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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83화 (83/161)

83화 Chapter 82

비록 결계의 방해로 인해 공간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육신의 움직임 만으로도 공간을 넘는 듯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쉬이익!

지면을 박찬 순간부터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주변 사물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 있었네?”

나는 소문(?)의 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척척척.

오와 열을 맞춰 진군하고 있는 정예 병력.

가슴 중앙에는 트리안 왕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고작 100명이라…….’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병력의 수가 고작 10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분명 수차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 상대 병력은 고작 100명에 불과한, 사실 병력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한 소수에 불과했다.

고작해야 100명에게 당했다?

그것으로 펠리드나 왕국의 병력을 탓할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아직 무너지지 않은 것을 칭찬해야지.’

문제는 병력의 숫자가 아니다.

얼마나 강력한 병력인가가 중요한데, 눈앞에 있는 트리안 왕국의 병력은 내 입장에서도 충분히 ‘강하다’는 말을 쓸 수 있는 최정예 병력이었다.

“이야, 100명 전원이 신격의 사도(使徒)라니. 진짜 대단한 병력이긴 하네.”

하나같이 붉은 오라를 내뿜고 있는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신격의 축복을 받은, 초월적인 존재의 선택을 통하여 강력한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네 녀석, 누구지?”

사도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병력을 헤치고 나오는 이가 있었다.

“오호라?”

녀석을 본 순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어쩐지 사도가 한가득이라고 했더니 신격께서 직접 강림하신 모양이로군.”

붉은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중년의 기사.

아마도 이 작자가 펠리드가 말했던 반란을 주동한 자. 베론이라는 기사일 터였다.

‘아니, 기사가 아니지. 저 육신은 신격이 강제로 차지한 껍데기에 불과하니까.’

다른 이는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나는 알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중년의 기사 베론은 단지 외형만 같을 사람일 뿐, 정작 알맹이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시 묻겠다. 네 녀석, 누구지? 어째서 신격이 허락도 없이 중간계에 강림한 것이냐?”

쯧.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녀석 또한 나를 신격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 그 소리냐? 이제는 변명하기도 싫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

뭐, 신격이 되는걸 거부하고 있으니 신격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더는 이를 설명하기 싫어 그냥 그렇게 생각하라고 내버려 뒀다.

“흠. 소속이 느껴지지 않는군. 게다가 그 건방진 언사. 아무래도 네 녀석, 판데모니움의 잡놈이 분명하구나!”

어이쿠?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했더니 너무 마음대로 생각하는데?

“음. 멋대로 생각하라고 하긴 했는데, 그건 아니…….”

“마침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새로이 마련한 병력을 시험하고 싶었는데. 판데모니움의 잡신이라면 충분한 시험 상대가 되어 줄 수 있겠어.”

멋대로 생각한 녀석은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병력 뒤로 모습을 감췄다.

이번 전투에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후회할 텐데?”

“후회는 내가 아니라 네 녀석이 하게 될 것이다. 판데모니움의 잡신아.”

척척척.

모습을 감춘 녀석을 대신하여 사도 병력이 내 주위를 포위했다.

나는 곧바로 손을 쓰지 않은 채 녀석들을 자세히 살폈다.

“…….”

“…….”

녀석들은 벙어리가 된 듯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신격과 같이 붉게 물든 눈동자는 약간 흐릿한 게 어딜 봐도 이성이 날아간 듯하다.

‘평범한 사도와는 다른데?’

명색이 사도라 하면 신격의 축복을 받아 그 신앙과 믿음을 전파해야 하는 이들.

당연히 자의식이 있어야 하지만 이들에게서 그러한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즉, 이들은 평범한 사도와는 다른, 어떤 특수한 과정을 걸친 양산형 사도들인 셈이었다.

‘망할 놈의 신격 녀석들. 하여간 생각하는 꼬라지 하고는.’

사실상 인간에게 기생하여 신앙과 믿음을 에너지로 삼는 기생충 주제에 이제는 인간을 멋대로 개조하려고 한다.

꿈틀.

불쾌한 심리에 눈썹이 멋대로 꿈틀거린다.

하여간 이 빌어먹을 녀석들은 마음에 들려야 들 수가 없다니까.

“자, 판데모니움의 잡신을 죽여라. 그 녀석을 죽여 너희의 강함을, 새로운 사도의 힘을 똑똑히 각인시켜라.”

모습을 감춘 녀석이 명령했고.

그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사방에서 녀석들이 쇄도했다.

쉬익!

몸놀림은 상당히 날랜 편이다.

이곳에 선 이가 내가 아니었다면 아마 당황해서 곧장 녀석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테지만.

“허참. 고작 이런 수준의 병력으로 무슨…….”

상대도 봐 가면서 덤벼야지.

사도? 사-도?

신격도 아니고 고작해야 사도 따위가 내게 위해를 가할 순 없다.

스팟!

내가 잠시 상념에 빠진 사이 모든 방위를 점령한 사도 병력.

슥, 스스슥!

녀석들은 마치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거리, 방향에 상관없이 나를 향한 공격을 집중시켰다.

그건 상당한 협공이었다.

보통은 5~6명 이상이 동시에 공격할 수 없지만 녀석들은 공간을 넘는 괴이한 능력을 발휘하여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었다.

“고작?”

그러나 100명이 동시에 펼친 그 공격은 내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콰쾅, 콰콰쾅!

녀석들이 발현한 강력한 권능은 내가 의지로 펼쳐진 보호막을 뚫지 못했다.

“…….”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방향을 바꾸어, 더욱 강력한 힘을 집중시키며 저마다의 권능을 발현하기 시작한 것.

