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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75화 (75/161)

75화 Chapter 74

“위, 위대하신 분이시여?!”

난쟁이 황태자.

녀석은 내 손에 잡힌 마신, 아몬의 진체를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크으윽…….」

나는 내 손에 잡힌 괴물, 올빼미의 머리, 늑대의 몸, 뱀의 꼬리가 혼합된 기이한 생명체를 응시했다.

녀석은 서열 7위의 마신 아몬.

과거 내 손에서 도망친 유일한 마신이었다.

“꽁지가 빠지게 도망간 게 겨우 여기였어?”

정확히는 이곳이 아니라 차원을 왜곡시킨 특정한 공간 속에 숨어 있었지만 말이다.

「네놈, 대체 누구지?」

그런데 녀석은 나를 몰라보는 것 같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수긍했다.

녀석들은 외형으로 존재를 기억하지 않는다.

대상이 지닌 근원, 존재감 등을 파악하는데 과거와 달리 내 존재감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신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외형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니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법도 하다.

“위대하신 분을 내버려 두어라!”

뜻밖의 인연에 반가워할 무렵, 난쟁이 황태자 녀석이 달려들었다.

딴에는 아몬 녀석에게 충성을 보여 주려는 속셈일 테지만.

“그래. 네가 남아 있었지.”

어차피 살려 줄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이리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한다면 바람을 들어주는 게 인지상정.

“으아아압!”

파파파팟!

있는 힘 없는 힘을 모두 쥐어짜 낸 녀석의 주위로 수만 개의 검은 가시가 생성되었다.

여전히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녀석이다.

고작해야 다른 존재의 권능을 빌린 녀석은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후!”

나는 가볍게 바람을 불었다.

그 숨결은 처음엔 작은 바람에 불과했으나.

콰콰콰콰!

나아갈수록 강렬하게 변했고, 이내 폭풍처럼 녀석을 휩쓸었다.

그리고.

스스스스스-

내 의지는 녀석의 적의를 허용하지 않았다.

의지의 숨결에 휩쓸린 검은 가시는, 녀석이 전력을 다해 펼친 권능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

경악한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모자란 녀석아. 네가 모시는 주인도 내 손에 잡힌 마당에 고작 그 권능을 빌린 네가 상대가 되겠냐?”

머리라는 게 있으면 감히 덤빌 생각을 하질 못할 텐데 이 녀석은 지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게 틀림없었다.

“아… 이건…….”

뭔가를 부정하려는 듯 주춤 뒤로 물러서는 난쟁이 황태자.

“그러니 가라.”

츠츠츠츠-

3황자와도 약속한 바가 있기에 곧장 의지의 창을 생성했다.

궁니르. 인과율의 법칙을 무시하는 필중의 창.

「이, 이놈…….」

“넌 닥치고.”

발버둥 치는 아몬의 진체를 강하게 구속했다.

「크윽!」

쇠사슬처럼 온몸을 옥죄는 존재의 구속에 녀석의 움직임이 멎었다.

“이익!”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난쟁이 황태자 녀석은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네 녀석, 이 모든 게 네 녀석 때문이다!”

옮긴 녀석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3황자가 있었다.

팟!

지면을 박찬 녀석이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졌다.

“네 녀석만은…….”

녀석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검붉은 기류가 채찍처럼 변하여 3황자를 향해 쇄도했다.

“에헤이, 그렇게는 안 되지.”

3황자는 명색이 의뢰인.

나는 녀석의 죽음을 방관한 생각이 없었다.

쐐애액!

쇄도하는 채찍을 보며 그대로 손을 떨쳤다.

「엌!」

“으헉!”

놀라는 두 존재.

황태자 녀석의 채찍은 나나 3황자가 아니라 내 손에 의해 떠밀어진 아몬을 강타했다.

촤악!

