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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84화 (84/161)
  • 84화 Chapter 83

    「당돌한 녀석이로군. 내 존재의 힘을 느끼고도 덤빌 생각이라니.」

    녀석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숱한 신격 중에서도 ‘상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한 일이었다.

    ‘전쟁의 신격이라면 무력만으로 따졌을 때 최상위권이라 부를 수 있을 테니.’

    특히 녀석의 격, 존재의 근원은 전쟁이었다.

    전쟁이 무엇인가. 간단히 정리하자면 치고받고 싸우는 일이다.

    그렇기에 순수한 무력만으로 봤을 때 녀석의 무력은 최상위권에 속할 수밖에 없다.

    “닥치고. 어디 얼마나 잘 치는지 구경이나 해 보자.”

    도발하듯 손을 까닥거렸다.

    당장 녀석을 죽일 생각은 없다.

    왜?

    ‘실력 확인 좀 해 보자.’

    지금껏 다양한 신격과 고대신을 겪었다.

    그러나 내가 상대한 대부분은 최하급, 혹은 하급의 존재에 불과했다.

    그런 와중에 전쟁의 격, 상위의 격에 도달한 녀석을 만난 것이다.

    물론 내가 진다는 생각은 일절 없다.

    애초에 패배할 거였다면 조금 전 존재의 근원을 느꼈을 때부터 직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본신의 힘을 꺼냈을 때의 감상은.

    ‘시시해.’

    시시하다.

    과거 이 영역에 도달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시시함 이상의 감상을 느끼지 못했던 것.

    녀석은 나보다 약하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일 만큼.

    그럼에도 녀석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건 상위의 실력을 확인해 놓기 위함이었다.

    ‘조만간 녀석이 속한 판테온을 털어야 할 테니까.’

    세계의 법칙을 어기는 이 극악무도(?)한 녀석들이 언젠간 방해가 될 것이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위의 격을 이룬 녀석의 실력을 본다면 판테온 전체의 전력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터.

    「네 녀석은 내게 어느 정도의 감흥을 줄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은 녀석이 웃었다.

    씨익- 입가에 미소가 맺히는 그 순간.

    팟!

    공간을, 아니 시간을 뛰어넘었다.

    「나의 힘을 견뎌 내 보아라!」

    시간마저 초월한 녀석은 어느새 나의 눈앞으로 다가와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특별한 권능을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의가 잔뜩 담긴 녀석의 일격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강렬한 힘을 담고 있었고.

    퍼억!

    정확히 나의 안면을 가격했다.

    「고작해야 이 정도…….」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오만한 말을 내뱉으려던 녀석은 말을 멈췄다.

    「네 녀석…….」

    주먹이 안면에 꽂힌 건 사실이지만 그 충격은 나를 물러서게 만들지 못했다.

    “그 말 돌려줄게. 고작 이 정도였어?”

    얼굴 주위에 집중한 의지의 보호막은 그 충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했다.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이제 내 차례지?”

    의지가 움직인 순간.

    퍼억!

    내 주먹은 정확히 녀석의 오른쪽 볼을 가격했다.

    「크흑!」

    신음을 토해 낸 녀석이 멀리 튕겨져 나갔다.

    물론 녀석 또한 의지로 뭉쳐진 보호막을 일으켰지만 녀석의 하찮은 의지는 내 의지를 감당해 내지 못했다.

    텅, 터터텅!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형편없이 나가떨어진 녀석.

    「크윽… 어떻게 이런?」

    마침내 힘을 흩어 낸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과는 달리 불신과 경악으로 가득한 감정이 가득 느껴진다.

    “설마 그게 전부는 아니지? 고작 그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면 실망이 클 것 같은데.”

    녀석이 놀라건 말건 나는 내 감상을 말했다.

    「건방진!」

    녀석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주변의 날씨를 바꿨다.

    쿠르릉, 쾅쾅!

    마른하늘에 천둥과 벼락이 치며.

    투투툭.

    갑자기 비와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다.

    쩌저적!

    녀석이 뿜어낸 살의로 인해 대륙 전체가 요동치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기세를 뿜어내는 것으로 환경을 변화시키며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신격이란 존재였다.

    상위의 신격 정도 되는 녀석이라면 이 정도의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당연한 일.

    “힘 조절 좀 해라. 그러다가 대륙 두 동강 날라.”

    저 분노가 계속 된다면 대륙에 한바탕 대재앙이 몰아닥칠 터.

    딱.

    손가락을 튕겨 주변의 보호막을 씌웠다.

    콰콰콰콰콰!

    녀석이 발산한 기운이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어림도 없는 일.

    마치 쥐덫에 잡힌 쥐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대륙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얼마나 놀랐는지 말을 잇질 못한다.

    “날 보는 녀석들이 다 너와 같은 반응이긴 하더라. 처음에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하더니 이내 놀라고, 그다음에는 비굴해지더라고.”

    지금껏 겪어 온 상대의 변화를 요약하자면 자만, 불신, 경악, 절망, 비굴의 순서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전쟁 또한 그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나를 그따위 하찮은 존재들과 비교하지 마라!」

    분노는 전쟁의 근원.

    그렇기에 녀석이 일으킨 분노는 권능의 상승을 발생시켰다.

    「나는 전쟁의 신. 모든 적을 물리치는 위대한 존재다!」

    스으으으.

    돌연 기세가 변했다.

    폭풍처럼 몰아닥치던 녀석의 기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특별한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호오?”

    그것은 곧 장관을 만들었다.

    「와아아아!」

    수많은 이의 함성이, 그들의 의지가 들린다.

    눈앞, 전쟁의 신격이 만든 건 의지로 만들어진 수많은 병력이었다.

