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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70화 (70/161)
  • 70화 Chapter 69

    자존심 강한 용가리 녀석을 길들이는 방법은 아주 쉽다.

    퍽!

    일단 팬다.

    「감히 네 녀석이…….」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다?

    퍼퍽!

    그럼 또 팬다.

    「크으으… 아무리 네가 폭력을 행사한다 해도 나의 권능을…….」

    퍼퍼퍼퍼퍽!

    그래도 주제를 모른다면 비 오는 날 먼지 날 정도로 처맞는 수밖에.

    스스로는 엄청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격이 아닌 이상 내게 용가리는 다 똑같은 용가리에 불과했다.

    당장 튀겨 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깃덩어리 그 이상이 아니었던 것.

    「으으으…….」

    계속 자존심을 내세우던 녀석의 입이 드디어 멈췄다.

    의지를 대신한 것이라곤 고통에 찬 신음뿐.

    “왜? 계속 고귀한 핏줄이니 최강의 생물이니 지껄여 보지?”

    퍽!

    녀석의 배에다가 발길질을 하며 물었지만.

    「…….」

    형편없이 나뒹군 녀석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세 개의 머리, 그리고 그곳을 장식한 세 쌍의 눈이 담은 감정은 복잡했다.

    경악, 공포, 절망.

    그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눈이 나타내는 것은 패배였다.

    엄청난 기세를 뿜어 대던 처음과는 달리 온순한 양이 된 녀석은 침묵으로 일관한 채 내 폭력에 순순히 몸을 맡겼다.

    ‘이제 좀 정신 교육이 된 것 같네.’

    그럴 수밖에 없다.

    녀석의 공격을 간단한 손짓으로 소멸시켰고, 녀석이 행한 모든 방어는 내 주먹을 막지 못했다.

    달리 어떤 권능을 사용하거나, 혹은 능력을 사용한 바 없다.

    그저 주먹을 휘둘렀을 뿐이고, 녀석은 내 주먹을 막지 못했다.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승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대화할 자세가 된 것 같네.”

    「도대체 넌 누구…….」

    퍽!

    예외 없이 날아간 내 주먹이 녀석의 얼굴을 강타했다.

    “넌?”

    나는 눈을 부라렸다.

    ‘넌’이라니. 아직도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건가?

    「…대체 그대는 누구인가. 누구기에 이토록 말도 안 되는 힘을?」

    녀석이 놀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초월체도 아닌, 고작해야 필멸자 주제에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에 관한 것.

    차라리 신격이었다면 쉽게 수긍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네 녀석이 어찌 알겠냐. 이미 신격의 영역에 도달했지만 어떻게든 올라가지 않으려는 나의 발버둥을.’

    하지만 굳이 그 내용을 말해 줄 생각은 없었다.

    “누군지 알면 뭐 하려고? 중요한 건 네 녀석은 내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고, 죽기 싫으면 내 부탁 하나를 들어줘야 한다는 거지.”

    「…….」

    녀석은 다시금 침묵했다.

    내가 이곳에 방문한 목적을 대강이나마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래. 목적 없이 이곳을 방문했을 턱이 없지. 하지만 명심하라. 아무리 그대가 날 굴복시켰다 해도 부당한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설령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기개는 높게 산다만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 부탁이라는 것도 너희 입장에서 보면 무척 간단한 거야.”

    「그게 무엇이지?」

    “너희 용가… 아니 드래곤은 드워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지?”

    「그렇다. 우리는 그들의 영토를 보호해 주고, 그 대가로 일정량의 공물을 받고 있지.」

    반짝이는 것, 즉 보물을 좋아하는 드래곤은 드워프들의 제국인 모르아 둔을 지켜 주는 대가로 매번 일정량의 공물을 받고 있었다.

    드래곤은 그저 품어 주는 대가로 막대한 보물을 얻는 것이고, 드워프는 지상 최강 생물의 보호를 받는 셈이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셈.

    이러한 인연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왔기에 두 종족의 사이는 매우 밀접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내가 모르아 둔에 방문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모르아 둔에?」

    “그래. 그런데 너도 알겠지만 녀석들이 무척 폐쇄적이잖아. 특히 인간에 관해서는 더더욱이.”