「크악!」

여전히 내 의지에 의해 제압당한 녀석은 저항하지 못한 채 그대로 채찍에 얻어맞았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이, 이 하찮은 것이!」

비록 황태자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아몬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했다.

푸욱!

녀석이 소환한 검은 불길의 검이 그대로 황태자의 심장을 관통했다.

“어, 어찌…….”

「하찮은 것. 감히 네 녀석이 내게 위해를 가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더냐.」

푸욱, 푹푹!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검은 불길의 검으로 황태자의 육신을 유린했다.

“끄으윽…….”

위대하신 분이라고 따르며 믿었던 아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난쟁이 황태자.

‘다인슬레이프에 찔렸으니 영원한 고통 속에서 구원받지 못하겠네.’

증오와 원한의 기운을 발산하는 특별한 검은 바라봤다.

다인슬레이프. 마신이 소유한 신물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차지하지 못한 아몬을 상징하는 검이었다.

억겁의 세월 동안 수많은 이를 살해한 그 검에는 살해당한 자들의 원한과 증오가 묻어 있어 죽어서도 영혼의 고통을 받는 저주받은 검이다.

화르륵!

난쟁이 황태자를 살해한 아혼.

녀석은 검은 불길을 내뿜는 검을 고쳐 잡으며 나를 응시했다.

「네 녀석 또한 영원한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콰아아아!

간단히 제압당한 것을 잊었는지 강렬한 기세를 발산한다.

“그래. 과거 처음 만났을 때도 그 말을 똑같이 했었지.”

어떻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네.

그리고 그때 당시 내가 했던 말은.

“아몬, 네 녀석 또한 먼저 간 마신들과 마찬가지로 소멸하게 될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와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리고.

「잠깐. 그 말은 분명…….」

당장에라도 공격할 것처럼 사나운 기세를 발산하던 녀석이 주춤한다.

잠시 후 기억을 떠올린 듯 눈을 부릅뜬 아몬.

「서, 설마 네 녀석?!」

“새대가리 아니랄까 봐 이제야 떠올렸나 보네. 맞아. 내가 바로 너를 제외한 71 마신을 전부 소멸시킨 그 녀석이야.”

「…….」

얼마나 놀랐는지 처음에는 말을 잇질 못하던 녀석.

「하지만 이 존재감은 과거 내가 알던 그 녀석과는 다르건만?」

“너 정도면 알 텐데. 일정한 경지 이상에 오르게 되면 존재가 변할 수도 있음을.”

「…그렇다면 네 녀석 초월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는 말이냐?」

“초월자라. 뭐,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초월의 영역을 넘은 지는 한참이 됐지만 녀석의 말처럼 그 영역에 발을 들여 존재감이 변한 게 맞으니 그 이상의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으하하하하하!」

하지만 초월의 영역이라는 말에도 녀석은 그저 큰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그래. 그 일이 있고도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당연히 초월의 영역에 들어섰겠지.」

녀석의 기세가 변했다.

활화산 같았던 분노를 대신한 건 차가운 분노.

「하지만 아무리 네가 위대한 영역에 발을 들였다고 해도 오랜 시간 갈아 온 내 분노를 감당해 내진 못할 것이다.」

오호.

내 정체를 파악한 녀석의 태도가 돌변했다.

아마도 언젠간 찾아올 나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

나는 가만히 서서 녀석의 행동을 방관했다.

지금 당장 손을 쓴다면 간단히 녀석의 목숨을 취할 수 있을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래 메인 요리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만 하는 법이지.’

과거 마계에서의 내 유일한 목표는 원정대원들을 무참히 살해했던 마신들을 소멸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행방이 묘연했던 마지막 72마신의 잔재를 발견했다.

녀석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을 테고.

‘당시 내가, 우리가 느꼈던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해 주마.’

너무 압도적인 상대였기에 느꼈던 절망감.

과거 다른 마신들에게는 느끼게 해 줄 수 없었던 그 압도적이인 힘의 차이를 녀석에게는 보여 줄 속셈이었다.

