를 살펴봤다.

전쟁이 양성한 100명의 사도도, 그리고 전쟁도 모두 소멸했다.

‘끝났군.’

이것으로 소란은 일으켰던 근원을 제거한 셈.

후에 다른 신격이 등장할 여지는 있겠지만 당장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곧장 그곳을 벗어나 다시금 왕성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응?”

곧 그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웅웅웅!

눈앞에 공명하는 빛의 구체, 붉은 기운에 휩싸인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근원의 파편과 흡사한데, 조금은 다르네.’

그것은 고대 신을 처치하고 얻었던 근원의 파편과도 흡사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것과 흡사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것에 손을 가져갔다.

슈오오오!

그 순간 구체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기운이, 존재의 격이라 불리는 것이 내게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다.

‘전쟁의 격이구나!’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전쟁의 격.

녀석의 존재가, 녀석이 지니고 있던 모든 권능이 내게 흡수되고 있었다.

‘이건 또 새로운 기분이네.’

웬만해선 감정의 동요가 없다.

하지만 전쟁의 격을 흡수하는 도중에는 ‘환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 전쟁의 격은 모두 내게 흡수되었고.

「크허허허헝!」

그 순간 나는 느꼈다.

“마수가 사라졌어?”

내 무의식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7마리의 마수 중 하나, 가학의 마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수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내 힘이 약해졌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마수 한 마리를 깨울 필요 없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겠는데?’

마수를 깨워야만 발휘할 수 있는 권능을 이제 자유로이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운명의 압박도 약해졌다.

‘아주 좋고!’

고대 신이 지닌 세계의 파편만이 아니라 신격을 흡수하는 것 또한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과거에 상대했던 잡신 녀석은 격이 한참이나 낮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힘을 전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판테온이나 판데모니움을 쓸어버려야 할 이유가 생겼네.”

처음에는 녀석들이 인간들에게, 대륙에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 쓸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더해 내 자유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녀석들을 쓸어버릴 확실한 명분이 2개나 생긴 셈이다.

‘뭐, 당장은 위치도 모르니 불가능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명을 거부하지 못해 곧 내가 아닌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뭔가 희망이 샘솟는 기분이다.

그럼 이제 볼일도 끝 왕성으로 돌아가 이 기쁜 소식을 전해 볼까.

삐이이이-

하지만 그 뜻을 이룰 순 없었다.

소라 껍데기 펜던트가 경고음을 발했기 때문이다.

“이건… 플레아인가?”

트리안 왕국은 소튼 왕국의 인근.

혹시 몰라 플레아에게도 소라 껍데기 펜던트를 건네줬었다.

물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펠리드의 것과는 달리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부서지는 일회용의 아이템이었지만.

“정말 여기저기서 귀찮게 하는구만.”

어떻게 이리도 쉴 틈을 주지 않는지.

지이잉-

곧장 집중력을 발휘하여 소라 껍데기에 연결된 녀석의 흔적을 찾았다.

“빙고!”

찰나에 불과한 순간 먼 곳에 있는 플레아의 기척을 감지하였다.

슈슉!

그리고 곧장 공간을 넘었다.

*

트리안 왕국 알현실.

“건방진 년.”

“계집 주제에 그리 건방을 떨었단 말이지?”

“태생 하나 말고는 볼 것도 없는 년이 감히!”

“크크큭. 네년은 결국, 이렇게 추락할 운명이었던 게다.”

평소라면 험한 말 하나 없이 정숙을 유지해야 할 그곳에서는 온갖 비난과 욕설로 얼룩져 있었다.

모여든 귀족들, 그들이 거친 말을 내뱉고 있는 곳은 왕좌였다.

“…….”

그곳에는 새로이 왕좌에 오른 여왕 플레아가 쇠사슬에 묶인 채로 침묵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격이라면 당장 화염 마법을 발사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한다.

강력한 봉인의 권능에 의해 사지가 묶여,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게, 고집을 부리지 말았어야지.”

왕좌로 다가간 중년인은 기리탄 공작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왕의 오른팔을 자처하며 충성을 맹세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가장 앞장서서 속박된 그녀를 모욕하고 있었다.

“자고로 사람이란 기회를 알아야 하는 법. 하지만 네년은 그 기회를 모른 채 고집만 부렸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기리탄 공작의 말에 주변에 서 있던 귀족들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며칠 전, 그들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변방의 그란 영지 그 시골 영지에서 일어난 반란이라는 사태를 말이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왕성 앞까지 시골 영지의 병력이 들이닥친 후에는 별일 아니라고 넘길 수 없었다.

대대적인 반란군 토벌에 들어간 트리안 왕국.

하지만 그들이 추리고 추린 정예 병력은 시골 영지의 병사들을 토벌하지 못했다.

토벌은커녕 오히려 그들에게 대패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

이에 부랴부랴 추가 병력을 급파하고, 왕성을 수비했지만 결과는 연이은 패배였다.

고작해야 100명밖에 되지 않는 시골 영지의 병력은 반란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반란을 주도했던 기사 베론.