    드워프의 폐쇄성에 관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

    오죽하면 그 거대한 제국도 땅굴을 파내어 지하에 마련했겠는가.

    기본 성향도 폐쇄적인 드워프. 그런데 여기에 인간과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게 과거 일어난 전쟁 탓이었다.

    지하 세계를 환히 밝혀 주는 장인의 보석 엘클라 드 쟁탈 전쟁.

    칠색의 빛을 발하는 신비한 보석인 엘클라 드는 드워프 세계에 있어서 옥새와 같은 상징적인 역할의 보물이었다.

    하지만 과거 임펠 제국의 황제, 현재까지도 폭군이라 칭해지는 이자레우 2세는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하여 드워프의 보물인 엘클라 드를 탐냈다.

    결국, 어리석은 폭군의 욕심으로 인해 드워프와 인간과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이가 죽어 나갔다.

    만약 임펠 제국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황제가 바뀌지 앟았다면 그 전쟁의 끝은 결국 파멸이었을 것이다.

    다행하게도 반란을 성공했고, 새로이 황제의 위에 오른 디겔론은 드워프와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 협정에 들어갔다.

    인간의 욕심으로 시작된 전쟁.

    하지만 드워프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서는 평화 협정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두 종족은 다시금 평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만 드워프들 입장에서는 인간에 대한 불신감이 쌓였지만 말이다.

    인간의 욕심을 깨달은 드워프는 언제고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여 그들의 욕심이 닿지 않을 지하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그것이 모르아 둔.

    지하 제국이 세워진 비밀이었다.

    물론 과거의 전쟁이 일어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나 고집이 무척 센 드워프는 그날의 원한을 아직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혹여 인간들이 지하 제국의 영토에 발을 들이는 일이 있으면 이유를 막론하고 죽이는 일이 빈번했다.

    ‘아마 그곳에 무작정 쳐들어간다면 다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오겠지.’

    드워프의 고집이라고 한다면 제국이 멸망하는 한이 있어도 함부로 침입한 인간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그렇기에 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드래곤, 녀석들의 추천이 필요했다.

    「일족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말이로군.」

    “정확해.”

    역시 아주 눈치가 없는 녀석은 아니라니까.

    “너희의 추천서가 있으면 아무리 인간이라도 꽤 환대해 준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추천서를 써 주는 게 어떨까 싶은데.”

    「추천서를 써 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것이 현직 로드의 추천서라면 아무리 인간이라고 해도 대지의 종족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겟지. 하나…….」

    녀석이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군. 그대는 모르아 둔에 방문하여 어떤 일을 벌일 셈이지?」

    그래도 나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종족이라 신경을 써 주는 것 같다.

    “무구 제작을 맡겨 볼까 해서.”

    어려운 질문도 아니라서 곧장 대답했다.

    「무구를?」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였다.

    「그대 정도의 강자가 무구 제작을 맡긴다니. 믿을 수 없군.」

    하긴 녀석도 맨손에 당한 마당에 무구를 제작한다고 하니 믿기지 않을 수 있지.

    “대륙 최고의 무구를 제작하고 싶다는 누군가의 바람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너나 드워프들 입장에서는 내게 추천서를 써 주는 게 좋을걸?”

    「그게 무슨 말이지?」

    “생각해 봐. 만약 내가 너희의 추천서 없이 모르아 둔에 들어갔어? 그럼 인간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한 드워프들이 날 공격하겠지? 그럼 순간 욱한 내가 무슨 짓을 벌일지. 자, 시간을 줄 테니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봐.”

    「으음…….」

    내 말에 녀석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열받은 내가 모르아 둔을 어떻게 할지 눈에 보이는 것이다.

    「무구 제작만 의뢰한다면 그들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겠는가?」

    “이게 누굴 살인에 미친놈으로 보나. 누군가 나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난 항상 온순해. 조금 전에도 네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싸운 거지 내가 먼저 시비를 턴 건 아니었거든.”

    「…….」

    내 말에 녀석은 침묵했다.

    조금 전 나를 날파리 취급하며 온갖 객기를 부린 게 생각이 난 모양이다.

    화악!

    잠시 후 녀석은 권능을 발현하여 특별한 상징물 하나를 생성했다.

    “이건?”

    어느새 내 손 위에 올라가 있는 건 비늘이었다.