「보아라, 내가 준비한 위대한 힘을!」

힘껏 소리친 아몬이 감춰 두고 있었던 이질적인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녀석의 진체에서 뿜어져 나온 연녹색 기류가 소용돌이치며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녀석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기운과 의지가 아니었다.

“이건……?”

「크하하하! 그렇다, 초월의 영역에 닿은 네 녀석이라면 알겠지.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모은 인간의 영혼이다. 영원한 고문을 반복하여 뽑아낸 고통의 정수!」

인간의 영혼에는 기이한 힘이 있다.

특히 기쁨, 슬픔,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때 발산되는 특유의 기운이 있는데, 고통의 정수는 그중에서 고통을 느꼈을 때 나오는 에너지였다.

마신들은 그러한 인간의 고통 에너지를 별미처럼 즐겼었고, 그것은 곧 그들의 힘이 되었다.

“미친 새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을 희생양으로 삼은 거냐.”

일대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 고통의 힘.

이 정도의 기운을 방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십만 명 이상의 생명체에게서 고통의 정수를 수집해야만 한다.

「흐흐흐흐.」

원래도 맛이 간 상태였지만 녀석의 눈동자는 완전히 광기로 물들어 버렸다.

“미친 새끼. 아무리 네가 마계에서 도주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인과율의 법칙을 벗어날 순 없을 텐데. 이 많은 생명을 해하고 그들의 힘을 흡수한다면…….”

「어차피 네가 존재하는 이상 나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도망자 신세다. 그러니 세계의 법칙에 의해 소멸된다 하더라도 네 녀석만큼은 길동무로 삼으리라.」

복수심에 단단히 미쳐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미친만큼 녀석이 얻은 힘은 가벼운 게 아니었다.

부욱, 부욱!

일대를 지배한 고통의 정수를 흡수한 녀석의 육신이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

단지 몸이 비대해진 게 아니다.

그만큼 존재감도 커졌고, 또한 그 심상과 의지의 크기도 확장되었다.

후욱!

녀석이 내쉰 순간.

콰아아아아아!

폭풍이 몰아닥친 것처럼 일대를 휩쓴다.

조금 전 내가 황태자의 검은 가시를 소멸시켰을 때보다 더욱더 강력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단지 녀석만이 강해진 게 아니다.

스멀스멀.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고통의 기운은 녀석에게는 강력한 힘을, 그리고 내 힘은 쇠약하게 만드는 결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의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는 놀라운 변화였다.

「이 순간 나는 무적이다. 그 어떤 존재도, 신격이라고 해도 지금의 나를 감당할 순 없으니.」

고통의 정수를 한껏 섭취한 녀석이 광기에 젖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래. 이 정도 힘이면 웬만한 신격 하나는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네.”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지금 녀석의 힘이라면 중하급 신격 정도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를 알았다면 그만 죽어라!」

세계의 법칙까지 무시해 가며 얻은 힘.

녀석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채로 내게 쇄도했고.

쉬이익!

전력을 담은 검격을 선보였다.

검을 휘두른 순간 원인과 결과를 무시한, 반드시 적을 베어 내는 녀석만의 법칙을 완성했다.

세계의 법칙마저도 무시하는 강맹한 일격인 셈.

그러나 녀석의 검이 내게 닿는 일은 없었다.

콰직!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

힘을 주어 뻗은 주먹이 녀석의 안면을 그대로 가격, 엄청난 힘으로 머리를 그대로 터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털썩.

허무하게 쓰러지는 녀석의 육신.

“주제는 네 녀석이 잘 알아야지. 고작 중하급 신격 하나를 상대할 수 있는 힘으로 어딜 덤벼?”

얼마 전에도 중상급 신격을 가벼이 소멸시켰던 나다.

고작해야 중급 신격의 힘을 지닌 녀석은 절대 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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