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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63화 (63/161)
  • 63화 Chapter 62

    “너희 모두 한패거리구나?”

    방문자의 위기에 등장한 수십의 빙의자.

    아무리 봐도 한패거리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그 손을 놔라. 그렇지 않으면…….”

    쿠쿠쿠쿠!

    녀석들은 더욱더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대충 가늠해 보자면, 거의 모든 이들이 9성의 경지는 가뿐하게 넘기지 않았나 싶다.

    ‘모두가 9성이라…….’

    수십 명이 모두 9성의 강자들.

    어떤 이들에게는 경악스러운 사실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사실이 내게는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

    파리가 대왕 파리가 되었다고 해서 사자에게 위협이 되진 않으니 말이다.

    “크크큭…….”

    내 손아귀에 잡힌 녀석이 웃기 시작했다.

    “웃어?”

    손아귀에 힘을 주자 녀석은 다시금 고통에 몸을 떨며 컥컥댔다.

    하지만.

    “크큭… 네 녀석도 이제 끝이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와중에도 내게 위협적인 경고를 보낸다.

    “왜? 너희 패거리가 와서?”

    “허세는… 소용없다. 우리 단원들이 찾아온 이상 모든 게임은 끝난 것이니.”

    “그래?”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단원들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는 위대한 일원이라는 녀석들이 있었지.’

    문득 지난번 손을 봐준 위대한 일원이라는 녀석들에게 생각이 미쳤다.

    대륙에는 허약한 녀석들만 있을 거라는 나의 편견을 조금은 깨준 단체.

    그런데 녀석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당장의 예상으로는 법칙을 비튼 자들로만 구성된 단(團). 당장 보이는 전력으로 봐도 범상치 않은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

    “고작 이따위 녀석들을 보고 자신감이 붙은 거야? 그렇다면 실망인데.”

    물론 나는 녀석들에게 일말의 위협도 느끼지 않았지만 말이다.

    “허세를 부리는 건가?”

    “네 녀석의 실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만, 우리 단원을 건드린 이상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영주와 트리탄에게 빙의한 녀석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 생각에는 나도 동감이야. 나를 건드리고 살아남은 녀석은 지금껏 없었거든.”

    그리 말하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이 녀석들이 속한 단체가 궁금하긴 하다.

    그렇기에 정보를 뱉을 녀석 하나만 남겨 두고 모조리 죽여 버리면 될 것 같다.

    “지금 당장 손을 놓고…….”

    하지만 녀석은 말을 잇질 못했다.

    츠츠츠!

    내가 만들어 낸 의지의 창이 공간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네 녀석, 무슨……?”

    “그만 꺼지라고!”

    다른 어떠한 말도 필요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녀석들의 소멸.

    그리고.

    푸푸푹!

    녀석들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인 의지의 창이 각각의 육신을 꿰뚫었다.

    “어어……?”

    “이, 이럴 수가…….”

    육신을 관통하고 나서야 자신들이 당한 것을 인지한다.

    고작해야 성이라는 경지에 얽매인 녀석들이 내 일격을 감당할 수 있을 턱이 없지.

    녀석들의 죽음은 정해진 운명과 다름없었다.

    털썩- 창에 꿰뚫린, 생명을 잃어버린 육신이 지면에 허물어졌다.

    “마, 맙소사!”

    그 광경을 확인한 흑발 녀석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믿고 있었던 단원들이 너무도 허무하게 소멸해 버렸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당장 기절하지 않은 것만 해도 상당한 정신력이라 칭찬할 수 있었다.

    ‘오호라?’

    그리고 나도 조금은 놀랐다.

    녀석들의 죽음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후에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사아아아- 내 손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육신에서 기이한 기운이 빠져나왔다.

    뭉쳐진 그것은 마치 사람의 영혼과도 같았는데, 보통의 사람은 감지할 수 없는 특수한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

    ‘저게 빙의자가 지닌 권능이로군.’

    가리온을 통해 빙의자의 특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몇 가지 조건만 맞는다면, 어떤 생물체건 빙의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 육신에서 빠져나온 저 기운의 응집체가 빙의자의 본체일 것이다.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기이한 기운의 응집체.

    보통은 저 기운의 응집체가 도망갈 때까지 그 흔적도 알아챌 수 없을 테지만 나는 다르다.

    내게 적의를 보인 녀석들이 도주하게끔 내버려 둘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사라져라!」

    나는 의지를 담은 기합을 내뱉었다.

    콰콰콰콰!

    나를 중심으로 강렬한 기파가 띠의 형태로 뻗어 나갔고.

    파삭-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특정한 기운만을 소멸시켰다.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

    타인의 육체에서 벗어나 도주하려던 수십의 빙의자가 소멸을 맞이한 것이다.

    “서, 설마 빙의자들을 모두 소멸시킨 것이냐?”

    “그래도 영 눈치가 없지는 않네. 맞아. 도망가려던 녀석들을 모두 소멸시켰지.”

    “그런 말도 안 되는…….”

    믿을 수 없었던 녀석이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렇게 보지만 말고. 더 부를 녀석은 없어?”

    조금 전 녀석이 은밀히 기운을 집중시켜 특수한 신호를 보낸 것을 알고 있다.

    만약 더 불러올 녀석이 있다면 얼마든지 불러와도 된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

    녀석은 침묵했다.

    아마 지금 부른 녀석들이 당장 올 수 있는 최대였던 것 같다.

    “뭐, 그럼 그건 됐고.”

    나는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녀석은 자유를 얻었으나 함부로 움직이진 않았다.

