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64화 (64/161)
  • 64화 Chapter 63

    “여기가 길드 마스터의 집무실입니다.”

    마치 상관을 모시는 것처럼 공손히 안내하는 미셸.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아마도 이번 길드 마스터와의 만남은 지난번 있었던 언데드 군단 사건과 관련이 있을 터.

    물론 그 만남의 결론이라고 한다면 랭크 상승일 것이다.

    용병 세계에서 랭크는 곧 권력. 높은 랭크가 예상되는 내 행보에 그녀 또한 전보다 더욱 공손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똑똑-

    미셸이 노크했고.

    “들어오십시오.”

    집무실 안에서부터 맑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상당한 실력자로군.’

    벽이 막혀 있음에도 선명히 들리는 그 음성은 기를 이용한 것.

    아무래도 험악하기 그지없는 용병들을 다루기 위해서 길드 마스터의 기본 소양에 ‘무력’이라는 것도 포함된 것 같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아서 님.”

    서재와 같이 단출하게 꾸며진 방 안.

    미리 대기하고 있던 회백색 머리칼의 중년인이 나를 반겼다.

    ‘대략 7성 정도인가.’

    그간의 경험을 통해 대륙이 정한 성의 기준을 파악했다.

    그렇기에 상대의 내부를 관찰, 단번에 그 실력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눈앞의 중년인은 7성에 이른 이였다.

    ‘세그릭 공작도 7성이었는데…….’

    새삼 왕성이 얼마나 좁은 곳이었는지 깨닫는다.

    나름 왕국 최강자라고 불리었던 세그릭 공작의 경지도 7성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영지의 길드 마스터가 같은 7성이라니.

    사실 놀랄 것도 없다.

    위대한 일원이나 사시지외 같은 경우에는 인외의 경지로 규정한 9성의 최강자들을 일반 단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단체가 아닌가.

    당장 왕성 밖으로만 나가도 숨은 실력자들이 만연한 게 대륙이었다.

    “자, 앉으시죠.”

    자리를 권하는 그의 말에 상념을 거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미 들어서 아시겠지만, 저는 테스엘 용병 길드의 마스터인 이카리안이라고 합니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오나?’

    문득 얼마 전 읽은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주인공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기를 주입하다가 호되게 혼이 나는 용병단의 단장.

    그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간의 활약은 익히 들었습니다. 용병 등록 때부터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셨다고요?”

    정말 단순한 악수였을 뿐이었다.

    아마도 언데드 군단을 처치한 부분에서부터 굳이 내 실력을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별거 아니었습니다.”

    “하하하. 만약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허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서 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수긍할 수밖에 없군요. 확실히 그 정도는 별거 아닌 것처럼 또 다른 활약을 보여 주셨으니 말입니다.”

    역시.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실력을 드러낸 것이 문제로군.

    “사정상 자리를 비웠으나 아서 님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미셸과 관리자들을 통해 익히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는 그.

    “…영주 성에서 벌어진 일 또한 말입니다.”

    나름 숨기려고 했는데 무리였던 것 같다.

    하긴, 명색이 영지의 영주가 형편없이 당했는데 그 소식이 길드 마스터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턱이 없지.

    “왕실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 명령을 전달했더군요. 부당한 행위를 행한 알렉슨 자작을 직위 해제하고, 그 재산과 영토를 모두 몰수한다고.”

    물론 그건 내가 펠리드에게 부탁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부패한 귀족을 왕실에서 처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아서 님의 개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박이라도 할 셈입니까?”

    대단한 비밀도 아니었기에 나는 시큰둥하게 물었고.

    “하하하! 그럴 리가요! 알렉슨 자작은 부패하다 못해 악취가 진동하는 악덕 귀족으로 유명합니다. 다만 자작이라는 귀족 신분으로 인해 다들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그 문제아를 처리해 주셨으니 오히려 찬양해도 모자랄 판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다만 궁금할 뿐입니다. 대체 무엇을 하시는 분이기에 왕성에서 직접 사람을 보냈을까. 그것도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신속히 처리될 정도라면 왕성의 아주 높으신 분과 연줄이 있을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그가 말을 꺼낸 이유는 내 정체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랭크 상승 전에 내 신분을 파악해 보겠다는 건가?’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지.

    한때 왕이었던 신분을 감추기 위하여 내 존재의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

    외형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존재의 흔적을 지웠기에 소튼 왕국의 왕 아서와 지금의 나를 동일 인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병의 신분과 사적인 일에 관해서는 어떠한 간섭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나는 용병의 규칙을 들먹이며 그를 응시했다.

    “하하, 물론 그렇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궁금증 정도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군요.”

    “개인적인 궁금증이라. 그럼 대답할 필요는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일에 관해선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답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더는 묻지 않았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아서 님을 이곳으로 모셔 온 일에 대해서는 짐작하고 계시겠지요?”

    “아마도 랭크 상승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고작 골드 랭크에 머무를 실력이 아닌 것을 모두의 앞에서 증명하셨으니 당연히 랭크의 상승이 있어야지요. 해서 내부에서 심사숙고하여 아서 님께 어울리는 랭크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말을 끊어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한 그가 다시금 말을 이어 갔다.

    “아서 님은 대륙에서 오직 10명만 존재하는 마스터 랭크에 어울리는 실력자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스터 랭크라.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비록 내 기준에서는 실력의 일부를 보인 것에 불과하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힘이었을 터.

    그 정도 힘이면 당연히 용병 길드의 최고 랭크인 마스터 랭크에 오를 자격을 증명한 셈이다.

