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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74화 (74/161)
  • 74화 Chapter 73

    “제가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닙니다.”

    눈빛을 빛낸 3황자가 말을 잇길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 그리고 형님. 두 분은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하셨습니다.”

    난쟁이 황제와 황태자가 3황자에게 불만히 쌓였듯 3황자 또한 그들에게 많은 불만이 쌓여 있었다.

    다만 지배의 입장이 아니기에 그것을 표출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나라는 조력자를 만난 녀석은 그간의 서러움을 한 번에 풀어내고 있었다.

    “가장 위에 앉은 이는 그만큼 막중한 무게를 짊어져야만 하는 법. 하지만 아버지와 형님은 그 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황제라는 자리는 단지 고귀한 피를 이어받았다고 해서 이어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수많은 이의 목숨을 쥐고 있는 막중한 자리.

    많은 특혜를 보는 만큼 그 책임의 무게를 져야만 하는 가장 힘든 자리였다.

    하지만 눈앞의 난쟁이 황제나 나의 아버지는 그 무게를 짊어질 만한 자질을 타고나지 못했다.

    황좌에 어울리지 않는 이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해악.

    그러니까 눈앞에 있는 난쟁이 황제나 다음 황위에 오를 황태자 녀석은 사라져야 할 해악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과거에는 제가 힘이 없기에, 피를 나눈 가족이기에 참았습니다만…….”

    3황자의 시선이 힐끗 나에게 향했다.

    “…이제 더는 참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저를 죽이려고 했으니 혈육의 정을 과감히 끊어 버리겠습니다.”

    아마 내게 부탁을 한순간부터 혈육의 정을 끊어 버릴 심산이었을 터.

    “귀인인시여.”

    녀석이 바라는 바는 명백했다.

    “그래. 네 녀석이 바라는 바를 이루어 주마.”

    녀석의 부탁이 아니었어도 내게 칼을 들이댄 녀석을 살려 둘 생각은 없었다.

    타이탄을 들이댄 순간부터 녀석들의 목숨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는 것.

    “여, 여봐라. 무엇 하고 있느냐!”

    “어서, 어서 녀석을 막아라!”

    주춤 물러난 녀석들이 다급히 명령했다.

    쿵쿵쿵!

    선두에 선 타이탄이 쓰러졌을 뿐, 아직 많은 기체가 남아 있었다.

    처음과는 달리 긴장한 모습의 난쟁이들이 신중하게 기체를 움직인다.

    “소용없어.”

    그러나 방심하건, 신중하게 생각하건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콰앙!

    단 한 번의 주먹에 동력원이 박살 난 기체가 멀리 날아간다.

    쾅쾅쾅!

    현란한 궤적을 그린 손과 발로 주변을 감싼 타이탄을 단숨에 고철덩어리로 만들었다.

    “…….”

    “…….”

    경악한 난쟁이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대륙을 제패할 목적으로 준비한 타이탄 수십 기가 하찮게 여긴 인간의 손에 의해 박살이 났으니 말이다.

    “으아아!”

    “괴, 괴물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황제에게 붙어 온갖 아양을 떨어 대던 난쟁이 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

    나는 3황자를 바라봤다.

    눈치 빠른 녀석은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채곤.

    “모두 처리해 주십시오. 폭군의 밑에서 아첨만 일삼던 머저리들입니다.”

    “그렇군.”

    내 대답은 녀석들에게는 종말의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파파파파팟!

    사방을 가득 장신한 건 홀로 빛을 발하는 검.

    “으헉!”

    “으아악!”

    깜짝 놀란 녀석들이 펄쩍 뛸 무렵.

    푸푸푸푸푹!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인 빛의 검이 녀석들의 육신을 관통했다.

    아무런 비명도 없었다.

    의지의 검은 녀석들의 목숨을 단숨에 끊어 놓았고, 생명을 잃은 육신이 허물어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

    부귀영화를 누렸던 난쟁이 귀족들이 일시에 죽었다.

    “어찌 이런 일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난쟁이 황제.

    “그 일이 곧 너에게 생길 거야.”

    그리 말하며 녀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벅-

    “으아!”

