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76화 (76/161)
  • 76화 Chapter 75

    움찔움찔.

    분명 내 의지를 담아 머리를 부쉈지만 녀석은 소멸하지 않았다.

    츠츠츠츠-

    주변을 감싼 고통의 정수.

    마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녀석의 소멸을 막고 있었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지났고.

    「크하하하! 네 녀석은 결코, 날 소멸시킬 수 없다!」

    아몬의 진체는 어느새 재생된 상태였다.

    ‘이것 봐라?’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냥 공격한 것도 아니고, 의지를 실은 일격이었다.

    아무리 녀석이 마신이라고 해도 분명히 소멸에 이르렀어야 하건만 멀쩡히 살아남은 것이다.

    “좋은데?”

    그런데 내게는 그게 더 희소식이었다.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녀석에게 손을 쓰고 말았다.

    아몬은 절대 그렇게 죽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다른 마신들과 달리 원정대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으니까.’

    대다수 마신은 핏빛 대지 그 황량한 곳에 떨어진 인간들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일부 마신들, 그들 사이에서는 미식가라 불리는 몇몇 마신은 오랜만에 마계를 찾아온 인간을 요리하기 위하여 온갖 시련을 부여하였다.

    그중에서도 온갖 악질적인 시련을 부여했던 게 바로 눈앞에 있는 아몬이었다.

    녀석으로 인해 원정대원들 대부분이 고통스럽게 죽어 갔다.

    안타까운 사실은 처음엔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시련을 견디며 점차 성장하면서 마신들을 상대할 수 있었고, 그들이 원정대원의 죽음을 조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아몬. 이 빌어먹을 녀석이 가장 영향력을 많이 끼쳤다는 사실도.

    하지만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녀석은 도주하고 난 뒤였다.

    이미 내 무력이 녀석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

    그러나 놈들과는 달리 마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머지 마신들을 처리하는 것이었고, 결국 마지막 1위 권좌의 마신 바알까지 처리한 뒤에야 겨우 대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서 아몬은 이미 희석된 뒤였다.

    녀석이 도주하고 난 뒤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녀석의 기운을 바로 읽어 내지 못했고, 뒤늦게야 녀석이 아몬, 원한의 대상 중 하나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고맙다.”

    나는 진심을 담아 녀석에게 말했다.

    「…흐흐흐. 내 강력한 권능에 정신이라도 나간 것이냐?」

    여전히 녀석은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보아라, 나는 죽을수록 더욱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되니!」

    콰아아아!

    녀석이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조금 전과는 다른, 훨씬 강력한 기세와 의지가 느껴진다.

    ‘결계가 원인이로군.’

    장내를 가득 채운 고통의 정수로 인한 결계가 문제였다.

    이 결계가 펼쳐지고 있는 한 녀석은 무적이다. 게다가 단순한 무적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러 다시금 부활할 때 더욱더 강력해지는 괴랄한 권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그거 잘됐네.”

    친절한 녀석의 설명에 다시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쉽게 죽으면 재미없을 뻔했는데. 이러면 마음 놓고 줘 팰 수 있잖아?”

    비록 부활한다지만 소멸의 직전 녀석은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는 뜻은 뭐다?

    좀비처럼 살아나는 녀석에게 끊임없이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손속에 사정을 둘 필요도 없고.’

    녀석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었다.

    「웃기지 마라!」

    현실을 부정한 녀석이 공간을 도약했다.

    팟!

    과연 조금 전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속도.

    고작 한 번의 부활이었지만 녀석은 확실히 달라진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퍽!

    「컥!」

    의지를 실은 내 주먹이 녀석의 가슴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물론 소멸에까지 이르는 피해는 아니었으나 녀석에게 충분히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일격이었다.

    비틀비틀.

    눈을 부릅뜬 녀석이 비틀대며 물러난다.

    한층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움직임을 읽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파리가 강해져 봐야 대왕 파리지. 사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녀석은 아무리 발악해도 내 아래다.