    ‘마침내 아스웰의 염원을 이뤄 줄 수 있겠군.’

    그가 그토록 원했던 용병 최고 권위인 마스터 랭크.

    그곳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이제 단 한 걸음이었다.

    “하지만 그 실력을 인정했다는 것이지 아직 정식으로 마스터 랭크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마스터 랭크에 오르기 위해서는 길드에서 내리는 한 가지 임무를 완료해야 한다더군요.”

    “네, 정확하십니다. 마스터 랭크는 용병 최고의 권위. 그렇기에 일차적으로 실력이 확인되면 다음으로 길드의 임무 한 가지를 수행하여 어떠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건 무척 어려운 임무일 테고 말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스터 랭크의 실력을 증명한 이가 수십 명 있었습니다만, 임무에 성공하여 마스터 랭크에 오른 사람은 30%가 넘지 않습니다.”

    30%의 성공률이라.

    어지간히 마스터 랭크에 대한 자부심이 있나 보다.

    뭐, 그래 봐야 내가 수행하지 못할 임무라는 건 없겠지만 말이다.

    “해서 아서 님께 묻겠습니다. 마스터 랭크 임무에 도전하시겠습니까? 굳이 마스터 랭크에 오르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임시 마스터 랭크 직위를 박탈, 대신 아다만티움 용병으로 활동할 수는 있습니다. 도전할지 말지는 순전히 아서 님의 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당연히 도전하겠습니다.”

    아스웰의 염원이 눈앞에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아서 님의 마스터 랭크 승급을 위한 임무지를 전달하겠습니다.”

    스윽- 품속에 손을 넣은 그는 붉은색 인이 찍힌 봉투를 내밀었다.

    “모든 길드의 지부장이 합의하여 작성한 임무지입니다.”

    그 말을 흘려들으며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찌익- 곧장 봉투를 찢어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마스터 랭크의 임무

    임무 목표: 북부의 네오란 영주 저택 지하에 나타난 던전 탐사

    임무 등급: 불가해(不可解)

    임무 보상: 던전 탐사로 얻는 모든 보물

    임무 포인트: 예비 마스터 랭크 아서의 개인 임무. 임무 완료 시 마스터 랭크로 승격』

    흠. 북부의 네오란 영지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혹시 이건……?”

    “네, 최근 대륙에서 가장 골칫덩이로 떠오른 7대 불가사의. 그중 하나인 네오란 영주 저택 지하에 있는 광기의 던전을 클리어하는 임무입니다.”

    *

    “진짜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래도 이번 임무는 좀…….”

    양옆에서 말을 몰고 있는 두 사람, 타일로와 킬리아가 말을 걸었다.

    내 실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녀석들이었지만, 이번 임무가 대륙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네오란 영주 저택 지하의 던전’ 탐사라는 것을 듣고서는 계속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무서워?”

    나는 비아냥거리려고 한 말이었지만.

    “당연히 무섭지 않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입니다. 특히 광기의 던전은 그곳에 들어간 모든 사람이 미쳐서 돌아온다는 살벌한 곳 아닙니까.”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하는 타일로.

    “맞아요.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광기의 던전은 실패했을 때 감수해야 할 게 너무 큰 것 같아요. 일단 임무를 취소하고 다른 임무를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도 마냥 두렵다고만 말하는 타일로와 달리 킬리아는 자신의 의견을 담아 조리 있게 말했다.

    “아니. 그럼 또 지부장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지정한 임무를 찾기 위해 아까운 시간을 버리겠지?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긴데, 굳이 임무를 가릴 필요가 있나.”

    녀석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적어도 이 대륙 내에서, 아니 대륙이 아니라 이 차원 내에서 내게 위협을 가할 만한 존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까.

    7대 불가사의건 나발이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단 소리다.

    “무서우면 빠져도 돼. 너희들에게 임무를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굳이 녀석들과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런데 꾸역꾸역 같이 가겠다고 한 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쯔쯧! 어리석구나. 감히 마신왕을 위협할 수 있는 게 이 중간계에 있을 것 같으냐?」

    「참으로 어리석은 필멸자들이 아닌가.」

    그나마 내 힘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1,315호와 그라시아스는 이번 임무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응. 만약의 경우는 없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목적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휘이잉-

    분명 겨울이 아닌데도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폐허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과거에는 꽤 화려했을 것만 같은 영지의 곳곳에는 인적이 없는 폐가로 가득 차 있었고, 그마저도 무언가의 충격에 의해 부서져 터만 남은 상태였다.

    이 폐허가 바로 이번 마스터 랭크의 임무지인 네오란 영지였다.

    「나에게… 오라. 가까이… 더 가까이…….」

    그 순간, 뇌리에 파고드는 한 줄기의 의지.

    “헙!”

    “이, 이건?!”

    의지의 일부만을 들었을 뿐이지만, 심령을 제압하는 힘에 깜짝 놀란 타일로와 킬리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재밌네.”

    하지만 당황하는 두 사람과 달리 나는 웃었다.

    아주 미약하게나마 내 심령에 도달하는 그 의지의 정체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고대 신. 게다가 이 정도면 완벽히 부활할 것 같은데?’

    그 기운의 근원은 고대 신이라 불리는 것들이 확실했다.

    특히 조금 전 전해지는 의지에 깃든 힘으로 가늠해 봤을 때, 불완전한 부활을 이룬 일전의 녀석과는 달리 완전한 부활을 이룬 존재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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