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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73화 (73/161)
  • 73화 Chapter 72

    수백 년 전 대륙 서쪽의 운트라 왕국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대의 유물이 있었다.

    거인을 형상화한 듯한 그 형상을 본 사람들은 그저 단순한 조각상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유물을 발견한 관계자들은 이것을 왕가의 진상품으로 바쳤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왕가의 창고 안에 보관된 유물의 진가가 밝혀지게 된 것은 2왕자의 반란을 통해서였다.

    1왕자의 왕위를 반대하며 일어난 반란.

    이미 강력한 세력을 등에 업고 있었던 2왕자는 파죽지세와 같이 기존 왕가의 병력을 물리쳤고, 마침내 1왕자 세르돈을 궁지로 모는 데 성공한다.

    반란 병력을 피해 창고 안에 숨어 있었던 세르돈은 모든 병력을 잃은 채 허망하게 죽어야 할 운명에 처했지만.

    웅웅웅!

    마지막 순간 옅은 빛과 함께 진동을 일으키고 있는 고대의 유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것은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었다.

    과거 고대 마도 왕국의 잔재였던 살육 병기, 타이탄이라 불리는 마도 공학의 집결체였던 것.

    마법과 공학이 합쳐진 이 강력한 유산은 세르돈의 강렬한 염원에 이끌려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이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를 이끌었다.

    2왕자가 일으킨 반란군의 전멸이라는 결과를 말이다.

    그것은 놀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게 당시 세르돈의 무력이라고 해 봐야 왕가에서 내려오는 기본 검술만 익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반 병사들보다 못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던 1왕자는 타이탄에 탑승하여 수많은 병사, 그리고 성의 경지에 이른 기사를 학살했다.

    세르돈 그는 단 하나의 생채기도 생기지 않은 채 말이다.

    타이탄의 놀라운 힘을 확인한 세르돈은 반란군을 제압, 왕국을 평정한 이후 정복 전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처음 운트라 왕국의 도발에 주변 국가들은 코웃음 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운트라 왕국은 소국 중에서도 소국. 인근 국가의 콧바람에도 날아갈 수밖에 없는 나약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모든 병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고작해야 수천이 한계.

    몇만을 우습게 동원할 수 있는 다른 국가에 비하면 일개 ‘영지’의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한 정도였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이번 전쟁을 통하여 더 많은 떡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을지 각자 계산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결과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승리.

    승리.

    승리.

    고작해야 1천의 병력을 이끈 운트라 왕국의 정복 전쟁은 연전연승을 거듭하였다.

    물론 그건 세르돈의 타이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만의 병력을 홀로 감당할 수 있는 타이탄의 뛰어난 성능으로 인해 운트라 왕국의 정복 전쟁은 탄력을 받아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된 연승을 통하여 운트라 왕국은 자신들을 가장 깔보던, 그리고 괴롭히던 가이티아 왕국을 멸망시키기에 이른다.

    평소 당해 왔던 괴롭힘에 대한 복수였지만 이 같은 결과는 대륙에 있는 많은 왕국, 그리고 제국의 경계를 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미 숱한 전투를 통하여 타이탄이라는 고대의 유물이 알려졌고, 대륙의 수뇌부가 은밀히 회동하게 되었다.

    회동의 중점적인 이유는 운트라 왕국, 그리고 타이탄의 처분에 관한 것이었다.

    이대로 운트라 왕국을 내버려 둔다면 대륙의 질서는 무너질 테고, 그로 인한 혼란이 올 것이 분명했다.

    이에 각국의 수뇌부는 암묵적인 동맹을 맺고, 운트라 왕국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운트라 왕국은, 아니 타이탄을 얻은 세르돈은 주저하지 않았다.

    타이탄의 힘을 빌려 대륙을 일통하겠다는 야망을 품게 된 것이다.

    거듭 압박해 오는 대륙 동맹의 손길을 무시한 채 정복 전쟁을 벌였다.