    나의 한걸음에 놀란 난쟁이 황제가 두려움에 질린 채로 물러났다.

    “조금 전 기세는 어디 갔지? 하찮은 인간을 죽여서 대륙을 제패할 거라며.”

    “으아아아!”

    반쯤 실성한 듯 고함을 지르며 연신 뒤로 물러나는 황제.

    녀석의 반응은 익히 예상한 바였지만 의외인 건 그 옆을 지키고 있는 황태자였다.

    처음 당황했던 모습과는 달리 굳은 안색으로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리 봐도 뭔가 꿍꿍이를 꾸미는 듯한 모습.

    그 변화를 느꼈으나 별다른 기색 없이 녀석들을 향해 다가섰다.

    “자, 그럼…….”

    어디 네가 가진 마지막 패를 꺼내 봐라.

    그러한 신호를 주듯 손을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흐으. 나약한 황제는 이제 필요 없습니다!”

    갑자기 음침한 웃음을 흘린 황태자 녀석.

    푸욱!

    녀석은 품에 숨겨 두고 있었던 단검으로 황제의 심장을 찔렀다.

    “커헉!”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한 황제가 선혈을 토해 냈다.

    “형님?”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3황자가 비명을 질렀다.

    물론 내게 의뢰하여 녀석들을 처리할 작정이었지만 이러한 상황은 상정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황제가 토한 선혈이 보라색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치이익!

    닿기 무섭게 염산처럼 지면을 녹였다.

    “네, 네 녀석 이게 무슨……?”

    경악한 황제가 눈을 부릅떴다.

    “그가 제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를, 황제를 죽이면 제게 대륙을 다스릴 수 있는 권좌를 주겠다고 말입니다.”

    “쿨럭. 네 녀석이 어찌 나를…….”

    “하하하. 아버지. 어차피 이대로 내버려 두면 둘 다 허무하게 죽임을 당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바에는 한 명이라도 살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죠. 게다가 그것이 제게 권좌를 주는 것이라면 더더욱이 망설일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찌, 어찌…….”

    푸욱!

    계속 말을 이으려는 황제의 심장을 더욱더 강하게 찌른다..

    “크헉!”

    단발마와 함게 황제의 숨이 끊어졌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황제.

    그와 함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휘오오오!

    쓰러진 황제를 중심으로 발생한 검은 기운.

    마치 블랙홀과도 같은 흡입력을 지닌 홀이 황제의 육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

    꽈득, 꽈드득!

    엄청난 흡입력에 의해 관절이 제멋대로 꺾인 황제의 시신은 빠른 속도로 블랙홀에 먹히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

    「훌륭하구나, 므리아돈!」

    황제를 집어삼킨 블랙홀 너머에서 한 줄기의 의지가 전해졌다.

    ‘음?’

    그런데 뭔가 익숙하다.

    조금 전에도 언뜻 느꼈는데 분명 어디선가 마주했던 기운이다.

    특히 미약한 조금 전과는 달리 블랙홀의 등장으로 더욱더 선명해진 지금은 그 짐작을 확신할 수 있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제가 아버지를 제물로 바쳤나이다.”

    무릎을 꿇은 녀석이 환희에 젖은 채로 말했다.

    뭐, 그것까지야 그냥 넘어간다고 쳐도 뭔가 이상하다.

    눈동자는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그 내면을 기이한 기운이 감싸고 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모습.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이 현상은 설마……?’

    의구심을 품으며 일어나는 변화를 응시했다.

    「패륜의 제물을 바쳤으니 기꺼이 너를 나의 사도로 삼아 막강한 권능을 부여하리라!」

    스으으으-

    마치 검은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주변을 넘실거리던 기운은 이내 목표를 찾은 듯 한곳을 향해 움직였는데.

    “오오오오오!”

    그 목적지는 바로 난쟁이 황태자였다.

    쾌락에 젖은 듯한 황홀한 모습의 황태자는 검은 안개와도 같은 기운을 코로 흡입하고 있었다.

    “귀인이시여!”

    마찬가지로 그 변화를 지켜보던 3황자가 급히 나를 찾았다.