    칠색으로 반짝이고 있는 녀석의 비늘 말이다.

    「보통은 정해진 인장을 주지만 지금은 상황이 특별한 것 같으니 준비했다. 내 비늘을 그들에게 보여 준다면 대지의 종족은 나를 대하는 것처럼 그대를 환대할 것이다.」

    아마도 괜한 사고가 일어날 것을 걱정하여 특별한 상징물을 전해 준 것 같다.

    처음에는 내 지인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기에 죽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생각을 바꿔 이 녀석을 살려 두길 잘한 것 같다.

    이렇게 융통성 있는 녀석은 오래도록 살려 두고 녀석을 통하여 그 이득을 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나마 말이 좀 통해서 다행이네. 만약 고집불통 녀석을 만났다면…….”

    너희 용가리 일족은 멸족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은 내뱉지 않은 채 삼켰다.

    일이 이렇게 잘 풀렸는데 굳이 분란을 일으킬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꿀꺽!

    내 뒷말을 짐작한 녀석이 마른침을 삼켰다.

    녀석 또한 내 전력이면 일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짐작했을 것이다.

    “그럼 오늘 볼일은 모두 마쳤으니 다음에 보자고.”

    나는 환히 웃으며 녀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슈슉!

    곧장 공간을 넘었다.

    「…….」

    거대한 레어에 홀로 남은 아리우라스.

    「아무래도 이번 로드 직은 역사상 가장 힘들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그것도 단 한 사람으로 인해서 말이다.

    *

    “허억, 허억…….”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타일로.

    녀석은 샤워라도 한 것처럼 땀 범벅이 된 채로 비틀대고 있었다.

    “어쭈? 고작 이걸 걸었다고 벌써 지쳐?”

    나는 휘청대는 녀석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허억… 하지만… 허억… 이 짐의 무게가… 헉, 허억…….”

    뭐라 변명하고 싶었던 녀석. 하지만 너무 힘이 든 나머지 끝내 말을 잇질 못했다.

    그 원인은 녀석이 메고 있는 짐꾸러미였다.

    공간 압축 마법을 통해 그곳에 여행에 필요한 모든 짐을 실었다.

    물론 적당히 쇳덩어리를 비롯한 몇몇 가지 무게 나가는 것도 실었기에 그 무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지고 있다.

    심지어 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 명령도 있었고 말이다.

    녀석은 온전히 육신의 힘만을 통해 저 무거운 짐꾸러미를 진 채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

    “뭘 이 정도 가지고 엄살이야.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네 녀석에게 필요한 건 육신의 단련이라고. 나름 재능은 뛰어나니까 검술에 대한 이해도는 나중에 쌓아도 돼. 하지만 육체의 단련을 소홀히 할 수 없지.”

    현재 타일로에게 가장 필요한 수련은 육신의 단련이었다.

    검술에 대한 이해는 재능이 뛰어나니 얼마든지 빠르게 진도를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육신의 단련은 단련의 시간만이 해결해 주는 것.

    그렇기에 녀석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한 단련을 계속 실시하는 중이었다.

    ‘새끼, 나중에 고맙다고 엎드려서 절이나 하지 마라. 지금의 단련이 나중에는 다 너의 피와 살이 될 테니까.’

    물론 녀석이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한참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으음? 갑자기 땅의 색이……?”

    옆에서 같이 이동하고 있던 킬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푸르른 색을 자랑하던 산맥의 길이 어느새 검게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인위적으로 경계선을 표시해 놓은 것만 같은 광경.

    “왔다!”

    이 검은 영역이 나타내는 것 하나.

    바로 모르아 둔. 드워프의 제국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입자다!”

    “건방진 인간이 우리 제국의 영역을 침입하였다!”

    나는 한 무리의 드워프들과 대면할 수 있었다.

    평범한 성인의 절반 정도까지만 오는 신장을 지닌 땅딸보 종족.

    그들은 바로.

    “죽어랏!”

    드워프.

    녀석들은 주제도 모른 채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쇄도하고 잇었다.

    “그래. 평범하게 넘어갈 턱이 없지.”

    다가오는 녀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럼 일단 맞고 시작해 볼까?”

    역시 시작은 매타작으로 가는 게 정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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