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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71화 (71/161)

71화 Chapter 70

“아이구야!”

“으어어…….”

처음에는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난쟁이 녀석들이 지면을 구르고 있다.

얼굴을 비롯해 몸 곳곳에 피멍이 든 녀석.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바닥을 기고 있는 녀석.

망가진 무기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넋을 잃은 녀석.

“대체 너, 너는 누구냐. 누구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무리를 이끄는 대장처럼 보이는 난쟁이 녀석이 물었다.

“이런 사람.”

품속에 넣어 두고 있었던 용가리의 비늘을 꺼냈다.

“…….”

깜짝 놀랄 줄 알았더니 오히려 침묵한다.

하지만 잠시 후.

“그, 그, 그것은……!”

반응이 온다.

“그래. 너희가 그토록 두려워 마지않는 드래곤. 그중에서도 현재 로드 후보, 아니 당연히 로드의 지위에 오를 대단한 드래곤 아리우라스의 비늘이지.”

“맙소사!”

털썩!

경악한 녀석들은 냉큼 바닥에 엎드렸다.

“저희가 귀인을 몰라뵙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지금의 무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용가리 녀석이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더니 과연 잘 먹힌다.

“알았으면 됐어.”

하지만 녀석들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를!”

앵무새처럼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한다.

용가리 녀석들이 난쟁이를 얼마나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알았다고. 알겠으니까 그만 일어나. 내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제야 슬그머니 고개를 든 녀석들이 나를 응시했다.

씨익, 혹여 위압감을 느낄까 봐 환히 미소 지으며 녀석들을 안심시켰다.

“히익!”

문제라면 내 미소로 더욱더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제발 목숨만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금 고개를 숙인 녀석들은 이마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찧었고.

“아서 님, 그만 용서해 주시는 게 어떠실지.”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아무래도 어디 가서 함부로 미소를 짓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

흉측한 미소 사태를 진정시키느라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말았다.

“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겨우 몸을 일으킨 녀석들은 과도하게 공손한 자세로 안내를 시작했다.

“…….”

“…….”

침묵을 지킨 채 그냥 걷기만 했다.

굳이 대화할 만큼 친근한 사이도 아니었고, 굳이 녀석들을 생각해서 말을 걸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없이 얼마나 걸었을가.

뚝.

앞장서서 걷고 있던 난쟁이가 걸음을 멈췄다.

“이곳부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매우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어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큰일을…….”

은근 자랑이 섞인 말이다.

그러니까 자기네들 영역에는 아주 강력한 결계가 있으니 너희도 조심하라는 것.

“그래? 별거 없어 보이는데.”

하지만 나는 녀석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굳이 설명이 없어도 그것이 뭐 하는 결계인지는 진즉 파악하고 있었다.

공간을 왜곡하고 강력한 환상을 심어 주어 정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종류의 것.

하지만 고작해야 난쟁이가 만든 환상 따위가 내 심상을 넘볼 수는 없다.

“어엇!”

“귀, 귀인이시여!”

걸음을 옮기는 날 보고 놀란 난쟁이들이 제지하려고 했지만.

저벅-

그대로 걸음을 옮기며 결계 안으로 들어섰다.

스으으으으-

결계 안에 펼쳐진 특별한 기운이 나를 위협한다.

“지랄하고 있네.”

하지만 주위에 만연한 그 기운은 내 근처에 접근하지 못했다.

내 의지가 그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감히 내 의지를 거스르지 못한 결계의 기운은 마치 무서운 존재를 대면한 것처럼 황급히 내 곁에서 물러났다.

“쯧. 강력한 결계라고 하더니 별거 없네.”

유유히 결계를 돌아다니는 나를 바라본 난쟁이들이 눈을 부릅떴다.

“아니, 어떻게…….”

“대장로 아울레크 님이 설치한 결계가…….”

“말도 안 돼!”

아마도 꽤 높은 지위의 난쟁이가 설치한 결계인 것 같은데.

“너무 결계만 믿지 마. 나처럼 결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 말이야.”

물론 이 같은 일을 벌인 건 녀석들에게 내가 용가리의 상징물에 의존하지 않는, 꽤 대단한 존재라는 걸 인식시키기 위함이었다.

용가리의 추천서는 단지 이들의 경계심을 풀어 줄 도구일 뿐.

결국, 가장 먼저 녀석들에게 인식시켜 줘야 할 것은 나의 힘이었다.

‘그래야만 괜한 짓을 벌이지 않을 테니까.’

물론 그럴 확률은 낮겠지만 혹여 용가리를 배경에 둔 하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해 나를 얕볼 수도 있지 않은가.

괜한 시비가 걸리기 전에 차단도 할 겸 일부의 힘을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일은 효과를 발휘했다.

지이잉-

이질적인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후미.

난쟁이들이 마법을 발휘하여 먼 곳에 있는 이들과 통신하고 있었다.

뭐, 굳이 내용을 듣지 않더라도 어떠한 대화가 오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용가리의 추천을 받은 인간이 범상치 않으니 혹여 그를 대하는 데 있어서 조심하라는 거겠지.

목적을 달성했기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가, 같이 가시지요!”

황급히 뒤를 따르는 녀석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지하에 마련된 또 하나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와!”

“지하에 이런 세계가 있다니…….”

타일로와 킬리아.

녀석들은 눈앞에 펼쳐진 난쟁이의 제국에 할 말을 잇질 못했다.

‘대단하긴 하네.’