    “형님의 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 당장 손을 쓰셔야… 커헉!”

    하지만 녀석은 말을 잇질 못했다.

    「어리석구나, 대지의 아들이여. 내가 그것을 바라지 않는데 감히 누가 손을 쓸 수 있단 말이냐.」

    블랙홀 너머의 존재가 3황자를 구속하고 있었다.

    “…….”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멍하니 응시한 것만 아니라 의지를 확장하여 블랙홀 너머의 존재를 탐색했다.

    녀석은 눈치챌 수 없는 의지의 탐색.

    그 의지는 머나먼 차원에 있는 녀석의 존재를 샅샅이 탐색했고.

    ‘그렇군. 이 녀석이었어!’

    그리고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블랙홀 너머의 존재와의 인연, 아니 악연을 말이다.

    “힘이 넘쳐 흐른다!”

    사도가 되어 권능을 부여 받은 황태자가 광기에 젖은 웃음을 토했다.

    스멀스멀.

    조금 전 나약했던 황태자라곤 생각할 수 없는 강렬한 기운이 촉수처럼 넘실대기 시작했다.

    제물, 특히 자신의 아비를 바친 대가는 상당했고, 그로 인하여 녀석은 초월체에 버금가는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쿵!

    “끄윽!”

    블랙홀 너머의 존재가 펼친 구속에서 벗어난 3황자가 힘없이 지면에 떨어졌다.

    그리고.

    “에스콴, 이제 입장이 뒤바뀐 것 같구나.”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는 황태자가 3황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체 어떤 부정한 존재와 계약을…….”

    “닥쳐라!”

    콰르릉!

    황태자가 내지른 고함은 천둥처럼 장내에 울려 퍼졌다.

    “네 녀석이 감히 평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시다. 그분은 위대한 존재이며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월의 존재이시니.”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3황자를 바라보던 황태자의 시선이 내게 옮겨졌다.

    “그리고 네 녀석.”

    황태자가 손가락을 가리키자.

    스으으- 녀석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칠흑의 기운이 날카로운 가시의 형상을 취했다.

    “그 건방도 여기까지다. 하찮은 인간아!”

    녀석의 의지가 움직인 순간.

    파파파파팟!

    거대한 가시는 수백, 수천 개의 가시로 나뉘어 내게 쇄도했다.

    가시 하나에 숨겨 둔 거력은 능히 산도 허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

    “흐흐흐흐.”

    승리를 확신한 녀석은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웃지 마. 정드니까.”

    나는 녀석의 확신을 불확실로 만들었다.

    스윽- 그것은 가벼운 손짓에 불과했으나 그 손짓이 만든 변화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스아아아!

    황태자가 권능으로 만든 칠흑의 가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뭣!”

    놀란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뜰 때.

    “머저리 같은 게 주제를 알아야지. 뭐, 위대하신 분? 네 녀석이 등에 업고 있는 녀석은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녀석이 아니거든.”

    「건방진!」

    내 말을 들은 블랙홀 너머의 존재, 녀석이 노한 음성을 터뜨리며 의지를 움직였다.

    조금 전 3황자를 속박한 것과 같은 의지의 힘이었으나.

    “응, 안 건방져.”

    나는 녀석의 의지를 가볍게 물리쳤다.

    「뭣이!」

    황태자와 같이 깜짝 놀라는 녀석.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스팟!

    손날을 세워 마치 검처럼 블랙홀을 베는 시늉을 했다.

    촤아악!

    내 손짓에 의해 갈라진 블랙홀. 아니, 그 힘은 차원마저도 갈라 버렸다.

    「허업!」

    그리고 차원 너머에 있던 한 존재의 모습이 나타났다.

    당황한 녀석은 권능을 발현하여 나를 공격하려 했지만.

    「커, 커헉!」

    내 손이 좀 더 빨랐다.

    의지에 의해 속박된 녀석은 힘없이 끌려 나올 수밖에 없었고.

    “오랜만이다, 아몬.”

    나는 내 기억 속에 있는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아몬. 72마신 중 7위의 권좌를 차지했던 존재이며 과거 마계에서 나의 손을 피해 유일하게 도주에 성공한 마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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