쿠쿠쿠!

녀석들이 내뿜은 기세가 유형화되어 특별한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창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을 듯 날카롭게 벼려진 의지의 창.

“이것 봐라?”

놀랍게도 사도들은 각자의 기운을 하나로 합쳐 의지의 무기를 만들어 냈다.

파앗!

그리고 그 의지의 창은 나를 향하여 매섭게 쇄도했다.

“이 정도 성의를 보인다면야.”

나름 의지의 무기를 생성했는데 허무하게 깨뜨릴 순 없지.

웅웅!

내 나름 대로의 성의를 보여 주기 위하여 검명을 토하는 스톰브링어를 꺼냈다.

마계의 신물 중 하나라면 강제로 사도로 개조된 그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수 있겠지.

“수고했다.”

이성을 잃어버린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이제 꼭두각시 노릇은 그만하고, 편히 안식에 들어라.”

그것이 내가 개조된 사도, 트리안의 병사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스윽.

의지를 실어 스토브링어를 휘둘렀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

나의 의지를 스톰브링어와 합쳐져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그것은 평범한 폭풍이 아니다. 바람의 결 하나하나에 검의 예기가 깃든, 그야말로 검의 폭풍이라 불릴 만한 것.

스스스스스슥!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는 것은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검격이 육신을 베고, 잘게잘게 조각내다 못해 아예 육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던 것.

아무리 신격의 사도라고 해도 나와 폭풍의 의지가 결합한 그 일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

고작 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무적을 자랑하던 사도의 병력이 소멸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나와.

“뭐지?”

의문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중년의 기사, 아니 아직 정체를 알지 못하는 신격이었다.

“이 정도의 권능이라면 결코 잡신이 아니지 않은가?”

조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나를 판데모니움에 속한 잡신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누가 그렇게 생각하래?”

사도를 잃은 녀석은 조금은 허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모르겠군. 그 정도의 권능이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턱이 없건만. 대체 네 녀석의 정체는…….”

계속 말을 이어 가려던 녀석은 찰나의 순간 눈을 번뜩였다.

“네 녀석 설마?”

“설마 뭐?”

“광기의 신을 탐식한 고대의 잡종을 죽였다는 그…….”

“정답. 어떻게 용케 알았네?”

그래도 아예 바보는 아닌 듯 내 정체를 유추해 냈다.

물론 확신이 아니라 의혹이었지만 굳이 내 정체를 숨길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녀석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기회도 없이 이 자리에서 소멸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군. 그랬어.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더니!”

내 정체를 확인한 녀석은 오히려 환희에 젖은 모습이었다.

“신격을 탐식한 고대의 잡종이라면 충분히 강력했을 터. 그 녀석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네 녀석의 실력 또한 보통은 아닐 것이다.”

“아마 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할걸?”

“크하하하하! 그래. 그게 내가 원하는 바였다.”

고오오오!

녀석이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좀 오묘하다.

“너… 세계의 법칙을 어길 셈이냐?”

인간의 육신에 강림할 순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격이 자신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초월체들이 그렇듯 녀석들 또한 세계의 법칙에 의헤 힘의 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녀석은 어떤가.

제한된 힘이 아니라 본신의 힘을 모두 발휘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

그것은 아낌없이 발산하는 녀석의 기세에 섞인 존재의 근원을 느끼면 알 수 있다.

“두려우냐? 하긴, 두렵기도 하겠지. 나는 판테온의 명령에 의해 중간계에서도 본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게 있다고?”

새로운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계의 법칙이라는 것은 운명을 말한다.

그런데 판테온에는, 만신전이라 불리는 그들의 세력은 그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갖추고 있는 모양이다.

‘언제 한번 판테온을 털어 봐야겠는데?’

그러한 힘을 갖춘 녀석들이 앙심을 품고 중간계를 노린다면?

아무리 내가 전능하다 해도 그 모든 피해로부터 중간계를 구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녀석들이 뒤에서 음모를 꾸미기 전에 한번 밟아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당장은 녀석들의 은거지나 기타 정보가 없기에 참아야만 하겠지만 말이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판테온에서의 생활은 지겹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왔다. 과거의 흥분을, 그 전율을 느껴 보기 위하여.”

콰콰콰콰콰!

녀석의 기운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을 통하여 전해지는 존재의 근원.

그것은 정확히 하나의 존재를 나타내고 있었다.

“너, 전쟁이로군.”

나는 녀석의 신명을 짐작하여 말했고.

“크하하하! 그렇다. 나는 전쟁. 판테온의 상위 신격 중 하나이다!”

본신의 힘을 발휘한 녀석은 광기에 젖었다.

찌익, 찌직!

심지어 그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베론이라는 기사의 육신이 제멋대로 찢기기 시작했다.

갈라진 살점 사이에 드러난 건 피보다 붉은 녀석의 진체.

전쟁의 신격은 포악한 자신의 정체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었다.

“전쟁이라. 확실히 상위의 신격이라 할 만하네.”

솔직한 감상을 뱉어 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라 확실히 상위의 신격이라 불릴 만한 기세였다.

“그런데 말이야. 그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건방을 떨어야지.”

그런데 어쩌나.

녀석의 존재감은 조금 전 상대했던 사도 100명과 그리 다를 바 없다.

“헛소리!”

하지만 자신감에 찬 녀석은 내 말을 부정했다.

“그래. 다들 처음에는 그렇게 건방을 떨더라고.”

녀석에게 필요한 것은 참교육.

스릉-

그렇기에 나는 스톰브링어를 대신하여 파멸을 꺼냈다.

녀석에게 파멸이라는 좌절과 절망을 심어 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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