왕성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플레아와 귀족들에게 말했다.

‘내게 굴복해라. 그리하면 영광을 누릴 수 있으리라.’

그리 말하며 모든 것을 압도하는 기세를 발산했고, 그 기세에 굴복한 귀족들은 금방 충성을 맹세하였다.

플레아를 비롯한 몇몇 귀족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들은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아니 정체 모를 이로부터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다.

그리고 그들이 맞이한 결말은 지금과 같다.

저항하던 귀족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플레아는 왕좌에 결박당하여 투항한 귀족들에게 온갖 모욕을 듣고 있었던 것.

“기회를 볼 줄 아는 자라…….”

거듭된 기리탄의 말에 드디어 플레아의 입이 열렸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너희는 쥐새끼같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이들을 기회를 볼 줄 아는 이라고 포장한단 말이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여왕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던 그들이다.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온갖 아부와 충성의 말을 뱉어 내더니 권력이 사라지기 무섭게 태도를 바꾼다.

“이안, 클레온, 세비느.”

그녀의 입에서 몇몇 이름이 나왔다.

“너희들과는 달리 끝까지 충심을 지켰던 이들이다. 더러운 너희와는 달리 진정 충심을 다했던 이들이지.”

그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미안하다. 내가 인재를 보는 안목이 없었구나.’

우습게도 끝까지 충심을 지켰던 그들은 플레아에게 중용을 받지 못한 귀족들이었다.

반란을 통하여 왕권을 탈취하였기 때문에 빠르게 왕국을 안정시킬 ‘능력 있는 인재’들을 중용하였다.

나름 능력도 능력, 그리고 인성도 봤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지.’

그 결과가 눈앞에 있다.

나름 고르고 골랐다고 생각한 이들은 왕국의 위협 앞에 하나같이 변심했다.

만약 그들이 아니라 조금 전 언급한 세 사람, 그리고 끝까지 저항했던 이들을 중요했다면 어땠을까?

‘모든 게 다 지난 일이지만.’

이제 그런 생각을 한들 무엇이 바뀔까.

그저 자신에게 충심을 보이며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그들에 대한 애도를 더할 뿐이었다.

“충심이라. 멍청하군.”

하지만 기리탄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충심이란 것도 살아 있어야 보일 수 있는 법. 그리고 네년 또한 반란을 통하여 왕위를 찬탈하지 않았느냐. 도대체 베론 님과 네 상황이 뭐가 다르다는 거지?”

“…….”

그 말에 플레아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지만 그녀 또한 반란으로 왕위를 찬탈한 부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끝까지 그녀가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그리고, 네년이 지금 그 말을 할 처지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꽈악!

가까이 접근한 기리탄이 플레아의 머리칼을 끌어당겼다.

“큭!”

머리카락이 뽑히는 고통보다는 그 순간의 굴욕이 더 가슴을 후벼 판다.

“네 주제를 알아…….”

“퉤!”

플레아를 짓밟던 기리탄의 얼굴에 끈적한 타액이 묻었다.

“이년이!”

짜악!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그의 손이 플레아의 뺨을 쳤다.

훽 돌아간 플레아. 보통은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렸으면 체념할 만도 하건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베론 님께서 네년의 목숨을 부지해 놓으라고 했지 손을 쓰지 말라고 한 적은 없거든.”

기리탄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베론, 그 진정한 정체는 전쟁이었고, 그에게 굴복한 이들에게 분노와 광기를 심었다.

이성이 마비된 기리탄은 작정한 듯 머리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호호호호호!”

그리고 그 순간 플레아가 속이 뻥 뚫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에도 좌절, 절망, 체념 등의 어떠한 감정도 깃들지 않았다.

“기리탄 공작, 과연 그 뒷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눈동자에 깃든 불꽃이 활활 타오른다.

“…….”

그 순간 기리탄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마치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플레아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세를 부리려 하는 것이냐? 네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베론 님의 강력한 권능 앞에서는 소용없는 짓.”

하지만 이내 불안감을 떨쳐 냈다.

그가 보았던 베론과 그 휘하의 일백 병사는 대륙의 모든 존재가 덤빈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들이었다.

그와 한배를 탄 이상 불안에 떨 이유가 없었다.

“네년이 지금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절실히 깨닫도록 해 주마.”

그와 동시에 손을 휘두른다.

후웅!

그는 7성에 이른 기사. 비록 죽이지 않기 위해 힘을 뺐다고는 하지만 그대로 맞았다가는 이가 옥수수알처럼 떨어지고 말 것이다.

“아니. 너희야말로 어떤 상황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녀는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니던 펜던트에 의지를 실었고.

삐이이이-

곧장 그 의지에 반응하여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쩌억!

차원이 갈라졌다.

“무, 무슨?”

갑작스러운 변화에 경악하는 트리탄과 귀족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건 다음에 일어났다.

저벅-

갈라진 공간의 틈 사이로 한 존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하지 그래?”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은 아서.

그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플레아의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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