    자신이 무슨 수를 쓰든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문득 궁금해지네. 법칙을 비튼 자들은 극소수만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데, 갑자기 이리 많이 나타난 것도 그렇고, 심지어 한 단체에 속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흑발 녀석을 응시했다.

    “…나를 살려 둔 이유는 정보를 듣기 위함인가?”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칼을 들이댄 녀석을 살려 둘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주제를 안다면 당장 알고 있는 정보는 부는 게 좋을 거야.”

    “흐흐.”

    하지만 녀석은 내 말에 비릿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미안하게 됐군. 내가 소속된 곳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서 말이야. 만약 조금이라도 그 비밀에 대해 입을 열려고 한다면…….”

    그 순간, 녀석의 몸속에서부터 기이한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건 뭐랄까. 마치 폭탄처럼 내부를 폭발시키려는 흐름과도 비슷했다.

    “…어차피 네 손에 잡힌 순간, 나는 죽은 목숨이었다!”

    그 기운은 마그마가 분출되듯 폭발적으로 녀석의 육신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대로 관망한다면 녀석의 육신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채 폭사할 테지만.

    “어림도 없지.”

    나는 그것을 방관할 마음이 없었다.

    척- 녀석의 몸에 손을 댐과 동시에 기운을 흘려보냈다.

    그건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이었다.

    내 의지에 저항하듯 마구잡이로 날뛰던 폭발적인 기운.

    하지만 처음에나 날뛸 수 있었지 내 기운은 폭발하는 그 기운을 모두 잡아먹어 버렸다.

    “무슨… 짓이지?”

    폭사를 시도했던 녀석은 잠잠해진 기운에 경악하며 물었다.

    “자폭이라니. 이런 건 너무 흔해서 재미없잖아.”

    대륙으로 돌아온 후 심심해서 읽은 판타지 소설이 있다.

    수십 권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클리셰는 베일에 싸인 단체, 흑막이 등장할 때 어김없이 나오는 자폭과 자살이었다.

    쉽게 정보를 주지 않고 긴장감을 더하려는 장치 같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너무 지겹게 사용하는 바람에 이런 대목이 나올 때마다 맥이 빠졌다.

    그렇기에 자폭하려는 녀석의 기운을 막아 자폭 시도를 무산시켰다.

    폭주하는 기운을 진정시키는 일 따위는 힘든 축에도 속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할 일 다 했으면 이제 불어야지?”

    고오오오!

    나는 녀석의 심령을 제압하기 위해 의지를 발산하였고, 곧 녀석의 눈이 몽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전부입니다.”

    심령을 제압당한 녀석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술술 불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 녀석은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온 강은우라는 존재고, 대륙에 도착하기 무섭게 너를 부르는 의지에 끌려 사시지외라는 단체에 가입하게 됐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해 준 매뉴얼, 각종 지원에 따라 성장을 거듭했고, 대륙에 도착한 지 고작 5년 만에 9성에 오르며 지금은 마스터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믿기 힘든 말에 녀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게 가능한가?’

    아마 가능하기는 할 것이다.

    타일로. 내가 천재라고 인정한 그 녀석도 충분히 5년 안에 9성의 경지를 밟을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그건 세기의 천재, 수십만 명 중에서도 단 1인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그런데 지금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단체, 사시지외(四時之外: 시간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에서는 그러한 재능을 지닌 이가 수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네 녀석이 속한 단체, 그러니까 사시지외에는 오직 법칙을 비튼 자만이 단원이 될 수 있다는 거지?”

    기가 막혀서 다시금 물었고.

    “그렇습니다. 사시지외에는 오직 법칙을 비튼 자만이 단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조금 전 죽은 녀석들도 너의 단원들이고?”

    “맞습니다.”

    “방문자와 빙의자. 그럼 환생자나 게이머, 그리고 회귀자도 있겠군.”

    “정확한 비율은 모르지만, 상위의 법칙을 비튼 자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만 들어 보면, 이런 미친 단체가 없다.

    내가 천재로 인정한 타일로와 같은 이들을 일반 단원으로 두었으며, 심지어 그보다 더 미친 재능을 지닌 이들이 수두룩하다니.

    ‘이 정도 성장세를 보일 정도면 간단히 대륙을 뒤엎을 수 있겠군.’

    기다릴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의 전력으로도 대륙을 뒤집어엎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하나.

    “그럼 너희의 목적이 뭐지? 계속 법칙을 비튼 자들을 단원으로 받아들이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을 텐데?”

    그 목적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전력의 단체가 지금까지 대륙에 알려지지 않은 것을 고려해 볼 때 뭔가 꿍꿍이를 지니고 있는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모릅니다.”

    “목적을 모른다?”

    “그렇습니다. 다만 처음 이계에 왔을 때 전해진 의지는 때를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단에 가입하여 성장에 힘쓰고 후일 때가 되면 해방을 위한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해방을 위한 전쟁이라.

    역시 잔챙이라 그런지 알고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

    “이게 네가 알고 있는 전부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저는 하급 단원이라 그 이상의 정보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 알겠다.”

    일단 들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들었다.

    그리고.

    스팟!

    마기를 주입한 나의 손날이 녀석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툭.

    반듯이 잘린 머리가 지면으로 떨어지며 녀석의 죽음을 알렸다.

    비록 정보를 털어놓았다고는 하나 건방지게 내 물건을 탐하려고 한 녀석을 살려 줄 마음은 없었다.

    “위대한 일원에 사시지외라. 생각보다 음흉한 녀석들이 많네.”

    아직 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앞으로 나와 계속 충돌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뭐, 거치적거리면 다 치워 버리면 그만이지.’

    흑막?

    그딴 게 뭔 상관이겠는가.

    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일단 나를 적대하는 순간 부숴 버리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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