    처음에는 그의 의도대로 연전연승을 거듭했으나 그건 함정이었다.

    적진을 향해 깊숙하게 들어간 세르돈은 주변을 빽빽하게 에워싼 대륙 동맹의 병력을 마주해야 했다.

    뒤늦게야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타이탄이 있다면 이 강력한 병기가 있다면 홀로 싸운다고 해도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그건 치기 어린 왕자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타이탄의 존재를 깨달은 각국의 수뇌부는 이미 그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마도 공학자와 마법사의 의견을 구하여 타이탄을 연구한 그들은 이 고대의 유물이 마력을 동력원으로 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

    해서 마법진을 설치하여 인근의 모든 마력을 끊어 버렸고, 타이탄은 그저 무겁기만 한 쇳덩어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후 세르돈은 수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은 죄로 인하여 처벌당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그것은 고대의 유물 타이탄에 관한 것이었다.

    고작 1기만으로도 왕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병기.

    만약 누군가 타이탄을 연구하여 그것을 대량으로 양성할 수 있다면?

    대륙의 질서가 무너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누군가의 독주가 시작될 게 틀림없었다.

    이에 대륙 동맹에 참여한 수뇌부가 합의했으니.

    그것은 누구 하나가 타이탄에 대하여 독점하지 못하도록 기체의 부품을 나눠서 가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 누구도 완성된 형태의 타이탄을 독점하지 못할 테고, 이 고대의 유물을 양산할 수 있는 길은 사라지게 될 테니 말이다.

    *

    ‘이게 그 유명한 타이탄이라는 거지.’

    예전 읽었던 대륙의 역사를 떠올리며 주변을 포위한 타이탄을 훑었다.

    웅웅웅!

    주변의 마력 흐름이 느껴진다.

    역사에서 말했던 것처럼 대기 중에 떠도는 마력을 정제하여 그것을 동력원으로 삼고 있는 게 확실하다.

    “아하!”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손뼉을 쳤다.

    “용족의 상징을 가져온 나를 홀대하는 이유가 이거였네.”

    굳이 녀석들의 설명을 들을 필요 없이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어떻게 발견했는진 모르겠지만 타이탄을 양산할 수 있게 된 녀석들은 더는 용가리의 보호가 필요 없다고 느낀 것이다.

    매번 부하처럼 일정량의 공물을 바치는 것도 아니꼬웠겠지.

    “그렇다. 타이탄이 있는 이상 우리는, 모르아 둔 제국은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지.”

    오만한 시선의 난쟁이 황제.

    “그리고 인간, 너를 죽임으로써 우리가 그 사악한 드래곤에게서 해방되었다는 것을 대륙에 공표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녀석은 음흉하게 웃었다.

    “폐하, 어떻게 타이탄을… 혹?”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을 빛내는 3황자.

    “닥쳐라!”

    하지만 녀석의 입이 열리는 것을 우려한 황제가 소릴 질렀다.

    “에스콴. 네 녀석은 항상 그런 식이었지. 사사건건 짐의 의견을 반대하며 많은 귀족 앞에서 짐에게 망신을 주었단 말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

    그것은 분명 ‘질투’라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녀석이기에 고작해야 아들에게 질투를 느낄 수 있는 거지?

    “폐하, 그것은 제국을 생각하는 충심으로 한 말…….”

    “아니지.”

    이번에는 황태자였다.

    녀석은 황제와 3황자 사이를 가로막은 채 말을 이어 갔다.

    “네 녀석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폐하와 나의 권위를 깔아뭉갰다. 고작해야 조금 더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갈등은 심각하다 못해 아주 난장판이다.

    아마도 녀석들은 뛰어난 재능과 혜안을 지닌 3황자의 말을 매번 고깝게 들었던 것 같다.

    예상되는 그림은 있다.

    아마 멍청하기 그지없는 난쟁이 황제와 황태자 녀석들이 매번 멍청한 길을 제시했을 테고, 3황자가 이를 반박했겠지.