하긴 순간적으로 나도 감탄이 나올 정도니 녀석들은 오죽하겠는가.

“이곳이 바로 지하에 마련된 드워프의 제국 모르아 둔입니다.”

난쟁이 녀석이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

확실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단한 광경이었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정교한 건물, 그리고 건물 곳곳에 장식된 아름다운 장식품.

황성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교한 그 건물들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 외에는 나올 게 없었다.

‘하긴, 마족 녀석들도 인정했지. 중간계의 드워프만 있으면 마계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 거라고.’

귀족이라 칭해지는 고위급 마족들도 드워프의 손재주에 관해서는 인정한 바가 있었다.

그 무지막지한 녀석들이 인정할 정도면 드워프의 손재주에 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모두 물럿거라!”

갑작스레 쩌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두!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온갖 황금빛 광택으로 번쩍이는 무구를 착용한 난쟁이 근위대였다.

누군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어딜 봐도 보여 주려는 목적의 다분한 화려한 근위대의 등장.

이미 뒤의 난쟁이들에게 연락을 받았기에 나올 수 있는 연출이었다.

그렇게 불과 1m 거리까지 접근한 근위대가 갑작스레 멈췄고.

척척척.

마치 파도가 갈라지는 것처럼 양측으로 물러났다.

근위대가 만든 길.

그 길을 통해 하나의 드워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지금까지 봐 왔던 난쟁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수수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흘러나오는 기도가 녀석의 수준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에스콴 3황자님을 뵙습니다!”

“3황자님을 뵙습니다!”

주변에 있던 모든 난쟁이가 부복했다.

과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더니 제국의 3황자나 되는 존재가 마중을 나온 것이다.

“…….”

입을 떼지 않은 채 내 앞까지 걸어온 난쟁이 3황자.

“위대한 용족의 상징을 가져오신 귀인을 뵙습니다.”

그는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명색이 다른 이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지만 비굴하거나 혹은 나약하다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감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그를 당당하게 돋보여 주고 있었다.

‘상당한데? 이 정도 자질이면 난쟁이의 미래가 밝겠어.’

원래 그 종족의 수준을 보려면 가장 윗대가리를 보면 알 수 있다.

3황자씩이나 되는 녀석이 이 정도의 자질을 지니고 있다면 굳이 미래를 보지 않아도 난쟁이 제국의 미래가 상당히 밝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귀인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걸음 하였습니다.”

“굳이 이런 환영 행사는 필요 없었는데.”

“아닙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리우라스 님의 비늘을 가지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일족을 수호하는 용족의 수장께서 직접 상징물을 전해 줬는데 어찌 소홀히 대할 수 있겠습니까.”

행동처럼 언행도 신중하고 당당하다.

왠지 펠리드가 생각나는 녀석.

그렇기에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해서 3황자인 제가 직접 마중을 나왔습니다. 본래는 황태자께서 오셔야겠지만 최근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제가 왔으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창한 건 바란 게 아니니까 됐어. 그냥 아무나 안내해 주면 되지.”

“하하하. 호탕하시군요. 하지만 감히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일족의 입장도 생각해 주시길.”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녀석을 유심히 응시했다.

“…내가 이곳에 방문한 목적이 있는데.”

“그렇시겠지요. 하지만 귀인을 이곳에서 모실 수는 없으니 제가 황궁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함께 가시지요.”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그래. 높은 녀석을 만날수록 더 강력한 무구를 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난쟁이의 직위는 그 손재주로 정해진다고 들었다.

가장 높은 난쟁이를 만날수록 더욱더 강력한 무구를 제작할 수 있을 테니 일단은 녀석들의 장단에 맞춰 주는 수밖에.

“마차를 들여라!”

3황자의 말과 함께 준비한 게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쿵!

어딜 봐도 정교한 공학이 들어간 듯한 마차가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은 마차를 움직이는 말도, 그렇다고 그것을 운전하는 마부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이번에 새로이 제작한 마차입니다. 마동력을 통해 움직이는 실험적인 작품이지요.”

과연 난쟁이.

말과 마부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라니.

이건 획기적이다 못해 대단한 작품이다.

‘이 녀석들이라면 꽤 강력한 무구를 제작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네.’

어쩌면 생각한 것 이상의 무구가 나올 수도 있겠다.

희망적인 기대와 함게 마차에 올랐다.

쿠쿠쿵!

기존의 마차와 달리 동력으로 움직이기에 별다른 흔들림이 없다.

“세상에! 이런 마차가 존재하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데요?”

마치 도시에 온 촌놈처럼 연신 마차 안을 둘러보기에 바쁜 타일로와 킬리아.

“…….”

하지만 나는 마차 안을 보지 않은 채 내 앞에 앉은 3황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할 말이 뭐지?”

다짜고짜 물었다.

“…눈치채셨습니까?”

“이렇게 대놓고 음파 차단 마법을 펼쳤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조금 전 녀석은 아티팩트를 이용하여 주변의 음파를 차단하는 결계를 펼쳤다.

굳이 음파를 차단하는 공간을 만든 건 밖에 새어 나갈 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

“부탁할 게 있으면 말해 봐.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못 들어줄 건 없으니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용족 수장의 비늘을 가지고 오신 분이니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녀석 또한 내 말에 곧장 화답했다.

“모르아 둔 제국의 황제 클라이크 폐하와 황태자 므리아돈을 죽여 주십시오.”

그런데 이건 화끈해도 너무 화끈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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