    물론 기운을 빚어 형상을 만드는 건 너무도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전쟁이 만든 것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었다.

    「전쟁이 우리를 부르니!」

    「적을 말살하라!」

    놀랍게도 병사 하나하나에 생명이 느껴진다.

    특별한 격을 얻은 녀석은 의지의 병력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권능을 구현해 낸 것이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나의 격. 네깟 녀석이 감히 내 권능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야. 그래도 이번 권능은 꽤 괜찮네?”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은 권능이라니.

    확실히 이번 권능은 봐줄 만하다.

    어떤 감상이냐면 마치 마술사가 신비한 마술을 부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노옴!」

    그 말에 기분이 상했나 보다.

    「죽여라!」

    「위대한 전쟁을 위하여!」

    두두두두두!

    그리고 지축이 울리며 사방에서 전쟁의 병력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힐끗 주변의 광경을 살폈다.

    전쟁이 발현한 병력.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무한한 병력이었다.

    마치 파도가 밀어닥치듯 모든 방위를 점한 병력이 쇄도한다.

    「그는 무한히 전투가 펼쳐지는 공간에 홀로 떨어졌다.」

    그것은 과거, 환계에 떨어진 나의 이야기였다.

    마신의 함정에 빠진 나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전투의 섬에 홀로 떨어졌다.

    「나약한 그는 강력한 포식자들에게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그리고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환계에 떨어졌을 당시 나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환계를 지배하고 있던 강력한 마수들에게 형편없이 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천 번 패하고, 만 번 패하고, 십만 번, 아니 그 패배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환계.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기억할 수조차 없다.

    십만 번 죽었을 때부터 세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보통의 정신력을 지닌 사람이었다면 그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지 못해 끝내 정신을 놓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것을 견뎌 냈다.

    「패배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니. 마침내 그는 누구도 닿지 못한 영역에 도달하니.」

    인내를 쓰나 그 열매는 달다.

    인고의 순간을 견뎌 낸 나는 달콤한 열매를,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에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어난 전쟁.

    환계의 지배자는 물론 모든 마수가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모든 마수가 해하기 위하여 달려들었으나, 그는 이미 모든 것을 파괴하는 무기를 완성하였으니.」

    요동치는 의지가 하나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파직, 파지직!

    순백의 스파크가 뭉쳐져 만들어 낸 그것은 삼지창이었다.

    「빛의 창이 세상을 밝히니 모든 사악한 존재를 멸하리라!」

    번쩍!

    빛이 터져 나온 그 순간.

    「…….」

    장내를 지배한 건 정적이었다.

    환계의 모든 마수가 나를 향해 덤벼들 때 완성한 빛의 창.

    브류나크라 명명한 그것은 내게 적의를 지닌 모든 것을 멸하는 정화의 창이었다.

    「이, 이럴 수가……!」

    빛은 모든 것을 뒤덮었고, 그로 인하여 격을 개방하여 발현한 무한의 군대는 사라졌다.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흠. 대충 견적은 나왔어.”

    조금 전 녀석의 분노는 진짜였다.

    전력을 다하여 무한의 군대를 발현하였고, 그것은 녀석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이었다.

    ‘판테온은 문제없겠는데.’

    그 정도가 상위 신격의 전력이라고 한다면 판테온이라는 집단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그것이 조금 전 교전으로 얻은 내 결론이었다.

    「이 끝을 모를 듯한 강력한 힘.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권능. 네 녀석, 설마……?」

    녀석의 눈이 한없이 커진다.

    “맞아. 파멸. 운명이 내게 전하려고 한 격이지.”

    「맙소사!」

    나의 격을 깨닫게 된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그리고.

    꿈틀.

    의지를 움직였다.

    “어딜!”

    녀석이 도주하려는 것을 감지한 뒤 곧바로 그 시도를 무산시켰다.

    이미 일대는 내 의지가 지배하여 권역을 만들었다.

    적어도 이 영역 내에서는 나의 허락 없이는 그 어떠한 이동도 할 수 없다.

    “내가 왜 네게 내 신격을 알려 줬을 것 같아?”

    「나, 나를 소멸시킬 셈이냐?」

    다가오는 날 바라본 녀석이 주춤 물러났다.

    두려움. 조금 전과는 달리 녀석은 내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자존심 높은 녀석은 신격을 확인한 이후 기이할 정도로 두려움에 젖은 채로 몸을 떨었다.

    “물론.”

    그리고 나는 녀석을 향해 사형을 선고했다.

    「재고의 여지는 없는 건가?」

    녀석은 자신의 소멸을 직감하고 있었다.

    “없어. 너는 무조건 이 자리에서 소멸한다.”

    「그렇군.」

    처음 두려움을 품고 있던 녀석은 찰나의 순간 체념했다.

    마치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다야?”

    「네가 정녕 운명에 의해 파멸의 격을 받았다면 나는 저항할 수 없다. 그 격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 그대에게 저항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하나의 존재뿐이니.」

    어느새 말투도 반존대로 바뀌었다.

    “파멸의 격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눈치네?”

    「아마 그대보다는 많은 부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그럼, 여기서 그 내용을 말해 줄 수 있겠어? 그럼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 줄게.”

    나는 녀석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아니. 나는 그대에게 어떠한 것도 발설할 수 없다. 그것은 금기. 언제고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 그대는 알 수 있으리라.」

    그리도 다음 순간.

    파스스-

    놀랍게도 전쟁의 신격을 이루고 있는 존재의 형상이 먼지로 화하기 시작했다.

    “무슨……!”

    예상치 못한 광경에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명심하시오. 곧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당신을 찾을 것이니…….」

    스스로 소멸의 길을 선택한 전쟁은 먼지로 화하며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

    나는 갑작스레 사라지는 녀석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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