    저것들은 자기들이 멍청한 선택을 한 것도 모르고 괜히 3황자에 대한 열등감만 키워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눈앞에 보고 있는 것과 같은 파국.

    “그리고 뭐? 인간들과 화친을 맺어야 한다? 과거의 일을 잊고 이제는 지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황태자 또한 황제와 같은 질투심으로 불타는 눈으로 3황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언제까지 과거에 연연하여 이곳에 머물러야만 합니까? 과거의 일은 과거일 뿐.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는 우리도 생각을 바꿔야…….”

    “에스콴, 참으로 어리석구나.”

    “후후. 우리가 왜 비열한 인간들과 화친을 맺어야 하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친이 아니라 지배다.”

    스으으으-

    그리 말하는 녀석들의 주위로 뭔가 익숙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 이거 어디서 많이 느껴 본 기운인데…….’

    분명 뭔가 익숙한데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이를 많이 먹다 보니까 요즘 예전 일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이 타이탄을 이용하여 대륙을 지배할 것이다. 과거처럼 사악한 용족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인간들을 피해 숨어 살 필요도 없는 것이지.”

    “폐하, 그것이 가능하다 생각하십니까? 지금의 전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고작 이 정도로 대륙을 지배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역시 똑똑하다.

    타이탄이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작해야 이 정도의 숫자로 대륙을 지배하는 것은 무리다.

    ‘신격이나 고대 신, 초월체를 제외하고서라도 무리지.’

    녀석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그것은 위대한 일원이나 시사지외와 같은 강력한 단체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그 녀석들을 굴복시키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걱정할 필요 없다. 지금 선보인 타이탄은 일부일 뿐이니. 조만간 타이탄의 대량 생산을 통하여 우리는 무적의 군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수천, 아니 수만이나 되는 타이탄 군단을 감히 대륙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

    “…….”

    “그러니 더는 너의 말에 휘둘리지 않겠다. 이제 짐은 황태자와 함께 대륙의 중심에 설 테니 네 녀석과 하찮은 인간, 너희 둘은 지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도록 해라.”

    쿵쿵쿵!

    대기하고 있던 타이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쯧. 막장 집안싸움이라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기가 끝인가 보다.

    ‘우리 집안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는 더한 것 같네.’

    막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오는 타이탄을 응시했다.

    웅웅!

    마력을 흡수한 기체의 각 부위에서 뜻을 알 수 없는 마법의 룬 문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공기 저항, 파괴력, 순발력, 시간의 왜곡. 이야, 아주 갖가지 마법을 섞어 놨네.’

    그제야 타이탄이 왜 그토록 강력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온갖 강화 마법은 물론 보호 마법, 그리고 시간의 왜곡을 일으키는 결계까지 발현하고 있다.

    만약 평범한 인간의 몸에 저렇게 다량의 강화 마법을 부여한다면 그 마력을 이기지 못하고 육신이 터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특수한 금속과 마법 제어 장치를 통해 완성된 타이탄은 그 모든 마법을 견뎌 내어 탑승자에게 엄청난 힘을 전해 준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오만하게 서 있는 난쟁이 황제와 황태자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꽈악.

    손아귀에 힘을 주며 자연스레 주먹을 말아 쥔다.

    그리고 그것을 힘차게 뻗으면.

    콰앙!

    그것을 뻗으면.

    쾅, 콰콰콰콰쾅!

    서서히 다가오고 있던 타이탄은 형편없이 찌그러진 채로 한낱 고철덩어리로 돌아갔다.

    “…….”

    찰나의 정적 후.

    “이, 이럴 수가!”

    “무슨 이런 일이!”

    놀란 난쟁이 황제와 황태자의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보셨습니까?”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든 3황자.

    “과거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제 선택이 옳은 것 같군요.”

    마치 지금의 상황을 직감한 것처럼 녀석은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난쟁이 황제와 황태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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