    그 간극은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기에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

    「이놈이…….」

    퍼퍼퍽!

    녀석에게 발언권은 없다.

    뒤이어 주먹을 뻗어 녀석의 육신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 놓았다.

    「끄으으…….」

    익숙하지 않은 고통에 몸부림 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녀석은 무려 7위의 권좌에 앉은 최상위 마신이었다.

    물론 과거에는 마신에 오르기 위해 무수한 전투, 그리고 고통을 느꼈을 테지만 마신에 오른 뒤로는 제대로 된 고통을 느끼지 못한 것.

    세월의 흐름에 의해 잊힌 고통은 녀석에게 큰 정신적 타격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놀라면 곤란한데? 아직 네 녀석이 느껴야 할 코스가 많이 남아 있단 말이지.”

    그리 말하며 다시금 주먹을 뻗었다.

    퍽!

    살의를 담은 주먹이 녀석의 진체를 관통한다.

    「크아악!」

    그럴 때마다 녀석은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 냈다.

    “그래, 이거지!”

    녀석의 비명은 내게 큰 환희를 전해 주었다.

    “기억나냐? 네가 우리 원정대를 은밀히 따라오면서 벌였던 일을.”

    퍽!

    내 주먹이 녀석의 머리를 3분지 1쯤 날려 버렸다.

    「끄윽!」

    “마치 벌레를 보는 듯했을 거야. 언제 어느 때나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벌레.”

    녀석에게 있어서 당시 나와 원정대원들은 언제든 밟아 죽일 수 있는 그런 하찮은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게 녀석이 직접 나섰다면 나는 성장할 기회도 없이 녀석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은밀히 뒤를 밟으며 우리의 불행을, 고통에 찬 비명을 즐기며 그것을 유희로 삼았다.

    녀석으로 인해 나는 수많은 원정대원을, 소중한 동료를 잃은 채 울부 짖었고, 그것은 녀석에게 큰 쾌락을 전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퍼퍽!

    「…….」

    얼굴이 완전히 뭉개져 버린 녀석은 신음도 내뱉지 못했다.

    “시간이란 게 참 좋은 거야. 과거에는 나를 벌레 보듯 바라볼 수 있었던 존재가 이제는 반대의 입장이 되다니.”

    퍼퍼퍽!

    나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살의가 실린 그 주먹은 녀석의 육신을 그야말로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으어어…….」

    괴이한 신음이 터져 나온다.

    날카롭게 베인 것도 아니고, 강력한 힘에 의해 뭉개져 버린 녀석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크큭.”

    나는 비틀린 웃음을 터뜨렸다.

    녀석을 보고 있으니 반대의 입장이 된 녀석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자니 기쁨과 환희를 참을 수가 없다.

    「더, 더. 고통을 뽑아내, 녀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가장 번태적인 성향을 지닌 가학의 마수가 멋대로 깨어났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다시 잠재우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녀석이 휘두르는 대로 움직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은 마수의 휘둘림에 응하지 않았다.

    츠츠, 츠츠츠츠-

    녀석이 부활할 시간을 위해서였다.

    고통의 정수로 펼친 결계의 힘을 통하여 녀석은 다시금 부활했다.

    「이이이이이!」

    더욱더 강력한 힘, 그리고 분노를 지닌 채로 말이다.

    「용서하지 않겠다!」

    익숙지 않은 고통에 완전히 눈이 돌아갔다.

    하지만 녀석은 모를 것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놈이 느껴야 할 고통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파파파파팟!

    녀석이 뿜어낸 검은 기운이 가시를 만들었다.

    난쟁이 황태자가 발현한 기운과 비슷하나 그 위력은 차원이 다르다.

    주위를 장식한 수만 개의 가시에 담긴 힘은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죽어, 죽어, 죽어!」

    녀석의 의지와 함께 주변을 가득 장식한 가시가 나를 향해 쇄도했다.

    “쯧. 아직도 깨닫지 못했나 보네.”

    하긴, 그 힘의 차이를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긴 하지.

    “이딴 같잖은 권능은 애송이들에게나 통하는 거고.”

    다가오는 가시를 보며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주먹을 뻗는 것이었다.

    퍽!

    뻗는다.

    퍼퍽!

    그리고 또 뻗는다.

    퍼퍼퍽!

    가볍게 말아 쥔 주먹을 누구보다 빠르게 뻗는다.

    퍼퍼퍼퍼퍼퍼퍽!

    그저 주먹을 뻗고 회수하기를 반복했고, 찰나의 순간이 지났을 때 내 주변을 장식한 검은 가시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수십만 번 반복된 주먹 찌르기가 검은 가시를 모두 소멸시킨 것.

    「이 무슨…….」

    믿을 수 없었던 아몬이 경악한다.

    “이젠 내 차례지?”

    녀석이 공격했으니 이제는 내가 공격할 차례였다.

    “어디 한번 받아 봐.”

    하지만 녀석과 달리 별다른 권능을 발현하지 않았다.

    파파파파팟!

    양손을 놀려 주먹을 뻗었을 뿐.

    퍼퍼퍼퍼퍽!

    그리고 녀석은 고작해야 가볍게 뻗어 내는 그 주먹을 감당해 내지 못한 채 다시금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쯧. 고작해야 주먹질도 버티지 못하다니. 나약해도 이렇게 나약할 수가.”

    만신창이가 된 녀석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과거 녀석이 나와 원정대원들을 바라보며 지었을 바로 그 미소를 말이다.

    「으아아아아!」

    고통의 정수로 부활한 녀석은 이성을 잃은 것처럼 폭주하기 시작했다.

    콰쾅, 콰콰쾅!

    녀석이 뿜어내 기운이 사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모기가 지나갔나. 뭐가 이렇게 간지럽지?”

    하지만 나는 귓밥을 파는 시늉을 하며 녀석의 공격을 태연히 받아 냈다.

    아니 받아 낸 게 아니라 녀석의 공격은 내 주위를 둘러싼 의지의 벽을 넘어서질 못했다.

    의지의 벽에 기댄 채 녀석이 하는냥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으악, 으아아악!」

    그런 나를 보면서 녀석의 굳건한 심상은 무너지고 있었다.

    하찮은 벌레라고 생각했던 인간. 그것도 직접 뒤를 밟으며 그들의 고통을 느꼈던 인간이 어느새 처지가 뒤바뀌어 자신을 하찮게 바라보고 있다.

    그 변화는 녀석이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어선 상태였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상 녀석은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귀찮다. 일단 한 번 죽자.”

    퍽!

    마치 파리를 쫓듯 내뻗은 내 주먹에.

    「끅!」

    비명과 함께 녀석의 육신이 무너졌다.

    츠츠츠츠-

    하지만 고통의 정수는 다시금 녀석을 일으켜 세웠다.

    「…….」

    몇 번의 죽음과 부활.

    분명 조금 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 녀석은 조용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결국, 현실을 부정한다.

    “믿을 수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이야. 네 녀석은 지금의 내게는 하찮은 벌레라는 것. 그리고 너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지.”

    「웃기지 마라. 나는 서열 7위의 권좌, 72 마신 중 최상위의 마신이다. 고작 네깟 녀석 따위…….」

    퍽!

    건방진 녀석을 향한 주먹질이 다시금 안면을 뭉갰다.

    “그래. 인정할 수 없다면 얼마든지 발악해 봐. 네 녀석이 수백 번, 수천 번 죽는다 해도 그 힘의 간극을 깰 수 없을 테니까.”

    나는 녀석을 향해 말했고.

    「으아아아아!」

    다시금 자존심을 내세운 아몬이 강렬한 기세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키킥. 오냐, 얼마든지 와 봐라. 그럴수록 너의 존재라는 게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테니.”

    나는 복수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과거의 원한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그것이 수천 번, 수만 번 반복되는 죽음의 행위라고 해도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